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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톰 보이> 리뷰 : 인생의 교훈을 잊게 되더라도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2. 2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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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톰 보이>

인생의 교훈을 잊게 되더라도

 

때로는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이어지는 마음이 있다. 상대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영화는 주인공 마이클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시점을 오가며 내용을 전개한다. 어릴 적의 마이클(핀 리틀)은 외진 섬에서 아빠와 단둘이 살아가며 펠리컨을 만난 이후의 이야기를, 노인이 된 마이클(제프리 러쉬)은 대단위 개발 승인을 위해 이사회 참석을 앞두고 결정해야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각 시점의 마이클 모두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섬을 떠날 것인가, 개발을 승인할 것인가.

 

먼저 어릴 적의 마이클은 상처가 있는 아이였다. 중간중간 흐릿하게 보여주는 회상 신으로 미뤄보아 엄마와 여동생은 모종의 이유로 지금은 곁에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어린 마이클은 혼자 있거나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이면 엄마와 여동생의 환상을 봤다. 마이클의 아빠(제이 코트니) 역시 비슷한 이유로 섬에 아들과 둘이서 살아가는 듯했는데, 그런 그들에게 새끼 펠리컨 3마리가 등장한다. 사냥꾼들에게 어미를 잃고 남겨진 새끼 펠리컨들을 마이클이 발견하고 데려온 것이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같이 있으며 행복한 시간이 더 많았고, 시간이 흘러 펠리컨들이 성체가 되어 야생으로 보내야 할 날이 다가온다. 여기서 펠리컨인 미스터 프라우드와 폰더는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미스터 퍼시발은 다시 돌아와 마이클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미스터 퍼시발과 마이클, 아빠, 그리고 마을 원주민 핑거본(트레버 제이미슨)까지 작은 섬에서 재밌는 일상을 보낸다. 하지만 섬 주변의 새 서식지에서 총을 쏘며 사냥하는 사냥꾼들 때문에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지내야 했다. 퍼시발은 펠리컨을 사냥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에 흥분해 항상 사냥꾼들에게 날아가 공격했고, 마이클은 그런 퍼시발을 지키기 위해 사냥꾼들 앞에 막아서며 퍼시발을 보호했다. 그러던 중 바다낚시를 나간 아버지가 풍랑을 만나 위기에 처하자 마이클과 핑거본을 도와 퍼시발이 아버지를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며 신문과 라디오에 대서특필 되는 일이 생긴다. 이로 인해 덩달아 주목을 받은 마이클은 작은 섬에서 지내기보다 명문 기숙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권유를 받게 된다.

 

어른이 된 마이클은 큰 기업의 이사장이었는데, 지금은 실권을 모두 사위에게 넘기고 경영에서 물러난 상태였다. 사위는 야생 동물 서식지 등의 땅을 대규모로 개발하려는 기획을 추진 중이었고, 안건 표결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딸 메디는 환경 파괴는 물론 원주민들의 터전을 망가뜨리는 계획에 반대했고 마이클은 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갈등한다.

 

앞서 언급한 두 상황 모두 마이클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의 순간이다. 어린 마이클에게는 지금까지의 삶이 모두 바뀔 수 있는 결정이었고, 현재 마이클에게는 죽은 딸의 자식과의 관계는 물론 자신이 어릴 적 지내던 터전은 물론 펠리컨들의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펠리컨과 함께 살았던 얘기를 해달라는 손녀에게 이야기 해주며 현재의 마이클은 다시 한번 제 과거를 돌아본다.

 

마이클은 살아가며 많은 경험을 했고, 또 그것들로 인해 다양한 교훈을 얻었다. 펠리컨들과 함께했던 나날부터 엄마와 여동생이 죽은 후 생긴 가족에 대한 공백, 그리움,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기숙 학교로 갈 것을 권유한 아버지를 원망했던 자신을 후회했던 일까지 모두 마이클을 이루는 교훈을 남겨주었다. 마이클이 메디에게 후회를 남기지 말라며 계속 대화를 권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영화 초반 서식지 개발 건에 대해 깊게 관여하지 않으려 했으나 메디와의 대화를 통해 생각을 바꾸어 개발이 늦춘 일 또한 같다. 마이클은 어른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자신이 경험한 일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교훈을 되새기며 스스로 삶을 만들어나간다.

 

폭풍을 견딘 사람은 강해진다. 그러나 폭풍을 맞았던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 없다면 사람은 강해질 수 없다. 영화는 인생의 경험은 때때로 잊어버릴 수 있지만, 그렇다 해서 잊은 채로 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걸어온 시간을 잊을지언정 그 시간들을 없었던 일로 만들지는 말아야한다. 그것이 폭풍을 지나온 우리가 강해지는 방법이고, 다시 폭풍을 만나도 굳세게 마주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다.

 

-관객 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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