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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프리즘> 리뷰 : 음악이 표현하는 세상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9. 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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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프리즘>

음악이 표현하는 세상

 

 마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매끄럽게 흘러가듯 연주되는 영화다. 오재형 감독이 직접 연주하는 곡으로 채워지는 이 영화는 한 편의 연주회처럼 느껴진다. 피아노를 배우고,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기까지 감독 본인의 여정을 담은 <피아노 프리즘>은 그의 성장 영화인가 싶으면서도 동시에 사회가 주는 질문들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음악 다큐멘터리의 탈을 쓴 채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를 이야기한다.

 

 처음 영화가 시작될 때 잔잔한 감독의 목소리가 <피아노 프리즘>은 배리어프리 영화라는 것을 알린다. 청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 시각으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영화인 것이다. 감독의 목소리는 영화 장면을 하나하나 직접 세밀하게 설명하고, 스크린에는 그의 글이 자막으로 나와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소리를 가시화한다. 나지막한 목소리와 카메라가 담은 장면들, 감독이 연주하는 피아노 음악이 삼박자를 맞추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피아노 프리즘>의 큰 주제는 감독이 준비하는 피아노 연주회다. 미술을 전공하고 작품 활동을 이어오던 오재형 감독은 피아노에 흥미를 느낀 이후 피아노 학원을 오가고 집에서도 연습하는 등 음악에 열정을 쏟는다. 피아노를 치는 곳의 미장센 역시 감독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본래 미술 작업을 하던 오재형 감독은 본인이 연주하는 피아노 곡 분위기에 맞추어 빔프로젝터로 배경을 깔고 설치미술로 운율을 표현한다. <마중>이나 <광화문의 밤>처럼 받은 곡을 연주하기도 하지만 연주회에서는 본인의 곡으로 완성했다.

 

 피아노 연주회를 준비하는 동안 관객은 감독이 준비한 댄스 필름, 애니메이션 등 영상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가 중간중간 환기 요소가 들어가면서 적절한 긴장감을 가지면서 흥미롭게 관람하게 만든다. <피아노 학원을 오가며 본 것들에 관하여>와 같이 일상생활을 촬영하여 만든 영상을 보여주거나 본인이 직접 만든 콧구멍 작품 영상에 쇼팽의 에튀드 배경 음악을 더하는 등 영상물에 어울리는 클래식 곡을 연주해 함께 선보이면서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기도 한다. 이 외에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1인 시위 장면이 포함된 영상이나 시위와 사람들의 갈등 모습을 담은 영상도 눈에 띄는데, 관심 있는 이슈를 다 영화에 쏟았다고 말한 만큼 <피아노 프리즘>의 또 다른 묘미는 감독이 바라본 갈등에 대한 대답일 것이다.

 

 영화의 말미에 마지막 자신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상영함과 동시에 작곡한 음악 '블라인드 필름'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보이지 않는 도시 테클라에 빗대어 갈등들을 한데 모아 담은 영상은 잔잔하면서도 격정적인 음악과 감독의 잔잔한 내레이션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낸다. 연출과 영상, 음악까지 전부 한 사람이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하는 무대 끝에는 자신의 음악과 영상으로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면 좋겠다는 감독의 염원이 남는다. 밥만 먹고 피아노만 치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자조하던 그의 모습과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제 연주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던 오재형 감독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벅찬 감동을 주는 장면이었다.

 

 한 사람의 일대기부터 그 사람의 생각과 나름의 해답까지, 화면 속 드러나는 감독의 모습이, 음악이 표현하는 저 사람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감독은 영화를 관람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그가 던진 생각에 함께 사고하게 만들고, 그가 연주한 곡이 귓가를 계속 맴돌아 상영관을 나섰음에도 여전히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림으로, 또 음악으로 자유롭게 넘나들며 표현할 수 있는 그의 미친 재주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부디 이 영화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길. 잘 보이지 못해서 더 잘 보이는 세계를 그리는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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