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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프리즘 | 오재형 감독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8. 2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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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프리즘> 씨네토크

/2022.05.19

정지혜 영화평론가 진행

오재형 감독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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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은 정지혜입니다. 오재형 감독님, 인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오재형 :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10주년을 기념해서 이렇게 인디플레져 상영하게 돼서 너무 즐겁고, 신영극장을 제가 이번에 처음 와봤어요. 굉장히 좋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게 돼서 너무 영광이고 이렇게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지혜 : 박수를 한 번 쳐볼까요? (관객 박수) . 어제도 상영을 한 번 했었어요. 10주년을 맞아서 특별한 형태로 공연과 함께 상영을 하게 돼서, 어제는 어제 나름의 무드와 재미가 있었고요. 아마 제가 느끼기에 오늘 오신 관객분들은 좀 더 영화에 집중을 해서 온전히 즐기시지 않으셨을까 싶고, 끝나고 났을 때 박수 소리가 굉장히 진심이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굉장히 재밌게 보셨을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이 영화 뭐지, 감독님은 어떤 분이지. 그 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오재형이라는 사람이 좀 궁금하다. 이런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제가 몇 가지 질문도 좀 드리겠지만 사실 관객분들이 많이 궁금하실 것 같아서 음, 소소하지만 열띤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감독님. 제가 사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그때도 한 번 말씀을 드렸었지만, 우연히 길에서 감독님을 마주친 적이 있었어요. ‘어디 가세요?’라고 했더니, 피아노 연습을 간다고. (웃음) 피아노도 치시나? 그때는 그렇게 생각을 하다 알고 보니 그때부터 칼을 가셨던 것이다. 그리하여 완성이 된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기획을 하신 겁니까.

 

오재형 : 이 영화 기획은 그러니까. 많은 다큐멘터리 만드는 사람들이 그렇지만 제 자신을 아카이빙하는 어떤 습관들이 있어요. 그래서 피아노 프리즘이라는 영화가 나오겠다는 생각보다는, 언젠가 써먹겠지 하는 생각으로. 그냥 이렇게 기록하다 보면 유튜브 브이로그라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야금야금 기록을 했던 게 한 2018, 2019년부터 3년 동안 기록을 해왔는데 이제 충전이 다 됐다. 그러면 이제 편집을 시작하자 해서, 그렇게 얼렁뚱땅 만들게, 편집을 하게 되었지만 촬영을 그런 식으로 야금야금 했던 게 재료들 다 모아서 요리를 하게 된 거 같습니다.

 

정지혜 : 아니, 그러니까요. 감독님들은 좀 다르신가 봅니다. 나를 아카이빙하겠다는 것은 저에게는 굉장한 일이고, 좀처럼 없는 일인데.

 

오재형 : 싸이월드 시절부터 아카이빙을 했죠. 제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나르시시스트라 그런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동으로 되는, 그런 사람이라. 뭐 하나 있으면 바로 기록하고. 그림 하나 그리면 바로 올려서 반응을 살피고. 이런 일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기보다 오히려 더 나를 봐달라. 더 기록하고 보여줘야겠다. 이런 마음이 장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정지혜 : 이 영화 안에도 감독님의 전작들이 다 들어와 있잖아요. 그것이 곧 이 영화이기도 하고, 이 영화의 또 다른 영화 속의 영화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는데 기획은 그러했다면, 사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깨진 조각도 또다시 곧바로 다음 작업물이 될 수 있다는 유연함이랄까요? 발상의 전환이랄까요? 이러한 형태라면 계속해서 지금도 뭔가를 만들고 계실 것만 같아서, 편집을 시작했다고 했는데 그게 저희가 흔히 생각하는 요이 땅, 해서 시작하는 편집과는 달랐을 것 같아요. 감독님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하시는가. 편집이라는 것에 있어서도.

 

오재형 : 제가 처음 다큐멘터리를 배웠던 게 미디어센터에서 하는. 제대로 배운 건 아니고 거기서 배웠지만 거기서는 전공생들이나, 그런 사람들이 오는 게 아니라 저처럼 영상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 배워야 되지? 라고 해서. 그런 데서 봤었는데. 이제 보통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거기서 배우기를 구성안이라는 걸 쓰고, 촬영 계획 같은 거 쓰고, 나의 연출 의도 같은 걸 쓰고, 그거 가지고 일단 촬영 들어가기 전에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어떻게 편집을 할 것 인가, 편집점도 잡고. 가르쳐줬을 때 한 번 그렇게 해보긴 했어요. 그래서 어떤 단편을 완성시켰는데, 제가 그렇게 만드는 성격은 아니더라고요. 대충 어느 정도의 온갖 재료가 쌓였다 싶으면 A4 용지를 펴놓고 낙서하듯이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동그라미 동그라미 쳐놓고. 오케이 편집하자. 그렇게 그냥. 제 머릿속에만 있는 것. 제가 발표를 하거나 그럴 게 아니니까. 왜냐면 이 영화 같은 경우에도, 보통 장편영화 같은 경우에는 제작지원을 받아서 완성하는 게 거의 대부분인데요. 그러면 남에게 설명을 해야 되거든요, 투자를 받기 위해서. 영화 이렇게 - 투자를 해주세요. 돈을 주세요. 라고. 하지만 저는 그런 게 아니었기 때문에 정리해서 내 머릿속에만 있으면 되는 거였죠. 그래서 편집은 그냥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대충, 그림만. 낙서식으로 하면은 이렇게 가자 해서 저만의 악보를 그리고 연주 하는 식으로 편집을 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그렇다면, 그런 방식이 익숙할 법도 한데. 사실 피아노라는 거는 전혀 다른 방편. 표현의 방편이기도 하고 접근이었을 것 같아요. 이거는 어떻게 보면 체계적으로 연습을 계속해나가야 하고, 그걸 이해해야 하고, 감독님이 기존에 갖고 있었던 즉흥이랑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을 것 같은데 피아노를 배운다. 연습한다. 마지막에는 곡까지 쓰셨으니까 엄청난 진일보를 하신 것 같은데. 그 과정은 어떠셨어요?

 

오재형 : 영화에서도 나왔지만 그렇게 잘 치지도 않고 늦게 시작한 피아노를 작업으로 끌어들여서 왜 벌벌 떨고 있느냐고 물어보면 별다른 내용 없고 피아노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피아노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고. 다른 이유는 사실 없고. 어떻게 하면 내가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하면 저는 영화감독으로서 무대에 서는 게 제일 훌륭한 핑계가 될 수 있는 거예요. 제 실력 가지곤 어디서 연주할 그런 실력은 전혀 아니고, 이렇게 하면 내가 피아노를 칠 수 있는 핑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도 있고. 물론 상영을 하고 연주를 하는 방식이 너무 저에게는 매력적이었고. 그렇게 하신 어떤 아티스트의 무대를 알고 있었어요. 타카기 마사카츠라고 제가 중간에 치기도 했는데, 그분이 2000년대 중반쯤에 내한 공연을 한 걸 보고 와, 저거 너무 멋있다. 나중에 나도 피아노를 좋아하고 그때는 영상을 할 줄 몰랐지만, 언젠가 한 번 따라해 보고 싶은 형식이라고 생각을 해서 마음속에 깊이 묻어놨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 해보고 싶어. 해보자.’라고 해서 그때 개인전이 하나 잡혔었는데, 거기가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아무거나 해라 그런 조건이었어요. 그래서 하고 싶은 거 아무거나 하고, 동네 주변에 민원만 안 들어오게. 그 대신 네가 하고 싶은 걸 다 해. 그러면 그걸 한번 해봐야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이런 방식의 공연이 시작이 된 거고. 저도 피아노를 취미로 쳤었지만 공연을 하니까 더 이상 설렁설렁 칠 수는 없게 된 거고. 공연을 하면 이제, 피아노 생각보다 잘 치시네요. ‘생각보다라는 말이 저는. 다른 피아니스트에게는 실례가 되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기대치가 없었는데 생각보다 잘 치시네요.’, ‘그럴싸하시네요.’라는 말이, 그런 최고의 칭찬은 처음이라서 앞으로도 그 이상을 할 생각으로. 그 정도 말이 저는 제일 좋고 뿌듯한 것 같습니다.

 

정지혜 : 어제 공연을 못 보셨을 거 같은데 사실 굉장히 연주를 잘하셨어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건가요? 근데, 연주를 잘하시고 여유 있게 연주를 해주셨는데. 모르겠습니다. 굉장히 긴장하신 것도요. 준비하신 과정에서는 어떠셨어요. 연습할 때와 막상 무대 올라갈 때 좋으면서도 힘들고 그러신가요?

 

오재형 : 할 때는 사실 뭔가 막, 저는 조성진이나 이런 피아니스트들이 무대에서 완전 그 곡에 빠져서 치는 모습이 어떻게 가능한지가 너무 궁금해요. 어떻게 저렇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칠까? 저거는 무대에 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일이겠지만. 저는 그게 안 되고, 연주할 때는 그냥 속으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해서, 치는데, 치고 나면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정지혜 : 생각보다.

 

오재형 : (웃음) . 생각보다 좋아하시고. 좋네요, 이러면 당신이 좋아하니 저도 좋습니다. 마음으로 이야기하게 되는 거죠.

 

정지혜 : 어제 제가 미처 생각 못 했는데요. 어제 왼손을 피아노에 올리면서 인사하셨네요. 마지막에.

 

오재형 : 그거는, 어제 디지털 피아노로 했는데. 디지털 피아노에 올리면 별로 멋이 없어 가지고. 그랜드 피아노, 이렇게 하니까 조금 멋있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많이 질문 주실 거 같고요. 사실 이 영화가 피아노, 이런 여러 작업들도 있지만 배리어프리로 만들었다는 게 굉장히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처음부터 아예 기획을 하고 가신 걸로 알고 있고, 후반 작업으로 배리어프리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예 초반 세팅을 그렇게 하신 이유가 있으실 거 같고. 그거에 대한 고민? 또 어떤 방식으로 상영할 것인가. 이게 이 영화의 핵심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오재형 : 저는 일단 보면, 영화에서 나왔지만 관심 있는 사회적 이슈들을 많이 세월호부터 시작해서 강정마을을 많이 담았어요. 근데 제가 최근에 가장 관심 있는 이슈는 장애 이슈. 얼마 전에 이동권 관련해서도 사회적으로 많이 쟁점이 됐는데, 몇 년 전부터 전 그런 관심을 가져왔고. 그런 관심을 이 영화에 넣어보고 싶다. 넣어보고 싶은데, 장애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보다 영화적 형식으로 말을 해보자. 그래서 제 그런 사회적 관심을 형식으로 집어넣은 거예요. 근데 배리어프리 영화를 만들려고 하니까 사후적인 작업은 한계가 많더라고요. 이를테면 영화 속 대사를 하는데, 중간에 공간이 계속 필요한 거예요. 상황 설명이 필요한 거죠. 제가 이렇게 하면은 소리나고 이러잖아요. 근데 뭐, 한 남자가 물병을 들고 있습니다. 이러려면 대사와 대사 사이에 공간이 비어야 글의 내레이션을 넣을 수 있는데 그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편집 단계부터 적용해야 된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있었어요. 사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공간을. 다큐멘터리 만드는 클립들이 충분히 여유가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살짝 늘리면 되거든요. 거기에 내레이션을 집어넣고. 저는 그걸 영화적 경사로라고 생각을 하는데. 휠체어가 잘 갈 수 있도록. 그 정도 경사를 늘리는 건 사실 일도 아니에요. 편집 단계에 적용을 하면 훨씬 더 수월하게 화면에서 내레이션을 넣을 공간을 확보를 하는 거죠. 전체적인 러닝타임도 조금 늘어나겠죠? 그런 식으로 제가 기획 단계부터 배리어프리를 생각하지 못했더라도 편집 단계부터 그걸 고려한 게 굉장히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고, 그렇지 않고서 보통의 대부분 영화들은 완성된 거를 어떻게 연결할지 전문가들이. 그 정말 안되는 공간에 화면에 넣으려고 엄청나게 노력을 하세요. 욱여넣고. 그걸 그분들은 경이로울 정도로 그걸 해내세요. 저는 제가 일단 하기로 했고, 마음 먹었고. 그 이유는 제가 배리어프리 제작의 전문가도 아니고 처음 해보는 거지만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영화적 형식이 너무 궁금해서. 그래서 이 영화를, 형식이 궁금하단 얘기는 이 영화가. 배리어프리 영화가 장애 인권이나 윤리적인, 그러한 측면에서만 제작되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그런 영화적 형식이 저는, 영화적 실험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서 형식적인 그게 되게 궁금했어요. 그래서 이 배리어프리라는 건, 제 영화에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안 되는 그런 게 아니라. 배리어프리가 삭제되면 제 영화가 아닌 거라고 느껴서. 저는 개봉을 준비하고 영화제 상영을 준비하고 있지만 비장애인용 버전이 따로 없거든요. 무조건 한 가지 버전으로만 상영을 하고. 배리어프리가 제 영화의 주요한 정체성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배리어프리 영화 버전을 따로 만들면 안 그래도 상영 기회가 별로 없는데, 버전을 따로 상영을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조금 어렵기도 하고. 애초부터 그러지 않을 여러 가지 목적으로 비장애인 버전이 따로 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궁금하거든 이게. 이 영화는 한 가지 버전 밖에, 저의 생각들에 의해서 한 가지 버전밖에 만들지 않았습니다.

 

정지혜 : 명확한 비전과 솔직한 말씀이었던 거 같아요. 오히려 윤리적으로 사회적 이슈로 이 작업을 했다 그럴 수도 충분히 있는데, 오히려 영화의 형식으로 가져가고 싶었던 실험이었다는 게 굉장히 좀 납득이 되고요. 사실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보는 거 듣는 거 보이지 않는 것 들리지 않는 것 보여주는 거 보여주지 않는 것 이런 것에 대한 계속된 물음이잖아요. 그걸 감독님이 영화의 형식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게 굉장히 재밌었고 그거에 대한 창작자의 입장이 아주 명확하고 솔직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재형 : 안 그래도 또 생각이 난 게 배리어프리 영화를 만들어내는 첫 번째 이유는 사실 다양한 관객을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저는 다양한 관객에서 다양한의 진짜 의미를 그동안 몰랐었어요. 그래서 아까 제가 저의 관종의 역사를 싸이월드로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래서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관종이면 어차피 창작자는 다 자기 작품이 불특정 다수에게 향유되길 원하잖아요. 그런 관종의 최종적인 형태는 배리어프리 영화가 아닐까. 왜냐면 한 명의 관객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을 담는다면, 어쨌든 관객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 이기적인 마음이 사실 크다면 크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정지혜 : 오늘 이 문장을 좀 기억해둬야 할 것 같은데요. 반대로 좀 두렵진 않으세요? 나의 모든 것들을 노출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계속하고 있잖아요. 작업실, 일상, 물론 당연히 생각하는 바. 이 사람이 어떻게 사고하고 있는가. 어떤 의식을 갖고 있는가. 이런 걸 드러내기도 하지만 그걸 전면화하는 방식이 상당히 걱정되기도 하고, 혹은 긴장, 스릴? 흥미?

 

오재형 : 제가 영화에서 과격하게 뭔가를 주장하기보다는 애도나 추모나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정도의 이미지를 늘어놓고 있기 때문에. 물론 저는 그거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 정도는 내가 두렵지 않는 선에서 왜 그렇게 했을꼬, 그거 잘못된 거 아니야? 라고 하기로. 그렇게까지 제가 강한 주장을 했다고는 개인적으로 생각하지 않거든요. 왜냐면 세월호 하면 추모나, 그런 의미. 계속 이미지를 보여주고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면서 보여주는. 그 정도 의미기 때문에. 이 정도론 저에게 두렵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정지혜 : 달리 생각해보면 작업하는 사람의 일상과 노동과 그, 공정이 다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 좀 들었어요. 그런 부분은 보는데 저도 많이 이입을 해서 봤고. 예술가라고 칭해지는 사람들이 사실 어떻게 작업을 하고 있는가. 작업의 이면, 사회생활의 이면, 작업 공간은 어떤가. 이런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오재형 : 과정을 많이 찍었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예능프로그램을 보더라도 대표적으로 무한도전 같은 걸 보면 무대의 올라오기 전의 과정이 훨씬, 사실은 더 재밌잖아요. 과정을 기록하는 게 결과물보다 더 재밌을 수도 있고. 피아노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과정, 레슨 때 어떤 말이 오가는지 궁금해하고. 그런 유튜버들 요즘 많잖아요. 그렇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예술가의 숨겨진 노동이라든지. 저의 고생을 좀 생색내고. (웃음) 그렇습니다.

 

정지혜 : 저 진짜 하나 궁금했는데요. 작업실 있잖아요. 거기는 그렇게 뜯고 붙이고 못질해도 괜찮은 공간인가요? 사실 저로서는 내 작업실이 없지만, 제가 있는 공간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어 가지고. 어떻게 작업하고 계시는지.

 

오재형 : 되돌려야 하는 그런. (웃음) 벽이 공교롭게 석고보드로 되어 있더라고요. 시멘트가 아니라 석고보드라 이렇게, 슥 이렇게. 붙일 수 있다는 거예요, 압핀 같은 거를.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다들 이해를 할 텐데 그림을 걸기도 좋고 뭔가를 걸기도 좋고. 그래 가지고, 하다 보니까 천장에도 하게 된.

 

정지혜 : 다행히 되고 있다. 관객분들 질문도 받으면서 이야기 계속 이어갈게요. 질문 있으신분 손 들어주시면 저희가 마이크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아까 잠깐, 미리 얘기를 나눴었는데 예전에 한두 분 계신 곳에서 상영을 한 적이 있어서 이제는 어떤 분이 와도 상관없다. 괜찮다. 오늘 꽤 관객분들이 계시니까요. 피드백을 나눌 수 있는 충분한 거리와 분위기라고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말씀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관객1 : 우선 영화 정말 잘 봤고요. 제가 영화를 감독님 바로 앞자리에서 봐서 시작하는데 뒤에서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가셔서 되게 놀랐거든요. 제 질문은 두 가지인데요. 19년도부터 작업을, 조금씩 하셨다고 했는데, 그럴 경우에, 아까 예를 들어서 피아노 콘서트 장면 같은 데서. 관객들 얼굴이 나오잖아요. 그런 건 사전에 그분들한테 영화에 나온다고, 19년도나 20년도나 당시에 양해를 구하신 건지 아니면 사후에 그 장면을 편집하시면서 따로 양해를 구하신 건지. 그런 세부적인 사항이 좀 궁금했고. 제가 오기 전에 감독님 인스타그램하고 기사를 찾아봤는데. 원래 회화를 하시는 분이셨잖아요. 영화는 나중에 시작하신 것 같다고 저는 이해를 했는데, 몇 년 전에 칸에 갔다 오셨더라고요. 얼마 전에 전주국제영화제나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셔서 전공자가 아니면 정보나 그런 게 부족할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렇게 유통을 할 수 있었는지. 그런 점이 좀 궁금했습니다.

 

오재형 : 첫번째로 그 콘서트 장면. 그 당시에는 말씀드렸다시피 영화 개봉까지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사전에 촬영된다는 공지는 못 드렸고, 클로즈업이 되는 관객의 신은 일일이 다 허락을 구하지는 못했고. 하지만 제 가족. 누나나, 아버지나, 어머니나, 친구 위주로 그렇게 편집을 해서 지인들은 들어가도 괜찮냐고, 괜찮다고. 쓸게 해서. 물론 연락이 닿지 않는 모르는 분들도 한두 분 계시는데 그분들이 나중에 이 영화를 보신다면 직접 그때 사후에 양해를 약간. 구해야 될 것 같고. , 일단. 칸 얘기는 제가 나올 때마다 숨고 싶은 그런 건데. 결론적으로는 제가 사기 치는 건 아니고. (웃음) 어쨌든 거기서 오라고 했고. 비행기 값을 주진 않았었는데 날아갔고. ID카드를 받고. 카탈로그에 실렸고. 어쨌든 그런 일들이었는데. 이게 우리가 칸에 초청됐다 이러면 보통 홍상수나 봉준호를 떠올리잖아요, 상영을 할 때. 그런 건 아니었고 제가 그때 한창 해외영화제에 내고 싶어서 냈는데 됐다고 해 가지고 온가족이 환호성을 질렀는데 알고 보니까, 이런 스크린 행사가 아니었던 거예요. 그냥 칸이라는 자체가 하나의 큰 마켓이에요. 그래서 그 단편 마켓에 참여를 한거여가지고 어쨌든 이제 참여는 한 거죠. 그래서 갔는데 우연히 한국에서 온 기자분들을 만나가지고 단독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블라인드 필름>이라는 작품으로 왔는데. 사회적 아픔을 가지고 칸을 찾은 오재형 감독. 이렇게 기사화가 돼서. 스크리닝 행사가 전혀 아니었고. 그런 그 락페스티벌이라면 메인 스테이지가 아니라 버스킹 하러 오시는 분들. 스크리닝 행사는 아니고, 어머니가 주변에 자랑하려고 칸 갔다 왔다. 전공자가 아닌데 유통을 어떻게 하는지. 처음에 저도 잘 몰라 가지고. 저는 전혀 영화에 대해, 영화감독의 꿈이 있었다거나 그런 사람이 전혀 아니었고. 어떻게 하다 보니까, 워크샵 같은 데를 가다 보니까 하나 만들어서. 만들면 내야겠구나. 그래서 영화제가 국내에 뭐가 있는지 알아봤어요. 저는 부산국제영화제정도 제외하고는 서울독립영화제나 하나도 몰랐어요. 인디포럼이라든지 지금은 없어진 인디다큐페스티발. 내 영화를 어디에 선보일까 알아보는, 검색 와중에 알게 된 거고. 그런 영화제를 가본 것도 처음이었어요. 제 영화를 들고. 작년에 부산도 처음 가봤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미술계와 달리 영화계는 응모 형태가 많아서. 넣으면, 열 군데 넣으면은 한 군데 정도 붙고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그럼 뒤풀이 자리에서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도 해보고 정보도 좀 얻고. 친구도 좀 얻고. 이런 식으로 해서 인프라를 만들었던 게 저에게 컸던 거 같아요. 그게 아니었다면 제가 사실, 영화 쪽으로 대학원을 가고 싶었는데. 왜냐면 그, 친구가 없으니까. 지금은 그런 것들이 다 충족돼서.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볼 전공자 친구가 있고. 지원사업 어때? 그러면 네 영화랑 어울릴 것 같아, 하고 정해주는 친구들이 있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배급 시스템이나, 영화제에서 어떤 성격의 작품을 뽑는다거나. 그런 것들을 출품하고 경험하면서 많이 터득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전공자가 아니라서 자유로운 점이 있으면서, 가장 지금 좋은 컨디션으로 오신 거잖아요.

 

오재형 : , 그렇죠.

 

관객2 : , 안녕하세요. 저 우선 영화 재밌게 봤고요. 저도 최근에 전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기가 많이 촉진되는 다큐였고요. 제가 궁금한 건 피아노 선생님이 두 분이 등장하시잖아요? 그래서 두 분의 역할은 뭔가 다른 게 있었는지가 궁금하고, 작업하시는 과정에서 두 번째 여자 선생님께 작곡을 의뢰해서 완성해서 연주를 하시는데 작곡 의뢰를 결정하시게 된 계기가 이제 피아노를 배우다 그 여자 선생님의 취향이나 곡을 선정하는 부분이 마음에 드셔서 선택을 한 건지, 아니면 웬만하면 무난하게. 편하게 갈 수 있겠다. 이렇게 생각해 선택해서 약간의 틀을 잡으신 건지, 그런 부분들이 좀 궁금합니다.

 

오재형 : 제가 다니던 취미 성인 피아노 학원에는 어, 그러니까 클래식을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있고. 재즈 피아노 반주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이 있는데. 남자 선생님은 클래식 전공 선생님이고. 클래식 배우고 싶으면 그 선생님한테 가야 되고, 재즈나 반주 이런 거 배우고 싶으면 그 여자 선생님한테. 재즈 전공 출신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때 두 개 다 배우고 싶어서 일주일은 클래식 배우고 일주일은 재즈 선생님한테 배우고. 그런 식이었어요. 역할이 그렇게 나눠지고, 그 선생님한테 작곡을 의뢰한 거는 제가, 그 선생님의 작곡가로서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그 선생님이 작곡한 곡을 들어보고. , 이 사람이 적합하겠다. 이건 전혀 아니었어요. 아니었고. 아까 어떻게 입문했냐고 물어보셨지만, 저도 의뢰하고 싶은데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제가 레슨 받고 있는 선생님이 있으니까 그래도 전공했으니까 잘 하겠지라는 심정으로. (웃음) 혹시 작곡도 하세요? 물어보고. 한다길래 그럼 합시다! 이렇게 된 거예요. 근데 그분의 곡이 마음에 들어서 저는 되게 운이 좋았던 거죠. 누군가를 섭외하는 과정이 막, 오디션을 보고 알아보고 이렇게 하는 것보다 저는 우연히 알게 된 사람. 제가 댄스 필름을 찍은 적이 있는데 무용수를 모르잖아요. 어느 영화제에 갔는데, 술자리에 갔는데 옆의 어떤 분이 사실은 배우였는데. 현대무용을 한다는 거예요. , 저 무용수 찾고 있는데 같이 하실래요. 그렇게 바로 하게 된 경우도 있고. 그래서 잘 모르니까 그런 실낱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웃음)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3 : 일단 영화 너무 재밌게 잘 봤고요. 저도 두 가지 질문이 생겨서 질문을 하게 됐는데. 첫 번째로는 중간중간에 나온 피아노 연주곡들. 어떻게 선정하셨는지 되게 궁금했어요. 그냥 클래식 음악도 있지만 다른 장르 음악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걸 다 들으시고 이건 영화 분위기에 맞겠다 싶어서 선정을 하신 건지가 궁금했고, 또 중간에 보이지 않는 도시 테클라 영상이 나온 게 유달리 기억에 남아서. 이게 그 시내에 직접 가보시고 느낀 감정을 통해서 만드신 영상인지. 물론 굳이 창작자의 의도를 밝히지 않고 그냥 시청자가 생각하는 대로 생각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만,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해서 여쭤보려고 했습니다.

 

오재형 : 곡 선정의 기준은 저작권에 관한 문제가 좀 컸어요. 클래식은 저작권이 없으니까 제가 연주하면 그런 건 좀 안 걸리겠다 싶어서 클래식 곡 중에서도 이건 모든 영화 음악을 하시는 분들의 고민과 상통한다고 생각하는데 곡의 분위기가 너무 세도 안되고, 그래서 쇼팽 같은 건 조금 안 어울리겠어서. 쇼팽 되게 좋아하는데. 곡의 성격이 너무 멜로디성이 강해 가지고. 그래서 드뷔시나 이런 건 조금, 드뷔시도 인상주의. 미술에서만 인상주의가 아니라 음악에서도 있더라고요. 분위기만 나이스 하게 되는 그런 곡들 위주로, 그런 부분들 위주로 선정을 해서 내 영화 이미지랑 좀 맞겠다. 결정적인 거는 이제 연주가 쉬워야 돼. 어려우면 안 되니까. 난이도가 쉽고, 분위기가 좋은 걸로. 그런 식으로 했고. 그다음에 클래식 아닌 곡들은 다 창작곡이에요. 제가 한 것도 있거나, 아까 학원 선생님이 했거나 오프닝 곡은 이제 강헌구 씨라고 마중이라는 곡인데 그 곡은 그 분이 세월호 추모곡으로 작곡한 것이고. 그래서 이번에 제가 좀 쓰겠다고 말씀드려서 사용하게 됐고.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저작권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원래 버전은 다른 곡이었는데, 저작권 해결이 안 돼서 바꾼 것도 있고. 그런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보이지 않는 도시들 같은 경우에는 그게 원래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라는 소설이 있어요. 그 소설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들에 대해 막 소개가 되는데 그중에 제가, 하나하나 도시를 제 방식대로 작품화. 이미지화 시키기 시작했고 사실 그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의 단편, 27번째 단편인데. 그중에 일부로 좀. 테클라라는 도시를 봤을 때, 이건 내가 봤을 때 뭔가 강정마을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생각을 한 거예요. 그러면 강정마을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내가 은유적인 내레이션을 통해서 표현을 해 보자 해서 표현을 했던 거고, 당연히 여기 나왔던 푸티지는 제가 현장에서 찍은 것들이고. 강정마을에 한창 일 년에 몇 번씩 갔던 시기가 있었어요. 용역들이랑 이렇게 몸을 섞기도 하고. 그런 장면들을 일부러 넣진 않았습니다.

 

정지혜 : 마중이라는 곡, 조금 더 소개해주세요. 아까 저는 미리 알게 됐는데 다른 것도 참여를 하셨더라고요.

 

오재형 : , . 싱어송라이터 강헌구 씨의 앨범이 발매됐는데 얼마 전에. 그 곡의 타이틀이 마중이라는 곡이고 저는 피아노 편곡을 해서 피아노로 연주를 했지만, 그걸 유튜브에 찾아보시면 마중이라는 곡이 가사랑 같이 나오는데 제가 며칠 전에 그분의 공연을 보다가 마중이라는 곡을 듣게 돼서 너무 좋아서. 가사가 네가 돌아온다면 내가 마중나갈게라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이게 세월호 곡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마음에 와닿아서. 제가 그분의 뮤직비디오를 따로 제작하게 되었고, 제 영화에도 쓰고 싶다고 요청을 해서 연주곡으로 편곡을 해 가지고.

 

정지혜 : 감독님이 올린 영상 중에 지금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해서, 아까 자랑도 하셨으니까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뮤직비디오를 굉장히 특이하게 작업을 하셨더라고요. 거의, 거의가 아니라 완전히 집 안에서만 촬영을 하신 방식이어서. 그 작업도 사실 이 영화 못지않게. 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감독님의 작업의 방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아서 조금의 소개 한 번 해주시면 어떨까요?

 

오재형 : 저는 제 집밖을 나가기 싫어하는 감독이라 어떻게 하면 안 움직이도록 혼자서 해볼까. 저는 혼자서 작업하는 게 여태까지는 편해서. 나중에 바뀔 수도 있겠지만. 혼자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 여러 가지 방식들이 떠오르는데, 그중의 하나가 집에 들어오는 햇빛들 있잖아요. 가끔 너무 이쁠 때가 있잖아요. 이렇게 맺힌다거나. 그 궤적을 한 번 찍어보자고 해서, 타임랩스로 햇빛이 방 안을 훑고 지나가는 궤적들만 모아 가지고 뮤직비디오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그 뮤직비디오의 컨셉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나중에 직접 보시면.

 

정지혜 : (웃음) , 또 질문 있으신 분이 계실까요? . 그럼 제가 조금만 더 여쭤볼게요. 개봉도 준비하신다고 했는데, 사실 극장에서 이렇게 온전히 즐기는 방식도 너무 좋을 것 같고. 또 공연의 형태로 같이 접목을 해서 보여주실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것에 대한 계획이랄까, 이건 물론 개봉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감독님의 작품을 공연 형식으로 볼 수 있는 자리가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그런 소망이 있습니다. 어떻게 좀, 안될까요?

 

오재형 : , 어디서 좀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는데. 그래서 저는 제 더하우스콘서트 공연 준비하면서 저의 모든 작업을 그동안 이미 공연화를 시켰어요. 그래서 어디서 불러주신다면, 그러니까 제가 만약에 리사이틀을 다시 한다고 했을 때, , 두 시간 가까이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연주랑 상영으로는. 그래서 그런 기회가 있으면 저도. 보통 다른 피아니스트들은 콘서트홀이 주무대라면 저는 극장이 주무대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큰 스크린에서 제가 연주를 할 수 있다면 보는 사람도 재밌을 거예요. 저도 준비를 많이 해야 되고 고생스럽긴 하지만 그게 더 훨씬 더 적극적인 영화 관람 방식이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기도 하고. 또 벌벌 떨 수 있는. 또 소중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정지혜 : 어제 가만히 듣다 보니까 그 긴장감이 되게 좋더라고요. 공연장 가면 연주자들도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관객도 사실 같이 긴장하는 것도 있거든요. 혹시라도 틀리면 어떡하지? 이런 거라든가. 각자 n분의 1의 부담을 짊어지고, 하지만 그것이 충분히 견딜 만하고, 즐길 만하다는 결론이 나는데. 다행스럽게 매번 그러했는데, 그 떨림이 주는 경우가 좋은데, 약간 라이브 공연이기도 하니까. 굉장히 좀, 이런 극장 안에서 관객들과 같이 온전히 떨림을 같이 느낀다는 게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조금 더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제도 했습니다.

 

오재형 : 제가 그림을, 그림에 약간 사랑이 식은 것도 그런 거랑 일맥상통하는데. 그림 작업 자체는 너무 재밌어요. 너무 재밌는 작업이고. 근데 전시가 전 재밌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작품이 팔리면 되게 기분이 좋지만, 발표하는 형식이 저랑 좀 안 맞다는 게 그림을 디스플레이할 때 걸고 철수하면서 빼는 게 뭔가 조금 허망하더라고요. 그리고 또, 영화를 상영한다고 해도 어제는 연주를 했지만. 그냥 이렇게. 저는 GV에서 말하는 걸 전혀 떨려하지 않는 스타일이긴 한데. 편안하잖아요, 그냥. 영상. 상영하면 되는 거니까. 근데 연주는 저도 와서 엄청 떨리는 거예요. 몇 주 정도 준비도 해야 되고, 그런 것들이 떨릴 수 있다는 게 너무 공포스럽기도 하면서 되게 좋기도 하고. 또 말씀하신 것처럼 보는 사람도 같이 떨리거든요. 쟤 잘할까. 틀리진 않을까. 실수하진 않을까.

 

정지혜 : 틀리면 어떻게 반응해야 될지.

 

오재형 : 저희 누나가 제 첫 리사이틀을 보고 너 기절하지 않은 게 너무 다행이라고 말을 했는데. 그 정도로 떨고 그러기 때문에 끝나면 뿌듯함도 더 크고. ,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는 사람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관객들도 신선한 경험일 것 같기도 하고. 여러 면에서 저는 상영과 공연 둘 중에 뭘 할래, 물으면 무조건 공연을 택하려고 합니다.

 

정지혜 : 퍼포머라는 생각이 좀 들고, 사실 여기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피아니스트이시기도 하고, 감독이기도 하고, 화가이기도 하고, 그냥 아티스트라고도 할 수 있는. 정말 많은 호명이 있잖아요. 저 역시도 어떻게 불릴 것인가. 그런 고민들을 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때그때 다른 이름들을 갖기도 하고, 거기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셨을 것 같아요.

 

오재형 : , 보통 뭐. 미술하고 음악하고 영화한다 하면 사람들이 종합예술인이시네요.’ 이런 얘기를 많이.

 

정지혜 : 홍서범 씨가.

 

오재형 : . 저는 그 말이, 그렇게 막 달갑진 않은 게, 종합예술인이라 하면 일단 홍서범 씨가 떠오르고. 홍서범 씨를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분이 최초의 단어를 만드신 분이거든요. 홍서범 씨에 대한 그런 건 없지만, 특정인이 자꾸 떠올라서. 조금 그렇기도 하고. 저처럼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친구한테 좀 물어봤어요. 너 종합예술인이라는 말 좋아해? 좋아하는 사람 한 명도 없었어요. 일단은. 그 단어 자체가 좀 올드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너무 어마어마한 단어로 들려서. 뭘 종합한다는 거지. 그래서 저는 차라리 종합예술인이라 부를 거면 제가 또 단어를 정했습니다. 정말 그런 욕구가 든다면 예술잡상인이라고 불러주세요. 예술잡상인이라고 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정지혜 : 그때그때 꺼내서 쓸 수 있는.

 

오재형 : 보따리장수처럼.

 

정지혜 : 봇짐장수처럼. 영화에서 하나, 그냥 궁금했던 점이 화가 은퇴를 준비하는 장면이었어요. 나중에 기회되면 물어보고 싶다 생각을 했었는데, 큰 캔버스에 글귀를 써 내려가잖아요. 근데 영화상으로는 사실 거기가 편집이 되지 않았다고 저는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그 글귀는 즉흥으로 나온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그 부분이 놀라웠거든요. 왠지 그 안에 그럴듯한 뭔가를 담아야 할 것 같은 부담과 강박도 있었을 것 같고. 아니면 그런 것들 필요 없이 그냥 내가 써 내려갔다. 그런 것인지. 가장 좀 궁금했습니다.

 

오재형 : 미술작가들이 전시를 하면 작가노트 같은 걸 써서 비치를 하잖아요. 서문이라든가. 그걸 조금 저는 다른 방식으로 해보고 싶어가지고. 생각나는 대로 즉흥적으로 쓴 건 아니고 정리를 한 다음에 그걸 옮긴 것인데, 작가노트를 조금 다르게 써보자는 마음에서 옛날에 그렸지만 지금은 의미가 증발한 그런 그림 위에다 쓰면 좀 어울리겠다 싶어가지고. 그렇게 제 솔직한 마음을 적게 되었죠.

 

정지혜 : 감독님이 계획해서 꼼꼼하게 사전에 준비하고 이대로 할 거야 스타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서 그 장면도 어느 정도의 즉흥과 자유분방함이 있을 것 같았으나 한편으론 꽤 긴 문장이어서 이것을 어떻게 준비하고 영화를 찍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질문을 한 번 해봤습니다. . 혹시 질문이 있으시면 질문을 좀 받고요. 아니면 이제 마무리를 해보려 합니다.

 

관객4 : 영화에 나오는 공연 두 편 중에 한 편을 기분 좋게 봤는데도 이렇게 영화로 보니까 새롭고 너무 좋았습니다. 이걸 보다 보니까 이전에 작업하셨던 단편들이 많이 나오는데, 본인의 작업 단편을 재료로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게, 처음에는 이걸 보는 사람들에게 반복되는 것이고 이전에 영화를 봤던 관객에게 저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이렇게 생각을 하다가, 배리어프리라는 프리뷰 때문에 이게 새롭게 인식이 돼서 쌓여가는 게 되게 재밌었고요. 근데 그러다가, 그림에 글씨를 쓰는 장면에서 좀 아픔이 왔는데. 영화의 경우에는 내가 만들었던 단편을 다시 쓰고 활용해도 원본이라는 게 남아 있는 건데 그 작품은 쓴다는 행위로서 새롭게 탄생하기도 하지만 기존 것이 없어지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그걸 보면서 그림이라는 게 지금 봤을 때 나에게 의미가 준 거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작업을 쌓아가면서 10년 후에 그걸 바라보면 느낌이 또 달라질 수도 있을 텐데. 또 안타까움을 가지면서 봤는데요. 글씨를 쓴 그 큰 캔버스는 지금 어디로 가 있는지, 요런 것들이 좀 궁금하고 해서. 그리고 좀 기술적인 걸로 애니메이션 이펙트들은 어떻게. 어떤 툴 같은 걸로 작업을 하셨는지도 네. 궁금합니다.

 

오재형 : 저분도 종합예술인이세요. 이것저것. 좀 더 봇짐을 들고 다니는. 그 큰 그림은 어디 있냐면 작업실 한켠에 이렇게, 여전히 있고. 그게 나중에 보면 다시 의미를 획득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글씨를 적었던 그 자체로 작품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옛날 그림들도 약간 좀 변태적인 게, 막 열심히 그리다가, 되게 열심히 묘사하다가 걸레나 이런 걸로 확! 하면 없어지잖아요.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뭔가, 그런 쾌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지우고, 좀 더 지우고 완전히 백지가 된 경우도 있는데 그런 걸 건드리면 뭔가 망치는 건 아니지만. 무화시키는 그런 과정들이, 행위가 즐겁기도 하고 해서. 그런 저의 속성들이 조금 적용이 되지 않았나? 그러고 생각을 합니다. 글씨를 써버렸기 때문에 그걸 팔 수는 없겠죠? 그냥 저의 기념품으로. 은퇴 기념품으로. 좀 크긴 하지만. 기념품으로 계속 갖고 있을 것 같고, 그 다음에 그림 일렁일렁 움직이는 효과는 그냥 플러그인 하나 샀어요. 적용만 시키면, 위치만 지정하면 이렇게 돌아가는 되게 간단한 플러그인이 요즘에 되게 많이 쓰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건 조금 검색하면 바로 찾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그렇습니다.

 

정지혜 : 유용한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정보를 좀 공유한 것 같고요. 감독님이 어떻게 작업을 하는가. , 어떤 거에 관심이 있는가. 변화하는 과정은 어떤가. 같이 이야기를 나눠본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 . 긴 시간이라면 긴 시간에 알맹이가 좀 단단하게 느껴져서, 즐거운 시간이었고요. 감독님도 신영에서의 첫 토크였는데 이후에도 자주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사를 조금 부탁드릴게요.

 

오재형 : , . 인사하기 전에 광고를 좀 하겠습니다. 제가 보따리에서 하나 더 꺼내면. 작년에 제가 피아노를 치며 생각한 것들이라는 에세이를 냈어요. 근데 아직 1쇄를 못 넘기고 있거든요. 저를 더 궁금해하실 분들은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다 재밌다고 하거든요. (일동 웃음) 그래서, . 그거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요. 강릉 와보니까 너무 좋네요. 너무 좋고. , 신영극장 이렇게 다시 재단장했다고 하는데 시설도 너무 좋고 그래서. 나중에 불러주시면 당연히 또 와서 놀고 싶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너무 감사하고요. 나중에 피아노 프리즘 개봉을 하게 되면, 주변에 많이 소문 내주시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지혜 :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1쇄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저도 힘을 좀 보태고요. 개봉도 올해 하니까, 곧 구체적인 계획도 나온다고 하니까 신영에서 다시 또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오늘 끝까지 함께해주신 관객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리고요. 조만간 다시 극장에서 보겠습니다.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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