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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터로이드 시티> 리뷰 : 잠들지 않으면 깨어날 수 없어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7. 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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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스터로이드 시티>

잠들지 않으면 깨어날 수 없어

 

 영화 속의 영화,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말이다. <애스터로이드 시티>는 액자식 구성으로 꾸며 1955년 사막 위의 애스터로이드 시티와 그 도시 안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의 모습을 동시에 담았다. 이 장치로 하여금 관객들은 애스터로이드 시티 안의 이야기를 1, 2, 3막으로 나뉘어 시간 전개를 쉽게 파악함과 동시에 그들의 이야기를 완전히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감독은 연극 내부이자 상상 속 세계를 색깔이 다양하고 큰 화면으로 꾸몄지만, 실제 세계를 좁은 흑백 화면으로 표현해 오히려 연극 바깥이 더 연극처럼 보인다. 우리는 과연 이 복잡한 이야기 속에서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감독 웨스 앤더슨은 강박적인 연출 방식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독특한 세계관, 그리고 컬러풀한 색감으로 다른 영화들과 크게 차별점을 두어 그만의 장르를 만들어낸 것으로 이름을 날렸다. <애스터로이드 시티> 역시 다르지 않다. 오히려 액자식 구성으로 인해 그의 연출 방식이 더욱 빛을 발한다.

 

 이야기는 연극 내부와 외부를 번갈아 가며 비춰준다. 연극 밖에서는 극작가 콘래드 어프(에드워드 노턴)과 연극의 비하인드 얘기를, 연극 안에서는 소행성을 관찰하기 위해 애스터로이드 시티로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두 배경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무대 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나오면 배우는 연극을 벗어나 직접 작가에게 숨겨진 메타포가 뭔지 물어보고, 배우들을 섭외하는 장면이나 작가가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의 이야기도 연극이 이어지는 중간중간 배치하여 분위기를 전환한다.

 

 연극에 나오는 배우들은 저마다 '상실'한 무언가가 있다. 종군 기자 오기 스틴벡(제이슨 슈왈츠먼)은 아내를 잃었고, 그의 첫아들 우드로(제이크 리안)과 세 자매는 어머니를 잃었다. 영화배우 밋지 캠벨(스칼렛 조한슨)은 연기적으로는 호평을 받으나 남편과의 불화를 겪는 등 제각기 외로움을 가지고 애스터로이드 시티로 모였다. 이들의 서사는 드러나는 부분이 많지 않고 짤막한 수준에 가깝지만 그것을 연기하는 각 배우의 연기력이 매우 안정적으로 빈 곳을 메꾼다. 그들의 표정과 목소리, 몸짓만으로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을 한 데 모으는 것은 황당하게도 '외계인'이다.

 

 소행성의 날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행성 궤도 관측식을 하던 도중 외계인이 나타나 소행성을 훔쳐 사라진다. 외계인은 굉장히 조심스럽게 살살 눈치를 보며 가져갔지만, 국가는 외계 생명체가 나타난 애스터로이드 시티를 봉쇄하고 행사를 보러 온 사람들은 오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청소년들은 이 사실을 외부에 알렸고, 외부에서 수많은 관심이 몰려 사람들이 보러 온 때를 거쳐 봉쇄가 해제되자 사람들은 그제야 집으로 돌아간다.

 

 웨스 앤더슨 감독은 영화를 통해 무엇을 알려주고 싶었을까. 필자는 "잠들지 않으면 깨어날 수 없어"라는 대사가 이를 설명한다고 생각했다.

 

 상실을 느끼고 빈 곳이 생기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새로운 인연이 이어지고 또 다른 시작이 피어난다. 통제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게 되고, 대사를 하다 보면 어떤 연기를 해야 할지 감이 온다. 하지만 연극은 단순히 그것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왜 버너에 손을 데여야 하는지 모르는 역이라도, 장인어른과 여전히 사이가 좋지만은 않아도 삶은 계속 이어지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답을 찾기도 한다.

 

 영화는 활짝 열린 결말로 끝을 낸다. 서로 호감을 느끼던 밋지와 오기는 밋지가 사서함 주소만을 남긴 채 홀연히 떠났고, 오기와 아이들은 외할아버지(톰 행크스)와 함께 떠나지만, 그들이 어떻게 살아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괜찮다. 그들은 이미 잠들었다 깨어난 사람들이니까.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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