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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마이 프렌즈> 리뷰 : 두려움에 지지 않고 자기 자신이길 선택하는 친구들에게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9. 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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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마이 프렌즈>

두려움에 지지 않고 자기 자신이길 선택하는 친구들에게

 

 누구에게나 가고자 하는 길이 있다. 그러나 모든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때로는 걸려 넘어질 수도, 끊겨 있을 수도,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에 걸려 실패한 사람들은 실패한 것일까? <퀴어 마이 프렌즈>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실패한 사람"들의 모임에서 출발한다.

 

 아현은 비정규직 비혼 여성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제대로 된 직업을 얻지 못했고, 영화감독으로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수천만 원의 빚이 생겼다. 강원은 미국 시민권을 가진 게이(동성애자)이다. 한국 군대에서 질문하는 동성애와 관련한 질문에 불안함과 공포감을 느낀 그는 미국 시민권을 얻어 미국 군대에 들어갔다. 둘은 언뜻 보기에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그들은 같은 종교를 가진 동창생이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아현과 강원은 평생을 신을 섬기며 살아왔다. 그의 교리를 듣고 공부하며 자랐기에 신앙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기독교 대학에서 연극부를 하며 친해진 두 사람은 곧 좋은 친구가 된다. 아현은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강원을 내내 부러워했다. 그러던 중 강원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다. 어느 날 강원은 자신의 26번째 생일날 본인이 기독교를 믿는 동성애자라는 글을 SNS에 올리면서 커밍아웃하면서 잔잔했던 아현의 세계가 크게 흔들린다.

 

 <퀴어 마이 프렌즈>는 서아현 감독이 촬영하고 연출한 다큐멘터리다. 송강원을 주인공으로 한 이 다큐멘터리는 두 사람의 7년을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어 관객 역시 그들이 직접 출연하고 촬영하는 영화에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다. 아현은 본의 아니게 세계 곳곳을 전전하는 강원을 계속 카메라에 담았고, 처음엔 제삼자의 입장을 고수하려는 모습을 보이나 러닝타임이 흐르면서 어느새 본인 역시 강원의 친구로서 자신의 이야기 역시 영화 속에 비춘다.

 

 강원은 커밍아웃 이후 미군에 입대하면서 많은 일을 겪는다. 미군에 들어갔지만, 주한미군으로서 한국에 귀국하게 되고, 그러다 독일 지부로 넘어가기도 하고, 그곳에서 불안장애와 여러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면서 제대한다. 아현 역시 그를 쫓으면서 그의 방황까지 영화에 스며든 것을 볼 수 있다. 미국에서 댄스 수업을 듣기도 하고, 한국에 와서 구직하기도 하지만 어느 곳에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는 그는 스트레스를 받고 지속적으로 정신적 질환을 앓는다. 영화 초반엔 밝고 긍정적이었던 강원이 우울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현 역시 마음 아파한다. 함께라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힘들 땐 서로에게 기대기 어려웠다는 그의 내레이션이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강원은 계속해서 자신의 우울감을 없애도록 노력하고, 전진한다. 아현의 시선에서 자신이 두려움 없이 날 것의 모습을 담기길 바라기에. 그리고 아현은 그런 강원을 찍으면서 자기 역시 가보지 못한 세계에 한 발짝 더 내디딘다. 그는 강원을 알아가며 본인을 둘러싼 세계가 아닌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하고, 그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면서 앨라이(연대자)가 되었다. 강원의 곁에서 함께 걷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걷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서로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한 후 나오는 에필로그에서는 새롭게 시작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의 구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일을 시작한 강원의 모습, 요가하고 작업을 이어가며 강원과 연락하는 아현의 모습. 영상통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화에서 보였던 모습 중에 가장 편안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기가 원하는 삶을 꿈꾸고 행복해하는 게 어렵다고 했던 둘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 조금씩 행복을 잡아가고 있었다. 두려움에 지지 않고 자기 자신이길 선택하는 친구들에게 전하는 그들의 메시지가 마음을 울린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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