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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리뷰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1. 1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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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퍼스트 슬램덩크>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다

 

재밌다. 거두절미하고 정말 너무 재밌다. 그 유명한 강백호(CV. 강수진), 서태웅(CV. 신용우), 정대만(CV. 장민혁), 채치수(CV. 최낙윤) 그리고 송태섭(CV. 엄상현)이 하나가 되어 전국제패를 위한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 이토록 감동적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고작 농구 경기 하나에 호들갑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농구 경기 하나에 청춘을 보았고 불굴의 투지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만, 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2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더 퍼스트 슬램덩크>라는 제목으로 다시 써 내려간 <슬램덩크>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원작을 잘 모르는 필자는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원작을 잘 알고 있든 알지 못하든) 원작 슬램덩크내 최고의 명경기로 손꼽히는 북산고 대 산왕공고의 치열한 접전이 스크린으로 소환되어 재탄생한 지금의 작품을 통해 충분한 감동과 감격에 빠져들 수 있다.

 

만화 원작을 잘 모르더라도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강백호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강백호와 함께 늘 거론되는 라이벌 서태웅까지 포함한다면 <슬램덩크>는 이 두 사람의 성장을 필두로 만들어진 이야기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의 시점에서 벗어나 강백호와 서태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았던 북산고 포인트 가드 송태섭을 중심에 세워 그의 서사를 재조명한다. 감독 이노우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있었다.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3학년에는 센터 채치수와 드라마가 있는 정대만, 강백호와 서태웅은 같은 1학년 라이벌 사이라서 2학년 송태섭을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송태섭을 그리기로 했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

 

코트의 안팎을 오가는 교차 편집 화면에는 송태섭의 과거가 주를 이룬다. 송태섭의 서사를 통해 그의 등번호가 7번인 이유와 붉은색 손목 보호대를 차고 경기에 나선 까닭을 짐작할 수 있다. 바닷가 마을 농구 코트에서 형 송준섭과 함께 농구 연습을 하는 어린 송준섭에서부터 시작되는 그의 이야기에는 상실(아버지와 형의 죽음)과 실패(형보다 낫지 않는 동생이라는 위치로부터 기인한)로 인한 좌절과 이를 딛고 일어서는 극복의 과정이 담겨 있다. 영화는 산왕공고와의 경기 중 위기의 순간마다 영화는 화면을 송태섭의 과거 장면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온 장면에서는 북산고가 위기를 돌파하는 짜릿한 순간이 이어진다. 이러한 편집 기법은 송태섭의 과거는 소중한 누군가와의 이별과 이로 인한 자기혐오의 시기를 거치고 한 단계 성장하는 한 인간의 디딤돌처럼 느껴지도록 기능한다. 그런 의미에서 송태섭의 서사는 송태섭만의 것이 아닌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울컥하는 무언가가 올라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보는 순간들을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게 조율하였다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두 가지 중 하나이다. 나머지 하나는 바로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경기 중에 펼쳐지는 액션신에 있다. 3D와 모션캡처로 완성된 농구 경기의 퀄리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우리 편(산왕고)과 상대편(산왕공고) 가리지 않고 선수들의 돌파와 패스 그리고 득점의 모든 순간은 첨예하고 신속하며 극적이다. 경기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한 긴장감과 전율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특히, 버저비터의 울림 뒤로 골대로 들어간 서태웅의 마지막 슛에서는 희열을 정점을 맛볼 수 있다. 마지막의 마지막에 강백호와 서태웅의 합작으로 이뤄낸 역전승에 환호가 절로 나온다. (meme)으로도 잘 알려진 강백호와 서태웅의 하이파이브에 이어 북산고 멤버들이 얼싸안고 기뻐하는 장면에서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다.”라고 하시던 안 선생님의 명언에 절대적인 위엄을 느낀다. 승리라는 달콤함과 성장이라는 뭉클함을 맛보는 송태섭과 북산고의 일원들을 보며 살아가는 힘을 얻었다는 건, 조금은 낯간지럽지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관객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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