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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르티멘토> 리뷰 : 함께일 때 비로소 완성되는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4. 8. 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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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베르티멘토>

함께일 때 비로소 완성되는

 

 악기와 악기의 연주를 총괄하고 작곡가가 그린 음악을 표현하는 지휘자. 자히아 지우아니(울라야 아마라)는 바로 그 지휘자에게 꽂혔다. 이민자 가정 출신에 여성이었지만 지휘자의 꿈을 놓지 않고 노력하던 자히아는 파리의 명문 음악 고등학교로 전학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꿈에 한 발짝 다가갔다고 생각한 그 순간, 자히아는 오히려 꿈에서 더 멀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실존 인물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은 <디베르티멘토>는 프랑스에서 단 4% 뿐인 여성 지휘자 중 하나인 자히아 지우아니와 그가 창설한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1978년생인 자히아가 마주한 세기말 파리는 여성 인권이 낮았다. 특히 여성 지휘자는 그 수가 극히 적어 어디를 가든 지휘자가 꿈이라고 말하는 자히아를 비웃고 조롱하는 사람밖에 없었다. 학교 선생님은 자히아의 재능과 열정을 보아 동급생 랑베르와 함께 교내 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겼지만, 랑베르를 비롯한 남학생들은 자히아를 조롱하기에 바빴다. 사사건건 시비 걸고, 딴짓하고, 장난치며 진도를 방해한다. 결국 준비한 곡을 채 다 연주하지 못한 채 랑베르가 지휘봉을 잡았고, 집중하며 연주하는 단원들의 모습에 자히아는 맥이 빠진다.

 

 영화 내내 자히아는 차별 어린 시선과 말, 방해를 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건 그를 돕는 이들의 격려와 응원 덕분이었다. 부모님은 없는 형편에도 자히아와 쌍둥이 동생 페투마(리나 엘 아라비)가 소음 걱정 없이 연습할 수 있도록 직접 방음벽을 설치해 준다. 또한 파리 교외에서 시위와 폭동으로 교외와 시내 간 교통이 혼잡해지자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직접 운전하여 딸들을 등교시키기도 했다. 페투마는 자히아의 연습을 도와주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응원하며 그가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돕는다. 페투마의 격려로 용기를 낸 자히아는 세르주 첼리비다케(닐스 아르스트럽)의 눈에 띄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루마니아 출신의 전설의 지휘자 세르주 첼리비다케는 어릴 적 자히아의 로망이기도 했다. 자히아의 학교에 강연 차 방문한 세르주 앞에서 지휘할 기회를 얻은 자히아는 바로 그의 눈에 들어 수제자가 되기도 했다. 여성 차별자로 정평이 난 세르주의 여성 제자가 된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는 매주 자히아를 가르치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매 수업마다 날카로운 지적과 호통을 치는 한편 자히아가 길을 잃고 헤멜 땐 따뜻한 격려로 북돋아 주며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운다. 감독은 재능 있는 천재가 완벽해지기까지의 도움들을 흘려보내지 않아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세계적인 지휘자에게 지휘 수업을 듣게 되었으나 아직 자히아는 목이 말랐다. 랄르망을 지원하는 학교장에 의해 강제로 쫓겨난 오케스트라 지휘자 자리가 뼈아팠기 때문이었다. 페투마는 너만의 오케스트라가 필요하다며 흔하디 흔한 오케스트라가 아닌 자히아를 닮은, 그만의 오케스트라가 필요하다며 또다시 용기를 준다. 음악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자히아는 스탱 음악원의 친구들과 자신을 아니꼽게 보지 않은 교내 친구들을 모아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를 결성한다.

 

 보통의 이야기라면 모두의 도움을 받아 차별과 방해를 딛고 자신만의 오케스트라를 창설한 것으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자히아는 아직 고민이 남아있다. 이끄는 사람은 오직 본인 뿐이라는 부담감과 잘 리드하고 싶다는 욕심이 더해져 외로움을 느껴지는 문제였다. 세르주는 아직 자히아가 단원들과 하나가 되지 않았다며 템포에 변화를 주려면 앞을 내다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언을 듣고 더욱 열심히 콩쿠르 준비에 열정을 쏟지만, 또다시 랑베르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리도 모자라 수상까지 뺏긴 자히아는 모든 의욕을 잃고 좌절한다.

 

 사람 때문에 절망한 자히아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이다. 페투마를 비롯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자히아의 집 앞에 모여 그를 위한 연주회를 만들어준다. 자히아는 비로소 같이 있음에도 느꼈던 외로움을 떨치고 모두와 눈을 맞추며 행복한 지휘를 시작한다. 오후 햇살 아래 에펠탑을 배경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자히아와 단원들의 모습은 행인들을 모두 멈춰 세우고 함께 음악에 젖어 들게 만든다. 비로소 단원들과 하나가 되었을 때 기적이 일어날 것이란 세르주의 말이 실현된 셈이다. 연주자, 지휘자가 함께일 때 비로소 완성되는 하모니가 아름다운, 그야말로 진정한 디베르티멘토가 담긴 영화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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