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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정원>│이마리오 감독, 김진유ㆍ김준기ㆍ윤희경ㆍ조찬휘ㆍ최제헌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8. 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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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정원> 씨네토크

23.07.23

 

초청 : 이마리오 감독, 김진유·김준기·윤희경·조찬휘·최제헌

진행 : 정지혜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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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은 영화 평론가 정지혜입니다. 방금 상영을 마친 뒤에 관객분들께서 성대한 박수를 보내주신 것 같습니다. 감사드리고요. 오늘 씨네토크 부제가 강릉시 내 고향 GV’입니다. 오늘은 특별하게 영화 속 주인공인 언니들이 아닌 또 다른 주인공분들인 선생님이자 같이 영화를 만든 동료이자 지역에서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있는 영화인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먼저 감독님과 스태프분들, 선생님들 인사를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한 분 한 분 어떤 역할을 맡으셨는지와 인사 말씀 같이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마리오 : 저는 영화를 연출한 이마리오라고 합니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최제헌 : 안녕하세요. 최제헌이라고 하고요. 저는 언니들과 2020년도부터 다큐멘터리 수업을 같이 하면서 지금까지 선생님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방준극 : 안녕하세요. 방준극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 현장 녹음 진행했고요.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찬휘 : 저는 영화에서 촬영을 맡은 조찬휘이라고 합니다.

김준기 : 안녕하세요. 언니들하고 4~5년 전부터 사진 교육으로 만나게 됐고, 영화까지 출연한 김준기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진유 : 안녕하세요. 저는 김진유라고 하고요. 강릉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고, 2018년도부터 언니들이랑 인연을 맺고 <우리동네 우체부>라는 단편 영화를 같이 만들었습니다.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경 : 안녕하세요, 윤희경이라고 합니다. 영화에 출연도 하고 언니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지혜 : 사실 저도 고향이 강릉이고요. 그래서 신영극장과는 인연이 굉장히 깊고, 때때로 영화를 보러 이곳에 와서 관객분들도 만나 뵙고 하는데, 그러다보니 저에게도 오늘 이 자리가 좀 더 뜻깊게 느껴집니다. 사실 아까 제가 들어오기 전에 관객 스코어를 확인했는데요. 아마도 짐작하기에 <작은정원>의 최고 스코어를 강릉의 신영극장이 맡아주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사실 이마리오 감독님의 전작들을 좀 보신 분들이라면 감독님에게 굉장히 중요하고 아주 의미 있는 스코어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 일단 감독님 소외는 어떠신가요?

 

이마리오 : 극장 개봉은 <작은정원>이 두 번째고요. 지난 작품보다 훨씬 더 많은 관객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기쁘기도 하고요. 요즘 극장에 가서 영화를 잘 안 보는 시대이긴 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분들이 계시고, 씨네토크까지 하게 돼서 굉장히 기쁩니다. 한편으로는 신영극장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어서 좋기도 합니다.

정지혜 : 오늘 스태프분들이 같이 함께하시니까 영화가 어떻게 출발했는가를 좀 여쭤봐야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사진 작업으로 시작해서 극영화를 거쳐서 오늘 우리가 본 <작은정원>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완성이 되는 긴 여정이 있었는데요. 아마 이마리오 감독님 포함해서 다들 강릉 지역에서 거주하시면서 작업을 하시니까 오랫동안 서로 알고는 계셨겠지만 어떻게 이 작업의 씨앗이라고 해야 될까요? 출발이 어디서부터였을까요?

 

최제헌 : 대략의 연도기를 한번 읊어보자면요. 언니들이 2012년도에 마을 가꾸기 사업 이런 걸로 해서 작은 정원이라는 단체를 하나 만드셨고, 대문 밖을 나서는 활동을 시작하셨죠. 그쯤에 이제 다양한 분야의 예술 활동가들이 명주동에 들어가는 시점이었고, 2016년도부터 최승철 선생님이 언니들과 사진 수업을 시작하셨어요. 그때 사진 수업을 준기 선생님도 같이 진행했고요. 사진 수업이 계속 이어지다가 2019년도에는 언니들과 단편 영화 수업을 진행하였고 <우리 동네 우체부>를 찍게 되었어요. 다음 해, 2020년에는 저도 결합을 해서 다큐멘터리 워크숍을 했고, 언니들이 직접 촬영한 소스를 가지고 김진유 감독님이 편집한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완성했죠. 그런 과정에 이마리오 감독님이 항상 카메라를 들고 같이 계시면서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에 소속된 스태프들과 같이 언니들과 함께 더불어 더불어 지내고 있습니다.

 

정지혜 : 사진 수업을 같이 하셨으니까 김준기 선생님이 말씀해 주시면 어떨까요? 너무 긴 세월이어서 한마디로 압축하기는 어렵겠지만.

 

김준기 : 처음에 사진 교육하러 갔을 때는 언니들이 긴장도가 되게 높으셨어요. 마을재생사업으로 명주동이 많이 부흥되는 시기였고, 그러면서 외부에서 많은 사람들이 너무 한 번에 유입되니까 처음 보는 사람들에 대한 긴장도가 되게 높으셨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들은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도 어르신들하고 할머니랑도 살았고 나이 많은 여성분들을 우리가 뭐라고 불러야 되나 고민하다가, 동네에서 사투리로 언니라는 말을 옛날에 썼던 걸 들은 적이 있어서 언니라고 불러도 되냐고 그랬더니 너무 좋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런 호칭 덕에 언니들과 결합된 다른 외부의 팀들보다 더 깊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정말 궁금했어요. 감독님부터 모든 분들이 언니라고 호칭을 쓰시길래 어떤 연유가 있을까 했는데. 처음에 어색하진 않으셨어요? 익숙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처음 접해보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거든요.

 

윤희경 : 저는 언니가 없는데 그래서 언니라는 호칭 자체도 너무 낯설었어요. 할머니는 좀 더 그랬던 것 같고요. 막상 언니라고 했을 때 위화감도 없고 훨씬 더 가까워지는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진유 감독님이나 다른 분들은 괜찮으셨습니까?

 

김진유 : 사실 교육을 하다 보면 어르신이라는 표현을 하게 되고 이제 어르신이라는 표현보다는 더 친근감이 있는 언니라고 부르니까 수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호칭 때문에 더 수월한 것도 있었어요. 사진을 찍는 것도 그렇고 영화를 찍는 것도 어쨌든 자기를 표현해야 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가깝지 않으면 조금 더 솔직하게 얘기를 못하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코칭 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유해지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지혜 : 선생님들의 경우는 그렇지만 또 촬영 감독님이나 녹음 현장 녹음하시는 스태프분들은 관계 맺기가 좀 다른 방식이셨을 것 같아요. 그 부분은 어떠셨을까요?

 

조찬휘 : 처음에 제가 2019년도부터 촬영을 시작했었어요. 촬영을 시작할 때는 수업을 들으시는 분들과 대화를 많이 하거나 이런 경험이 많이 없어서 반년 정도는 어색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언니들이 수업 때마다 간식을 사 오시거나 맨날 뭐 옥수수나 감자를 쪄오시거나 뭘 계속 가져다주셨거든요. 잠깐 같이 먹으면서 얘기도 하다 보니까 정말 저희 할머니처럼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반년 딱 넘어가는 순간부터 유대감이 엄청 강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그냥 정말 친하게 지내게 됐고, 명주동에 다들 사시니까 길을 지나가면 자주 뵙게 되는데 그때마다 엄청 살갑게 맞이해 주셨어요. 언니들과 그런 관계가 돼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방준극 : 저는 주로 현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서 있는데 말을 못 하잖아요. 제가 말을 하면 제 목소리가 녹음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언니들하고 처음에는 대화를 많이 못 했고. 간식 챙겨주시면 마이크 세워두고 가서 잠깐 대화하는 정도였는데 <우리동네 우체부> 작품 찍을 때 그때부터 언니들하고 대화를 많이 하고, 그리고 춘희 언니랑 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때 이후로 언니들하고 관계가 좀 쌓이고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정지혜 : 회식이 역시 중요하군요. (웃음) 극영화 작업을 먼저 시도하셨던 이유가 <작은정원>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은 되기는 하는데요. 다큐멘터리 작업은 어찌 보면 나의 이야기를 전면화해야 된다는 점에서 좀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극영화를 먼저 좀 교육을 시작하신 걸까 궁금했고요. 어떻게 시나리오 작업부터 진행을 하셨을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진유 : 이미 최승철 선생님께서 사진 수업을 통해서 언니들이랑 유대가 굉장히 깊었고, 언니들과 이번에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그래서 수업을 하게 됐어요. 그때 언니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물어봤어요. 그리고 언니들이 직접 촬영 장비를 만지도록 하려고 연습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완성된 영화는 우체부가 동네를 돌아다니는 이야기지만 그때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춘희 언니가 교주로 등장하거나 무당의 역할처럼 캐릭터가 센 이야기들도 있었거든요. 근데 그런 이야기들보다는 조금 더 가볍고, 언니들이 전체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그렇게 시나리오를 정리해서 만들었어요. 저희의 목표는 언니들이 직접 영화를 계속 만들어가고, 그리고 본인들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고 나서 다큐멘터리 수업을 진행할 때 언니들이 본인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정말 과감히 보여주셨기 때문에 아마 극영화에 대한 경험이 적지 않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지혜 : 혹시 관련해서 조금 더 말씀을 여쭤볼 수 있을까요?

 

최제헌 : 이제 극영화를 제작하는 경험을 하시고 난 뒤에 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레드카펫을 밟으시고 언니들의 흥분도와 설렘도가 아마 최고조로 달하셨던 것 같아요. 그 무렵에 제가 합류를 하게 되었고요. 동네에서 자주 뵙고 원래 알던 사이기는 했어요. 저는 미술 작업을 베이스로 하는 예술가죠. 여기 영화인들과는 조금 다르게. 그리고 유일하게 여성이어서, 남자 선생님들과 함께 하시다가 새로운 여자 선생님이 등장을 하니까 저의 역할은 언니들 사이에 말을 덧붙이고 그 이야기를 좀 더 끌어내는 역할을 맡았어요. 그리고 지금은 언니들이 방학 기간인데요. 매주 만나서 수업을 했어요. 그게 8년 차가 됐고요. 매주 만나고 숙제를 하는 과정에서 레드카펫을 다시 밟는 영광의 사건을 다시 누리기 위해서 언니들이 다 같이 힘을 모아서 숙제를 열심히 하시는 거죠. 다시 영화를 만들고 또 영화제에 가고 그게 언니들한테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저희와 함께 자기를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솔직히 뭐 다큐멘터리가 뭔지 모르시지만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흥분 상태가 지속되니까 부끄럽지만 자신을 찍어오고 그게 극장에 걸리게 된 거죠. 언니들도 이제는 마냥 설렘과 흥분으로만 받아들이기보다 이 상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극장 개봉을 했지만 자식들에게 연락도 못하고. (웃음) 오늘도 언니들이 인터뷰를 하나 하셨는데, 그걸 지켜보고 있으면 저는 계속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심정이에요.


정지혜 : 그러니까요. 이제는 언니들이 전국구 배우님들이 되셨는데. 이마리오 감독님은 장편 다큐멘터리라는 형태로 만들어 보겠다는 결심을 하신 거잖아요. 지역에서 계속 같이 협업하시고 또 이 현장의 상황도 다 같이 겪고 계셨지만 작업을 이어가는 문제는 좀 다르셨을 것 같아요. 어떤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이마리오 : 2016년부터 언니들이 수업하는 과정을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요. 사진 수업을 하면서 언니들이 변화해가는 모습들이 굉장히 보기 좋았고, 그때 느꼈던 감정은 언니들이 굉장히 부러웠어요. 나이를 먹어도 저렇게 삶을 살 수 있구나라는 게 좀 새롭게 보였고 이거를 영화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얘기를 최승철 선생님이랑 했었어요. 최승철 선생님도 잠깐 욕심내서 자기도 한번 해보겠다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웃음) 그러다가 2019년도에 마침 언니들하고 영화를 만드는 수업을 하겠다고 정해지고 나서 지금 순간부터 기록을 하면 뭔가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촬영을 시작하게 됐어요. 최승철 선생님도 영화를 만들고 촬영을 하는 분이라서 같이 참여하려고 했으나 수업을 진행해야 되니까 본인은 등장인물로 출연하고 촬영은 여기에 있는 조찬휘 촬영 감독과 함께 진행하게 됐습니다.


정지혜 : 감독님이 아까 개봉하셨다는 전작 <더 블랙>은 오늘 영화와는 굉장히 다른 결이거든요. 같은 감독님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요. (웃음) 감독님의 전작을 보신 분들이라면 굉장히 낯설기도 할 것 같습니다. 감독님에게 어떤 변화가 있으셨던 건가 아니면 지역에서 뭔가 느끼신 바가 있으셨던 것 같은데요. 아까 나이 드는 것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해 주시기도 하셨고요.

 

이마리오 : 변화하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 이유인 것 같아요. 2009년도에 영상미디어센터 설립하는 것 때문에 강릉이라는 지역에 와서 저도 물론 동해 출신이긴 하지만, 센터 일을 같이 하고 지역에서 이런저런 활동들을 여기 있는 분들이랑 이것저것 진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 걸 하면서 지역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경험치가 많이 쌓였던 것 같고요. 그다음에 특히 이번 작업은 지난번 언니들하고 같이 참여한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도 말씀드렸었는데 언니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제가 숟가락만 얹은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야기의 스토리는 사실은 수업하시는 선생님들 이런 분들이 다 짜서 가는 거고 저희 촬영팀은 그걸 잘 담기만 하면 이야기가 되는 거였죠. 언니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도 마찬가지죠. 그러니까 그걸 우리가 찍었으면 그런 느낌은 죽었다 깨도 안 나오는 거죠. 언니들이 자기 이야기를 자기 스마트폰으로 그냥 알아서 다 찍었던 거고, 그것들을 저희가 만든 작품 안에 가져와서 순서만 바꿔서 집어넣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운이 좋은 작업의 방식이었던 거죠. 그리고 앞으로 과연 이런 작업을 또 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저한테도 굉장히 좋은 작업 경험이면서도 몸에 힘을 많이 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제가 수영 배울 때 그랬거든요. 수영을 못 했어요. 동해 출신인데, 30살까지 수영을 못 해서, 안 되겠다 싶어서 수영을 배웠어요. 몸에 힘이 빠지는 게 1년 반이나 걸렸어요. 물에 대한 공포도 있어서 더 오래 걸렸죠. 다큐멘터리 작업하면서, 몸에 힘을 뺀다는 게 뭔지 20년이 지나니까 겨우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서 그런 경험이 저한테는 굉장히 좋았습니다.

 

정지혜 : 사실 지역에서 영화 만들기라는 거는 영화인들에게는 약간 숙제이기도 하고,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주제이기도 하잖아요. 시스템의 많은 부분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사람도 필요하고, 자본도 필요하고, 장비도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에서 영화를 만드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계속하실 것 같아요. 감독님 말씀 들어보니까 오늘 자리하신 분들이 여기서 작업을 계속 해오셨다고 들었어요. 그런 선택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고, 여러 우여곡절도 있을 것 같거든요. 그런 경험들을 조금 들려주시면 어떨까요?

 

김진유 : 지역에서 영화를 만든다라는 게 사실 말은 쉽잖아요.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면 되는데 왜 뭐가 힘드냐?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데. 시스템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물론 맞지만 지역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의미가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하고 하거든요. <작은정원>은 어쨌든 강릉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렇게 신영극장에서 영화를 같이 볼 수도 있고, 그런 게 지역 영화의 힘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제가 2018년도에 <나는 보리>라는 영화를 만들었을 때 주문진에서 영화를 만들었고, 그 영화가 개봉을 할 때 신영극장에서 3일간 <나는 보리>만 틀어줬어요. 그 힘으로 일만 관객까지 갈 수 있었고, 다음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마음을 가졌고요. 그리고 지역 영화인들이 지역에서 버티고 있고, 지역에 남아 있지 않았다면 지역 영화는 안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아마 그런 상황이었다면 <작은정원>도 안 만들어졌을 것 같아요. 사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 영화인들이 버티고 있는 거거든요. 각자의 마음들이 무겁기도 하면서 재밌지도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웃음)

 

윤희경 : 그러니까 되게 어렵기도 한 것 같아요. 언니들이 영화를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 사실 저 또한 영화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저한테도 거의 없었거든요. 영화를 만들 당시에 언니들이 당연히 체력적으로나 정보적으로나 더딘 상황에 처할 때마다 많이 지쳤던 모습을 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까 언니들이 그런 지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책임감이었던 것 같아요. 책임감이 한 편의 영화를 매듭지을 수 있는 그런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정지혜 : , 책임감과 체력이 아주 중요하죠. 감사합니다. 혹시 또 선생님 말씀에 덧붙일 분 계실까요?


이마리오 : 영화는 아니지만 지역에서 미술 작업을 하고 있는 최제헌 작가 같은 경우에는 저희들하고 알고 지낸 지 거의 10년이 넘어가는데요. 영화는 사람들이 떼로 모여가지고 뭔가를 하는데 대부분의 미술 작업은 주로 혼자서 하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 면에서 지역에서 미술 작업을 하시는 최제헌 작가님의 경험도 좀 얘기해 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사실 영화만큼 어쩌면 영화보다 더 어려울 수 있거든요.


최제헌 : 저는 동네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여기 명주동에 와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재작년에 책을 쓸 때도 그랬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미디어든 뭐든 세대가 단절되고 외롭고 소외된 분들이 많으신데 예술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되게 소외됐지만 한편으로 많이 베푸는 사람들인 거예요. 그래서 소외된 사람들이 만나갖고 너무 행복한 거예요. 그러면서 뭔가 자기들 얘기를 막 하고 그 얘기들로 뭔가를 만들어내요. 그걸 표현하면서 서로 희열을 느껴요. 언니들뿐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사회 구성원인 것 같다는 생각이 저는 솔직히 들었거든요. 혼자 작업실에 있기도 하고 아니면 작업을 하면서 관객들과 만나기도 하지만 내가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뭔가 시스템이든 개인이든 어려움이 있지만 같이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언니들도 일곱 분이라서 진짜 단단히 뭉쳐서 뭔가를 해내시거든요.

 

정지혜 : 김준기 선생님은 지역에서 동료분들과 작업하시는 것이 어떠셨어요?

김준기 : 사실 처음 영화 찍었을 때가 벌써 한 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그때 영화를 알려주셨었던 선생님이 이마리오 감독님이세요. 그때 미디어의 순기능이라든가 제작자로서의 책임감에 대한 부분이나 지역 안에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촬영을 해야 되는지를 말로 설명해 주시진 않았지만 현장에 던져놓으면서 그런 것들을 되게 체화할 수 있게 해 주셨던 것 같아요. 저는 지역에서 살고 있지만 사실 타지 경험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타지에서 사는 게 어떤 힘든 점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 동네가 저한테 되게 잘 맞는 사람이어서 어디가 더 힘든가 그런 걸 크게 더 못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웃음)

 

정지혜 : 방준극 녹음 기사님은 이따가 서울에 촬영 때문에 가셔야 된다고 했는데, 지역에서 영화하시는 많은 분들이 서울로 가서 조금 돈을 벌고 또 지역에 와서 생활하면서 또 다른 작업을 이어나가시는 것 같아요. 아까 얘기하실 때는 그런 삶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방준극 : 지금은 서울에서 드라마를 촬영 중인데요. 지역을 떠나서 타지 생활을 하는 게 처음이에요. 29년 동안 강릉에서만 살다가 서울로 이사를 가면서 굉장히 새로운 것들을 많이 겪고 있고요. 처음에 영화를 시작할 때는 아는 사람들이거나 관계가 있는 사람들하고만 했는데, 지금은 모르는 사람들과 작업하다 보니까 감정도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강릉에 다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되게 많은 것 같아요.

 

정지혜 : 혹시 질문이나 영화 보신 감상의 평 나눠주실 분 계시나요?

 

관객 1 : 먼저 우리 어머님 세대의 진솔한 삶을 전혀 꾸밈없이 저희가 볼 수 있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사실 제가 독립 영화를 관람하는 게 처음이에요. 보면 볼수록 이 영화 속에 몰입되더라고요. 너무 잘 봤습니다. 하나만 여쭤볼게요. 지역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혹시 지역사회에서 독립 영화와 관련된 지원들이 좀 있는지 그게 좀 궁금합니다.

 

김진유 : 일단 지역에서 독립 영화에 대한 오해들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강릉시영상 미디어센터에서는 독립영화 제작지원이라는 표현 대신 지역영화 제작지원으로 바꿔서 지원을 하고 있고요. 용어만 바뀌었을 뿐인데 지자체에서도 지원해 줄 명분이 생긴 거죠. 강릉국제영화제에서 진행하던 제작 지원 사업이 강릉국제영화제가 없어지면서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진행하게 됐어요. 그리고 지역영화 생태계를 위해서 지역영화 아카데미라는 걸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충분한 예산도 아니고요. 충분한 예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필요하기 때문에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정말 그냥 객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서울에서 영화를 만드는 환경을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강릉에서 영화를 만드는 기반은 사실 없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이들의 열정으로 지역에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고, 또 그 영화들이 충분한 성과를 내고 있고 거기에 힘입어서 지자체가 움직여서 지원 정책을 펼쳐주면 더 행복할 것 같아요. 또 그게 지역을 살리는 길이라고도 생각을 하거든요. 지역의 청년들이 있어야 동네도 분위기도 좋고 하잖아요. 그런 맥락으로 좀 바라보셨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은 게 좀 아쉬운 거죠. 그런 상황입니다.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이마리오 : 방금 김진유 감독이 말한 것에 보충해서 말씀을 드리면 사실은 사람을 좀 중심에 놓고 보셨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좋은 장비가 있고 혹은 좋은 시설들이 있으면 좋지만 그전에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사람들이 계속 지역을 떠나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건 영화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가 다 그런 것 같고요. 그러면 지역에 있는 젊은 영화인들이 떠나지 않고 지역에 남아서 계속 작업을 할 수 있게 어떻게 만들어줄 거냐 이런 관점에서 좀 봐주시면 훨씬 더 좋을 것 같아요. 당연히 떠나겠지만 갔다가 지역으로 돌아오겠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쌓이는 데 시간도 좀 필요하고 10, 20년 길게 보고 지원정책이 생기면 지역에 창작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질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지역 영화인들이 작업하기에 조금 더 좋은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지혜 : 저는 이 작업이 말씀하신 것처럼 굉장히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사람들 간의 관계가 정말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영화에서는 언니들이 졸업을 하셨지만 이후에도 꼭 영화 만들기가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지 작업은 계속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다른 형태의 커뮤니티 활동이 계속될 것 같은데, 그럴 때 좀 고민하시는 부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다음 교육 내용이라든지 관계를 계속 어떻게 건강하게 잘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드실 것 같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좀 궁금한데요.

 

최제헌 : 이제는 언니들이 <작은정원>으로 배급과 언론 시사회와 관객과의 대화까지를 경험하시게 된 거예요. 그 과정에서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고 남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몸으로 조금 더 흡수를 하신 거죠. 그러다 보니 다음 작업에 대한 열정이 굉장히 올라가신 상태고요. 그리고 정확하게 다음 작업도 영화라고 말씀하세요. 지금은 방학이고 2학기 수업을 어떻게 진행할지 약간의 계획이 있었는데 언니들이 영화가 아니면 재미가 없는 거예요. 고민은 영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보다는 서로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진 거죠. 언니들이 표현의 의지가 굉장히 높아졌고, 자기 얘기를 드러내놓고 하고 받아들이고 이 과정은 사실 인간 삶에 있어서 굉장한 변화고 엄청난 거잖아요. 그래서 언니들의 활약이 정말 기대가 되기도 하고요. 언니들의 삶도 기대가 돼요. 마리오 쌤이 <작은정원> 2탄이라는 걸로 언니들을 자꾸 부추기시는 것 같기도 해요. (웃음)


이마리오 : 관객과의 대화 때 꼭 그런 질문이 나와요. 다음 작업을 또 하시냐 혹은 할아버지는 안 찍으시냐. 춘희 언니가 언론 시사회 끝나고 나서 그런 얘기를 하셨어요.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을 슬쩍 내비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혹시라도 <작은정원> 2탄이 나오면 이번에는 언니들이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적극적으로 언니들한테 권유하고 있습니다.

 

정지혜 : 이 영화가 노년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지점도 굉장히 많고 특히 여성 서사이기도 하고 나이 들어가는 여성, 예술 활동을 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로도 읽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이후에 관객분들이 한 번 더 생각해 주시면 어떨까 싶고요. 이제 마무리 인사를 희경 선생님부터 부탁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시죠? 못다 한 이야기가 있으시면 같이 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윤희경 : 사실 저는 작은 정원언니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할머니라는 존재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식이 되게 강했거든요. 근데 언니들을 만나고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할머니라는 존재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내 주변에도 이렇게 정말 귀여운 할머니가 있을 수가 있구나, 나한테도 이런 경우가 있구나. 그래서 저한테 너무너무 소중한 경험이었고, 아직도 언니들 보면 너무 행복하고요. 굳이 길 건너 멀리 계셔도 큰소리로 인사드리기도 해요. 그래서 이 영화가 그만큼 굉장히 소중하고 울림이 가득한 영화니까요. 오늘 영화 보시고 돌아가시는 길에 다른 분들한테도 많이 많이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김진유 :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화인들을 위하시는 마음이 있으시다면 일단 첫 번째는 신영극장에 많이 와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그리고 또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적협동조합 인디하우스나 세손가락 협동조합을 찾아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작은정원>은 어쨌든 많은 분들한테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강릉이잖아요. (웃음) 우리 식구들이 만든 거 보여준다고 생각하시고 추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준기 : 늙어가는 것이나 어떻게 나이를 들어야 되는지 그런 고민들은 누구나 계속 안고 살아가야 되잖아요. 그래서 나는 스스로 어떻게 늙어가고 싶을까 이런 것들을 다 같이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영화 많이 소개해 주고 함께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찬휘 : <작은정원>을 촬영한 것 자체가 저에게 꽤나 큰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지금 저도 할머니 얘기로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이렇게 조금 조금씩 영향을 주면서 지역에서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계속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김진유 감독님과 이마리오 감독님이 계속 지역에 남아서 자리를 잡고 도움을 주니까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는 데 가장 큰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늘 영화 보시고 주변에도 많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방준극 : 언니들과 매주 월요일 오전에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그때 촬영하러 가는 길이 생각해 보니까 되게 행복했더라고요. 영화를 보니까 그때 생각이 나서 좋았고요. 저희 부모님 모시고 같이 보여드리고 홍보도 부탁드렸어요. 영화를 영화관에서 함께 봤을 때 즐거움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또 한 번 <작은정원>을 보러 신영에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끝까지 자리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제헌 : 어떻게 보면 저한테 <작은정원>은 관계를 맺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서 여기 계신 영화인 분들에게 응원을 드리는 말을 해드리고 싶어요. 이제 작업을 마치셨고,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이마리오 감독님과 여기에 있는 다른 선생님들의 다음 작업도 응원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마리오 : 오늘 날씨도 덥고 습한데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4년 혹은 5년 정도의 시간 동안 같이 작업을 해오고, 같이 수업을 진행해 주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작은정원>이라는 영화가 완성되고, 이렇게 관객분들까지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같이 작업을 해주고 거기에 출연해 주고 이렇게 저렇게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에서 작업하는 분들한테 감사의 인사를 이 자리를 빌려서 대신 드리고요. 신영극장이 몇 년 전에 1년 반 정도 문을 닫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럴 때 아쉽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자주 오지는 않는데. (웃음) 막상 신영극장이 없어지니까 영화 볼 데가 없는 거예요. 특히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는 멀티플렉스에서는 잘 안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 신영극장이 진짜 소중했구나를 저도 많이 깨달아서 재개관 이후에 되도록 극장에 열심히 오려고 노력을 하는 편인데 잘 안되긴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좋은 영화들이 신영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으니까 다양한 영화를 많이 봐주시고 응원을 해주시면 지역에서 작업하는 영화인들한테도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지혜 : 오늘 긴 시간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요. 저도 영화하는 동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업을 하는 창작자분들의 이야기를 좀 같이 나눈 것 같고 또 관객분들께서 굉장히 집중하는 게 고스란히 좀 느껴져서 <작은정원>도 그렇지만 오늘 이 공간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눈 그런 시간이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영에서 또다시 뵐 수 있기를 바라겠고요. 그럼 이렇게 마무리를 해볼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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