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컴온 컴온> 리뷰 : 높낮이가 다를 뿐,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7. 15. 16:45

본문

<컴온 컴온>

높낮이가 다를 뿐,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가 돌아왔다. 그것도 힐링 영화의 주인공으로. <컴온 컴온>은 이 사실만으로 굉장히 기대치를 높이는 영화다.

 

전부 흑백으로 화면을 채운 영화는 잔잔하게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꼭꼭 숨겨 담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두 손 가득 채워준다. 시작부터 조니(호아킨 피닉스)미래를 상상할 때,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요? 뭘 기억하고 무엇을 잊게 될까요.” 등의 질문을 나누며 관객들 또한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 전역의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며 그 내용을 녹음하는 저널리스트인 조니는 수많은 아이들을 인터뷰하는 일이 직업이었다. 그래서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잠시 집을 떠나야했던 여동생 비브를 대신해 그의 아들 제시(우디 노먼 분)를 상대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웬걸, 제시는 생각보다 더 독특하고 여기저기 튀는 탱탱볼 같은 아이였다. 엄마와 기이한 상황극을 하기도 하고, 음모론을 좋아하며 때로는 갑자기 숨어 조니를 놀라게 하거나 조니의 말 끝을 따라하는 등 미운 9살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화를 보며 가장 크게 놀란 점은 이러한 제시의 행동에도 조니는 화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곤해도 제시의 요구를 들어주려 노력하고, 제시가 원하는 것을 쥐여주고자 했으며 제시가 갑자기 사라져 놀랐을 때에도 큰 소리를 내긴 했으나 곧바로 사과하며 제시가 상처받지 않도록 진심을 다해 노력했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조니는 비브와 매일 밤 제시에 대한 이야길 나누며 조언을 구하고 자기 전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녹음기에 담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어른인 자신의 시각에서 제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조금 아래로 내려와 제시와 눈을 맞대고 그를 마주했다.

 

제시 역시 처음에는 조니와 어색해했다. 근 몇 년간 비브와 사이가 어색했던 탓에 제시가 조니를 볼 일은 많이 없었고, 그래서 엄마를 찾거나 조니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조니는 제시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들어주었고, 그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자신의 녹음 장비를 빌려주어 바닷가의 파도 소리, 사람들이 웃는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헤드셋으로 풍성하게 듣게 해주었다.

 

영화의 초반부가 지나갈 무렵 제시의 아빠 폴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제시와 조니의 어중간한 동거 기간은 늘어나게 된다. 이때부터 조니의 일을 위해 함께 디트로이트, 뉴올리언스 등을 돌며 인터뷰를 다니는데, 가족 영화와 로드 무비의 정서를 적절히 섞은 느낌이 나 전혀 어색한 느낌 없이 영화를 따라갈 수 있다. 아이들을 인터뷰한 내용도 중간중간 영화를 채우는데, 가만히 감상하다 보면 어른들보다 더 성숙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현실을 직시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하게 되는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힘들겠지만 그럼에도 가능할 것이라며 긍정적인 말을 한다. 여기에 크거나 중독성 있는 음악은 아니지만 잔잔한 배경 음악과 거리의 소리, 자연의 소리 등 정제되지 않은 소리까지 한데 어우러지며 <컴온 컴온>만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래서 더욱 처음부터 끝까지 큰 사건 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는 각본을 따라갈 수 있다.

 

<컴온 컴온>은 아이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혀 불편하지 않은 영화다 러닝 타임 내내 제시는 어떠한 폭력이나 폭언을 듣지도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숨길 때마다 제대로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유도 받는다. 어른은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아이 또한 어른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기면서 관객 또한 제시의, 그리고 조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일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시의 말처럼 때로는 그냥 시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계획한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해도 서로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이해하고, 그러면서 서로의 일을 기억해주는. 말 그대로 ‘come on’하며 세상을 부딪쳐보자.

 

-관객 리뷰단 서수민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