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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언덕>│이지은 감독, 문승아 배우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8. 3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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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언덕> 씨네토크

23.07.30

 

초청 : 이지은 감독, 문승아 배우

진행 : 김영우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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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 안녕하세요, 오늘 진행을 맡은 김영우입니다. 감독님하고 배우님 우리 관객분들한테 먼저 인사 말씀 부탁드릴게요.

 

이지은 :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진짜 뵙고 싶었습니다. 영화 재밌게 보셨을까요? 오늘 즐겁게 대화 나누다 갔으면 좋겠습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승아 : 저희가 서울을 벗어나서 다른 지역을 다니면서 관객분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매번 기분이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오늘 재밌게 얘기하다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우 : <비밀의 언덕>이 지난 712일에 개봉을 했어요. 작년 상반기에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섹션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에 국내 영화제를 돌면서, 올해 여름에 개봉하게 됐는데요. 영화에 대해서 칭찬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으세요. 이 영화가 아마 올해 나온 한국 영화들 중에서 화제가 많이 되었던 작품인 것 같고, 그만큼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들 중에 한 편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좀 해봤습니다.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열심히 관객분들 만나러 다니시고 계신데요. 작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시작된 여정이 극장 개봉 3주 차로 접어들고 있는데 어떤 소외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지은 : 일단 제가 영화를 만들고 있을 때도 관객분들께 보여드리기 위해서 굉장히 공을 많이 드렸거든요. 한 번 보셔도, 두 번 보셔도 계속 새로운 걸 보실 수 있도록 디테일을 굉장히 많이 만들어 놨고, 그래서 이렇게 관객분들을 만날 때마다 새롭고 항상 떨려요. 왜냐하면 GV가 같은 GV가 아니더라고요. 극장이나 오시는 관객분들에 따라서 다른 이야기가 오고 가기 때문에 매번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강릉에서는 또 어떤 얘기를 나누게 될까 굉장히 궁금했었거든요. 그렇습니다.

김영우 : 감독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신선하고 새로운 질문들을 기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우리 문승아 배우님 어떠셨어요?

문승아 : 제가 이렇게 GV를 많이 해본 게 처음인데요. 이렇게까지 바빠도 되나 싶을 정도예요. (웃음) 제가 태어나서 이렇게 열심히 산 적이 없거든요. 요새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고요. 제가 가장 기분이 좋을 때는요. 3주째 GV를 계속 다니고 있는데, N차 관람해 주시는 분들이 보일 때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좋아요.


김영우 : 사실 우리 문승아 배우님은 <비밀의 언덕>이 첫 장편 영화가 아니잖아요. 제가 영화제 쪽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아직 개봉을 안한 <패스트 라이브즈>도 봤거든요. 그리고 <소리도 없이><흩어진 밤>에서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고 개봉해서 관객들을 만났는데요. 제가 볼 때 <비밀의 언덕>은 앞서 언급된 작품과는 다르게 감독님과 명은 역할 맡은 문승아 배우님이 중심축인 영화라서 뭔가 책임감이나 무게감 이런 것들이 좀 다를 것 같기는 해요.

 

문승아 : 책임감이나 무게감이 보통은 촬영할 때 생긴다거나 아니면 오디션 볼 때, 미팅 때 생기는데 이 작품은 GV를 다니면서 점점 느끼게 되더라고요. 혹시라도 말실수하면 어쩌지 하고 고민하고, GV 같은 것도 이렇게 많이 다녀도 되나 싶을 만큼 제가 너무 재밌게 잘 다니고 있어서 좀 색다른 경험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아직 제가 출연한 <패스트 라이브스>는 보지 못했고요. 아무래도 제가 이전의 작품 활동할 때보다는 클 만큼 컸잖아요. (웃음) 그래서 뭔가 알 건 아는 나이다 보니까 <비밀의 언덕>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김영우 : 저도 얼마 전에 들었는데 문승아 배우님이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되셨다고 합니다. 염두에 두시고 질문 부탁드릴게요. (웃음) 제가 질문을 한두 가지만 더 드려보면, 한국독립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계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청소년이나 가족 그리고 성장을 모티브로 한 영화들의 계보가 있어요. 가장 가까운 시기에 개봉한 영화로는 <남매의 여름밤>이 있고, <벌새><우리들> 같은 영화들과 비교하면서 <비밀의 언덕>의 차별점이나 유사한 지점들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 같아요.

 

이지은 : 아마도 많이들 그렇게 생각을 하실 것 같아요. 그래도 결이 다른 걸 아마 영화를 보시면 느끼셨을 텐데요. 윤가은 감독님의 <우리집>이나 김보라 감독님의 <벌새>는 제가 따라 한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왜냐면 그 영화들은 그분들만의 결이 있어서 제가 비슷하게 따라 한다고 해도 따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일찌감치 알았고 단지 태도를 배우고 싶긴 했어요. 윤가은 감독님은 미성년 배우들을 어떻게 존중하면서 작업을 했을까? 김보라 감독님은 한 컷 한 컷 굉장히 공들여 작업하셨는데, 나도 어떻게 하면 공들여서 한 컷 한 컷을 깊이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태도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이걸 만들 때 저는 사실은 아이를 다루겠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굉장히 작은 인간을 다루고 싶다, 그리고 작은 여성을 다루고 싶다, 그리고 내면이 굉장히 복잡한 12살의 인간을 다루고 싶었어요. 아이를 다룬다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을 다루고 싶었기 때문에 <비밀의 언덕>명은이라는 인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김영우 : 제가 감독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요. 인터뷰를 통해서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 명은이라는 캐릭터를 먼저 구상하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들었어요. 그것과 관련해서 조금 더 질문을 드려볼게요. 명은이라는 캐릭터를 설정할 때, 초등학생이냐 중학생이냐에 따라서 어떤 상황이나 맥락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또 영화의 시대 배경을 1996년으로 설정한 것도 인물을 둘러싼 맥락들이 확장되는 측면에서 좀 달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지은 : 저희 영화에 처음에도 나오지만 가정환경조사서를 영화 속에서 한번 제대로 구현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너희 아버지 뭐 하시노라고 직접적으로 질문했던 저희 부모님 세대들 말고, 선생님이 자율학습을 아이들에게 시키고, 앞에 나가서 한 명씩 상담을 하는데 애들은 자율학습하는 척하면서 귀를 다 열어놓고 있는 그런 분위기를 제가 영화로 구현해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 상황 속에 놓인 주인공의 시점이 영화 속에 드러나면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의 심정이 굉장히 쫄깃할 것 같았어요. 왜 이 아이는 긴장을 해야만 하는가. 그래서 시대 배경을 부모님 세대가 아닌 조금 더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90년대로 잡았고요. 1990년대 중에서도 1996년도가 초등학교에서 국민학교로 변경된 시점이었거든요. 지금의 초중고 학생들이 국민학교라고 하면 너무 옛날 영화처럼 느껴지거나, 부모님 세대의 이야기처럼 느껴질까 봐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1996년 이후로 하고 싶었고요. 그리고 1997년에 IMF가 터지잖아요. 저희 영화가 직업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IMF까지 들어가면은 복잡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았어요. 제가 하려는 이야기하고는 좀 다른 결이라서 1996년도로 설정했어요. 그리고 왜 명은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 아니고 초등학생이었냐라고 하면 제가 가족에 대해서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지 하고 기원을 거슬러 올라갔던 것 같아요. 우리가 가족에 대해서 콤플렉스를 가지고 뭔가 숨기려고 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시기를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까 초등학생 시기더라고요. 이 작은 인간이 마주하는 당황스러운 첫 경험 있잖아요. 왜 나는 이런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껴야 되지. 그런 시기가 저에게는 초등학생 때였어요.

 

김영우 : 지금 말씀하셨던 이런 세계들이 실제 영화로 표현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게 결국 명은 역할을 누가 맡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어떤 포인트였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보면 두 분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문승아 배우님이 감독님을 되게 편하게 생각했던 느낌이 있다고 매번 말씀하시더라고요. 처음 만나서 오디션 했던 이야기를 조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문승아 : 제가 오디션을 봤을 때가 초등학교 5학년 크리스마스 이브날이었거든요. 그 당시에 조금씩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있었어요. 제가 그때 조금 예뻤단 말이에요. (웃음) 오디션 보러 다니면 예쁘다, 귀엽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도 그런 줄 알고 있었어요. 근데 이지은 감독님은 저를 보자마자 구수하다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듣고 어떤 감독님이실까?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는데, 생각할수록 저는 그 수식어가 은근 마음에 드는 거예요. 안 들어본 수식어이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시놉시스를 못 받았어요. PD님이 두세 줄의 짧은 스토리를 저희 어머니한테 전달해 주셨고, 어머니가 그 두세 줄을 성장스토리’라는 다섯 단어로 줄여서 저한테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영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성장스토리 다섯 글자만 알고 갔어요. 근데 저는 그 다섯 글자도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게 제가 작품을 그렇게 많이 하진 않았지만, 성장 스토리라고 하면 따뜻한 분위기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 작품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고나서 감독님을 만났는데, 너무 평온하신 거예요. 저는 여태까지 카리스마가 있고 조용조용한 감독님이랑 작업해왔는데 이지은 감독님은 뭔가 달랐어요. 편안한 감독님이라고 생각이 돼서 감독님이랑 작품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김영우 : 이런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명은이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문승아 배우는 간극이 큰 편이었나요?

 

문승아 : 제가 시놉시스를 오디션을 보고 좀 지나서 받았던 걸로 기억해요. 저희 엄마는 워낙 감정이 풍부하신 분이라 그걸 읽고 앉은 자리에서 우셨어요. 그래서 그냥 저는 감독님이 글을 잘 쓰시는 분이구나 그런 생각만 했고, 명은이가 저랑 그렇게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을 못 했어요. 저는 반장 같은 거 굳이 해야 되나 싶고, 조용히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서 명은이랑은 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또 글쓰기나 책 읽기도 안 좋아했는데 점점 닮아간 것 같아요. 제가 아마 명은이를 가장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었을 때는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그때 명은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저는 반장도 해봤고요. 글쓰기도 해봤던 것 같아요. 명은이를 닮아가기 위해서 노력을 했기 때문에,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래도 명은이랑 반 정도는 닮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처음에 받았을 때는 정말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닮은 부분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김영우 : <비밀의 언덕>은 명은이가 주인공으로 영화 전체를 이끌고 가는 영화이긴 하지만, 명은이의 세계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들이 평면적이고 않고 입체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요. 그런 점이 이 영화를 칭찬하는 가장 큰 포인트 중에 하나일 것 같은데요. 명은이 주변에 인물들을 촘촘하게 배치하고 세계를 구축하면서 어떤 고민들을 하셨는지가 좀 궁금하긴 했어요. 굉장히 흥미로운 인물들이 많이 나오고 아주 효율적으로 인물들의 특성들을 잘 드러내는 건 시나리오의 힘이고 또 그런 점이 감독의 재능이라고 흔히들 이야기를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구축해냈는지를 조금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지은 : <비밀의 언덕>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엄마, 아빠, 선생님, 그리고 심지어 명은이마저도 누군가의 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역할이잖아요. 아마 관객분들이 주변에서 더 많이 봤을 법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디테일하게 주변 인물들을 많이 봐 오셨을 텐데, 그걸 넘어서 어떻게 또 신선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캐스팅에서도 어떻게 다르게 캐스팅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었고요. 일단 저의 원칙은 미화되지 않는 인간을 그리는 거였어요. 제가 생각하는 진짜 인간이요. 그러니까 제가 생각하는 진짜 인간은 장점도 가지고 있고 그에 못지않은 단점도 가지고 있고, 비밀도 가지고 있고, 솔직해지고 싶지만 숨기고 싶은 것도 있고. 여기 나오는 인물들이 그걸 다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 인간을 한번 미화하지 않고, 그리고 주인공을 위해서 희생시키지 않고 다 살려보고 싶었어요. 그런 원칙을 캐스팅하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했던 것 같아요. 2023년도를 살고 있는 젊은 배우가 1996년의 인물상을 읽는다면 어떨까. 일례로 아빠 성호 역을 맡은 강길우 배우는 아빠 역할이 정말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캐스팅을 하게 됐어요. 엄마 경희 역을 맡은 장선 배우도 엄마가 정말 안 어울릴 것 같아서 캐스팅을 했어요. 너무 젊어서 슬픈 부부 있잖아요. 너무 젊은 나이에 사랑을 했고, 결혼을 한 슬픈 부부. 제가 보고 싶은 날것의 인물을 그리겠다는 목표로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김영우 : 독립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강길우 배우님, 장선 배우님, 임선우 배우님이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전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게 너무 신선한 것 같아요. 강길우 배우님은 본인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을까라고 믿을 정도로 너무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하신 것 같아요. 그런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도 영화에 플러스가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현장에서도 배우들과 서로 소통이 잘 되셨던 거죠?


이지은 : 일단은 제가 명은이를 비롯한 아역 배우들에 대한 데이터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아역 배우들은 밑바닥에서부터 찾아야 했기 때문에 4개월간 오디션을 봤어요. 반면에 성인 배우분들 같은 경우엔 다 원픽 캐스팅이었어요.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돼. 보통은 캐스팅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서 대안을 마련해 놓잖아요. 그런 게 아예 없었어요. 난 이 배우가 아니면 안 돼, 꼭 이 배우와 할 거야. 난 당신을 정말 원한다고 배우들한테 강하게 구애를 했어요. 그러면 왜요? 왜 저예요?”라고 항상 반문을 하셨거든요. 근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분들이랑 하니까 역할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됐어요. 예를 들면 강길우 배우가 이렇게 하면 너무 멋있겠다, 길을 가다가 변호사 친구를 만나면 어떨까? 영수증을 꺼내면 너무 재밌겠다 이런 씬들은 배우를 캐스팅하고 나서 새로 생긴 것들이에요. 제 생각에는 감독이 모든 걸 다 정교하게 생각해서 배우에게 디렉팅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밀의 언덕> 같은 경우는 제가 배우를 통해 성장을 하고 싶었어요. 배우가 어떻게 표현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배우라면 분명히 다르게 표현할 거라는 약간의 모험심과 기대감으로 영화를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김영우 : 얼마 전에 봤던 단편 영화 도입부에 키타노 타케시 감독님이 했던 말이 나오더라고요. “가족은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사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가족이라는 존재나 관계가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물론 가족끼리 친하신 분들도 많으시겠죠. 저도 크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웃음) 나의 엄마 아빠는 원래 그렇잖아요. 가족이라는 게 옆집이 더 좋아 보이고, 늘 부럽고. 명은이가 봤을 때 엄마 아빠도 그런 것 같아요. 그만큼 가족이라는 걸 영화적으로 표현하기가 되게 힘든 건데, 가족이라는 존재와 관계를 통해서 감독님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문승아 배우님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명은이의 입장에서도 뭔가 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지은 : <비밀의 언덕>에 많은 가족의 형태가 나오거든요. 명은이네 가족도 있고, 혜진이네 가족도 있고, 그리고 외갓집의 가족도 나오고 회장네 가족도 있고요. 근데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완벽한 가족이 없거든요. 회장네 가족이 완벽하게 보일 수 있지만, 서점에서 <우울증 인지행동 치료> 책을 든 장면이 우리에게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거든요. 저 어머니는 마음이 얼마나 공허할까. 제가 생각하기에 인간도 완벽한 인간이 없듯이 완벽한 가족도 없다는 생각에서 영화 안에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그린 것 같아요.

 

김영우 : 가족이란 누구에게나 하나의 짐이다.

 

이지은 : 짐까지는 모르겠어요. (웃음) 근데 장점이거나 예쁜 면도 있고, 숨기고 싶은 면도 있고. 어른이 돼서 보면 옛날에 예뻤던 것들이 오히려 못나 보일 수도 있고, 못났던 것들이 지금은 내가 닿을 수 없는 너무나 예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는 가족에 대해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승아 : 제가 중2병이 조금 빨리 왔던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그럴 때가 있는데,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공부를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는 거예요. 진짜 갑자기 뭔가 안에서 분노가 가득 차서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화가 너무 많이 나서 온 가족들한테 시비를 걸었던 것 같아요. 그때 엄마가 "왜 뭐 때문에 화가 났는데?"라고 저한테 물어보면 "난 화나면 안 돼? 소리도 지르면 안 돼?"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엄마가 "왜 그런지 물어보는 거잖아"라고 했는데 "나는 화나면 안 되냐고? 그럴 자격도 없어?" 그렇게 말했어요. 아무래도 지금의 저를 주변 사람들이 좋은 기억보다는 나쁘게 기억할 수도 있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감정이 들쑥날쑥하고 그때그때 다른데, 엄마한테 화를 내고 난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엄마한테 너무 미안한 거예요. 그래서 막 울었어요. 근데 다음 날도 엄마한테 똑같이 화냈어요. 아무튼 그렇게 분 단위로 초 단위로 바뀌는 게 가족에 대한 마음이기 때문에, 저는 가족에 대해 하나의 정의를 내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김영우 : 제가 시작할 때 앞에서 <비밀의 언덕>이 한국 성장 영화 계보로 읽는 관점이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이 영화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글쓰기가 영화 안으로 들어온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밀의 언덕>이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인지 완전히 가상의 세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글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가상의 세계인데요. 어떻게 보면 영화 만들기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 속에서 글쓰기를 통해 진정성, 솔직함이라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가상과 진실 사이에 충돌이 생기고, 그런 충돌하는 지점들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가상의 세계이면서 동시에 진실이 존재하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또 그 경계에서 굉장히 심오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혹시 글을 쓰는 것과 영화를 만드는 것 그리고 가상과 진실의 세계 이런 것들을 연결하면서 고민하신 게 있는지 궁금해요.


이지은 : 아마 이 영화를 보시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일 거야라고 많이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이 영화는 제 경험이 들어간 것도 맞고, 제 취향이 들어간 것도 맞고, 제 습관도 명은이에게 많이 투영되어 있어요. 근데 만약에 제 이야기로만 영화를 만들었다면 관객들이 보시기 힘드셨을 거예요. 저게 감독 이야기라는데, 감독의 가족 이야기라는데 그걸 어떻게 편히 볼 수가 있겠어요. 저한테 글쓰기나 영화는 반드시 허구가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이 편히 볼 수 있게끔 부담 없이 이야기로 느낄 수 있게끔 픽션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심지어 제 경험도 픽션처럼 보이기 위해 재미있게 많이 꾸몄어요. 그리고 픽션이 아닌 것은 오히려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리얼한 걸 투영했어요. 저한테는 <비밀의 언덕>이 글쓰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글쓰기는 반드시 허구와 진짜가 섞여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원칙이었고, 그 원칙은 명은이라는 인물에게도 똑같이 반영되었어요. ‘명은자는 픽션을 하겠다는 결심이고, ‘자는 제 이름 이지은의 자를 따서 만들었거든요. , 딱 그렇게 접근을 했습니다.

 

김영우 : 혜진은 명은과는 다르게 글을 되게 솔직하게 쓰잖아요. 부모님의 직업에 대해서도 다른 태도를 보이고. 뭐랄까요. 명은과 비교할 때 혜진이 극단적으로 보일 만큼 과하게 설정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이지은 : 글쎄요. 굉장히 구체적이게 말씀드릴 수도 있겠지만, 좀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영화가 9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잖아요. 90년대는 지금과는 다르게 혜진이 부모님의 직업이 성행하고 풍요로웠던 시절이라는 배경도 좀 들어가 있어요. 그 시절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생각해서 혜진이 부모님의 직업을 선택했어요. 관객분들이 그런 배경까지는 모르시고 영화를 보셔도 괜찮은데, 제가 혜진 캐릭터를 설정할 때는 그런 것까지 생각해야만 했어요. 사실 혜진이 부모님의 직업이 무엇인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혜진이가 어떤 환경에 있든 간에 취하는 태도였고, 부모님의 직업에 대해서 혜진과 명은이 동질감을 느끼거나 혹은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것이였어요. 그래서 가능한 혜진이의 환경에 책임지기 위해서 캐릭터에 많은 공을 들였어요. 표면적으로나 자극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기 위해서 혜진이란 인물을 굉장히 귀하게 여겼고, 혜진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혜진이의 외모나 생각에 대해서 우선 제 자신이 납득할 수 있고, 영화를 보시고 나면 감독이 혜진이라는 인물에게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가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납득시켜 드리기 위해서 제 나름대로 공을 좀 드렸던 것 같아요.

 

김영우 : 혜진이는 부모의 환경에 대해서 별로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그렇죠. 이제 관객분들에게 질문을 좀 받아볼게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 편하게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관객 1 : 영화 너무 잘 봤습니다. 보면서 궁금했던 게 담임 선생님이 지각도 많이 하셔서 되게 허당 캐릭터로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명은이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선생님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시는 모습으로 나오더라고요. 굳이 그런 분이 왜 그렇게 지각을 많이 하셨을까? 그게 좀 궁금하더라고요.


이지은 : 애란이 늦은 이유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애란은 지금 3년 차 된 교사인데 자기 전에 고민을 많이 하면서 잤을 것 같아요. 내가 이 일이 맞나? 선생님을 계속해야 할까?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면서 생각하는 거죠. 학교에 가는 게 맞나? 근데 애란이 항상 학교 올 때 풀 세팅을 하고 온단 말이에요. 속이 조금 허한 사람이 밖을 치장하기 마련이잖아요. 애란은 지금 성장 중이고 방황 중인 것 같아요. 이 일이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그런 초년생의 느낌을 애란에게 주고자 했고요.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애란이가 뭔가 성취했을 때, 현수막을 바라볼 때의 표정이나 자기가 이끌었던 명은이가 성장했을 때의 표정 같은 걸 보면 그때서야 애란이가 학교에 갈 수 있겠구나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애란 속에서 제 초년생이 많이 투영이 되어 있어요. 제가 어떤 분 앞에 가면 굉장히 뚝딱거리고 실수하고 그러거든요. 그러니까 여기에 나오는 어른들이 조금씩 저마다 부족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건 제가 아까 말씀드렸듯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을 한 인간으로 그리려고 했기 때문이에요.

관객 2 : 제가 주변에 선생님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요. 그 친구들 보면 자기의 자격에 대해서 되묻는 친구들이 오히려 아이들을 되게 사랑하더라고요. 방금 말씀하신 거 듣고 많이 공감이 됐고요. 제가 궁금한 점은 어쨌든 명은이는 가족을 사랑을 하잖아요. 그리고 혜진이네 가족도 서로 사랑을 하고. 그래서 어떤 시름 속에서 피어난 가족 간의 사랑이 감독님은 어디서 시작된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했고요. 그리고 크레딧 보니까 여자 개그맨 목소리가 감독님이신지도 궁금했습니다. (웃음)

이지은 : 그걸 발견하셨다니 되게 놀랍네요. 되게 재미나게 했던 것 같은데, 접니다, . (웃음) 그리고 가족 간의 피어나는 사랑에 대해서는요. 저는 이 영화에서 아마 사랑한다는 말을 안 했을 거예요. 누구한테도요. 근데 아마도 관객분들은 아실 것 같습니다. 명은이가 부모님을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 부모님이 명은이를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 저는 겉으로 보기에는 사랑하지 않는 모습을 쓰고, 짜증 내고 화를 내는 걸 썼지만, 중요한 건 관객분들은 보여지는 행동과 다른 마음을 읽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게 사실은 관객분들의 특권이기도 한데요. 두 사람 각각의 입장을 보실 수 있기 때문에 아마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 작용을 아마 다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가족은요. 저도 가족을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가족의 사랑이라고 했을 때 느껴지는 그 몽글몽글함이 저는 좀 억울하기도 해요. 그 안에는 원망도 있고, 왜 그때 나만 차별했어 하는 괘씸함이 콕 찍혀져 있거든요. 이 영화는 그런 걸 콕콕 찍은 채로 만든 영화예요. 제가 가족을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최초의 경험을 했을 때 가장 먼저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나 이런 걸 처음 경험해 봤어라는 걸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사람, 저는 그게 가족인 것 같아요.


관객 3 : 안녕하세요. 1996년에 저도 명은이처럼 초등학교 4학년을 다녔어요. 그리고 저도 글을 쓰는 걸 되게 좋아했었어요. 그때 왜 내가 그렇게 글 쓰는 걸 좋아했지라는 걸 잊고 살았는데, 오늘 영화를 보니까 그 이유가 생각이 나서 울컥했어요. 저희 집에는 사실 글 쓰거나 그런 사람이 없었는데, 글 쓰는 걸 좋아했던 건 담임 선생님이 칭찬해 주셔서였던 것 같아요. 아마 선생님이 제가 쓴 일기를 보시면서 감수성이 풍부한 것 같으니 글짓기를 해보라고 권유해 주셨던 것 같아요. 이 영화가 저의 11살 때를 만나게 해준 것 같아서 감사합니다.

 

김영우 : , 감사합니다. 제가 질문을 하나 드릴게요. 90년대 중반의 정서를 영화 속에 드러내는데 특히 염두에 두거나 노력하신 것들이 있으세요?

 

이지은 : 저희 영화는 독립영화였기 때문에 모든 걸 다 세트로 할 수가 없어서 선택이 좀 필요했어요. 뭘 취하고 뭘 버릴 것인가. 제가 취한 것은 인물상의 고증이었어요. 그 시대에만 행했을 법한 인물상 있잖아요. 예를 들면 교실 창문의 커튼을 책상 위에 올라가서 달아주는 부모님의 감성 그걸 지켜보는 선생님의 감성, 그리고 뭔가를 적는 아이들의 감성, 그러니까 그 시대의 사람을 고증하고 싶었어요. 물건보다는 사람. 그다음에 고증한 것이 인물이 걸친 모든 것이었어요. 액세서리, 눈썹 모양, 말투. 인물이 닿는 모든 것이요. 심지어 먹는 밥까지도요. 왜냐하면 밥이 따뜻한지 차가운지에 따라서 연기가 다르기 때문에 배우와 인물에 굉장히 많은 공을 들였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전달이 잘 된 것 같아요.


김영우 : 그런 부분들이 전달이 잘 된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셨으니까. 질문 있으신 분 계실까요?

관객 4 : 감사합니다. 저는 민규 역할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저는 저희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말을 한 적도 없고 그런 표현을 절대 못하거든요. 영화 속에서 비현실적이라고 느낀 게 하나 있는데요. 엄마의 하소연을 들으면서 엄마는 다른 엄마 아빠에 비해서 대단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장면이었거든요. 저의 입장에서는 공감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촬영하시면서 민규에 대해서 어떤 영향을 받으셨고 어떤 감정을 가지셨는지 두 분께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이지은 : 혹시 민규 오빠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 있을까요? 뭔가 생각나는 에피소드라든가.

문승아 : 에피소드라기보다는요. 저 오빠를 처음에 딱 봤을 때 소지섭을 닮은 거예요. 약간 그런 느낌이 있지 않나요? 커갈수록 더 잘 잘생겨지는 것 같아요. (웃음) 근데 저런 민규라는 캐릭터가 현실에는 없을 것 같지만 있긴 있어요. 남자친구들 중에서도 약간 눈치가 빨라서 예쁨 받을 줄 아는 그런 부류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비현실적이라기보다는 있긴 있는데 드문 것 같아요. 아무튼 저 오빠 소지섭 닮았습니다. (웃음)

 

이지은 : 아마 저희 영화가 명은의 시점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우리는 명은이의 언덕을 봤지만 사실 민규도 민규만의 언덕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첫째라는 무게감이 있을 것이고, 엄마가 자기에게만 비밀 얘기를 하고 날 의지하고 있다는 첫째의 부담감, 그리고 명은이는 막 쏟아낼 수 있지만 차마 자기는 쏟아낼 수 없는 연대감 같은 것도 있을 거예요.

김영우 : 저는 영화에서 제일 많이 놀라면서도 재미있게 본 캐릭터가 있어요. 노래 부를까 그러면서 갑자기 춤추는 친구 있죠. 저는 그 캐릭터가 너무 이상한 거예요. (웃음) 그리고 너무 좋기도 하고. 어디에나 있죠. 교회에 가도 있지 않나요? 보고 진짜 놀랐어요.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닌 것 같아요.

 

문승아 : 그 친구는 첫 만남부터 갑자기 춤을 췄어요. 갑자기 떼구루루 구르는 거예요. 근데 막 잘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또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은. 이 친구가 4학년이었단 말이에요. 너무 좋을 때잖아요. 촬영장에서 이제 보조 출연 맡은 친구들이 즉흥 연기가 어렵다, 부담스럽다 하면 갑자기 냅다 춤을 춰서 현장 분위기를 풀어주곤 했거든요. 그래서 그 친구 분량도 많아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관객 5 : 처음에 영화 시작할 때 명은이가 선물을 되게 세심하게 고르잖아요. 그리고 선물 상자에 금색 리본을 붙일지 핑크색 리본을 붙일지 고민하다가 핑크색 리본을 고르잖아요. 어떤 측면에서 금색 리본은 선생님이 좀 더 물질적인 가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핑크색 리본은 감정적인 가치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결국 핑크색 리본을 고른 명은이가 자신이 생각한 선생님과는 좀 다른 면을 보게 되어서 운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문승아 : 저도 명은이처럼 운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새 학기 시작되는 날에 친구들보다 선생님이랑 먼저 친해지고 싶어 하는 학생이었거든요. 그냥 선생님한테 잘 보이고 싶었나 봐요. 그리고 저는 친구들이랑 얘기하는 것보다 선생님이랑 얘기하는 게 더 재밌어요. 근데 제가 체험학습을 간 사이에 저하고 제일 친하다고 생각한 선생님이 다른 아이랑 가까워졌다거나 아니면 평소에는 선생님이 저한테만 심부름을 자주 시켰는데, 제가 아닌 다른 친구한테 심부름을 시킬 때, 그런 날은 굉장히 속상해가지고 울기도 하고 그랬단 말이에요. 아마 질투심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핑크색 리본은 말씀하신 걸 듣고 보니까 맞는 것 같아요. 우리 선생님은 물질적인 것보다는 감정적인 마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거라는 마음에서 리본 색을 골랐던 것 같기도 해요. 또 한편으로는 선생님이 학기 초부터 핑크색 옷을 많이 입고 와서 그 색을 좋아하는 것 같아 핑크색 리본을 고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영우 : 영화에 대해서 할 말이 무궁무진하게 많이 남아 있고, 거짓말에 관련해서도 할 얘기가 있지만, 저희가 시간이 거의 다 돼서 아쉽지만 감독님과 배우님 인사 들으면서 마무리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지은 : 제가 항상 개봉할 때부터 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제가 이 영화를 만들었던 이유는요. 정말 강력한 동기가 하나 있었다면 가정환경조사서, 그 순간을 정말 잘 구현해 보고 싶었어요. 그 순간이 여전히 마음에 남았던 분들, 이제 삼사십 대가 된 명은이들, 그런 명은이들에게 그때를 정말 잘 구현내 줘서 너무 고맙고 그 마음을 잊지 않아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던 것 같아요. 명은이와는 다른 농도였을지라도 각자 우리는 자라오면서 어떤 환경 때문에 많은 것들이 마음에 베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관객분들에게 너만 그런 거 아니었어, 나도 그랬어라는 위로가 되고 싶었고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굉장히 소중한 것 같아요. 이렇게 일일이 눈을 마주치면서, 목소리를 들으면서 명은이들을 만나는 경험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거든요.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가시는 길에 굉장히 많은 수다를 떨면서 댁으로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승아 : 제가 GV를 다니면서 솔직함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영화를 찍을 때보다 오히려 GV를 다니면서 솔직함에 대해서 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생각보다 솔직하지 못했던 때가 굉장히 많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사회생활을 좀 일찍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고, 또래보다 좀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람들한테 제가 성숙하거나 멋있게 보이고 싶고, 또 생각하는 게 어른스럽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서 제가 느끼지 않은 걸 느꼈다고 하거나 제가 생각하는 바와 다르게 얘기를 하거나 좀 더 덧붙여서 얘기할 때가 굉장히 많았어요. 근데 최근에 GV를 하면서 좀 솔직한 말을 많이 하고, 제가 느낀 그대로를 표현하려고 하는데요. 오늘 그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앞으로 좀 더 솔직한 문승아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우 : 요즘 극장 상황이 좀 안 좋습니다. 기사가 많이 나서 다들 아시겠지만, 코로나 이전이었다면 더 많은 관객분들이 <비밀의 언덕>을 봐주셨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감독님과 우리 배우님 그리고 배급하시는 분들이 정말 애를 많이 쓰셔서 만 이천 명의 스코어를 향해가고 있는데요. 극장에서 상영이 끝나도 여러 플랫폼을 통해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테니까요. 영화 보시고 주변에 입소문 많이 내주시고 홍보 많이 해주세요. 우리 감독님과 배우님 힘내시라고 격려 박수 보내드리면서 오늘 시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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