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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뭘까> 리뷰 : 내 마음이 향하는 곳에 내 자리가 없다는 건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4. 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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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뭘까>

내 마음이 향하는 곳에 내 자리가 없다는 건

 

마모루(나리타 료)를 향한 테루코(키시이 유키노)의 마음은 정말 사랑이었을까? 영화의 첫 장면은 마모루(나리타 료)와 통화를 하는 테루코의 옆얼굴을 가득 비춘다. 아직 퇴근 전이라며 마모루에게 그의 집으로 가겠다는 테루코. 그녀의 말소리와 함께 화면은 서서히 줌아웃하면서 집안에 들어와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통화를 마치자마자 곧장 집을 나서는 테루코의 발걸음에서 그녀가 마모루를 꽤 많이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진다.

 

테루코는 마모루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믿는다. 테루코는 사랑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상대에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온갖 최선을 다한다. 아픈 마모루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그의 방을 청소하며 그녀의 마음을 내비친다. 상점에 진열된 2인용 냄비를 소중하게 품고 마모루의 집으로 향하는 테루코의 걸음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이 느껴진다. 그녀는 언젠가는 마모루가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함께 미래를 그려나갈 꿈에 부풀어 있다.

 

영화는 곳곳에서 테루코의 마음을 내레이션으로 표현한다. “나는 아직 마모루의 연인이 되지 못했다”, “나는 마모루가 되고 싶다와 같은 그녀의 속마음을 듣고 있노라면 그녀의 마음이 일방적인 감정임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내레이션 효과 덕에 테루코가 마모루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그녀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마음 때문이라고 인정하게 된다.

 

마모루는 테루코가 아닌 스미레(에구치 노리코)를 향해 마음이 움직인다. 스미레의 친구들 모임에서 테루코와 마모루 그리고 스미레 세 사람의 감정이 향하는 상대가 확연히 드러난다. 마모루는 스미레 옆에 앉아 그녀를 바라본다. 그러나 스미레는 옆자리 또 다른 남성과의 대화에만 집중할 뿐 마모루에게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다. 테루코는 그런 마모루를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지켜본다. 음악과 술에 취해 흥겨운 사람들을 뒤로하고 테루코와 마모루는 서로를 바라본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마음은 이어지지 않는다.

 

영화 후반부에 나카하라 세이(와카바 류야), 사카모토 요코(후카가와 마이), 다나카 마모루 세 명의 이름이 차례대로 검은 화면 한가운데 나타난다. 이어서 테루코와 그 인물의 만남이 그려진다. 테루코는 요코에 대한 마음을 접기로 한 나카하라의 결심을 인정하지 못한다. 그리고 테루코는 요코의 집에 찾아가 나카하라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요코를 비난한다. 테루코가 나카하라와 요코에게 퍼붓듯이 쏟아낸 말들은 마치 테루코 자신과 그녀의 마음을 몰라주는 마모루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테루코는 자신을 찾아온 마모루에게 그만 만나자는 말을 듣는다. 지금의 관계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는 마모루에게 테루코는 착각이 심한 것 아니냐며 마모루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척 연기한다. 하지만 마모루는 그런 테루코의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테루코가 마모루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을 거라는 안일한 예감은 산산조각이 난다. 내레이션으로 흐르는 마모루를 향한 집착에 가까운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이제는 뭐래도 상관없다는 말이 테루코의 결정을 대변하는 것 같다.

 

영화의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는 테루코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서른셋이 되면 코끼리 사육사가 되겠다는 마모루의 넋두리 같은 다짐을 가슴에 새긴 건 테루코였다. 마모루와 함께 코끼리를 보러 갔을 때 테루코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은 어쩌면 마모루의 미래와 함께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느낀 테루코의 마음이 보낸 신호가 아니었을까. 테루코는 끝내 마모루가 되지 못했지만 마모루가 되고자 한 것을 이룬 듯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테루코의 집착인지 사랑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보상받았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관객 리뷰단 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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