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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고도>│김미영 감독, 박종환‧이연 배우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10. 3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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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고도> 씨네토크

23.10.17

 

초청: 김미영 감독, 박종환이연 배우 

진행: 임호경 배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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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호경 : 안녕하세요. 오늘 씨네토크를 진행하게 된 배우 임호경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오늘 극장에 많은 관객분들이 와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감독님부터 신영에서 영화를 상영하게 된 소감이라든지 영화에 대한 소개 한 마디씩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미영 : 신영극장에서 <절해고도>를 두 번째로 상영하게 되었는데, 너무 기쁩니다. 이 극장이 지역에서 영화와 관련한 중요한 장소라고 생각하고, 여러분과 함께 이 극장이 계속 잘 커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영화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고, 영화 보신 소감 말씀 많이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이연 : 안녕하세요. 배우 이연입니다. 강릉은 정동진독립영화제 참석 외에는 사실 처음 와봐요. 처음 강릉 방문을 신영극장 GV로 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기쁘고, 이렇게 만나 뵙게 돼서 너무 좋네요. 너무 다행이에요. 강원도에서 만나 뵐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오늘 재밌는 얘기 많이 하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종환 : 안녕하세요. 박종환입니다. 신영극장에서 진행한 제 첫 씨네토크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고, 작년에 신영에서 '연말특별상영회'로 <절해고도>를 상영했을 때 따뜻한 기운 받고 가서 지금까지 10개월 여 남짓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유익하고 즐거운 대화 나눴으면 좋겠고요. 이렇게 뵙게 돼서 너무나도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임호경 : 앞에 <절해고도> 시집이 세 권이 있는데, 먼저 질문해 주신 관객분께 선착순으로 책을 증정한다고 합니다. 관객분들께 질문을 받기 전에 시집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미영 : 저희 영화 공동 배급, 홍보하시는 무브먼트 진명현 대표님이 기획하셨고, 오은 시인과 유진목 시인을 비롯한 당대의 젊고 활동을 활발하게 하시는 시인 분들께 직접 청탁을 하셨어요. 시인 분들이 저희 영화를 되게 좋게 봐주셔서 각자의 스타일대로 시와 에세이 한편씩 써주셨어요. 그리고 저 포함해서 출연진들이 각자 절해고도에 대한 짧은 글을 썼습니다. 절해고도는 배우분들과 시인 분들의 합작인 작품입니다.

 

임호경 : 혹시 첫 질문해 주실 분 계실까요?

관객 1 :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절해고도> GV를 모두 다 보고 있고, 배우님 관련된 인터뷰도 많이 찾아보고 있는데요. 다른 인터뷰에서 역할을 맡기 전에 배역에 맞는 습관 같은 것을 몸에 익힌다고 하시더라고요. 혹시 <절해고도>를 찍으면서는 어떤 습관을 몸에 익히셨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지나가 아빠에게 보낸 메시지나 도맹이 죽을 끓이고 난 후에 편지가 페이드 아웃 되면서 내용이 잘 보이지 않잖아요. 그렇게 연출하신 의도가 궁금하고 혹시 기억이 나신다면 그 내용들에 대한 얘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이연 : 습관에 관련된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행자님들이 교육을 받을 때 손을 꼭 앞으로 모으고 있어야 한다고 해요. 절대 풀면 안 된다고 제가 들었어요. 저도 그런 것에 익숙해지려고 되게 노력을 많이 했었어요. 제가 들은 얘기로 행자님들이 손을 모으지 않고 다니다가 혼나는 분들이 많아서 어떤 분이 수행 과정을 그만두고 야간도주를 하셨대요. 그때 스님들이 트럭을 끌고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는데 야간도주를 하는 행자님이랑 마주치게 된 거예요. 근데 누가 봐도 수행 도중에 도망친 행자님이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게, 뛰는데 손을 풀지 않고 이렇게 뛰어가더래요. (웃음) 어떤 순간에도 깍지를 풀지 않는 것이 버릇이 됐다는 거예요. 그만큼 손을 모으고 있는 게 중요한 걸 알아서 그런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김미영 : 메시지나 편지 내용은 안 보여줘도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들이고, 또 대사로도 이야기하기도 해서 그렇게 연출을 했습니다. 좀 더 길고 좀 더 간곡한 사연이 있었는데 그걸 알아채실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두 편지 다.

 

이연 : 윤철한테 남기는 편지는 제가 직접 썼거든요. 그중에 재밌게 기억나는 건, 지나가 그때 그냥 기분이 좋고 싶었나 봐요. 아빠도 좀 웃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편지에 나 오늘 밤에 클럽 가서 흔들어 재낄 거라고 썼었어요. 윤철이 편지를 읽는 씬을 찍을 때는 제가 없어서 모니터를 못 봤는데, 그 이후에 밤에 제가 다시 돌아갔을 때 선배님한테 물어봤었던 것 같아요. 편지 읽었냐고.

 

박종환 : 맞아요. (웃음)

 

임호경 : 영화의 공간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영화가 마산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곳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게 된 계기라든지 시작점 이런 게 조금 궁금하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차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절해고도>에서 차라는 공간이 굉장히 중요한 배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라는 공간을 기점으로 윤철이 굉장히 크나큰 변화를 겪게 되잖아요. 자동차라는 공간과 윤철의 심경에 연결 지점이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미영 : 수행 센터는 처음에 열어놓고 전국으로 찾아다녔어요. 추천받은 절들도 있었고, 인드라망 센터 같은 곳도 있었어요. 몇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시나리오를 쓸 때 염두에 둔 장소가 영화의 촬영 장소가 됐어요. 그 장소를 제가 너무 잘 알고 있고, 결국엔 그 장소로 돌아가게 되더라고요. 수행 센터가 밀양에 있어서 거기서 가까운 지역인 마산, 창원에서 다른 촬영지를 찾게 됐어요. 또 마침 저희 미술 감독님이 창원에 거주하시는 미술 작가분이어서 그분이 장소를 찾는데 되게 많이 도와주셨어요. 낚시를 좋아하셔서 바닷가 그런 데는 모르는 곳이 없으셨어요. 마산, 창원 바닷가 일대를 6개월 동안 정말 몇 번씩 가면서 촬영 장소들을 다 찾았고, 그래서 되게 좋은 장소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종환 : 제 개인적인 생각에 윤철은 혜영 그러니까 전 아내와 지나랑 한 집에서 함께 지내고 생활하다가 집을 나온 이후부터는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았을 것 같고요. 이동이 많은 윤철에게 차라는 공간은 집처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차 외관이나 그런 것에 신경을 많이 쓰기보다는 튼튼하고 넓은 공간의 차를 이용해서 지내왔는데요. 집 같았던 차를 폐차하고 새로운 차로 바꿨을 때는 윤철이 차에 대한 인식이나 차를 활용하는 방식이 조금 바뀌었을 것 같아요. 머무르고 거주하는 공간을 마련한 다음에 가까운 곳을 이동할 수 있는 목적의 경차로 바꾼 것도 윤철의 심리적 변화와 차라는 공간이 밀접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객 2 : 영화 정말 잘 봤습니다. 아빠와 딸이 마주하는 몇몇 장면이 있잖아요. 생일 때도 그렇고, 지나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그때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면서 많은 말을 안 했는데도 심경의 변화가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각자 배우분들께서 그 장면을 연기하실 때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종환 : 저는 지나가 처한 상황이나 입장들에 관심을 가지고 이입해서 지나를 대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도맹 행자가 됐을 때는 어떤 변화에 조금 더 초점을 맞췄던 것 같아요. 좀 조심스러웠던 게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러니까 제가 절 사람이 아닌데도 절에서 밥도 짓고 곁에 머물면서 있을 땐 다소 무겁지 않은 관계로 지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장난 섞인 무드의 말투로 도맹을 대하고 싶었고, 그때부터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는 거잖아요. 이게 낯설기도 하지만 그냥 친숙하게 곁에 있고 싶었고, 그런 마음가짐과 분위기로 지나ㆍ도맹과 대화를 나눴던 것 같아요. 이제 곁을 떠나서 윤철이 국숫집을 차리고, 중간에 다시 찾아와서 마주할 때는 어떤 심경들을 계속 파악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종교에 완전히 귀의된 상황이 아니었고, 일단 계를 받기 전 상황이니까요. 지나가 도맹으로 어떻게 적응을 해나가는 상황인지 파악하려고 했고, 옆에서 지켜봤을 때 내가 도움이 될 게 있을지도요. 근데 그 도움이라는 게 계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도움인지 아니면 계를 받지 않고 다시 속세로 돌아가도록 하는 게 도움인지 알 수는 없지만, 도움을 줄 수 있으면 도움을 주려고 마음속으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지나가 계를 받으러 가겠다고 했을 때 윤철은 당연히 그 마음을 너무나도 존중하고, 영화의 내레이션에도 나오지만 사실 윤철이 먼저 마음속에 가졌던 이상적인 길을 가겠다고 하는 거니까요. 응원도 하면서 동시에 아쉬운 마음이 또 드는 거죠. 둘의 관계에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시기라서 다시 한번 새로운 관계 맺기를 해야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상황에 대한 기대나 설렘도 있었을 것 같고. 조금 더 같이 지내고 싶다, 최소한 내가 보고 싶을 때마다 보고 싶다는 생각들의 사이 언저리에서 윤철의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연 : 지나가 도맹으로 살겠다고 결정을 했을 때 부모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일방적인 선택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절에 들어간다는 딸의 일방적인 선택을 아빠는 문자로 확인한 거잖아요. 근데 스님이 계를 받으러 가야지라고 말할 때는 거사님도 있었고, 저도 있었던 상황이라서 이번에는 일방적인 게 아니라 거사님도 나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아직 거사님 마음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됐을지 안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의 선택에 있어서 거사님이 함께했고, 제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다시 거사님이 감사합니다라고 답을 했을 때는 아빠 나 이제 좀 멋있지 않아? 나 좀 괜찮지?’라는 마음이었고, 아빠가 그래라고 답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떠한 인정을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기분 좋은 인정으로 느껴진 것 같았어요. 도맹이 다시 속세로 돌아올지 아니면 정말 스님으로 삶을 살게 될지 모르겠기만 삶에 중요한 선택에서 아빠에게 어떤 표현을 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근데 그렇게 되려면 제가 저를 조금 더 사랑하고 깨끗하게 비워내는 어떤 시간이 필요했다는 걸 수행 과정에서 느낀 것 같습니다.

 

임호경 : 처음에 카페에서 아빠와 딸이 만났을 때랑 절에 들어와서 서로를 칭하는 호칭과 말투가 달라짐으로써 관계의 변화가 느껴지는 지점이 굉장히 놀라웠거든요. 서로를 어떠한 대상으로 인식하고 말투를 사용하느냐가 어떻게 보면 그 관계의 본질보다 더 앞선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질문 있으실까요?

 

관객 3 : 안녕하세요. 저는 되게 이상한 거에 잘 꽂혀서 왜 멧돼지인가? 멧돼지가 갑자기 왜 나오지? 이런 궁금증이 많이 들었고요. 그리고 이연 배우님 두상이 아름답잖아요. 진짜. 근데 삭발한 두상을 보신 적이 있어서 알고 캐스팅을 하신 건지 아니면 딱 봤을 때 아름다울 것 같아서 캐스팅하셨는지 이게 궁금했어요.

김미영 : 아름다울 거라고 예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안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멧돼지에 대한 의문은 전혀 안 풀리셨어요? 혹시 아이디어라도?

관객 3 : 고조의 역할?

김미영 : 윤철에게요? , 그럴 것 같아요. (웃음) 윤철에게 나타났고, 뭔가 다급한 상황에서 영지를 찾아 뛰어가는데 의외의 것이 나타나잖아요. 우리가 삶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쫓아갔는데 사실은 다른 더 큰 것에 맞부딪쳐서 원래 찾던 걸 까먹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일 수도 있겠네요. 고조라고 말씀하시니까. 그렇게도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임호경 : 윤철이 식사를 하다가 어떤 존재들이 들어왔을 때 중간에 멈춰서 먼저 나가는 장면 있잖아요. 이걸 배려라고 말해야 할지. 저는 아직 적합한 단어를 아직 못 찾았는데요. 배려라고 하기에는 생색내지는 않았고, 어떤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나와 어떤 비슷한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냥 흘러가버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씬과 관련해서 혹시 생각나거나 덧붙일 말씀 있으실까요?

 

이연 : 저는 되게 좋았어요. 그 씬이 너무 좋았어요. 왜냐면 성윤철을 너무 잘 표현하는 어떤 씬인 거예요. 그게 배려면 배려이고 어쩌면 그냥 거기서 불편함을 느끼는 걸 수도 있고, 혹은 본인의 공감에 의해서 어떤 선택을 한 거잖아요. 정말 여의치 않은,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 있어서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욕심부리지 않고. 그 모든 것이 윤철의 인생처럼 보이기도 했어서 저는 그 씬이 너무너무 좋았어요.

 

임호경 : 수행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이 영화에 행자라는 말이 계속 많이 나오는데, 행이 한자로 갈 행이더라고요. 행자라고 하니까 행동이라는 말도 떠올랐어요. 혼자서 걷던 길, 뛰어가던 길을 "같이 가자"라는 말을 던지고, 두 분이 걸어가는 장면이 결국에는 을 하는 순간이어서 굉장히 아름다웠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감독님을 포함한 본인의 삶에서 수행하고 있는 것들이나 혹은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작은 취미나 행동에 대한 얘기를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종환 : 망상. 망상을 좀 하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나에게 벌어진 일의 인과관계를 약간 재밌게 엮어서 이래서 이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요. 되도록 작업을 쉬지 않고 계속하려고 하는 게 또 수행이긴 한데요. 작품이 저의 그맘때의 어떤 고민이나 아니면 걱정 그리고 관심사 이런 것들과 닮아 있는 느낌으로 다가온다고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좀 많이 하는 편이에요. 작업이 끝난 후에 얻게 되는 에너지가 저한테는 수행적인 결과 같은 게 되고, 또 다음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가 되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러다 보면 작업하는 시간 외에는 제 삶을 잘 못 사니까, 곳간이 텅 빈 것처럼 뭔가를 자꾸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어쩌다 보니까 여전히 그걸 계속 작업으로 채우고 있죠. 요즘에는 생각이 살짝 달라졌어요. 작업을 쉬면서 곳간을 채우려고 하는 생각을 좀 해보게 됐습니다. 저 이제부터 작업이 아닌 것들로 수행을 해보려고 하는데 뭐가 좋을지는 좀 고민입니다.

 

이연 : 생각보다 걷는 게 운동에도 좋더라고요. 제가 금양체질이어가지고 격한 운동이 몸에 맞지 않는대요. 운동을 하면 붓기가 더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어쩐지 운동을 하는데 왜 자꾸 몸이 붓는 것 같지 싶었어요. PT를 받으면 얼굴에 뾰루지가 나오는 거예요. 젖산이라고 하나 그게 해소가 안 돼서 간이 피곤해지니까 얼굴에 뾰루지가 나는 거예요. 남들은 다 좋다는 데 왜 나한테는 안 맞을까 하고 알아봤더니 저는 걷기와 수영이 제일 좋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요즘 주술회전을 보고 있거든요. 거기에 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사람의 육체를 고단하게 하거나 편안하게 하는 것이 생각의 흐름에 되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고단하게 하면 생각이 사라지고 또 편안하게 하면 해야 할 생각이 나고. 많이 걷고 등산도 다니고 수영도 좋아하는데 저한테는 겨울이 좀 곤욕이에요. 겨울에 야외활동을 할 수가 없으니까, 너무 춥잖아요. 그래서 저도 겨울에는 어떻게 지낼지 찾아봐야 될 것 같아요. 같이 찾아봐요, 선배님. (웃음) 쉬는 날에 감독님이랑 선배님 만나서 생각 나누고 이때는 이랬구나, 제가 그때 너무 화가 났는데 이러면서 얘기를 하다 보면 되게 많은 순환이 되는 것 같아요. 생각이나 감정의 순환이 생겨서 고여 있지 않은 느낌이 들고, 감정이 어딘가에 고여 있지 않고 계속 순환을 시키니까 건강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김미영 : 저는 되게 어려웠던 시기를 생각하며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가 생각합니다. 현재의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행복한지? 어쨌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자신을 보라고 하셔서요. 스스로 현재의 자기를 보라고 하는 게 수행이라고 제가 들었습니다.


임호경 : 감독님한테 질문드리고 싶었던 게 이 영화에서 내레이션이 굉장히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잖아요. 처음 시나리오를 쓰셨을 때부터 배치라든지 내용이 다 정해져 있었을까요? 아니면 뭔가 만드는 과정이나 후반에 추가가 됐는지 좀 궁금해요. 내레이션 중에 길을 잃는 것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라는 부분처럼 굉장히 깊이 와닿는 것들이 많아서요.

 

김미영 : 방금 말씀하신 내레이션의 경우는 정말 처음부터 시나리오에 있었고, 맨 마지막에 들어간 내레이션, 섬 이야기하는 거는 위치는 조금씩 바뀌었는데 편집하면서 쓴 거였어요. 실제로 촬영기간에 어떤 소품을 봤다가 건너편에 있는 어떤 섬을 본 기억이 있어요. 그 이후에 편집하면서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임호경 : 제가 또 인상 깊었던 게 의도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이렇게 톡 하고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장면들이 나와요. 유리창 밖에서 사실 그냥 열어도 되는데 조심스럽게 서서 톡 하고 문을 두드리고 난 뒤에 여는 것도 그렇고. 영화가 계속 두 명의 관계의 변화와 대면을 다루다가 세 명이 한 공간에 모여서 굉장히 깊이감을 가지는 장면에서도 옆에서 잠든 사람을 두드리듯이 깨우는 것도 인상 깊었는데요. 그 장면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연기를 하실 때 어떤 테이크가 실제 영화에 쓰였는지 모르겠지만 문을 톡 하고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장면은 너무나 마법 같고 영화 같은 순간인 것 같아요. 배우님들께는 그 씬에 어떤 마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연 : 최대한의 배려로 가장 조용하고 얌전하고, 소란스럽지 않게 누군가를 일으키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으니까, 최대한 배려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촬영 현장에서 경현 선배님이 실제로 살짝 잠이 드신 거예요. 근데 저는 연기를 할 때는 몰랐어요. 진짜로 잠에 드셨는지. 어쨌든 저의 목적은 이 사람을 편안하게 깨우는 것이니까. 그 장면은 아마 저의 목적과 경현 선배님의 잠든 순간이 잘 부딪혀서 만들어낸 액션-리액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미영 : 진짜 이연 배우가 말한 것처럼 경현 씨가 실제로 잠든 상황에서 잠에서 깨어나서 연기 상황 안으로 들어와 주셨어요. 촬영팀 스텝이 많았고, 트랙도 깔아놓은 상황이었는데 저희 현장이 많이 조용하긴 했어요. (웃음)

 

임호경 : 저는 영화의 대사 중에 지금의 나도 내가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었다제일 싫었던 건 저였어요라는 말이 깊게 남았어요. 그날그날 다를 수 있지만 각각 오늘 좋아하는 대사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박종환 : 저는 지금 얘기해 주신 대사 좋아합니다. 나도 지금의 내가 되려고 된 건 아니었다. 좋아하는 이유는 그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보게 된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것들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다들 마음먹고 살면 든든하고 안정감이 있는데 그 먹은 마음대로 세상이 다 되는 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되고, 삶에서 계속 변화를 모색하게 되고 그러면서 또 맞이하는 내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누구에게나 공감할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인 것 같아서 그래서 좋아합니다.

 

이연 : 저는 마지막 내레이션을 진짜 좋아해요. 그냥 되게 엄청 와닿는 말인 것 같아요. 제가 무언가를 할 때도 그렇고 뭔가 진짜 원할 때도 그렇고.

 

관객 4 : 영화 잘 봤습니다. 제가 엊그제 조각 전시회에 갔었는데 조각가 분이 조각만 해가지고는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에 다른 알바를 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예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예술만 해가지고는 너무 힘들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영화 속에서도 표현하신 것 같은데 오늘 배우님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앞으로 잘 되실 것 같습니다. 희망이 생겼네요.

 

임호경 : 마지막으로 다음 작업 이야기라든지 강릉에 오신 소감이라든지 마무리 멘트 부탁드립니다.

김미영 : 마지막 질문자님께서 영화를 보신 소감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저는 우리 모두가 우리 삶의 예술가라고 생각합니다. 꼭 직업 예술이 아니어도 내가 나로 온전하게 존재하기 위해서 다들 직업을 갖고 있잖아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어쨌든 내 삶을 내가 자각하고 있는 와중에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 의미로 말씀해 주신 것 같고요. 오늘 너무 감사드립니다. 극장에 찾아와 주셔서 영화도 봐주시고, 질문도 해주시고 이 자리에 지금까지 자리에 남아서 이야기 경청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연 : <절해고도>로 신영극장에 올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저는 오늘 GV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웃음) 저는 TV 단막극으로 곧 찾아뵐 것 같습니다. 시간 되시면 꼭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박종환 : 여러분들 뵙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 나누면서 촬영할 때가 조금 더 선명해지는 기분도 들고, 그때의 추억도 떠오르네요. 오늘 신영극장에서 여러분들과 만난 게 또 하나의 추억이 될 것 같고요.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또 다른 작품으로 신영극장에서 인사드릴 수 있게 수행도 하고요. (웃음) 쉬기도 잘 쉬고요. 오늘 만나 뵙게 돼서 너무 반갑고, 끝까지 대화 함께 나눠주셔서 너무나 고맙습니다. 조심히 살펴 돌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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