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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운게 딱! 좋아!> 리뷰 : 괜찮아, 오늘 재밌었잖아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7. 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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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운게 딱! 좋아!>

괜찮아, 오늘 재밌었잖아

 

웃기려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의 리뷰를 쓴다는 것이 필자에게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물론, 재미있는데 의미와 메시지까지 찾는다면 나쁠 건 없는 일이지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바탕 웃어제끼자고 만든 영화에 정색하고 돋보기를 들이대는 건 아닌지 영 마뜩잖다. 어쨌든 이것이 리뷰어의 숙명이니 살짝 맛보기 내용만 올려 보기로 한다. 아이들이 보는 연재물 딱이야시리즈를 패러디한 제목의 이 영화에 엮인 네 편의 단편 영화는 관객을 속도감 있게 몰고 가며 재기발랄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연일 더위가 계속되는 지금이 시원한 영화관에서 영화 보고 웃기에 딱인 날이다. 여기에 엔딩 크레딧까지 숨어있는 깨알 같은 재미는 덤이다.

 

<눈치돌기>

눈치 없고 찌질한 남자들의 숨 가쁜 다툼이 이어진다. 남의 자취방에 들어가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성구(김희규)는 영화의 시작과 더불어 관객에게 압도적인 비호감 캐릭터를 펼쳐 보인다. 그는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눈치를 볼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이는데 한술 더 떠 염치도 없다. 그런 성구를 현(이민구)은 극도로 혐오한다. 현의 인내는 짧았고 곧 성구를 구박하며 몰아붙인다. 그런데 민철(이태희)이 현관을 열고 들어서자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알고 보니 이 집의 주인은 현이 아니라 민철이다. 순식간에 눈치 없고 염치없는 사람이 성구에서 현으로 치환된다. 성구를 몰아붙였던 현이 민철에게 변명 한마디 제대로 못 하며 더 호되게 궁지로 몰리는 장면은 폭소를 자아낸다. 공교롭게 성구와 현 모두 자신보다 나이 어린 동생에게 구박을 당한다. 마치 사람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눈치 없어지고 제 편한 대로 행동한다는 타박이라도 하는 것 같다. 이 형편 없는 인간들에겐 색을 부여하기도 아깝다는 듯 영화는 흑백으로 건조하게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싸움을 담아낸다. 오직 한 가지 사물만 빨간색으로 도드라지게 표현한 익살도 있다.

 

<안녕 내사랑>

헤어진 전 남자친구의 문자를 받고 재회의 기대에 한껏 부푼 소연(신소연)에게 지훈(탁이온)은 청첩장을 내민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는 소연과 영화감독놀이 하듯 한껏 잘난 척에 취한 지훈이 티격태격하며 소소한 재미를 만들어낸다. 즐겁게 지냈던 둘의 지난 추억을 회상하며 기대 가득한 재회의 기쁨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카드까지 써온 소연은, 자신이 받은 모멸감과 배신감에 대한 복수랍시고 지훈과 사귀고 있을 때 사실 다른 남자랑 잤다고 말한다. 그걸 애써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가 소연과 작별할 때 결국 나보다 잘 하냐고 정색하며 묻는 지훈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버린다. 쿨한 듯 쿨하지 않은 젊은 남녀의 애매한 헤어짐에 네가 내 첫사랑이어서 고마웠다고 영화의 대사를 치듯 말하는 지훈의 훈훈한 마무리가 더해져 마지막까지 웃음을 자아낸다.

 

<떨어져 있어야 가족이다>

어라, 이거 우리집 얘기잖아하지 않을 사람이 많지 않을 현실 가족 영화다. 각자 살아가는 일에 바쁜 가족이 한데 모이는 일은 약간의 기대와 동시에 번거로움이 공존한다. 부모의 관심은 성인이 된 자식의 입장에서는 과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애정의 발로이다. 가족은 너무 가까운 관계이기에 조심스럽고 서로를 배려하기 보다는 자신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말하고 행동하기 쉽다. 그러다 보면 서로 상처 주고 싸우는 일이 다반사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극한의 대립을 하다가도 또 서로 짠한 마음에 얼싸안고 울며 용서하고 화해하게 되니 그게 또 가족인가도 싶다. 하지만, 그 따뜻함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 서로 죽일 듯이 싸운다. 가까이 있으면 작은 것으로 싸우고 다투면서도 또 좀 떨어져 있으면 짠하고 대충 이해하게도 된다. 그래서 적당히 떨어져 있어야 서로 그리워하는 마음이라도 가질 수 있는 떨어져 있어야 가족이라는 제목에 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귀신친구>

첫 장면은 제법 오싹한 귀신이 등장하며 공포영화처럼 시작한다. 코미디영화라 했는데 이게 무슨 상황인가 당황하기도 잠시, 곧 웃음 본색을 드러낸다. 죽은 친구를 위해 살아있는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게 되었다는 감독의 연출 의도가 왜 이렇게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게 됐는지 실소를 자아내지만, 죽은 친구의 딜도를 몰래 치워 주기 위해 소연(신소연)은 고군분투한다. 친구를 두 번 죽일 수 없다는 소연의 진한 우정을 통해 죽어도 우정은 계속된다!’라는 감독의 메시지를 유쾌하게 전달한다. 다양하고 방대한 양의 딜도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치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소연이 맞닥뜨리는 우스꽝스러운 상황과 낯익은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관객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웃게 만든다. 우여곡절 끝에 소연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후 귀신 친구 지혜(백지혜)는 밝은 모습으로 소연에게 손을 흔들며 괜찮아, 오늘 재밌었잖아라고 작별을 고한다. 맞다, 오늘 이 영화가 재밌었으니 다 괜찮다.

 

-관객 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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