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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리에게> 리뷰 : 꽤 괜찮은 사람이 되기까지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12. 29.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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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리에게>

꽤 괜찮은 사람이 되기까지

 

 누구나 한 번쯤은 일확천금의 꿈을 꾼다. 큰돈을 쥐게 되면 자신의 보금자리와 가정을 꾸리는 데 쓰겠다, 세계 일주를 하겠다 등 세부적인 부분도 다양하다. 레슬리(안드레아 라이즈보로) 역시 마찬가지다. 싱글맘인 그는 아들 제임스(오웬 티그)의 생일로 찍은 번호로 거금을 손에 넣었다. 제임스는 가수의 꿈을 갖고 있었기에 기타를 원했고, 또 엄마 레슬리는 오랜 꿈이었던 식당을 운영하길 바랐다. 레슬리는 이 모든 걸 이뤄주겠다며 오늘은 축배를 들자고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 후, 그는 땡전 한 푼 없이 길거리로 나 앉는다.

 

 당첨금을 모두 술과 마약에 쏟아부은 레슬리는 모든 것을 잃은 상태였다. 돈도, 아들과 지인의 신용도 놓친 레슬리에게 남은 것은 비틀린 자존심뿐이다. 그는 계속 본인을 괴롭히는 일로부터 도망치려고만 했고, 그 순간만을 모면하고 싶어 했다. 술만 마시지 말아 달라는 아들의 부탁에도 매트리스 밑에 술병을 숨겨두고 먹지 않은 척 연기하거나, 오랜 친구였던 낸시(앨리슨 제니) 일을 돕는 척하면서 펍으로 가는 레슬리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화를 돋운다. 끊임없이 자신과의 약속을 깨뜨리면서 타인의 비난에 상처받고, 그로 인해 더욱 엇나가는 레슬리의 모습은 마치 철들지 않은 아이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레슬리에게는 또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모텔 근처에서 하룻밤 노숙하다가 마음씨 좋은 모텔 주인 스위니(마크 마론)에게 발견되어 일자리를 구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같이 일하는 로열에게 레슬리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위니는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자 숙박을 포함한 일자리를 제공한다.

 

 영화를 관람하며 레슬리의 행동에 짜증을 느껴졌지만, 한 편으로는 끊임없이 자괴감을 느끼고 공허함을 느끼는 레슬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본인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아는 것과 별개로 문제를 고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레슬리는 낸시 집에서까지 쫓겨난 이후로 이미 의욕을 잃은 상태였고, 스위니의 호의로 모텔 일을 시작했을 때도 술을 마시며 작업하는 등 엉망으로 살았다. 끊임없이 술집을 들르고 스위니가 데려오는 일을 반복하던 레슬리는 아들 제임스와 함께 살던 집을 방문한 날 밤 남아있던 아들과의 사진을 보고는 먹었던 술을 모두 토한다. 그리고 본인에게 주어진 일에 진심으로 대하고 술을 끊기 위해 노력한다.

 

 이 일련의 과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데에는 감독의 연출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배우진이 큰 몫을 차지했다. 레슬리 역의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마치 정말로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외견은 물론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자꾸만 술을 찾는 레슬리 내면의 혼란스러움과 절망, 분노와 좌절을 완벽하게 연기해 몰입을 돕는다.

 

 또한 단순히 한 사람의 갱생기가 아닌 쓰러진 사람이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할 점을 열어둔다는 점에서 영화와 관객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졌다. 레슬리는 스위니의 도움으로 술을 끊기로 다짐하지만 이미 틀어진 마을 주민들과 친구들의 신뢰를 다시 얻는 것은 녹록지 않았다. 주민 수가 적은 만큼 레슬리를 모르는 주민들은 없었고, 그렇기에 레슬리가 거액의 상금에 당첨되고 그 돈을 어떻게 날렸으며 현재엔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빠르게 소문이 퍼져 있었기에 처음엔 바뀌기로 다짐한 레슬리를 아무도 믿지 않았다.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고 문제를 피해 도망쳤던 레슬리는 이번에도 주변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또다시 도망친다. 스위니의 조언도 통하지 않아 레슬리를 잡아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는 너무나도 사소한 말 한마디에 돌아왔다.

 

 “당신은 꽤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동안 스스로 되뇌었을, 하지만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을 그 말은 레슬리를 붙잡고 끌었다. 누구나 본인만의 문제를 가지고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 문제를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진 않는다. 주변의 격려와 응원,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사람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오는지 레슬리의 시간을 통해 전달한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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