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선생님과 길고양이> 리뷰 : 서로를 이어주는 발걸음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4. 16. 00:32

본문

<선생님과 길고양이>

서로를 이어주는 발걸음

 

따스한 햇볕 아래, 마을을 산책하는 길고양이의 시선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카메라는 고양이의 눈높이에 맞춰 낮게 깔리며 마을 곳곳의 사람들과 장소를 보여줍니다. 길고양이는 그 풍경 속에 스며들듯, 미용실에서부터 버스정류장까지 자신을 부르며 곁을 주는 사람들과 한 화면에 잡힙니다. 평화롭게 고양이와 공존하는 그 마을을 온종일 누비던 길고양이는 창과 문 너머의 사람들을 지켜보며 휴식을 취합니다.

 

하루가 지나고 교장 선생님(이세이 오가타)이 등장합니다. 예민하고 까다로운 왕년의 교장 선생님은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지만, 꼿꼿한 태도 때문에 오해를 삽니다. 동년배들에게는 함께 어울리지 않는다고 거만하다는 소리를 듣고, 젊은 사람들에게는 질문 하나에도 도리어 호통을 쳐 어렵고 무서운 대상이 됩니다. 그런 오해들은 선생님에게 다가가려는 생각도 않고 미리 재단했기 때문에 생긴 거였습니다. 쉬이 자신의 엉뚱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선생님은 이상하게도 길고양이에게만은 그 모습을 보입니다. 선생님은 자꾸 집안에 들어와 죽은 아내를 생각나게 하고,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면서도 예쁨받는 길고양이에게 화를 내고, 결국 집에서 내쫓아버립니다.

 

길고양이가 사라졌습니다.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미 그런 낌새는 보였습니다. 신문에 난 고양이 사망 기사, 커터 칼에 다친 고양이, 전봇대에 붙은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말라는 전단. 길고양이가 사라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도처에 존재하던 혐오와 마주합니다. 영화는 길고양이에게 타마코, 치히로, 솔라라는 이름을 붙이고 밥을 챙기며 예뻐해 주던 캣맘도, 쫓아냈던 선생님에게도 길고양이가 사라진 책임을 물으며 비난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간을 들여 처음 길고양이가 걷던 마을 길을 한 번 더 비춥니다. 하지만 이번엔 화면 안에 길고양이가 없습니다. 마을의 풍경은 길고양이의 부재로 인해 적막하고 단절되어 보입니다. 더욱이 그런 카메라의 움직임은 처음부터 길고양이가 없었나 하는 위화감마저 들게 합니다.

 

선생님이 가지 않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길고양이의 흔적을 따라 걷던 길에서 그전에는 만나지 않았을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중심에는 서로를 잇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찾기 위해 소리치고, 물속에 들어가고, 전봇대까지 올라가는 선생님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여기지만, 도리어 그 인간적인 모습에 함께하게 됩니다. 선생님도 길고양이를 찾기 위해 모인 사람들 틈에서 마치 예전의 길고양이처럼 마음껏 꾸지람을 듣고 신세를 지고 보살핌을 받습니다. 친절과 가르침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에게조차 아직은 혼자 있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며 곁을 내줄 수 있게 됩니다.

 

애타게 찾던 길고양인데 그 행방을 알 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길고양이를 찾다 밤늦게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옵니다. 그 지친 등에 빛이 번지고 그 속으로 선생님의 발이 걸어 들어가며 플래시백 됩니다. 잊고 싶지 않았지만 잊고 지냈던 아내와 길고양이가 함께한 행복한 시간. 찬란했던 순간 뒤, 지나버린 시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듯 다시 돌아온 현실은 여전히 지치고 홀로인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엔딩 장면까지 선생님은 계속 걷고 변합니다. 단지 지금은 내일을 기약하며 숨을 고르는 중이라는 것, 그리고 아침이 오면 산책하던 길고양이처럼 또다시 사람들과 함께 길고양이를 찾으리란 걸 알 수 있습니다.

 

-관객 리뷰단 박형순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