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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에서> 리뷰 : 물에 가라앉은 이야기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5. 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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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에서>

물에 가라앉은 이야기

 

감독은 대체 무얼 말하고 싶은 걸까. 화면도, 대사도 모두 물 안에 가라앉아 관객들은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아웃포커싱으로 촬영한 화면은 뿌연 탓에 배우들의 얼굴을 식별할 수조차 없다. 오로지 그들의 목소리와 옷차림을 짐작하며 감상하는 것이다. 대사 역시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데 딱히 의미가 없는 말들의 연속이다. 과연 이 물 안에서 무슨 이야기가 존재하나.

 

배우를 지망하던 젊은 남자 성모(신석호)는 친구 상국(하성국)과 후배 남희(김승윤)을 데리고 섬에 왔다. 그만의 영화를 찍기 위함이다. 성모는 자신에게 창조성이 있는지 알고 싶다며 아르바이트하며 모은 돈 300만 원을 가지고 왔다. 그러나 자기 재산과 시간을 들여 영화를 찍으러 왔다고 하기에 그는 너무나 아무런 계획이 없어 보인다. 돌담길을 거닐며 남희에게 이런저런 자세를 취해보게 하지만 특별히 생각해 둔 이야기는 없었다. 계획이 있냐는 상국의 질문에도 그저 있어 봐야지라고 일관하며 뚜렷하게 대답하지 않는다.

 

영화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점차 형체를 잃는다. 처음 피자를 먹는 장면에서는 인물들의 이목구비를 확인할 수 있지만 다음 식사 장면인 회를 먹는 장면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흐리다. 흐린 화면 속 인물들은 어색한 분위기 속 밀도 낮은 대사를 반복하고, 그들의 표정이나 세세한 행동을 읽어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보는 내 계속 제목을 곱씹게 된다. 인물들은 꼭 물 안에 있는 것처럼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야기의 갈피조차 잡지 못한 채 무턱대고 영화 제작에 나선 성모와 그런 성모를 따라온 남희와 상국은 뚜렷한 목적 없이 해변을 거닐고 성모가 계획을 세울 때까지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영화에서 분기점이 되는 부분은 해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여자의 등장이다. 남희와 상국을 데리고 해변을 산책하던 성모는 대화를 나누는 둘을 두고 여자와 얘기를 나누기 위해 절벽 아래로 내려간다. 왜 이런 일을 하는 건지 궁금하다는 성모의 질문에 여자는 쓰레기가 많아 치워야 할 것 같아 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더불어 이곳이 자신이 사는 동네라 매일 청소한다는 말에 성모는 대단하다는 말을 되풀이한다. 기묘한 만남 이후 성모는 영화의 갈피를 잡고 이야기를 그려간다. 둘 뿐인 스태프와 배우를 데리고 해변에 나가 촬영하고, 자신 역시 직접 연기에 나선다.

 

그러나 영화는 이 모든 걸 뒤로 하고 성모가 물에 들어가 사라진 채로 끝을 낸다. 성모는 영화를 왜 만드느냐는 질문에 명예를 원한다고 답한다. 그가 말하길 이는 두려움이 많아 연기 한 길만 파온 건데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시도하기 위함이었다. 왜 성모는 영화 시나리오에 남자가 물에 걸어 들어가는 장면을 넣었을까. 그는 어째서 물속 깊이 걸어 들어가 나오지 않은 걸까. 60분 남짓의 짧은 상영 시간 동안 오간 대사들만으로는 성모의 선택을 추리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흐려진 화면에서 벗어나 물 안으로 걸어가는 성모의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물 밖에서는 무엇 하나 느낄 수 없었다.

 

-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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