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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노비스> 리뷰 :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6. 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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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노비스>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통해 접한 조정은 한배에 탄 팀원들이 힘껏 노를 저어 같은 목적지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믿음과 협동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감동적인 스포츠였다. 조정이라는 스포츠로 어떻게 스릴러 장르가 탄생할 수 있는지 호기심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하여 러닝타임 내내 손에 땀을 쥐었다가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긴장을 놓을 수 있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주인공 알렉스 돌(이사벨 퍼만)의 존재만으로 영화는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 광기 어린 사람이 어느 한계점까지 도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알렉스는 완벽해지기 위해 취약한 분야에 도전한다. 대학교에서 자신이 가장 못 하는 과목인 물리학을 전공한다. 조정도 마찬가지다. 친구를 사귀고 재미를 찾으려는 다른 동급생들과는 달리, 알렉스는 최고가 되고 싶다는 야망으로 조정부에 가입한다. 여태까지 알렉스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노력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지만, 스포츠의 경우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신체 조건이 존재한다. 알렉스는 로잉 머신을 탄 뒤 구토를 하며 한계를 체감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대표팀에 갈 수 있는 기록에 집착하면서 광기를 드러낸다. 알렉스는 기록을 단축했는데도, 자신보다 더 빠른 기록을 낸 제이미(에이미 포사이스)를 보며 불안해한다. 제이미를 이기기 위해 자신을 몰아붙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왜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최고가 되려고 하는지 의문이 든다. 알렉스의 특정 모습을 통해 관객들은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열심히 노력했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을지 몰라도, 알렉스의 강박 관념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영화는 알렉스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에 관해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알렉스라는 인물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 자체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몰입을 위해 알렉스의 내면은 감각적으로 표현된다. 알렉스의 강박적인 생각은 청각적으로 나타난다. 가령 다리, 몸통, 팔의 리듬감이 중요하다는 코치의 말과 제이미의 재능에 감탄하는 동급생들의 말을 끊임없이 배경음으로 깔며 알렉스가 그 말들을 계속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실험적인 연출을 통한 시각적인 이미지가 돋보인다. 신참들이 다 함께 로잉 머신을 타는 장면에서 알렉스와 제이미에게만 조명을 비추고 알렉스의 피부와 땀방울을 클로즈업하는데, 알렉스의 열정이 촉각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조정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지만 모두 다른 방식으로 촬영하여 지루하지 않고 조정을 연출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알렉스의 심리를 묘사하는 점이 인상 깊다. 알렉스가 연인 다니(딜론)와 관계를 맺을 때 느끼는 자유로움을 조정에 빗대어 다양한 감각으로 담아낸다. 상황이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괴로워하는 알렉스와 게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주며 조정 용어인 게에 잡혔다를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알렉스의 감정을 더 풍부하게 드러낸다.

 

알렉스는 제이미와 1군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 결정적인 한계에 부딪힌다. 협동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포지션 경주가 시작되고 팀원들은 알렉스의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알렉스를 미쳤다고 생각하며 존중하지 않는 팀원들의 마음은 알렉스의 의지대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이로써 제이미가 1군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커진다. 좌절한 알렉스는 자해하고 알렉스의 연인 다니는 너 자신을 돌보면서 살라고 걱정한다.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해주지만, 알렉스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유를 가지라는 말들 사이에서 자신을 밀어붙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아냐며 소리 지른다. 결국 알렉스는 번개 치는 호수에서 끝장을 보고 난 뒤에야 후련하게 조정을 포기한다. 자해 자국을 드러내고 홀가분한 표정을 짓다가 관객이 있는 방향을 빤히 응시한다. 영화는 이렇게 묻는 것만 같다. 당신은 알렉스에게 돌을 던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관객 리뷰단 박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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