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자이언트>
이 영화는 전형적인 성장 영화다. <블루 자이언트> 속 각각의 등장인물은 모두 열정을 갖고 하나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지극히 뻔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과감하게 수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계 최고의 재즈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이들의 이야기에 유독 사람들이 감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눈이 내리는 강가에 홀로 색소폰을 부는 소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손과 입이 얼고 강바람에 숨을 쉬기도 힘든 곳에서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색소폰을 분다. 주인공 미야모토 다이(이후 다이)의 첫인상을 강렬하게 남기는 장면이었다. 여느 인물들과 다르게 자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재즈를 향한 그의 열정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다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도쿄로 상경한다. 그러나 세계 최고 재즈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꿈 외에 별다른 대책이 없던 그는 친구 슌지의 자취방에 신세를 지며 미리 봐둔 강가에서 계속 색소폰 연습을 하고, 재즈바를 찾아가며 프로들의 연주를 보러 다닌다. 무턱대고 일을 벌이는 스타일인가 싶다가도 재즈에 진심인 그의 모습은 어느새 캐릭터에 신뢰를 준다. 그리고 한 재즈바에서 그 열정을 인정받아 보러 간 공연에서 엄청난 실력의 피아니스트 사와베를 만나게 된다.
사와베 유키노리(이후 사와베)는 다이와 또 다른 결의 천재다. 다이가 처음부터 색소폰 연주에 소질을 보였다면 사와베는 어릴 적 어머니의 영향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재능과 더불어 꾸준한 연습이 더해진 노력형 천재이기에 처음 다이의 연주를 보고 그에 대한 불신을 단번에 거두고 재능이 부러워 탄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작곡에도 소질이 있었고, 후에 타마다 슌지가 드러머로 합류했을 때도 그의 연주에 도움을 줄 만큼 다방면으로 지식이 풍부했다.
타마다 슌지(이후 타마다)는 재즈와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재즈의 꿈을 안고 상경한 다이와 재회하며 그의 열정과 연주에 감화되는 사건을 겪고 드러머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실력이 좋은 드러머를 원했던 사와베의 반대를 꺾을 정도로 드럼 연습에 시간을 쏟고, 미약한 재능이라 할지라도 열심히 갈고 닦은 결과 3개월 만에 무대에 서는 등 타마다 역시 큰 성장을 한다. 그리고 그가 성장한 후에 비로소 팀 ‘재스’가 완성된다.
보통의 성장 영화는 주인공이 안고 있는 갈등으로 이야기를 조합하지만, 목표와 재능이 뚜렷한 다이에게는 그런 요소가 없다. 그래서 <블루 자이언트>는 다른 청춘물과 다르게 주인공은 다른 인물들에게 도움을 받는 포지션이 아닌 벽에 부딪히는 캐릭터에게 도움을 주는 형태라는 점에서 신선한 변주를 주었다. 주인공 위주의 서사에서 팀원으로까지 서사가 확대되어 각각의 캐릭터에까지 이입할 수 있어 스토리가 더욱 폭넓게 느껴진다.
주인공 다이는 무모하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며 뒤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사와베와 타마다는 그런 다이의 모습에 감화되어 끌리고, 그의 재능에 또 한 번 발이 묶인다. 그러나 사와베와 타마다가 마냥 다이에게 도움만 받는 캐릭터는 아니다. 오직 재즈만 보고 상경을 결심한 다이에게 머물 공간을 제공해 주거나 무대를 대신 잡고 연주할 곡을 만들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한 곳을 채우는 관계이기에 다이 역시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이들의 성장 서사가 한 층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들의 목표는 10대가 가기 전 일본 최고의 재즈 클럽 ‘쏘 블루’에 입성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사와베를 좋지 않게 본 담당자 타이라는 그들의 출연을 재고한다. 이 사건으로 그동안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 사와베는 그동안 자신의 공연을 찾아온 팬에게 냉대했던 것을 사과하고 팀원들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등 비로소 재즈에 진심으로 임한다. 사와베를 보낸 후 계속 고뇌하던 타이라 역시 기교를 빼고 공연 자체에 열중하는 사와베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바꿔 그들을 무대에 초청한다.
<블루 자이언트>은 작화가 매우 뛰어난 영화는 아니다. 재즈 연주 장면의 애니메이션 동화가 어색하기도 하고, 연출에서도 아쉬운 면이 몇몇 눈에 띄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이야기와 이를 더욱 빛내는 재즈 연주가 영화를 완성 시킨다. 불완전한 이들이 모여 하나의 팀을 이루고, 그들의 진심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은 연주곡에 전율이 흐르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극장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뜨거운 재즈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완벽하지 않음에도 완벽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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