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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웅> 리뷰 : 우리 중에 진실된 영웅은 누구입니까?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3. 3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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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웅>

우리 중에 진실된 영웅은 누구입니까?

 

<어떤 영웅>의 주인공 라힘(아미르 자디디)은 금화가 든 가방을 주웠고, 잃어버린 주인에게 돌려준다. 잃어버린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건 분명 선한 행위다.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준 라힘은 우연찮게 방송을 타면서 영웅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의 존경은 금세 의심으로 뒤바뀌게 된다. 라힘의 선행은 끊임없이 의심받으며,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한다. 라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어디서부터 일이 꼬이게 된 걸까?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의도치 않은 선택과 결정으로 궁지에 몰린 인간을 영화 속에 자주 등장시킨다. 그리고 궁지에 몰린 인간은 윤리적 잣대가 충돌하는 경계에 놓인다. 자신이 착한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아니면 죄를 지었는지 아닌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어떤 영웅> 또한 감독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라힘이라는 인물이 영웅인지 사기꾼인지 쉽게 답을 내리지 못하게끔 윤리적 판단이 불가피한 상황을 끊임없이 파고든다.

 

라힘은 빚진 돈을 갚지 못해 교도소에 있다. 채권자는 그의 장인어른이다. 돈을 갚지 못하자 채무자이자 사위였던 라힘을 고소하였다. 이혼의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재 라힘은 여자친구 파르크혼데(사하르 골두스트)와 만나고 있다. 파르크혼데는 우연히 금화가 들어 있던 가방을 줍는다. 감옥에 있던 라힘은 파르크혼데에게 그 소식을 전해 듣는다. 주운 금화를 돈으로 바꾸면 빚의 일부를 갚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남은 돈을 갚는 조건으로 감옥에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라힘은 설렘으로 가득 차 귀휴를 얻어 감옥에서 나온다.

 

라힘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금화를 돈으로 바꿔 빚을 갚고 교도소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라힘은 마음을 바꿔 주인에게 가방을 찾아주기로 한다.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얼마나 시시각각 바뀌는지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영화를 보면 느낄 수 있다. 라힘이 가방 주인을 찾아주려고 전단을 붙일 때, 문의 전화를 교도소 번호로 적어놓는다. 전단을 보고 교도소로 전화가 오면서 라힘의 선행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다. 라힘은 방송에 나올 생각은 없었다. 다만, 교도소 간부가 알게 되어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만을 바랐을 것이다.

 

교도소에서도 얼마 전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을 덮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라힘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데 동의한다. 방송 출연 전에 라힘이 가방을 주운 건 자신이 아니고 여자친구라고 말하지만 돌려준 건 맞으니 자잘한 건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가방을 돌려주려는 라힘의 마음은 진실이지만 상황에 거짓말이 점점 보태지게 된다. 그렇게 라힘은 영웅으로 만들어졌고, 교도소와 자선단체는 집단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태기 위해 라힘의 영웅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어떤 영웅>에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인상적인 두 개의 장면이 등장한다. 귀휴를 나온 라힘이 매형을 만나러 계단을 올라가는 장면이 나온다. 라힘이 계단을 오르는 과정을 긴 시간 동안 보여준다. 그리고 라힘은 파르크혼데를 만나러 간다. 오랜만에 라힘을 만나는 파르크혼데가 계단을 내려오는데, 이때는 점프컷을 쓰면서 계단을 빠르게 내려오는 설렘 가득한 얼굴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두 개의 장면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담고 있는 듯하다. 라힘이 계단을 오르는 장면은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고 파르크혼데가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은 결과를 보여주는 듯하다.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는 것은 지루하다. 우리는 보이는 대로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 파르크혼데가 계단을 내려올 때 편집된 장면처럼.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사람들 덕에 라힘은 영웅이 되었지만 사기꾼으로 둔갑되기도 한다. 라힘이 가방을 돌려주기까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그 과정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가방을 주운 주인이 라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사람들은 라힘의 선행을 의심한다. 그로 인해 라힘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선한 의지마저도 끊임없이 증명할 처지에 놓인다.

 

그가 영웅에서 졸지에 사기꾼으로 전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는 결국 구치소에서 나오지도 못했고, 또다시 버려질까 두려움에 떠는 아들과 함께 있어주지도 못했다. 돈도 갚지 못했다. 계획한 대로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캄캄한 구치소로 다시 되돌아간다. 자신의 명예는 지키지 못했을지언정 사랑하는 사람의 명예를 지켜냄으로써 단 한 사람에게라도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간의 희망은 거기에 있다.

 

 

- 관객리뷰단 장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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