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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셀프> 리뷰 : HOME SWEET HOME을 한 발짝 앞에 두고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5. 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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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셀프>

HOME SWEET HOME을 한 발짝 앞에 두고

 

산드라(클레어 던)는 남편의 가정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혼한다. 두 딸을 데리고 집에서 나와 그들만의 새집을 직접 짓기로 결심한다. HOME SWEET HOME을 향한 여정에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영화는 계속되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산드라는 인내심이 강한 다정한 엄마다. 산드라의 눈 밑 점에 대해서 이미 몇 번이나 질문한 딸이 또다시 같은 것을 물어봐도 산드라는 화내지 않고 답해준다. 아이가 시끄럽게 노래를 틀면 소리를 줄이라고 한마디 할 법하지만, 산드라는 아이들과 함께 더 큰 소리로 노래 부른다. 아이들과 단란하게 놀다가도 남편 게리(이안 로이드 앤더슨)가 집에 들어오면 산드라의 눈빛은 불안하게 흔들린다. 게리는 딸들에게 나가 있으라고 한 뒤 산드라를 무자비하게 폭행한다. 산드라는 손목이 밟히며 고통스러워하고 그의 딸 엠마(루비 로즈 오하라)는 가게로 달려가서 신고해달라고 요청한다.

 

남편의 가정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조차도 버거울 산드라는 엄마로서 책임감을 보여준다. 두 딸을 데리고 집에서 나와 정부 보조금으로 마련한 임시 거처에서 지내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알아본다. 아픈 손목으로 오툴 박사(해리엇 월터)의 집과 동네 레스토랑에서 일하지만 집을 사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을 번다. 엠마는 집을 구하기 힘든 혹독한 현실에 지친 산드라에게 브리짓 이야기를 들려준다. 선생님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야기를 기억했다는 엠마의 말에 산드라는 직접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산드라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집 짓기는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갈피를 잡는다. 이들은 산드라가 집을 지어야 하는 사정을 캐묻지 않는다. 그저 상황을 받아들이고 함께 한다. 영화는 과정을 중요시한다. 산드라가 건설 현장에 나가기 위해 처음으로 신발을 신는 모습이나 사람들이 힘을 합쳐 집을 짓는 과정 등 잔잔하게 흘러갈 수 있는 장면도 극적으로 나타낸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보다 더 큰 소리로 스피커가 터지도록 배경 음악을 깔면서 해당 장면들을 강조하는데, 이는 산드라가 자신과 자신의 두 딸을 지켜줄 세계를 쌓아 올리는 과정에서 변화하고 함께하는 사람들 역시 보람을 느끼게 하는 등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산드라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부당한 일에 목소리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지만, 게리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게리는 계속해서 산드라 앞에 나타나서 재결합을 주장하고 산드라는 게리를 볼 때마다 맞았던 당시를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이내 산드라는 게리에게 양육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온갖 수난에도 집은 거의 완성되는데 아이들이 없는 집은 산드라에게 아무 의미가 없다. 영화는 양육권 재판 장면에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딸이 상처받지 않도록 노력했던 산드라의 행동이 오히려 양육권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판사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가혹한 질문을 던지고 아이를 키울 자격을 양육비 지급 여부와 진술의 일관성과 정직함으로 판단한다. 자신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아이들의 입장을 고려하며 그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산드라는 보호자로서 자격이 충분하지만, 사회의 기준은 이와 괴리가 있다. 휴정 시간에 오툴 박사는 산드라의 노력을 알아주는 말을 하고 화장으로 가렸던 산드라의 눈 밑 점을 지워주며 이래야 산드라답다고 용기를 북돋아 준다. 이에 산드라는 판사의 질문이 부당하다는 것을 꼬집는다. 당신은 아이들을 데려갈 수 없다며, 게리에게 처음으로 화를 내고 소리 지른다. 산드라는 결국 양육권을 얻게 되고 그들만의 HOME SWEET HOME을 완성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순조롭게 끝나지 않는다. 뜻밖의 사고가 발생하고 산드라는 돌아가신 엄마가 주신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절망에 빠져있다. 이런 산드라를 일으키는 것은 바로 그의 두 딸이다. 엠마와 몰리(몰리 매캔)는 잿더미 속에서 희망을 찾고 산드라는 아이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비록 HOME SWEET HOME을 한 발짝 앞에 두고 또다시 절망이 찾아왔지만, 그들은 잘 헤쳐나갈 것이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에서 신형철은 희망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삶에 희망이 있다는 말은,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지난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산드라의 고통은 산드라를 용기 있는 사람으로 변화시켰고 이웃들을 선의로 모이게 했으며 딸들과 서로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가져다주었다. 산드라는 무너지지 않고 모두와 함께 집을 지으며 희망과 용기의 세계를 구축할 것이다.

 

-관객 리뷰단 박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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