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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새ㅣ변성빈 감독, 해준 배우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6. 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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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새> 씨네토크

2023. 5. 20.

 

초청 : 변성빈 감독, 해준 배우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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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명현 :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진명현이라고 하고요. 옆에 변성빈 감독님과 해준 배우님 오셨습니다. 인사 부탁드립니다.

변성빈 : , 안녕하세요. 저는 공작새를 연출한 변성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강릉에서 뵙게 되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해준 : 안녕하세요. 신명 역을 맡은 해준입니다.

진명현 : 영화는 즐겁게 보셨습니까?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가 되고 이후에 국내와 해외 영화제들을 통해서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작품인데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개관 11주년 특별전으로 <공작새>가 개봉 전에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감독님, 지난해 가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에 국내 영화제들을 통해서 관객들을 만나고 계신데요. 어떤 반응들을 접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변성빈 : 올해 3월에는 영국에서, 4월에는 미국의 영화제에서 상영을 했었어요. 한국의 영화제에서 상영할 때는 관객분들이 영화를 진지하게 보시는 것 같았어요. 보시고 눈물이 났다고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근데 영국이나 미국의 관객들은 되게 많이 웃으시면서 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문화의 차이가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재밌게 봐주셨다는 그런 피드백들이 있어서 너무 감사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진명현 : 저는 작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해준 배우님이 아주 훌륭한 댄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시면서 관객들 앞에서 춤을 추신 게 인상에 많이 남아요. 엄청난 호응이 있었고, 그리고 상영 직후여서 한국 관객분들이 되게 많이 우셨더라고요. 특히 여성 관객분들이 많이 울다가 춤 보면서 소리 지르는 되게 이상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해준 배우는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개막작으로 영화가 선정되면서 주변에서 얘기도 많이 들으셨을 것 같아요. <공작새>에 대해서 또 해준 배우님의 연기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들을 들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해준 : 아무래도 이제 개막식은 큰 행사다 보니까 주변 분들도 많이 와주시고, 영화를 보시면서 위로를 받으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영화 보시고 어떠한 감정을 느꼈다고 얘기를 해줬을 때 저는 제일 보람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되게 기분이 좋았아요. 감독님이 유럽에 가셨을 때도 현지에서 영화 보시고 피드백을 저한테 주신 분들도 계셨었어요. 영화 자체가 너무 즐거웠고 그리고 너 진짜 춤 잘 춘다고 얘기해 줬어요. 그래서 감사합니다. 땡큐! (웃음)

 

진명현 : 이제 <공작새>가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개봉하게 되면 국내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많이 궁금하실 것 같은데, 오늘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의 소감이나 질문들을 들려주시면 감독님과 해준 배우님께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공작새>라는 영화는 정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들어있고, 여러 가지 색깔들도 들어있고. 여러 가지 감정들이 들어있는 아주 다채로운 공작새 같은 영화입니다. 아마 관객분들도 공작새라는 제목에 대해서 공감을 하실 것 같은데요. 감독님이 이 영화를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된 건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변성빈 감독님의 전작 단편이었죠. 그때도 두 분이 호흡을 맞췄고, <신의 딸은 춤을 춘다>가 워낙 국내외 영화제들에서 아주 주목받는 단편이었기 때문에 두 분의 장편을 기대한 분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공작새>의 프로젝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변성빈 : <신의 딸은 춤을 춘다> 팀원끼리 되게 친한데 술을 마시다가 좀 재밌는 장편을 해보자고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 사람들과 장편을 만들면 너무 재밌을 것 같았고, 좀 노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었죠. 그리고 해준 배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해준 배우의 장점이 가장 드러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이야기를 구성하게 됐어요. 그렇게 쓴 시나리오가 영화진흥위원회 제작지원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었고요. 사실 영화진흥위원회에 냈던 시나리오랑 지금의 <공작새> 시나리오는 핵심 줄기는 같은데 좀 이야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영화를 제작하는 현실적인 어떤 상황들 때문에. 근데 이 영화가 저의 첫 장편 영화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을 못 했어요. 그때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하다가 가장 솔직한 영화를 하고 싶다, 내 인생에 되게 중요한 순간들이 많이 담긴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었어요. 저라는 사람의 첫 장편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으면 좋겠지만 저 자신에게 의미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컸어요. 제가 어릴 때 굿을 쳤었거든요. 꽹과리를 쳤었고. 그 기억이 저한테는 너무 강렬하게 남아 있었어요. 그리고 대학에서 동아시아 철학을 전공했는데 제가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영화에 좀 녹이고 싶었고, 이런 맥락들을 종합하면서 굿과 농악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공작새>를 만들게 됐습니다.

 

진명현 : 어떻게 보면 <공작새>는 인간 변성빈의 집약체가 배우 해준을 만나서 나온 결과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실은 감독님이 가지고 있었던 세계관이 해준 배우의 세계관과는 다른 부분들도 있었을 테고, 그리고 <신의 딸을 춤을 춘다>20여 분 정도의 단편이잖아요. 이 작품은 2시간 가까운 장편으로 만들어져서 해준 배우가 타이틀 롤로 끌고 가는 게 물론 즐겁고 설레는 것도 있었겠지만 아주 큰 부담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혹시 그 술자리에도 같이 계셨어요?

 

해준 : 아니요. 제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들이 다 정해졌습니다. (웃음)

진명현 : 그러면 어떻게 신명 역할 수락을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해준 : 일단 변성빈 감독님은 제가 영화를 할 수 있게 시작을 열어주신 분이기 때문에 감독님 작품은 앞으로 또 어떻게 되든 간에 늘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그때 당시에도 감독님 작품이라고 하니까 당연히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뭐든 다 좋아요 할게요라고 했는데 나중에 이제 그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오 생각보다 크네요! 좀 놀랐었어요.

 

진명현 : 왜냐하면 2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해준 배우님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 되게 드물어요.

해준 : 없습니다. 그런 일은 없대요. 원래. (웃음) 아무리 단독 주인공이 영화를 끌고 간다고 해도. 저희 영화가 총 72씬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보통 다른 영화에서는 70씬은 나오더라도 2씬 정도는 등장하지 않는데 <공작새>에서는 단 한 씬도 제가 안 나오는 장면이 없더라고요. 모든 씬에 제가 다 나옵니다.

 

진명현 : 지금 화나신 건 아니죠? (웃음)

 

해준 : 아니에요. 너무 신기하고,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진명현 : 근데 감독님 사실 아직 해준 배우는 신인이라고 봐야 되잖아요. 이런 역할을 맡긴다는 거에는 감독님의 해준 배우에 대한 확실한 믿음 외에도 큰 결심도 있었어야 될 것 같거든요. 어떻게 해준 배우와 함께 <공작새>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어요?

변성빈 : 해준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할 때는 분명한 장단점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준 배우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영화에 담아내서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해준 배우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겠다 생각했기 때문에 한 번도 이 작품을 만들면서 캐스팅에 대해서 의심하거나 그런 건 없었습니다.

진명현 : <공작새>는 공간의 이동이 신기한 작품이에요. 아주 힙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태원의 클럽들에 있던 주인공이 농촌으로 냅다 달려가서 모든 게 불타버리면서 끝나는 아주 파격적인 영화라서 외국 관객분들이 재밌게 보셨을 것 같거든요. 농촌 풍경을 길게 담은 영화가 드물잖아요. 아마 워낭 소리 이후 처음이지 않았을까. (웃음) 한국 영화는 농촌이 잘 안 나오잖아요. 특히 독립 영화들은. 그러한 시도들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는데 농촌을 영화의 공간으로 전면적으로 사용하시면서 촬영하는 데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떠세요? 어떤 어려움을 여쭙는 거냐면 영화가 감각적으로 시작했는데 시골은 그런 감각적인 물성들을 활용하기 좀 어렵다고 판단할 수도 있잖아요. 어떻게 좀 해결을 하셨어요?

변성빈 : 저는 신명이 어울리지 않는 공간에 놓였을 때 발생하는 이질감으로 영화가 힙하게 보일 수 있고 매력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신명이라는 인물을 디자인하는 것에 집중을 많이 했어요. 신명이 서울에 있을 때는 블랙이나 누드 톤으로 옷을 많이 입고 호창으로 내려오면서 옷이 되게 컬러풀해지고 화장이 짙어지거든요. 저는 그 이유가 신명이 자신을 부정하는 공간에 놓였을 때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생존의 방식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신명이 굿을 치고 호창에서 자신의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발견할 때는 신명의 강렬한 화장과 머리의 컬이 되게 차분해져요. 그건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 신명의 모습인 거죠. 그런 디자인들을 통해 공간과 어울리지 않는 인물에게서 발생하는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진명현 : 영화에서 해준 배우님은 굉장히 연기를 오래 하신 기주봉 배우님, 황정민 배우님이나 독립영화계 프린스 김우겸 배우님 같은 분들과 단둘이 붙는 장면들이 되게 많이 나와요. 그리고 그런 장면들이 굉장히 인상적인데 그렇게 연령과 성별도 다르고 경험도 다른 배우분들과의 연기 경험은 어떠셨어요?

 

해준 : 영화 준비하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기는 했어요. 다른 것들은 크게 걱정은 안 됐어요.. 스태프분들만 믿고 가면 됐었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만을 위해서 달려오신 분들을 마주해야만 했을 때가 두려웠어요. 내가 연기를 대단히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현장에 모든 사람들에게 민폐를 정말 끼치고 싶지 않은 거예요. 이분들은 어쨌든 직업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데 여기에다가 실망감이나 어떤 걸 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진짜 엄청 고민을 많이 했었고 김유겸 배우가 옆에서 많이 도와주면서 용기를 많이 주기도 했어요. 감독님과 모든 스태프분들도 그냥 믿어주시는 게 계속 느껴졌어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도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자연스럽게 잘 나온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감독님이 편집을 기가 막히게 하셔서 저의 단점들이 많이 보완된 것 같아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명현 : 그러면 혹시 테이크를 가장 많이 간 게 어떤 장면이었어요?

 

해준 : 근데 저는 대사 하는 씬은 그렇게 테이크를 많이 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이제 춤을 추거나 굿을 치는 부분에서는 저 스스로가 좀 아쉬운 부분이 많아서 제가 테이크를 더 가자고 요구하는 건 몇 번 있었어요. 근데 대회가 끝나고 신명이 클럽에서 우는 씬은 테이크를 좀 많이 갔었던 것 같아요. 그 장면은 저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원하는 감정이나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 계속 갔어요.

 

진명현 : 그럼 감독님 이 작품은 러닝타임 순서대로 촬영이 진행된 건가요?

 

변성빈 : 아니요. 현실적인 여건에 맞춰서 찍었습니다.

 

진명현 : 마지막으로 촬영한 장면은 어떤 장면이었어요?

 

변성빈 : 마지막 장면은 엔딩에 굿 치는 장면이었어요.

진명현 : 그 장면은 에피소드를 좀 들어보고 싶은데요.


변성빈 : 그 씬 촬영할 때 너무 힘들었어요.

 

진명현 : 보는 사람도 그 장면은 촬영할 때 되게 힘들었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장면이에요.

 

변성빈 : 그 장면을 하루 만에 다 찍었어요. 왜냐하면 나무를 태워야 했고, 그리고 그 공간이 앞에 얕은 강이 흐르고 뒤에 벽이 있어서 해가 세시 이후면 지기 시작해서 어두워지는 거예요. 촬영하고 있는데 해는 지기 시작하고, 제일 중요한 씬이고 이 씬을 위해서 영화가 달려왔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정말 미친 듯이 찍었어요. 그래서 해준 얼굴 쇼트는 해가 거의 진 상태에서 찍고, 사실 마지막 씬을 제가 테이크를 많이 못 갔어요. 그 불타는 나무 앞에서 추는 춤을 솔직히 말해서 해준 배우랑 더 찍고 싶었는데 세 번밖에 갈 수가 없었어요. 그랬죠. 힘들었어요.

진명현 : 그래도 결과적으로 아주 인상적인 엔딩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상하게 영화 볼 때 저 장면은 애니메이션 같다는 생각도 좀 들었었어요. 러닝타임 동안 달려있던 아주 기묘한 모든 것들이 뒤엉켜서 폭발하는 장면이기도 해서 작품을 보신 분들은 그 엔딩을 좀처럼 잊기 어려우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분들과도 같이 좀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영화에 대한 소감을 전해주셔도 감사할 것 같고 아니면 감독님과 해준 배우님께 질문을 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관객 1 : 영화 굉장히 재밌게 봤고요. 저는 궁금했던 게 극 중에서 주인공을 받아들이지 않는 빌런으로 고모와 고모부가 등장하는데 결국은 그들이 주인공을 받아들이게 된 핵심적인 이유가 아들 문제로 비롯된 것이었잖아요. 이게 결과론적으로는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개인주의나 가족주의의 한계가 있지 않나 이런 생각도 좀 들었거든요. 감독님이 표현하시려고 했던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좀 궁금합니다.

 

변성빈 : 영화에서 신명은 고모나 고모부뿐만 아니라 덕길로 인해서도 상처를 받는데, 신명이 겪는 상처가 트랜스젠더이기 때문에 겪는 퀴어적인 시선이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이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덕길의 아버지이자 신명의 할아버지가 뜬쇠패였다는 설정으로 이 가족 안에 레이어를 만들었어요. 뜬쇠패는 실제로 조선 말기부터 굿을 치셨던 남성분들이었는데 굿 치는 것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서 동성한테 몸을 팔았다고 합니다. 그런 역사적인 것을 이 영화에 같이 녹이면서 사회적인 어젠다로 끌고 가기보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로 좀 풀고 싶었던 마음이 컸었어요. 그래서 영화가 개인주의나 가족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한계라기보다는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한 것 같아요.

 

진명현 : 변성빈 감독님이 <신의 딸을 춤을 춘다>를 통해서 되게 현대적인 이슈를 다뤘다면 <공작새>에서는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는 시도를 하셨잖아요. 그래서 오늘 <공작새>를 보면서 감독님이 본격적으로 정말 예전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영화로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혹시 감독님 그런 계획 같은 건 없으세요?

 

변성빈 : 너무 정확하게 말씀해 주신 게 사실 <신의 딸은 춤을 춘다>는 지금 현실의 어떤 어젠다를 끌고 온 이야기였어요. 제가 <공작새>에서 뜬쇠패 설정을 가져왔던 것은 꼭 뜬쇠패뿐만 아니라 조선이나 과거의 퀴어 역사를 보면 되게 흥미로운 것들이 많고 공부를 좀 많이 했었는데 너무 재밌는 게 많더라고요. 근데 그러면서 퀴어들이 지금 시대뿐만 아니라 과거 역사 안에서 어떻게 사회와 작용해 갔는지 그건 정말 계속해서 함께 고민해 보면 너무 재밌는 지점들이 많아서 해보고는 싶어요.

 

진명현 : <공작새> 잘 개봉하고 단편으로라도 한번 만들어주시면 감독님의 3부작까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힘드신 일이겠지만 해준 배우님과 함께 시도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질문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또 다른 질문 있으실까요? 혹시 생각나는 게 있으시면 편하게 손 들어주세요. 관객분들이 생각하실 동안 해준 배우님께 여쭤볼게요. 변성빈 감독님과 하고 있는 작업이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고 용기 있는 작업이기도 하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 씬 안에서 두 분의 그런 호흡이 주목을 받으면서 저는 조금 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왜냐하면 지금 퀴어를 가지고 만들어지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좀 로맨스물에 국한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두 분의 작업은 다른 결로 영역을 넓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혹시 해준 배우 님은 연기자로서 어떤 작품을 또 해보고 싶으신지 궁금하더라고요.

해준 : 안 그래도 최근에 그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거든요. 근데 <공작새>를 관객으로 보고 나면 뭔가 꿈꾸는 느낌을 좀 많이 받아요. 판타지적인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아니면 정말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의 역할을 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평범한 소시민이나 아르바이트생 혹은 다른 가정사가 있는 이런 사람들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사람들을 웃기는 것에 대해 욕심이 좀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약간 로맨스 코미디라든가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되게 웃긴 게 감독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하고 영화 작업을 할 때도 저한테는 그런 로맨스가 보이지가 않나 봐요. (웃음) 저의 여린 면을 어떤 감독님이 발견해 주셔서 로맨스 코미디를 좀 찍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진명현 : 그러면 감독님은 혹시 다음 작품은 어떤 걸 준비하고 계신지도 좀 궁금한데요.

변성빈 : 저는 사실 <공작새> 전부터 준비했었던 장편 시나리오가 있었고 그거 말고도 여러 편의 장편 시나리오를 쓰게 됐는데 장르가 되게 다양해요. 다 다른 장르인데, 그 안에서 공통점이 발견이 되더라고요. 자신의 선택이나 어떤 이유가 아니라 존재만으로 부정당하는 인물들이 성장하는 플롯을 제가 쓰고 있더라고요. 내가 이런 것들을 많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꼈고. 근데 그것이 <공작새>의 트랜스젠더라는 성소수자라는 존재처럼 꼭 그렇게 명명되고 규정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개인 개인마다 존재감을 부정당하는 어떤 요소들을 제가 계속해서 평소에 캐치하고 있었나 봐요. 그런 것들을 좀 다양한 장르 안에서 관객분들 만나려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진명현 : 춤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사실 무대에서 추는 춤을 프레임 안에 담아내는 건 전혀 다른 작업이고, 그 생동감이 완전히 전달되기는 또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해준 배우님의 유려한 춤사위를 화면 안에 어떻게 담아내는가도 <공작새>의 가장 큰 고민 중에 하나였을 것 같은데 모니터를 보면서도 해준 배우님이랑 되게 많이 이야기를 나누셨을 것 같거든요. 춤이 영화 속에 담기는 거에 대해서는 두 분이 어떤 대화들을 나누셨을지 좀 궁금해요.

 

해준 : 일단은 제가 추는 춤에 대해서 스태프와 감독님이 어느 정도 이해가 돼 있는 상태였고 거기에 대해서 공부도 많이 하셨어요. 그리고 화면에서 잘 보이는 안무와 공연적으로 봤을 때 잘 보이는 안무가 다르거든요. 안무를 짜는 과정에서 화면에서 더 임팩트가 큰 안무들을 준비하면 촬영 현장에서 도전하는 느낌으로 화면에 잘 담아내려고 노력하셨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점점 합이 맞춰진 느낌이 들어서 나쁘지 않게 잘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진명현 : 사실 훌륭한 댄서에게 꼭 이렇게 갖춰진 무대가 아니어도 모든 공간이 무대이긴 하겠지만 논바닥 같은 데서는 춤춰본 경험이 많이 없으셨을 거 아니에요. 그때는 어떤 걸 믿고 추신 거예요?

해준 : 근데 사실 그건 별로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저는 어디서든 다 춤을 추는 사람이에요. 거기가 공간도 예쁘고 바람도 좋았어요. 저는 분위기에 많이 휩싸이는 편이거든요. 저는 MBTIF 유형이기도 하고 굉장히 감정적이어서, 공간이 주는 무드가 좋으니까 되게 기분 좋게 춤을 췄었거든요. 춤추는 데가 고지대고 진짜 자칫 잘못해서 바로 떨어지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었는데 저는 잘 컨트롤 할 수 있어서 마음 편히 춤을 췄었거든요. 오히려 제가 너무 편안하게 날뛰니까 스태프분들이 많이 걱정했어요.

 

진명현 : 그러면 F 얘기 나온 김에 전체 MBTI는 어떻게 되십니까?

 

해준 : 저는 ENFP. 할 때마다 ENFP가 나와가지고 돈주고도 MBTI 검사를 했었는데 N이랑 P가 높게 나오더라고요.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저는 진짜 상상력과 즉흥력의 끝이라서.


진명현 : 그렇다면 ENFP 배우를 디렉팅 했던 변성빈 감독님의 MBTI는 뭡니까?

 

변성빈 : 저는 ENFJ입니다.

진명현 : , 한 끗 차이네요.

변성빈 : 굉장히 다릅니다. (웃음)

 

진명현 : 촬영 감독님과도 춤과 관련된 논의를 정말 많이 하셨을 것 같거든요. 어떻게 하면 춤을 제대로 담아낼까와 어떻게 하면 이 춤으로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까가 관건 중에 하나였을 텐데. 촬영 감독님과는 어떤 이야기를 또 하고 어떤 부분들을 현장에서 수정을 하셨는지도 궁금해요.

변성빈 : 촬영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의 화면비를 1.331로 결정을 했어요. 1.331은 인물에게 들어가기 굉장히 좋은 화면비였고 이거를 위아래를 열고 찍으면서 인물과 카메라의 거리감을 많이 좁혔거든요. 그런 의도가 있었지만 춤을 담을 때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어요. 춤을 담으려면 카메라 인물들이 굉장히 멀어져야만 했는데 공간은 그만큼 나오지 않았어요. 그때 제가 촬영 감독님한테 계속해서 춤이 중요하지만 저에게 더 중요한 거는 춤출 때 느끼는 신명의 감정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춤의 동작이 아름다운 것은 다른 콘텐츠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아름다움을 넘어서 춤 안에 있는 신명의 감정이 카메라 안에 들어오는 것이 영화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아요. 고지대 촬영 같은 경우에 신명이 혼자 추는 춤이 있고 또 우기랑 같이 추는 춤이 있고 같은 공간이지만 다르게 추는 춤들에 대해서는 디자인을 다른 방식으로 했었던 것 같아요. 음악도 달랐기 때문에. 예를 들면 맨 앞에 클럽씬 같은 경우는 신명이 굉장히 긴장하면서 악착같은 모습인데 그때는 계속해서 컷을 굉장히 많이 분절을 시키자고 했어요. 굿을 치거나 아니면 고지대에서 혼자 춤을 추거나 아니면 불타는 나무 앞에서 출 때는 한 컷으로 담아서 처음에는 춤이 보이다가 마지막에 그 인물의 감정이 보이도록 하자고 했어요.

 

진명현 : 마지막 엔딩 장면을 두고서 촬영 감독님이랑도 얘기를 많이 했을 거라고 저는 생각했어요. 처음에 보면서 마지막은 화면비가 넓어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마지막은 약간 열렸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감독님이 화면비를 저렇게 선택하신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했어요. 감독님 말씀 들으니까 촬영 감독님이 표현하고 싶은 많은 부분들을 약간의 한계 안에서 하려고 노력을 하셨다는 게 보입니다. 또 다른 관객분 질문 있으실까요?

 

관객 2 : 안녕하세요, 영화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저는 해준 배우님한테 질문하고 싶은데요. 신명이 자기 아버지를 미워했다가 미움이 해소될 때처럼 극이 진행되면서 변화하는 감정들이 있잖아요. 연기를 하시면서 해준 배우님 개인적으로 위로를 받거나 감정이 해소되거나 감정이 변화하는 시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해준 : 덕길 역할의 기주봉 선생님과는 촬영 전에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는 했었거든요. 현장 때 처음 뵌 거예요. 사진으로만 보다가 막상 실제로 만나니까 감정이 좀 묘했던 것 같아요. 뭔가 어색하면서도 진짜 계속 그리워했던 사람처럼. 그 당시의 감정이 화면에 나왔던 것 같아요. 되게 어색하지만 당황스럽고 불안하고 이런 감정들이. 그리고 영화 찍기 전부터 굿 치는 과정을 배웠거든요. 전수관에 가서 농악 전수를 받고 전수생들하고 배우분들이랑 함께 지내면서 영화만을 생각하면서 하반기를 보냈거든요. 전수관 생활이 끝나고 사람들을 만났는데 제가 되게 많이 바뀌었다고 하는 거예요. 뭔가 나오는 에너지도 달라지고 말하는 분위기도 달라진 것 같대요.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용서라는 키워드가 제 안에 생긴 것 같아요. 사람들 대하는 태도도 뭔가 한결 더 여유로워졌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자연스럽게 영화에 나오지 않았나 싶어요.

 

진명현 : 그 장면도 얘기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기주봉 배우님 자체가 어마어마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분이고 공작새를 안고 있는 장면 연출도 엄청 신비스럽게 이루어지다 보니까 저 사람 신령인가 약간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 장면을 감독님 어떻게 찍으신 건지 궁금해요. 어떤 디렉션을 주셨고 기주봉 배우님과 또 어떤 의견을 나누셨는지 좀 궁금합니다.

 

변성빈 : 많은 얘기를 나누지는 않았어요. 그냥 "고개 돌려서 웃어주세요." 라고 했어요. (웃음)

 

진명현 : 배우님은 시나리오 받고서는 뭐라고 피드백을 주신가요?

변성빈 : 기주봉 선생님께서 시나리오를 너무 재밌게 읽어주셨고, 영화 맨 처음에 통화하는 장면은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어요. 근데 선생님이 지인 얘기를 들려주셨어요. 듣고 나서 제가 그 얘기가 너무 좋은데 시나리오에 넣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 허락해 주셨어요. 선생님이랑 엄청 많은 얘기를 나눈 건 아니지만 좋았어요.

 

해준 : 너무 신기한 게 그날 처음 뵀을 때 선생님이 뭔가 다 알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냥 뭔가를 해도 다 상관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 당시에 정말 감독님이 기주봉 선생님께 긴말 하지 않고 한 마디 디렉션을 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선생님 눈 보면 뭔가 다 이해하는 느낌이 들고 약간 압도도 됐던 것 같아요.


진명현 : 기주봉 배우님만이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솔루션이 있는 것 같아요. 만약에 그 역할을 다른 배우님이 하셨다면 좀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할 수도 있었는데. 두 분 말씀처럼 그분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가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말 먼 곳>이라는 작품에서도 젠더 이슈와 부딪혔을 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힘을 가진 배우인 것 같아서 캐스팅이 탁월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배우님들 이야기도 조금 들어보고 싶은데요. 제일 호흡을 많이 맞췄던 배우는 김우겸 배우님이잖아요. 이전에 안 해봤던 연기를 이 작품을 통해서 선보이신 우겸 배우분을 또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신 건지도 궁금해요.

변성빈 : 우겸 배우는 제가 대학교 졸업 작품 때 주인공으로 처음 같이 작업을 했고 그게 거의 10년 전이에요. 10년의 세월 동안 너무 좋은 친구로 지내왔고, 이번 작품에도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니까 우겸 배우는 시나리오를 읽기 전부터 형 작품이면 무조건 한다고 했어요. 시나리오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좀 다른 피드백을 했는데 그게 뭐였냐면 저의 개인적인 삶을 너무 잘 아니까 지난 작업들이 다 집약된 시나리오 같다면서 좋았다고 했어요.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우겸 배우한테 제안했던 역할 중에서 <공작새> 역할이 가장 큰 도전이었대요. 우겸 배우가 꽹과리를 정말 진심으로 쳤어요. 꽹과리를 치면서 자기 안의 어두웠던 것들이 되게 많이 풀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 굿을 치면서 그런 경험을 했거든요. 배우들도 그런 걸 경험하기를 바랐는데, 해준 배우랑 우겸 배우가 잘 캐치하고 진심으로 해줬어요. 단순히 영화 작업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던 시간들이었어요.

진명현 : 황정민 배우님과 김진수 배우님도 사실 좀 의외의 조합인 것 같아요. 배우 캐스팅 조합이 되게 흥미롭긴 하거든요. 두 분을 선택하신 데에는 감독님한테 어떤 의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변성빈 : 시나리오 쓸 때부터 두 분을 생각했어요. 물론 김진수 선배님이나 황정민 선배님과 인연은 전혀 없었지만 미디어에서 봤던 그 이미지로 시나리오를 쓰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사하게도 시나리오를 보내드렸을 때 작품 참여해 주신다고 하셨어요.

 

진명현 : 어쨌든 두 분과는 처음 작업이셨던 거고, 두 분은 연기 경험이 많으셨었잖아요. 현장에서 배우분들한테 배운 것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요.

 

변성빈 : 진수 선배님이나 정민 선배님뿐만 아니라 제가 영화 연출을 할 때 연출자로서 많은 배우분들과 스태프들을 만나잖아요. 그때, 나의 언어가 아니라 상대방의 언어로 말을 할 줄 아는 게 감독의 능력이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감독은 카멜레온 같아야 된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5명의 배우가 있었는데, 5명의 언어가 정말 다 달랐어요. 그래서 각각의 배우마다 그들의 언어에 맞게 디렉팅을 하는 게 재밌었어요. 예를 들면 우겸 배우같은 경우는 되게 디테일하게 이야기를 하기보다, 내면을 건드리는 말을 할 때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 캐치해서 표현하는 걸 선호했어요. 해준 배우는 눈의 깜빡임 같은 것처럼 디테일한 것들을 디렉팅 줬을 때 그걸 그대로 표현하는 배우였고, 정민 선배님이랑 진수 선배님은 그 자체로 너무 좋았기 때문에 톤 조절해 가는 정도로 촬영을 진행했던 것 같아요. 정말 너무 좋은 배우님들과 같이 작업을 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진명현 : 해준 배우님께 질문드립니다. 사실은 춤 연기가 액션 연기랑 크게 다르지 않잖아요. 분량도 많은 데다가 계속 촬영되는 중에 춤 연습도 같이 했어야 했을 텐데 그 비율을 어떻게 조율하셨어요?

 

해준 : 왁킹은 본업으로 하고 있으니까 사실 크게 부담은 없었거든요. 그냥 늘 하는 일이니까. 엄청 어렵거나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더 생각도 많이 하고 부담됐던 건 굿 치는 장면이었어요. 처음 접하는 분야고 또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 보니까. 저희 촬영 장소랑 숙소가 전수관 근처였거든요. 그래서 촬영 끝나고 오면 우겸 배우랑 재현 배우랑 같이 연습하자 해서 연습하고 사부님들도 같이 지내고 있어서 사부님한테 계속 물어보면서 굿 치는 연습을 좀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진명현 : 쉽지 않은 걸 해내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다른 관객분 계세요? 꼭 질문이 아니더라도 영화 보신 소감 같은 것도 전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관객 3 : 영화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저는 음악이랑 의상이 특히 더 좋았거든요. 보는 즐거움이 있었던 것 같고. 해준 배우님 의상이 굉장히 멋지게 구현된 것 같아서 그걸 준비한 과정이 궁금합니다.

 

진명현 : 해준 배우님이 어느 정도까지 참여하셨던 거예요?

 

해준 : 일단은 저희 의상팀이 많이 도와주셨고 의상팀뿐만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분들도 같이 협업을 해주셨어요. 그리고 평소에 제가 잘 맞는 스타일링도 반영하기 위해서 그런 것에 대한 회의를 많이 나눴어요. 메이크업을 진하게 하고 나오는 장면들은 제가 하는 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조금 뜨지 않는다고 해야 될까요? 그런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신명의 화장이 연해지고 깨끗하게 보이는 모습에서는 메이크업 팀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런 건 디테일에 차이가 있으니까.

 

진명현 : 음악 얘기도 잠깐 언급하셨는데 음악은 어떻게 선정하셨어요?

 

변성빈 : 음악 감독이 원래 DJ였어요. <신의 딸은 춤을 춘다> 단편 영화로 처음 영화 음악을 작업하게 됐어요. DJ였기 때문에 그 친구가 가장 잘하는 장르로 돋보이게 하고 싶었고, 케이스핏 음악 감독님과 저는 되게 실험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래서 한국의 악기들로 실험을 많이 했었고. 그러면서 곡을 하나하나씩 만들게 됐었던 것 같아요. 이 영화는 댄스 필름이다 보니까 프로덕션 들어가기 전에 춤추는 장면은 음악이 먼저 만들어져야 했었어요. 근데 마지막 불타는 나무 앞에서 춤을 추는 게 되게 중요한 씬이다 보니까 그 장면에 쓰일 음악 작업이 좀 오래 걸렸어요. 덕길이 신명에게 불러주는 그 단순한 자장가 멜로디를 가지고 모든 음악을 변주해서 만들었거든요. 자장가가 먼저 만들어져야 했는데, 자장가가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자장가의 단순한 멜로디를 만드는 게 사실은 제일 어려웠어요. 불타는 나무 장면에서 사용할 음악은 제가 진짜 끝까지 포기를 안 했던 것 같아요. 음악 감독도 정말 이를 갈고 곡을 만들려고 정말 몇 달을 쏟았던 것 같아요.

진명현 : 나중에 개봉할 때 공연장에서 쇼케이스 같은 거 해도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준 배우님이 앞에서 독무를 추고 뒤에서 꽹과리 치면서 오프닝을 해줘도 너무 멋있을 것 같아요. <공작새> 개봉까지 계속 관심과 응원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금 사실 한국 독립 영화 시장이 한국 상업영화 시장 이상으로 힘든 상황인데 오늘 이렇게 날씨도 좋고 주말인데 극장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이야기 들어주신 관객분들이 제일 귀하고 훌륭한 분들이거든요. 여러분들이 아니면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12주년 특별전을 못할 수도 있으니까 (웃음) 신영 극장에 자주 와주시고 응원 많이 해주세요. 사실 댄스 필름이라는 것 자체가 집보다는 극장에서 봐야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댄스 필름 기획전을 찾아와주신 관객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두 분은 어떤 댄스 영화들을 제일 좋아하시는지도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댄스 필름이라고 분류할 만한 작품들 중에서 좋아하는 작품들이 있다면 소개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해준 : 저는 시카고를 좋아합니다.


진명현 : 혹시 그중에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으세요?

해준 : 저는 록시요!


진명현 :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변성빈 감독님은?

변성빈 : 지금 생각나는 건 밥 포시. 안무가라고 해야하나? 영화 연출을 하셨던 게 있는데 <스위티 채리티> 였던 것 같아요. 구하기 어려운 영화라서 힘들게 한번 봤었는데. 밥 포시 너무 좋잖아요. 춤 너무 좋잖아요. 그래서 밥 포시 영화를 좋아합니다.


진명현 : 그러면 우리가 혹시 좀 구하기 쉬운 걸로 볼 수 있는 작품을 추천해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변성빈 : 밥 포시 작품 있을 거예요.(웃음)

 

해준 : 밥 포시가 사람 이름인가요?

 

변성빈 : 네 사람이고요. (웃음) 최근에 팀 버튼 감독님 드라마 <웬즈데이>에 춤 있잖아요. 그 장면이 밥 포시를 오마주 했다고 생각한 장면인데 약간 그런 부류의 기괴한 춤이 밥 포시의 춤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진명현 :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한국영화들 중에서 특히 독립영화들 중에서 이렇게 본격적으로 뮤지컬이나 아니면 춤에 관련된 영화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감독님도 배우님도 계속 이 자장 안에서 좋은 활동 보여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변성빈 감독님과 해준 배우님의 마지막 인사 말씀을 들으면서 자리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변성빈 : 이렇게 좋은 날 뵙게 돼서 너무 반갑고 영화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남은 주말 또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해준 : 저도 오늘 씨네토크 덕분에 처음 강릉 오게 됐는데 해변도 가보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주말 시간 내서 영화 보러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진명현 : 아마 <공작새> 개봉하면 신영에서 상영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때 오시면 해준 배우님의 춤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죠, 해준님? (웃음) 언제든 준비가 돼 있으니까 저희 그러면 <공작새>의 여정에 많은 사랑 부탁드리고요. 즐거운 토요일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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