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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리뷰 : 혼자가 아닌 모두를 비추는 음악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4. 4. 1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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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혼자가 아닌 모두를 비추는 음악

 

 여기 어둡고 칙칙한 사회를 비춰 줄 혜성 같은 신인! 이 되고 싶은 밴드가 있다. 멤버들의 이름을 따서 은하수로 명명한 이 밴드는 오디션에 내는 노래 족족 본인들의 매력을 가장 뽐낼 수 있는 개성 있는 자작곡으로 빛을 발견해 줄 곳을 찾고 있으나 현실은 쉽지 않다.

 

 겉멋만 든 것 같다, 우리와는 색깔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 노래가 매력적이지 못하다. 많은 혹평을 들으면서도 멤버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진정한 값어치를 알아보지 못한다며 수용하지 않고 배척했다. 어찌 보면 줏대 있게 자신들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것일 수도 있으나 실상은 돈이 부족해 모두 따로 아르바이트하러 다니며 다른 오디션을 계속 찾아야 했다. 특히 밴드의 리더 동은은 투자하던 주식이 모두 망해 월세가 밀려 집에서 쫓겨났고, 밴드 공동 계좌에까지 손을 대면서까지 어떻게든 살려보려 했지만 오히려 돈을 더 잃게 되었다.

 

 공동 통장을 다시 채우기 위해 동은(윤제문)은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다니고, 그런 동은의 사정을 알지 못했던 다른 멤버 은하(이시아)와 은수(김지훈)는 그가 도망쳤다고 생각해 동은의 기타를 중고 마켓에 팔아넘겼다. 나중에 돈을 모두 갚고 돌아온 동은이 길길이 뛰며 다시 그의 기타를 찾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며 본의 아니게 은하수 밴드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샌프란시스코 아트하우스 쇼트 페스티벌 수상, 산 호세 독립영화제, ISAFF, 팔레르모 국제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되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은하수>는 배우진 역시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며 헐렁한 각본을 연기력으로 채운다. 잃어버린 기타를 찾기 위해 사람들을 거쳐 가면서 그들의 이야기로 노래를 만들게 되고, 과정에서 음악의 또 다른 힘을 알아간다, 뻔한 음악 이야기로 보일 수 있는 각본은 배우들의 열연과 실제 뮤지션들의 카메오 출연으로 힘을 얻었다.

 

 본인들의 빛으로 세상을 빛내고 싶다는 포부를 지녔던 은하수 밴드는 차츰 관점을 사람들에게로 돌린다. 고등학생의 풋풋한 사랑 고백을 돕기 위해 노래를 연습하고, 갓 태어날 자식을 위해 노래를 선물하고픈 아버지 기룡(조동혁)을 주제로 음악을 만들면서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빛을 발견한 그들은, 특히 동은은 과거의 상처를 되돌아보며 다시 고개를 들고 나아갈 준비를 한다. 음악을 반대하며 폭력을 일삼은 아버지, 그런 아버지 밑에서 방관한 어머니, 집을 나와 고생하면서도 어느 뮤지션의 기타와 노랫소리에 치유를 받아 음악을 포기하지 못한 시간을 가진 동은이기에 더더욱 기룡의 모습은 그에게 많은 생각을 안겼다.

 

 동은의 어두운 사연이 존재하긴 하나 영화는 대부분 낙천적인 밴드의 멤버들로 인해 처지지 않고 발랄하고 재치 있게 흘러간다. 은하수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주민들이 길을 걷다 말고 멈춰 서서 그들의 노래를 다 같이 감상하거나, 이야기 중후반까지 계속된 동은의 과민대장 증후군 역시 이야기를 띄우는 유머의 중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들은 그들 모르게 어두운 일상에서 나름의 빛을 내며 타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 치달으면서 많은 것을 깨우친 은하수는 더 이상 본인들이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닌 다른 이들의 빛을 보여주는, 그들을 음악으로 빛내주는 밴드가 되고자 한다.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던 동은은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과민대장 증후군을 벗어났으며 새로운 오디션 기회도 얻는다. 은수는 튀어 보이기 위해 착용했던 존 레논의 가발을 벗었으며 은하는 화려한 복장을 내려놓고 무채색의 단정한 옷을 입었다.

 

 자신들의 뚜렷한 개성을 보이기 위해 이고 있던 중압감에서 벗어나니 평범한 옷차림으로도 찬란한 음악으로 빛이 나는 밴드가 된 은하수는 다시 무대 위에 오른다. 동은의 버팀목이었던 기타의 주인인 가수 최호섭 앞에서, 은하수가 다시 노래를 부른다. 자칫 뻔하고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영화였지만 그 안의 깊은 진심이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자신들만의 은하수에서 객석을 채워주는 관중 하나하나가 별이 되는 무대를 만드는 그들은 진정한 은하수가 되었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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