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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리뷰 : 차별은 차별만 낳을 뿐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4. 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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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차별은 차별만 낳을 뿐

 

<차별>은 일본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된 조선인학교가 2013년부터 일본 국가를 상대로 한 투쟁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20104월부터 일본 정부는 고교무상화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 정책을 통해 공립고등학교는 수업료가 무료이고, 사립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한 달에 1인당 1만 엔가량(한화로 대략 10만 원 정도)의 취학지원금이 지급된다. 그런데 2012년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한 이후 일본 내 10곳의 조선고급학교들은 무상화 정책에서 배제가 된다. 조선학교에 지급될 무상화 지원금이 어떻게 유용될지 알 수 없다는 게 일본 정부가 밝힌 제외의 이유다. 조선학교와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의 관계를 의식한 이 차별적 법령에 반발하여 201212월부터 일본 각지의 5개 조선학교와 그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차별>이 담아낸 기록은 소송 과정 중 20177월 오사카 지방재판소에서의 1심 판결일로부터 약 2년 동안의 시간을 중심에 두고 있다. 영화가 시작하는 대목에서 조선학교 측 변호인단이 오사카 지방재판소 앞에서 1심 재판이 승소하였음을 알린다. (학생의 배울 권리라는 측면에서 너무도 응당한 결과이지만) 승리를 마주하는 순간이 예상보다 너무도 빨라 관객으로서 조금은 당혹감을 느낀다. 하지만 승소를 확인하고 서로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는 조선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비롯한 재일동포사회 일원들의 면면을 보며 이내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피어난다. 영화에 담길 앞으로의 이야기에는 밝고 희망찬 기운으로만 가득한 건 아닐지 실낱같은 기대감도 함께 증폭되는 순간이었다. 허나, 오사카에서의 승소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재판은 패소의 연속이다. 재판소 앞에 모인 조선학교를 지키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쁨에 겨운 눈물과 환호는 사라지고 억울한 흐느낌과 분함을 이기지 못한 고성만이 가득하다.

 

하루 이틀 당해온 차별과 배제가 아니어서일까. 재일조선인들은 금세 좌절을 딛고 일어선다. 이들은 조선학교 학생들의 정당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찾기 위해 오사카, 도쿄, 히로시마 등지에서 항의 집회를 이어 나간다. 조선학교의 투쟁을 지지하는 한국인과 일본인들의 연대 또한 계속된다. 외롭고 힘든 싸움에서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걸 카메라에 담긴 이들을 통해 새삼 깨닫는다. 그중 한국의 전국여성농민회(이하 전여농)에서 문부과학성에 항의 방문을 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마이크를 들고 선 전여농 소속의 한 여성이 발언을 들으며 조선학교의 차별이 우리민족이 겪고 있는 아픔이라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다. 동시에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전쟁의 여파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재일조선인들이 지난 세월 동안 일본에서 겪은 수모와 멸시에 분노하며 미결된 역사의 상흔이 아직도 아물지 못하고 있음에 통탄하는 필자를 발견한다.

 

영화 <차별>은 패배로 기록된 재판이 조선학교가 일본 정부에 맞선 싸움의 결말이 아니라는 걸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 아닐까 싶다. 온갖 억압과 방해 속에서도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우리 민족과 우리의 역사와 말을 배우며 맑고 바른 심성을 키워나간다. 영화 곳곳에 수록된 각종 행사와 공연에서 활약하는 조선학교 학생들을 지켜보는 가운데 필자는 알 수 없는 위로와 격려를 받아버렸다. 이 기이한 경험을 설명할 길은 오로지 우리라는 가치밖에 없는 것 같다. 차별 속에서도 꿋꿋하게 심지를 세워나가는 이들을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으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강하나(영화 귀향의 여주인공)의 입을 빌려 전달하는 메시지에는 평화공존이 진하게 스며들어 있다. ‘차별은 차별을 낳을 뿐, 어떠한 밝은 미래를 그려내지 못한다.’라는 당연한 섭리를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본 정부의 우매함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 관객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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