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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프란: 사라진 X를 찾아서> 리뷰 : 정말로 잃어버린 것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11. 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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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프란: 사라진 X를 찾아서>

정말로 잃어버린 것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는 저예산 영화임에도 범상치 않은 스토리로 크게 호평을 받은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데뷔작이자 흥행작이다. 그 다음 작품인 <주식회사 스페셜액터스> 역시 반전에 반전을 더한 결말의 영화로 일본 코미디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기에 특유의 B급 감성과 예상을 뒤엎는 전개를 펼치는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신작 <포프란: 사라진 X를 찾아서>는 필자의 기대감을 더했다.

 

극의 주인공 타가미(미나가와 요지)는 잘 나가는 만화 어플 '나침반'의 창립자이자 IT업계의 큰손이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것을 버린 인물이다. 그는 고향의 부모님은 물론 결혼한 아내와 아이와도 연을 끊고 동업자 친구까지 2년 전 무통보 해고를 하는 등 피도 눈물도 없는 모습을 보인다. 극이 시작하면서 타가미를 주연으로 한 '성공한 사람의 민낯' 다큐의 인터뷰 장면 덕분에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주인공을 비롯한 영화 전체 배경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장면 말미에는 무언가 날아다니는 것 같은 효과음이 나오는데, 이후 영화 제목 로고가 등장하며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이후 내용은 '포프란'과 타가미의 숨막히는 추격씬을 다루고 있다. '포프란'은 극 중 남성의 성기를 나타내는 단어인데, 어느 날부터 하늘을 날아다니는 미확인 비행 물체가 등장했다며 방송에서는 '플라이 피쉬'라고도 지칭한다. 포프란이 떨어지는 이유는 알 수 없고 떨어지는 사람들을 특정할 수 있는 기준도 없다. 병원에 가도 병명을 알 수 없으며 단지 포프란이 떨어지고 6일 이내에 찾아 다시 붙이지 못한다면 영양실조로 사망한다는 설정만이 존재한다. 타가미의 경우 당일 만난 여성과 관계를 한 후 다음 날 아침 그것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우연히 자신과 같은 이들의 모임을 찾아 참석한 후 포프란이 본체의 목적지에 간다는 소식을 알아내고 자신이 스스로 버렸던 인연들을 다시 되짚으며 돌아간다.

 

단순히 글로 줄거리를 적는다면 포프란이 스스로 놓았으나 후회와 미련이 남은 이들의 발걸음을 뗄 수 있게 도와주는 계기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의 전개를 보면 그렇지 않다. 이전의 인연들과 만나기는 했지만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오는 사타구니의 통증으로 끊기는 대화 때문에 포프란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느낌이 컸다. 단순히 포프란의 모습이나 기이한 행적이 문제가 아닌 포프란으로 인해 인물들의 감정선과 타가미의 진심을 알기 힘들어 아쉬웠다.

 

우리는 앞서 타가미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성공을 위해 부모도, 가족도, 친구도 매정하게 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정말 별 이유 없이 인연을 이어나가기 귀찮아서 그랬다면 주인공으로서의 서사가 너무나도 평면적이지 않나. 그나마 타가미라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서사를 풀 때마다 포프란이 나타났다며 이야기에서 벗어나 흥분하고 전 아내 앞에서 포프란을 문 채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은 우습기 보다 당혹스러운 감정이 앞선다. 또한 제대로 서사를 설명해주지 않으니 왜 이 캐릭터가 주인공인건지, 이 캐릭터에게 무슨 감정을 느껴야 하는 건지 많은 생각을 요구했다. 결국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주인공이 정말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타가미가 잃어버린 건 정말 포프란 하나일까? 그의 포프란이 사라졌을 때 주변에 타가미를 걱정해주는 이는 없었다. 가장 가까워 보였던 비서조차 그의 말을 믿지 않은 채 자리를 피하기 바빴다. 타가미가 놓쳤던 사람들이라면 그가 포프란이 아닌 다른 어떤 걸 잃어버리던 간에 진심으로 걱정하고 함께 찾아주었을 텐데, 타가미는 96분이란 긴 러닝타임 내내 비밀을 털어놓지 못하고 홀로 자신의 포프란을 찾아 헤맨다. 어쩌면 그가 놓치고 있는 것은 본인을 소중하게 여기던 사람들이 아닐까. 타가미가 포프란을 찾은 후 그는 다시 홀로 회사에 복귀한다. 그가 다시 잘 일해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영화는 끝을 맺지만, 애매한 찝찝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달라진 타가미를 보며 약간이나마 그의 곁에 다시 소중한 사람들이 생기길 바랄 뿐이다.

 

-관객 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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