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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그라운드> 리뷰 :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6. 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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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그라운드>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노라(마야 반데베크 분)의 시선을 좇는다. 카메라는 모두 그의 시선에 맞춰 움직이며 관객들은 노라의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더,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노라는 처음 간 학교가 낯설기만 하다. 친구들과 친해질 자신도 없고 아빠, 오빠와 떨어져 생활해야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오빠 아벨(군터 뒤레 분)은 그런 노라에게 쉬는 시간에 보면 된다며 안심시켜준다. 두 남매의 사이는 조금의 틈도 없이 서로를 향한 애정으로 애틋해보인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두 남매에게는 많은 문제들이 파도처럼 덮쳐온다.

 

영화의 주된 줄거리는 노라의 오빠가 당하는 학교폭력이다. 동생을 때리려는 녀석을 막아서다 괴롭힘의 대상이 된 아벨은 계단을 내려가며 계속 발로 툭툭 얻어맞거나 화장실 변기물로 세수당하고, 쓰레기통에 갇히기까지 한다. 노라는 괴롭힘을 받는 아벨을 도와주고자 아버지, 선생님 등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번번이 일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그때마다 괴롭힘의 강도는 더더욱 세지기만 한다. 영화는 지독할 정도로 현실의 모습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녹아내었다.

 

도움을 주고자 했던 행동들이 오히려 오빠를 힘들게 한다는 사실은 노라를 혼란스럽게 한다. 고작 7살이 겪는 일이라 하기엔 너무나 교묘하고 해결하기 어렵다. 학교폭력 문제는 이런 의문점을 수도 없이 낳는다. 섣부르게 손을 댔다가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물감처럼, 우리는 물감에 물들어가는 물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지 영화는 끝없이 질문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정말 무서운 것은 피해 학생이었던 아이도 언제든지 가해 학생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번 괴롭힘의 공포를 경험한 아이는 다시 괴롭힘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설령 그게 자신이 당해왔던 괴롭힘을 다른 친구에게 전가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자신이 다시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친구를 희생할 수밖에 없다며 자기 최면을 걸어버린다. 아벨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이 혼자일 때 손을 내밀어줬던 이스마엘을 괴롭힌다. 주변에 도움을 청해봤자 해결되지 않으니 속으로만 삭이고, 웅크리고, 계속 스스로를 옥죄는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다른 친구에게 굴레를 씌우는 과정이 보는 관객들까지 고통스럽게 만든다.

 

학교폭력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애써 묻었던 상처가 드러날 수 있을 만큼 <플레이그라운드>는 직설적이고 솔직하다. 전혀 가감 없이 오로지 아이의 시선으로 영화를 비추니 거짓이 들어갈 틈이 없다.

 

러닝타임이 흐르는 내내 줄곧 별다른 배경음악이 들리지 않았다. '고양이들의 아파트'와 같은 다큐멘터리 영화에서조차 간단한 배경음악은 넣어주는데, 플레이그라운드는 그렇지 않다. 대신 노라가 듣는 소리들로 스피커를 한가득 채운다.

 

시를 읽는 국어 시간에는 조용한 적막 가운데 시를 낭송해주는 선생님의 목소리를, 수영을 배우는 체육 시간에는 물을 첨벙거리는 소리와 아이들이 장난치는 소리,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목소리가 수영장 벽을 부딪치며 웅웅 울린다. 하지만 가장 깜짝 놀랄 정도로 소리가 클 때는 바로 쉬는 시간, 즉 플레이그라운드(운동장)에 나가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다.

 

노라는 학교에 적응하고 나서도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래서 노라를 따라가는 관객들 역시 노라가 느끼는 대로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그것은 정말 귀가 떨어질 듯 시끄럽고 정신없기만 하다. 그리고 이 소음 아닌 소음은 누군가가 맞더라도,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나더라도 죄다 묻힐 수 있을 만큼 크고 높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막연히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방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아이들은 조금씩 멍이 들어가고 있다. 영화를 관람하고 관객들이 조그마한 아이들의 눈물을 계속해서 떠올려줬으면 좋겠다. 부디 우리 모두의 일을 쉽게 생각하지 않기를, 아이들이 행복하게 학교를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

 

-관객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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