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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꿈꾸는 소녀> 리뷰 : 내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방법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2. 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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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꿈꾸는 소녀>

내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방법

 

살아가다 보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아니,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그 시간들은 모두 무기력하고 불행해 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시간을 꿈꾸는 소녀>의 주인공 '수진'은 원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을 받아야 했고,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인물의 불행을 강조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부각시키지 않고 영화는 본인의 길이 정해진 수진의 시간을 묵묵히 따라가며 화면에 고스란히 담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춘희 막이>, <오 마이 파파> 등 휴먼 다큐멘터리 필모그래피를 가지고 있는 박혁지 감독의 신작인 <시간을 꿈꾸는 소녀>7년의 시간을 들인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영화는 주인공 수진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생을 지나 20대 후반에 다다를 때까지의 모습을 담고 있다. 또한 실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였으므로 인물 소개를 초반에 자막으로 설명했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으로 무당이었던 할머니 손에 길러진 수진은 신기가 있었다. 손녀는 무당이 되지 않길 바라며 할머니가 아이에게 점을 봐달라 부탁하지 말라고 경고문을 써 붙였다. 그러나 가슴이 답답하다며 떼어달라 부탁한 수진에 의해 결국 수진이 무당의 길을 걷는 걸 막지 못했다. 그러나 수진은 성장할수록 무당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했고, 이야기는 그런 수진의 모습에서부터 출발한다.

 

수진은 본인이 처한 상황을 떠나 굉장히 발랄하고 쾌활한 사람이다. 큰 고민을 안고 있는 건 맞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웃음이 없는 게 아니었다. 영화는 수진의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시절과 현재의 시점이 나뉘어있다. 학생 때엔 무당의 일을 탐탁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이나 현재에서는 무당의 일을 하고 있어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욱 집중해서 보게 된다.

 

아무래도 무당을 다루는 콘텐츠들은 귀신이라던가, 기타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일들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아 <시간을 꿈꾸는 소녀> 역시 비슷한 영화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박혁지 감독은 무당이라는 직업보다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었다. 수진이 왜 무당의 일을 하고 있는지, 그가 갖고 있는 내면의 갈등과 주변에 놓인 상황은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대입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누구나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수진을 통해 보여준다. 더불어 수진이 고뇌하면서 생긴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부각하거나 극적으로 사용하지도 않는다. 촬영하는 순간만큼은 출연진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없는 사람처럼 촬영한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역시 연출적인 부분을 모두 덜어내고 최대한 담담하게 극을 이어나가며 관객들의 감정적 피로도를 낮추고 물 흐르듯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나라에서 통하는 ''이란 존재에 많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사람 하나를 잡아 한평생 자신의 "제자"로 두며 벗어날 수 없도록 막고, 방해한다는 그들이 과연 사람들의 소망에서 탄생한 이가 맞는지와 같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곳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수진은 자신에게 닥친 일을 수용하는 법을 알아내고, 새로 출발한다.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마냥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무너지기보다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내고자 노력한다. 수진을 안쓰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고 오히려 자신을 더욱 드러내고 자신있게 제 이야기와 함께 저를 보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신에게 자신의 꿈도, 열정도 모두 가로막혀 강제로 그의 앞에 앉게 된 사람, 하지만 영화는 결코 어둡거나 칙칙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목처럼 수진이 계속 본인의 시간을 꿈을 꾸며 살아가길 응원하게 만든다. 동시에 우리의 시간 또한,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기를.

 

-관객 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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