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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사랑한 화가> 리뷰 : 사라진 새들의 울음소리를 이제서야 들었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2. 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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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사랑한 화가>

사라진 새들의 울음소리를 이제서야 들었다

 

<새를 사랑한 화가>는 화가 존 제임스 오듀본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존 제임스 오듀본은 새들에게 매료되었다. 그는 북아메리카의 모든 새를 그림으로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1803년부터 미대륙을 탐험하며 수많은 새를 관찰하고, 그림을 그렸다. 조류 4891,065마리의 모습을 담은 그림 435점을 모아 <북미의 새>를 발간하였다. <새를 사랑한 화가>는 다양한 새를 관찰하고, 그림으로 기록하기 위해 미대륙 곳곳을 탐험한 오듀본의 발자취를 쫓아간다. 하지만 오듀본이 자연을 탐험하며 발견했던 새들의 모습을 이제 우리는 찾아볼 수 없다. 새들이 살던 서식지는 모두 파괴되었고, 그 자리에 거대한 고층 빌딩과 공장이 대신하고 있다. 그 많고 다양한 새들은 오로지 과거 속에, 기록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가 그린 도감 안에, 박물관에 박제된 전시품으로, 울음소리를 녹음한 디지털 파일 속에, 건물의 벽화로. 날갯짓할 수 없는 새들이 자꾸만 운다. 서글프게.

 

오듀본은 1785장 자크라는 이름으로 아이티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프랑스 낭트에서 보낸 장 자크는 학교를 종종 빼먹고 습지로 가서 자연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1803년 나폴레옹 군대 징집을 피하기 위해 그의 아버지는 미국에 있는 자신의 소유지로 아들을 보낸다. 그때부터 장 자크는 미국인이 되었고, 이름을 존 제임스 오듀본으로 바꾼다. 그는 펜실베니아에 정착하면서 새와 새들의 서식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를 하기 시작한다. 오듀본은 새들을 찾아 미시시피강의 상류와 하류를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그리고 19세기의 미시시피강은 개발과 발전의 명목하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미시시피강은 미국의 역사와 발전, 특히 교통, 농업,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세기 증기선 시대가 도래하자 미시시피강을 중심으로 상업과 운송에 혁명을 일으켜 상품과 사람을 운송하는 것을 더 쉽고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미시시피강을 따라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19세기에 새로운 영토를 획득하고 정착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정책으로 예전부터 살고 있던 땅에서 강제로 쫓겨났다. 땅과 서로 조화롭게 살던 북미 전역의 원주민들은 그들의 집, 공동체, 조상의 영토를 빼앗기게 되었다. 미시시피강을 중심으로 견인된 성장과 발전은 착취와 폭력의 역사를 수반하였고, 원주민의 서식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마저도 약탈해갔다.

 

오듀본은 새를 관찰하면서도, 새들의 서식지가 사라지는 것이 인간의 삶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했다. 새를 찾아다니는 탐험을 계속하면서, 그는 미시시피강의 급속한 변화와 파괴를 몸소 체험했을 것이다. 그는 마주친 새들의 아름다움과 본질을 포착하여 그림으로 기록하는 것이 생물 다양성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이러한 가치관은 그가 살던 시대보다 분명 앞서 있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그를 선구적인 환경운동가로 칭한다. 모든 것이 변해 간다. 오듀본은 그린 새들은 지금 사라지고 삽화 안에서만 살고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생생히 기록했기 때문에, 때때로 그의 삽화는 지나칠 정도로 탐미적이기까지 하다. 영화는 그의 세밀한 관찰로 그려낸 새들과 새들을 쫓아내고 세운 고층 빌딩이나 공장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교차한다. 이러한 착취와 약탈의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멸종된 새들과 서식지를 기억하고, 인간에 의해 서식지를 박탈당할 수 있는 또 다른 생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끔 만든다.

 

-관객 리뷰단 장병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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