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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선> 리뷰 : 말하기를 멈출 수 없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4. 2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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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선>

말하기를 멈출 수 없다

 

영화는 자세한 설명을 자제하고 바로 애니메이션을 사용해 제작진이 주장하는 바를 재구성해 보여준다. “세월호는 왜 침몰했을까?” 내레이션을 통해 던져지는 이 질문은 김지영 감독과 제작진이 이전에 만들었던 영화 <그날, 바다>(2018)로 이미 보여주었다. 정확한 데이터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정부의 데이터가 조작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던 전작은 언론의 침묵으로 진상규명과 이어지지 않았다. 전작의 스핀오프인 <유령선>은 이후 새롭게 발견된 증거를 토대로 유령선이라는 좀 더 선명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속도감 있는 화면의 전환과 긴장감을 주는 음악의 사용으로 사전 지식 없이 영화를 보러온 관객들도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어려운 용어와 증거 자료들을 쉽게 이해하게 해준다. 중간중간 의혹을 제기하는 감독의 인터뷰 뒤엔 전문가의 인터뷰가 근거로 뒷받침되며 신빙성을 더한다. 특히나 VDR(선박항해기록장치)AIS(선박자동식별장치)를 설명하기 위해 아빠와 아이의 형상을 빗대어 사용한 애니메이션은 궁극적으로 국회에 세월호 침몰과 관련된 증거로 제출되는 자료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유령선>은 세월호 참사 6주기에 여전히 이 참사를 잊지 않고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그날, 바다>를 계속해서 호명하며 끊임없이 지난 시간을 현재와 잇고 그 변화를 가늠을 할 수 있게 한다. 이 영화는 유령선이 존재하게 된 그 근거를 따라가고 추적하는 탐사보도다. 그렇기에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과 그 트라우마를 겪은 관객들을 위로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활용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고 목소리를 더한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결로 표현되어왔다.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주현숙, 2019)은 유가족이나 생존자들이 아닌 이 참사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트라우마를 극복해가는 그들의 모습들과 인터뷰는 남겨진 유가족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영화 내내 침묵하며 카메라를 들었던, 지성이 아빠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들 곁에서 웃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회복의 가능성을 점칠 수 있게 해준다.

 

스핀오프(오리지널 영화나 드라마를 바탕으로 새롭게 파생되어 나온 작품. 주인공이나 이야기는 다르다.)라는 사전적인 의미는 이 영화가 전작으로부터 새로이 파생된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다루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든 영화를 나타내는 말일지도 모른다.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질문-> 근거-> 결론-> 재구성-> 파생된 질문'의 구조는 마지막에 "검찰이 대답할 차례이다"라는 내레이션으로 마무리한다. 이 스핀오프는 그 대답을 얻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관객 리뷰단 박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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