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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 리뷰 :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괴물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4. 4. 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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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괴물

 

 “저기 저 나무를 봐요. 거꾸로 선 사람처럼 우스꽝스럽죠.” 거꾸로 선 남자, 아르투(조쉬 오코너)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는 잘 갈라진 나뭇가지 하나로 땅속의 유물을 탐지한다. 영화 내내 아르투는 무언가를 찾아다닌다. 시작할 때 그는 을 찾고, 도굴꾼 동료들과 함께 유물을 찾으며, 또한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은 그가 결과적으로 찾고 있는 것이 잃어버린 연인 베니아미나(일 비아넬로)’인 것을 알게 된다. 소작농 위치에서 벗어나거나 현실에서 도망치고자 하는 동료들과 다르게 아르투는 큰 건에 관심이 없다. 그의 관심은 언제나 과거와 연인을 향한다. 앞을 보고 나아가는 사람들의 소란과 기쁨 속에 있어도 이 거꾸로 가는 남자는 홀로 동떨어진 듯이 보인다. 몽상을 쫓던 과거의 많은 역사가 불행했듯이 잃어버린 여자를 찾는 남자 또한 불행의 성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아르투의 직업과 그의 특별하고 볼품없는 능력은 그를 현실과 지하의 경계선에 둔다. 이로써 한 신체에 두 가지 성질이 존재하는 <키메라>와도 연결된다. 그의 능력은 그를 거꾸로 서게 했다. 그는 고고학을 사랑하지만, 도굴꾼이 되어버렸고, 영국인이지만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 또한 작중 그는 영국인 가족과 이탈리아의 친구들, 그 어디에도 제대로 소속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로 보면 인간과 함께 있으면서 죽은 것을 바라보는 이 남자가 고독하게 비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은 아르투가 들꽃에 주의를 기울이거나 도굴꾼 동료들 눈에는 보잘것없어보이는 일상생활 용품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조명하는데, 이는 아르투의 섬세한 성격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가 다른 도굴꾼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르투는 고고학자에 더 가까우며 유물의 진짜 가치를 안다. 감독은 아르투의 세밀하고 부드러운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면서 이 영화에서 그가 다방면으로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객체임을 보인다. 고대의 유물을 찾아내는 행위와 부장품 주인들의 망령에 시달리는 장면 또한 아르투가 베니아미나를 회상할 때마다 구성되는 화면비율과 같은 맥락에서 작용한다. 잃어버린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할 때마다 화면은 기존의 폭에서 현저히 줄어들고, 테두리가 거칠어지는 효과를 보인다. 이는 베니아미나가 어디에 있는지 관객에게 충실히 암시하면서, 베니아미나가 아르투에게 어떤 역할을 차지하는지 깨닫도록 유도한다.

 

 게다가 놀라운 각본은 자칫 비거나 환상통에 그칠 수 있는 줄거리를 에트루리아 문명을 통해 단단히 얽어 끌고 나가는데, 영화 후반의 반전으로 드러나는 것들은 전부 촘촘한 설계 하에 구성되어서 처음부터 제시되고 있었다. 그들이 밟고 선 땅은 과거 에트루리아 문명이었고 스파르타코(알바 로르워처)의 측근으로서 도굴꾼 그룹에 잠시 합류했던 멜로디(루 루아레콜리네)는 이탈리아 마초를 고스란히 답습한 그들에게 에트루리아 문명에서 여성이 가진 지위에 대해 일러주었다. 또한 남자들의 명령에도 제대로 닥치지않아 매를 벌던이탈리아(캐롤 두아르테)는 그녀만의 작은 보호소(혹은 왕국)를 건설했고, 그 안은 당연하게도 여성의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들이 전부 영위되었다면 마초 따위는 없었을에트루리아의 후손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 완벽한 전개는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고 하나의 퍼즐로 완성된다.

 

 그러니 영화의 결말도 갑작스럽게 느껴지거나 슬프지 않다. 두 연인을 이어주던 매체인 붉은 실과 영화 속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아르투는 동일하다. 지하와 과거를 보며 살아가던 키메라가 그의 역할과 내재된 성질을 벗어버리고 마침내 평화를 찾는 결말을 슬프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인들을 연결해 주던 실은 끊어졌고, 아르투는 경이로운 저주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찾아 헤맨 연인을 되찾았다. 우리는 아르투가 더는 땅 위를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며, 그가 앞으로 행복할 것이라는 걸 안다. 그가 만졌던 모든 것이 그의 사랑의 일부였고, 마침내 간절히 소원하던 사랑에게 돌아갔으니 이렇게 완벽하고 아름다운 결말의 로맨스 영화가 또 어디에 있겠는가.

 

- 관객리뷰단 조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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