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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로~피가로~피가로> 리뷰 :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11. 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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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로~피가로~피가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우리는 무엇을 향해 가는가. 누구든 한 번쯤 살면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이다. <피가로~피가로~피가로>의 주인공 밀리는 영화 초장부터 질문의 대한 답을 시원하게 내놓는다. 나는 보이지 않는 꿈을 쫓아가겠노라고.

 

영화는 거침없는 주인공 밀리(다니엘 맥도널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시원시원한 전개를 보여준다. 아주 오래전부터 오페라 가수가 꿈이었던 밀리는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로서의 삶을 버리고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메건 제프리 비숍(조안나 럼리)에게 수업을 듣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떠난다. 남자친구 찰리는 그가 맡을 수 있었던 대형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게 아깝다며 밀리를 말렸지만 밀리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오페라를 볼 때마다 본인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상상하고, 공연이 끝난 후 집에 돌아와 또다시 오페라를 봐도 극에 몰입하는 밀리는 더 이상 꿈을 뒷전으로 미뤄두고 싶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메건에게 수업을 받게 되었을 땐 맥스의 견제와 "더러운 돼지" 호텔 주인으로부터 가망은 없지만 밀리가 지역 경제를 살려준다고 위로 같지 않은 위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밀리는 메건에게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 전개 내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는 수업 시간 외에도 밤낮 가리지 않고 연습에 매진했고, 결국 주변인들로부터 인정과 응원을 받는데 성공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또다른 메건의 제자 맥스는 열심히 하는 것에 비해 결과가 잘 따라주지 않았다. "더러운 돼지" 호텔에서 하우스키핑, 셰프, 수리공까지 도맡으며 일하면서도 오페라 연습을 이어나갔지만 번번이 오페라 오디션 '스타 싱어'에서 떨어지기 일쑤였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메건의 새로운 제자로, 심지어 재능이 있어 보이는 밀리의 등장은 맥스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둘은 서로에 대한 질투심을 버리고 진심으로 응원하면서 도움이 되는 관계로 발전한다. 함께 복식 호흡을 연습하고, 듀엣 연습을 하는 장면은 그들의 실력에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진정으로 바라봐주는 묘한 설렘과 긴장감에 숨죽이고 보게 만든다.

 

<피가로~피가로~피가로>는 언뜻 보면 밀리가 원하던 대로 '스타 싱어'에 나가 단번에 1위를 하고 승승장구 하는 밀리의 성공 시대가 시작되는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은 오랜 시간 포기하지 않고 길을 걸어간 맥스의 이야기 또한 놓치지 않았다. 재능으로 쉽게 꿈을 쟁취했다거나 그런 뻔한 이야기가 아니기에 관객들로 하여금 인물을 단순히 지켜보는 것을 넘어 응원을 하게 만든다. 중간 중간 밀리와 맥스, 그리고 밀리의 애인 찰리의 삼각관계 또한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포인트 중 하나다. 찰리는 단호한 애인의 모습에 결국 한 걸음 물러나지만 극이 이어지는 내내 밀리를 믿는 듯 하면서도 아닌 모습을 보여 밀리가 제대로 의지하기 힘든 인물이었다. 하지만 맥스는 밀리에게 마음을 연 후로 그에게 호흡법과 발성 연습을 도우며 누구보다도 밀리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었다. 뒤늦게 밀리를 응원하는 찰리와 새로 치고 들어오는 맥스와의 관계성 때문에 밀리의 마음이 어느 곳으로 쏠리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피가로~피가로~피가로>는 코미디 영화 답게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보다 밝고 유쾌했다. 밀리와 맥스가 받는 훈련도 짧고 간결하게 풀어냈으며 "더러운 돼지" 호텔로 모여드는 주민들이 깨알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또한 스코틀랜드의 정경과 런던의 풍경을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아 자연 그 자체를 미장센으로 만들어 이야기에 몰입도를 더한다. 하지만 밀리가 젖소를 상대로 노래를 연습하거나 양들을 청중 삼아 노래하는 맥스와 같이 단순히 아름답게만 비추는 게 아닌 중간 중간 코믹 요소를 넣어 좋았다.

 

영화는 꽉 닫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에 결국엔 해냈다는 결말이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아닌가 싶다. 밀리의 꿈을 향한 노력은 정말 찬란하게 빛났다. <피가로~피가로~피가로>는 영화를 넘어 주인공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드는 경쾌한 한 편의 오페라였다.

 

-관객 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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