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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조국> 리뷰 : 범죄 생산의 삼각 편대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6. 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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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조국>

범죄 생산의 삼각 편대

 

영화의 시작부터 여전히 진행 중인 조국의 싸움이 무겁게 스크린 위로 턱 내려앉는다. 가족의 모습이라고는 사진 속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온기 없는 집에서 홀로 끼니를 챙기고 외출을 위해 단장하는 그의 모습은 애처롭고 옹색하다. 법정 출석을 위해 나선 길에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그의 모습은 그가 견뎌내고 있는 역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포스터에서 보았던 어둠이 내리는 숲에 홀로 선 그의 실루엣이 현실의 무게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조선 시대로 치면 유배되어 있는 상태라는 그의 말처럼 한때 검찰 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조국은 이제 자신의 특권과 불법은 눈 감고 정치적 선전선동만 일삼아 온 위선적인 폴리페서이자 내로남불의 상징적 인물로 낙인찍힌 채 민주시민사회로부터 배제된 처지이다.

 

조국의 법무부장관 지명과 동시에 윤석열의 검찰은 조직적으로 반발하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의 취임을 막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반헌법적 유신헌법을 만들 때에도, 사법권을 사회 정의 수호가 아닌 정권을 호위하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때에도 그에 반발하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부역하거나 비겁하게 방조해왔던 검찰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랜 세월 자신들이 누려왔던 무소불위의 권력을 떠받치는 수사와 기소권 독점이 도전을 받자 자못 비장한 말들을 앞세워 결사항전의 태도로 뭉쳤다.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뒤지기라도 하려는 듯 영장을 남발하고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사력을 집중하여 조국 일가를 탈탈 털었다. 권력형 비리를 찾기 위해 시작한 수사는 온 집안을 헤집고 나서 배우자의 사문서 위조라는 뜻밖의 장소에서 발화되기 시작했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모든 증거와 증언은 그 결과를 향해 아귀가 맞아떨어져야 했으며, 그에 반하는 것은 우격다짐을 해서라도 꿰맞춰야 할 대상에 불과했다. 참고인의 진술은 의도를 가진 질문으로 검찰의 시나리오에 맞춰 유도되었고,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교묘한 협박과 인격적인 모독도 서슴지 않았다. 가장 객관적인 정보를 담은 강사 휴게실 PC의 디지털 포렌식 정보는 그들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들만 취사 선택되었고 피의자의 방어권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그렇게 제출된 증거와 증언은 법관의 양심에 따라 채택되거나 배척되어 피의자의 혐의 입증에 활용되었다. 그 과정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조국과는 일면식도 없었던 여러 인물들의 인터뷰 내용은 검찰과 법원의 신뢰에 대한 의구심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대다수 언론들은 사냥감에 달려드는 하이에나처럼 너도나도 한 건잡기 위해 혈안이었다. 검찰이 흘리는 정보를 사실 확인이나 기본적인 취재도 없이 받아쓰는 그들의 행태는 애초부터 진실의 보도와는 거리가 먼, 검찰이 찍은 좌표에 무차별 폭격을 가해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악마를 만들고 추악한 범죄자를 만드는 여론 재판의 수단이 될 뿐이었다. 야당은 잠재적인 여권의 대선 후보의 싹을 자를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인사청문회는 장관 후보자의 자격과 자질을 검증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를 모욕하고 자극하여 감정의 폭발을 유도하기 위한 한낱 정치적 공작에 지나지 않았다. 거짓과 억측이 난무했고 후보자에게는 제대로 된 해명의 기회 대신 밑도 끝도 없는 날 선 비난만 쏟아졌다.

 

영화가 바라보는 시선은 조국이 한때 검찰 개혁의 횃불에 불을 붙였지만 끝내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채 자신과 가족만 재가 되어버린 듯한 현재의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법정 투쟁을 이어 나가는 그의 모습이 차분하고 담담하기에 보는 이의 마음은 더 무거운 부채감으로 짓눌린다. 영화의 중간에 여러 번 삽입된 무심히 길을 걷는 시민들의 모습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건의 진실에 무관심했고 오로지 당사자의 외로운 싸움이 되어버렸다. 검찰의 의도대로 법무부장관 조국은 오래 버텨내지 못했고, 검찰개혁은 표류했으며 자신을 비롯한 가족은 피의자 신세로 전락해버렸다.

 

이 지점에서 영화가 갖는 아쉬움이 드러난다. 결국 비극의 시작은 법무부장관 조국과 검찰총장 윤석열이 검찰개혁을 완성할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 될 것이라는 잘못된 전제를 했다는 점과 그 전에 윤석열의 검찰총장 임명 단계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인사 검증 시스템인데, 이에 대한 조국과 문재인 정권의 자기반성 없이 피해자로서의 억울한 모습만 비치는 것은 보편적인 공감대를 확보하기 어렵다. 연민을 느끼게 하는 조국의 모습을 배제하고 좀 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검찰과 언론, 정치인이 만들어내는 억울한 범죄를 짚어냈다면, 지지자가 아닌 중도적 관객에게도 보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야만 당신들에게도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려던 영화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었다.

 

-관객 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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