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사랑하는 당신에게> 리뷰 : 우리만의 작별하는 방법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6. 7. 15:46

본문

<사랑하는 당신에게>

우리만의 작별하는 방법

 

 사랑하던 이가 한순간에 세상을 떠났다. 둘도 없는 금슬을 자랑하던 제르맹(프랑수와 베를레앙)과 리즈(도미니크 레몽)은 갑작스러운 리즈의 사망으로 헤어지게 된다. 노년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서로를 아끼고 사랑했기에 제르맹이 받은 충격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아들과 딸, 며느리와 손녀는 그를 보살피기 위해 달력 빼곡히 일정을 세우고 번갈아 가며 그를 들여다본다. 그러나 제르맹은 이 모든 것이 과하게만 느껴진다. 아직 멀쩡한데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늙고 노쇠한 사람으로 걱정하며 본인들의 품 안에만 두려는 것이 답답하다. 제르맹은 슬퍼 주저앉는 대신 리즈가 다니던 현대 무용단으로 찾아간다. 그에게는 리즈와 함께한 약속이 남아있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다른 로맨스 영화와 사뭇 다르다. 사람의 죽음을 조명하지도, 남겨진 사람의 슬픔을 부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 남은 사람이 떠난 이와 작별하는 과정을 그린다. 어느 한 감정을 부각하지 않으니 영화에는 다양한 것이 남는다. 기쁨과 웃음, 열정과 노력, 한 스푼의 그리움이 더해져 독특한 이별 영화가 완성되었다.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제르맹과 리즈의 편지다. 제르맹은 리즈와 처음 만난 직후 계속 편지를 써왔는데 그 방법이 참 낭만적이다. 서로의 나이에 맞춘 책 페이지에 편지를 넣어 상대가 해당 페이지를 찾아 펼치면 남겨진 편지를 읽을 수 있다. 제르맹이 25, 리스가 22살 때부터 이어져 온 펜팔이 일흔이 넘어 리즈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이어지는 것이 아름답고도 애달프다. 더불어 제르맹과 리즈는 서로 약속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한쪽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남은 사람이 상대가 마치지 못한 일을 대신 이뤄주는 것이었다. 제르맹은 리즈의 현대 무용극을 마무리 지어 주기 위해 현대 무용단을 찾는다. 무용단장 라 리보트와 단원들은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제르맹이 무용을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출발한다.

 

 걱정이 많은 다른 가족들이 알면 반대할 것으로 생각한 제르맹은 아무도 모르게, 몰래 연습을 다닌다. 산책하느라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했다, 묘지에 다녀왔다는 변명을 넘어 아예 전화선을 빼놓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가족들의 걱정과 우리만의 방법으로 작별하고 싶었던 제르맹의 마음이 충돌하여 벌어지는 일들은 코믹하게 다가와 관객들로부터 웃음을 자아낸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이 추격전으로 인해 영화는 한층 더 밝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여기에 제르맹이 떠안게 된 과외 학생까지 더해져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사랑하는 당신에게>는 사랑과 상실에 관해 다루고 있지만 결코 이를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듯 작별의 과정을 유쾌하고도 사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가족들도 결국은 제르맹을 이해하고 그의 공연에 참석하여 박수와 함성을 주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큰 싸움은 없다. 진실로 서로를 사랑하기에 제르맹과 가족들은 원만하게 해프닝을 끝낸다.

 

 이야기는 제르맹의 편지와 함께 끝이 난다. 제르맹은 재밌고 자신에게 신선함을 선물했던 무용단 생활이 끝난다는 걸 아쉬워한다. 이곳에 있는 동안만큼은 리즈와 함께 있는 느낌을 받고, 조명이 꺼지면 이제는 그를 정말로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이 난 후에도 제르맹이 걱정되지 않는다. 그에게는 많은 사랑을 주는 사람들이 곁에 남아있고, 새로운 인연들과 취미가 생겼으니까. 아름답고 유쾌한 작별 인사로 영화를 보고 일어난 자리에 밝은 웃음이 남았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