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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와 로키타> 리뷰 : 서로에게 기대어 부르는 노래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5. 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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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와 로키타>

서로에게 기대어 부르는 노래

 

 수년 전에 장 피에르 다르덴 감독은 어떤 기사를 접했다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믿기지 않는 기사였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유럽으로 이민을 오거나 난민 신청을 하지만, 쉼터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만 18세에도 체류증을 받지 못하면 마약 밀매상 같은 음성적인 조직에 몸담게 된다. 생존을 위해 범죄에 내몰린 아이들이 죽음에 이르러도 아무도 찾지 않는다고 한다. 기사를 취재하면서 <토리와 로키타>는 시작되었다.

 

 토리(파블로 실스)와 로키타(졸리 음분두)는 유럽으로 밀항하는 배에서 처음 만났다. 토리는 베냉에서 왔고 로키타는 카메룬 출신이다. 밀항에 성공하고 브로커를 통해 벨기에에 입국한 토리와 로키타. 사회는 그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기에 적합한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시험한다. 이질감과 향수병으로 둘만 아는 노래를 자장가 삼아 오늘도 쉼터에서 잠드는 토리와 로키타.

 

 영화는 밀항의 과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민국 심사를 받는 로키타의 절박한 얼굴로 시작한다. 우리는 아직 토리와 로키타의 관계를 알지 못한다. 심사는 로키타에게 토리가 친동생인지를 증명하라고 끊임없이 취조하듯 물어본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로키타는 대답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고 쉼터로 돌아가 침대에 눕는다. 토리가 로키타에게 괜찮은지 묻는다. 이후에도 둘은 친남매처럼 서로를 위해 헌신하고 그들만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며 고향의 기억을 공유한다.

 

 이후 토리와 로키타의 대화를 통해 우리는 그들이 친남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들이 친남매가 아니기 때문에 체류증을 얻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토리는 비록 남이었지만 지금은 떨어져서 살 수 없을 만큼 의지하게 된 로키타와 벨기에에서 함께 살기를 바란다. 로키타는 체류증을 얻고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고향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고 토리와 함께 살고 싶다. 이들이 자본주의의 가장 낮은 곳에서 위치하기 때문에 불합리하게 착취당하는 모습을 보자면 그들이 바라는 삶은 너무나 작고 소박해서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다.

 

 토리와 로키타는 이민 재심사 때 나올 예상 질문을 열심히 연습하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바삐 움직인다. 고향의 가족은 돈을 보내라고 재촉하고, 브로커는 밀항의 대가로 금전을 요구하기 때문에 로키타는 일이 필요하다. 정식 체류증을 받지 못한 로키타는 식당에서 노래를 하고 공연 비용도 받지만 실질적으로 돈을 버는 일은 마약 운반책이다. 로키타에게는 시간이 없다. 재심사에서도 떨어져 체류증을 받지 못했다. 그런 촉박한 시간의 감각은 편집된 쇼트에서도 드러난다.

 

 로키타가 이민국 심사를 받는 롱테이크의 장면 뒤에 이어지는 컷은 로키타가 버스 좌석에 앉아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다음 컷에서 로키타는 쉼터의 침대에 누워 있다. 또한 로키타는 어딘가를 늘 빠른 걸음으로 가거나 누군가에게 쫓기듯 뛰어간다. 이민국 심사를 받고 나와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를 타고 다시 쉼터로 돌아가고, 쉼터의 문을 열고 침대에 눕기까지의 과정을 3개의 쇼트로 축약하면서 로키타에게는 이동하는 시간마저 사치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로키타는 추방당할 수 있는 위기가 임박해 있고, 쫓겨나지 않으려면 나라에서 불법이라고 규정되어 있는 것들을 붙잡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런 불법이라 규정된 테두리 안에서 로키타의 노동시간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도 못한다.

 

 <토리와 로키타>는 로키타의 얼굴로 시작해 토리의 얼굴로 닫는다. 토리는 로키타를 기억하며 노래를 부른다. 고향의 언어로 함께 부르던 둘만의 노래는 이제 더이상 같이 부를 수 없다. 토리는 외톨이가 되었다. 앞으로도 사회는 구성원으로 토리가 함께하기에 적합한 존재인지를 증명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할 것이다. 합법적인 서류로 인정받지 못하면 생존을 위해 불법적인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 그들을 돌봐줄 사회의 안전망이 존재하는가? 서로에게 기대 불러주던 노래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는 사실을 통해 이주민을 대하는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 프로그램팀 장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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