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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러브> 리뷰 : '척'하는 세상의 사랑법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4. 4. 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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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러브>

''하는 세상의 사랑법

 

 (예전에도 그러했지만) 지금 세상은 정말로 결혼이 더 이상 인생의 필수 과정이 아닌 선택 사항이 되었다. 그럼에도 사랑과 그 '결실'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이 여전히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유는 그 '사랑'이라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왓츠 러브>는 제목 그대로 '사랑이 무엇인지'에 관해 다큐멘터리스트 조이(릴리 제임스)의 시선을 빌려 담아내고 있다. 사회고발 다큐를 전문으로 만들어온 조이는 최근 굴지의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차기작 구상에 열을 올리던 조이에게 제작사는 이번 작품은 그의 전작보다는 캐주얼하고 가벼운 주제를 다루기를 요청한다. 조이는 제작사의 성화에 고심하던 중 옆집에 살며 함께 자란 소꿉친구 카즈(샤자드 라티프)를 떠올린다. 카즈의 사촌 결혼식 피로연이 열리던 어느 날 밤, 조이와 카즈는 두 사람의 추억의 장소인 고목 위 오두막에서 여느 날처럼 대화를 나눈다. 서로의 안부를 나누던 중 카즈는 뜬금없이 결혼을 통보한다. 그것도 부모님의 중매로 얼굴도 본 적 없는 여자와 말이다. 사랑이 없는 결혼을 결심한 카즈를 이해할 수 없던 조이는 그에 대한 의구심을 원료 삼아 다큐를 제작해 보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영화는 조이의 시선을 빌려 카즈의 결혼 준비 과정과 카즈가 성장한 파키스탄 이민 가정을 둘러싼 여러 커플들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카즈는 사랑이 결혼의 시작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부모님을 보면 얼굴도 모르던 두 남녀가 부부가 되어가면서 사랑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무엇보다 단란하고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녀를 양육하고 싶은 꿈이 카즈에게 있다. 카메라에 담긴 카즈의 가정은 웃음이 끊이지 않고 따뜻한 기운이 가득하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온 카즈가 안정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건 자연스러운 순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째서 조이의 카메라 앞에 선 카즈의 눈에 아쉬움이 가득 차 보이는 걸까. 그리고 카즈의 시선은 언제고 조이를 향해 있다. 로맨스 영화의 화법이 그러하듯 카즈와 조이에게는 아직 매듭짓지 못한 감정이 흐르는 듯 보인다. 카즈의 결혼식이 열리는 파키스탄에서 카즈와 조이 사이의 기류는 호감 이상의 애정으로 치솟는다. 결혼식 전야, 성대한 피로연 '멘디'에서 빠져나온 카즈와 조이는 파키스탄의 밤거리를 거닌다. 건물 깊숙이 숨겨진 공간에서 전통음악의 선율을 타고 흐르는 구슬픈 사랑 노래를 감상하는 카즈와 조이의 어깨는 두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다.

 심장이 두근대고 서로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던 결혼식 전날 밤, 조이는 카즈에게 보내려는 문자(잠깐 볼까, 결혼하지 마와 같은)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같은 시각, 카즈는 조이와의 대화창에서 점 세 개를 하릴없이 바라본다. 끝끝내 조이는 문자를 보내지 않았고, 카즈는 다음 날 예정처럼 결혼식을 올린다. 영국에 돌아온 카즈와 조이는 각자의 일상에 충실하고 있는 듯 보인다. 조이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새로운 연인을 만나 좋은 관계로 진전되는 듯 보이고, 카즈는 아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들 행복한 '', 괜찮은 ''하며 지내는 동안 조이의 신작 다큐 시사회가 열리고, 그들의 곤고하던 ''에 위기가 다가온다. 조이의 다큐에 카즈의 여동생 자밀라(마리암 하퀘) 부부의 인터뷰가 담겨있었던 것. 자밀라는 비무슬림인 영국 남자와 결혼을 하고, 가족들과 절연한 상태이다. 가족의 아픈 비밀을 허락 없이 폭로한 조이에게 카즈와 그의 가족들은 서운함과 분노를 표하며 극장을 빠져나간다.

 

 카즈가 굳이 자신의 결혼을 '중매결혼'이 아닌 '조력결혼'이라 칭하는 이유는 어쩌면 ''하기를 주저하는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가족의 행복을 지키고 그 행복을 이어나가려는 카즈의 노력이 가상하지만, 언제까지고 자신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는 없는 노릇이다. 조이 역시 ''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편안한 관계를 위해 적당한 호감에 타협하던 그녀에게 '플랜 B'가 되고 싶지 않다며 이별을 고한 애인의 충고로부터 조이는 분명 느낀 바가 있어야 한다. 영화는 결국, '솔직하게 살아가자'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 투성인 세상에서 진심으로 사랑할 존재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표현하길 희망하는 영화의 마음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카즈와 조이가 사랑을 확인하며 끝을 맺는다. '영원한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서로의 행복을 위해 함께 살아가는 '사랑의 과정'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의 결말과 에필로그가 조금은 식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걸 바라보며 훈훈해지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 관객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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