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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리뷰 : 붉은 달을 향해 날아오르는 완전한 자유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4. 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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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붉은 달을 향해 날아오르는 완전한 자유 

 

 오프닝부터 독특하다. 초록빛 밀림을 훑듯 앞으로 나아가는 스크린에 개구리 울음소리와 함께 Nat King Cole의 목소리로 익숙했던 노래 모나리자가 흐른다. 밑도 끝도 없는 오프닝에 그 독특한 색감과 이질적인 듯하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는 음악이 이 영화의 장르가 판타지, 미스터리, 스릴러임을 감안하여 미리 기대했던 분위기와 달라도 너무 달라 헛웃음이 나온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모나리자라는 그림이나 블러드 문이라는 사물이 풍기는 느낌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로 시작하는 영화가 도대체 무슨 얘기로 이어질지 묘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드디어 등장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 모나리자(전종서). 오프닝의 그 진한 초록빛과 개구리 울음이 주는 생기로움의 여운이 여전한데 벽과 침대 등 온통 하얀색으로 둘러싸인 병실과 역시 하얀 구속복을 입고 백지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갇혀 있는 그의 모습은 무척 대조적으로 보인다. 바깥세상의 다양한 빛깔과 소리로부터 격리되어 자유를 속박당한 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해온 그는 무채색의 상태로 살고 있었으리라. 그런 이 흰색의 공간을 그를 무시하는 말을 내뱉던 간호사의 피로 붉게 물들이며 완전한 자유를 향한 모나리자의 모험이 시작된다.

 

 붉은 달이 떠오른 뉴올리언스의 밤거리는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반짝이며 모나리자를 낯선 길로 이끌고 그는 도시의 밤거리를 활보하는 여러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눈이 마주치면 상대를 자신의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모나리자를 경찰 해롤드(크레이그 로빈슨)가 뒤쫓고, 그 능력을 알아챈 댄서 보니(케이트 허드슨)는 그것을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데에 이용하다가 결국은 배신한다. 그래도 모나리자의 완전한 자유를 위해 돕는 것은 역시 그 밤거리의 사람들이다. 별 볼 일 없는 DJ 퍼즈(에드 스크레인)와 보니의 아들 찰리(에반 휘튼)는 아무런 조건도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저 인간적인 정으로’ 모나리자의 완전한 탈출을 돕는다.

 

 이야기 구조나 전개와 결말까지 모두 단순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지 않는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의 문법에 따르기보다는 자신만의 새로운 길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고 보인다. 어느 평론가가 비아냥거리듯 초능력 섞은 보름달 뮤직비디오라 한 줄 평을 냈는데 필자에겐 그것이 오히려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뮤직비디오에서 볼 수 있는 시각적 아름다움이 회화적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에 잘 조화되어 끊이지 않고 흐르는 음악이 이 영화를 청각적으로도 풍성하게 만든다. 노래는 대사인 듯 내레이션인 듯 자연스럽게 영화와 섞이고 록과 EDM으로 조화된 음악은 시간의 흐름을 잊을 정도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일지 모르지만, 자신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으려는 분투도 좋고,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아웃사이더인 모나리자를 위해 연대하는 퍼즈와 찰리 같이 보잘것없는, 그들 역시 외곽 언저리에 존재하는, 이들의 우정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각박하고 거친 현실 속에 위태로운 삶을 버티듯 살면서도 끝내 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는 그 따스함이 좋다. 특히, 보니와 찰리 모자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더 이상 함께 할 이유나 필요 따위는 없어 보였지만 종국에는 마음 깊은 곳에 살아있는 사랑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재회하는 모습은 어쭙잖게 냉정한 파국으로 가는 것보다 차라리 낫다.

 

 그가 갇혔던 백색의 세상처럼 표정이나 감정의 변화가 거의 없던 모나리자는 퍼즈, 찰리와 어울리며 얼굴에 웃음도 지어 보인다. 특히, 이제 자신의 완전한 자유를 증명하듯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며 그가 짓는 표정은 다층적이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땅으로부터의 이탈이 주는 약간의 두려움과 동시에 자유를 향하는 설렘이 뒤섞인 그 다채로운 감정을 배우 전종서는 섬세하고 실감나게 연기해낸다. 몇 마디 대사로 표현하는 것 보다 훨씬 공감이 되는 그 표정은 모나리자의 미래에도 배우 전종서에게도 날개를 달아 줄 듯하다.

 

 

- 관객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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