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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 리뷰 :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6. 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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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영화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은 핀란드를 대표하는 권투 선수 올리 마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카메라는 1962년 월드 페더급 복싱 챔피언의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올리(야르코 라티)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런데 영화는 스포츠 영웅을 소재로 한 기존의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우선, 올리의 훈련과 시합에 할애한 장면이 비교적 많지 않으며 각 장면에 담긴 올리의 행동에서 그다지 치열함이 묻어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올리에게서 뿜어져 나와야 할 승리를 향한 열망이 뜨뜻미지근하다. 그로 인해 결전의 날을 준비하는 주인공에게서 엄청난 감동을 느끼기에는 조금은 어려움이 있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13:13]

 

영화는 권투 시합장 안에서 일어나는 올리의 고군분투보다는 평범한 일상 가운데 올리에게 찾아온 사랑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에 더 관심을 쏟는다. 영화의 초반, 결혼식 장면에서 주례사로 인용된 위와 같은 성경의 한 구절은 영화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이 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올리와 그의 연인 라이야(오나 아이롤라)가 나누는 감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사랑뿐이다. 예배당에서 몰래 나눈 입맞춤, 호숫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옆태, 도로 위를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 등 올리와 라이야가 함께하는 모든 장면에서 서로를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넘쳐흐른다.

 

올리와 라이야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장면은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장면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기억된다. 운전대 앞에 걸터앉은 라이야와 그녀를 태운 자전거를 굴리는 올리가 눈을 마주칠 때마다 화면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 장면은 영화가 흑백 화면으로 촬영된 덕에 그 아름다움이 배가된다. 영화는 16mm 반전 흑백 필름인 코닥 트라이-엑스(Kodak Tri-X)로 촬영되었다. 이 필름이 지닌 특유의 거친 질감과 빛바랜 색감은 60년대에 촬영된 영상을 보고 있는 듯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화면 기법은 1962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속 이야기와 맞아떨어져 관객에게 가닿아 본 적 없는 60년대의 한 시절을 기억 속에서 꺼내보는 듯한 경이로운 착각을 선사한다.

 

마을에서 열린 결혼식 피로연에서 올리는 식장에 들어온 파리를 컵 안에 가두어 밖으로 나온다. 올리의 주변으로 몰려든 아이들은 파리를 죽여라, 놓아줘라, 먹어라 말하며 컵 속에 갇힌 파리를 구경한다. 이를 지켜보던 올리는 이내 파리를 자유롭게 놓아준다. 파리의 운명은 영화의 마지막에 담긴 올리와 무척 닮아있다. 1962817, 챔피언 결정전은 올리의 참패로 끝이 난다. 경기 전까지 올리에게 관심을 쏟아붓던 언론과 관중들은 승부가 결정 나자마자 올리를 향한 흥미를 순식간에 거두어간다. 피 말리는 경기가 펼쳐졌던 시합장을 벗어난 올리는 라이야와 거리로 나선다. 두 사람 곁으로 손을 맞잡은 노부부가 지나간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들도 저렇게 늙어가자는 올리와 라이야의 장난스러운 다짐은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패배의 쓰라림으로 기억될 것이라 생각했던 1962817, 그날은 그렇게 올리의 생애 가장 행복한 날이 되었으리라.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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