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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 리뷰 : 반짝이는 별과 같은 음악을 선물한 거장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7. 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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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니오 : 더 마에스트로> 

반짝이는 별과 같은 음악을 선물한 거장

 

 단 10초만에 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 바로 그의 음악이 그렇다. 그의 어떤 영화음악을 떠올려도 그렇다. <미션>의 가브리엘의 오보에가 그렇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속 데보라의 테마와 <시네마 천국>의 메인 테마 모두 도입부만 들어도 아름다운 그 선율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에겐 이렇게 매혹적인 음악이 셀 수도 없이 많다. 그의 손끝에서 나온 숱한 음악들은 마치 영화의 장면들과 태생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어우러지니 이 음악들 없이는 영화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영화마다 딱 들어맞으면서 영화 전체를 좀 더 완벽하게 만드는 음악을 마치 고치에서 실을 뽑듯 끝도 없이 만들어낸 엔니오 모리꼬네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 누구든 한 번쯤은 궁금할 만한 일이다.

 

 오랜 세월 엔니오 모리꼬네와 함께 영화를 만들었던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그의 삶과 예술을 기리며 만든 이 영화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영화감독, 배우, 음악가 등 그와 함께 했던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들이 각자의 언어로 정의하는 엔니오의 면모를 담아낸다. 물론, 심드렁한 평을 내놓는 몇몇 평론가들의 한 줄 평처럼 여느 위인의 평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언제나 열정이 넘쳤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자신만의 확고한 영화음악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선사한 그에게 이렇게 예를 갖춰 찬사를 보내는 영화 하나쯤은 있어 마땅하지 않을까. 게다가 놀랍게도 159분의 결코 짧지 않은 이 위인전은 상영시간 내내 흥미진진하게 이어지다가 끝내 마음에 감동의 파장까지 전한다.

 

 많이 알려진 것처럼 그는 생계를 위해 음악을 시작했다. 원래 의사가 꿈이었는데 아버지에 의해 트럼펫을 배워야 했고, 정통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으나 영화음악 편곡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것에 굴욕을 느꼈고, 스승과 클래식 음악계로부터 영화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받아야만 했던 편견과 무시, 그리고 그로 인한 수치심과 자격지심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것들에 좌절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이전에 없었던 영화음악을 창조해 나갔다. 기존의 음악들을 적당히 편곡하여 사용하며 그저 영화의 작은 부속품처럼 취급되던 음악이 아닌, 오로지 하나의 영화만을 위한 유일한 음악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낸 그의 음악은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나아가 음악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창작물이 되었다.

 

 엔니오의 영화음악이 특별한 것은 그것이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표현하고 상황과 장면을 음악으로 구현한다는 점이다. 그는 음악을 통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그리고 보다 많은 것들을 담아내는 일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의 음악을 구성하는 악기와 소리 역시 남다른데, 예를 들어 그는 서부극에서 휘파람이나 채찍 소리를 사용한 것을 비롯해 어떠한 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악기들이 가진 본연의 매력을 부각시키는데 능했다. 사람의 음성도 즐겨 사용했는데 이는 토속적인 느낌과 종교적인 느낌의 곡 등에서 특히 큰 울림을 만들어냈다. 이 모든 것이 늘 음악 속에 살며 항상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그것을 과감하지만 적절하게 사용한 그의 창의성과 실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처럼 영화에서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 좀 더 알게 되면서 그의 음악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지고, 더불어 추억의 영화 장면과 함께 그의 음악들을 듣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시네마 천국>의 토토가 된다. 알프레도가 남겨준 키스신에 담긴 그의 마음에 눈물 그렁그렁한 미소를 짓던 그 흰머리 성성한 토토와 같이, 엔니오가 우리에게 선사한 밤하늘의 별들처럼 반짝이는 그 무수한 음악들이 모두 가슴속으로 쏟아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가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남긴 400여 편의 영화 및 드라마 음악, 100여 곡의 클래식 음악은 오늘도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음악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메트로놈처럼 영원히 멈출 것 같지 않던 그의 작품도 이젠 더 이상 새로 만들어지지는 않겠지만, 오늘도 후배 음악가들에 의해 새로 해석되고 새로 연주되며 계속 새로워지고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말처럼 언젠가는 그도 바흐나 베토벤과 같은 위대한 작곡가로 추앙 받을지 모를 일이다.

 

- 관객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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