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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의 두 여자> 리뷰 : 사랑을 보내고 남은 자들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4. 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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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의 두 여자>

사랑을 보내고 남은 자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고요하고 잔잔하다. 꼭 마치 주인공 메리가 남편을 기다리던 어느 날의 오후 바다처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그를 반기던 집처럼. 하지만 영원할 것 같은 사랑도 누구나 그렇듯 끝을 맺는다.

사랑이 끝난 다음엔? 평생을 함께해 온 반려자를 잃고 혼자가 된 메리는 그가 없는 시간을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사랑 후의 두 여자"는 이 질문의 답을 가지고 있다.

열네 살에 처음 아메드를 만나 사랑에 빠진 메리는 그와 결혼하기 위해 개종도 불사했다. 그만큼 남편을 사랑했고, 남편 또한 그를 사랑했다. 그가 죽기 전까지, 메리는 그렇게 믿었다. 설마 사랑하던 남편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카메라는 러닝 타임 내내 메리의 발을 뒤쫓아간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막장으로 치달을 법한 이야기에도 잔잔하게 흘러간다. 메리 역을 맡은 조안나 스캔런의 연기는 아무것도 깔리지 않는 적막한 장면에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관객에게 꽂아 넣는다. 별다른 대사 없이도 그가 울부짖는 소리 하나, 읽기 힘든 오묘한 표정 하나에 관객은 마치 배우의 옆에서 보는 것처럼 느끼고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알림 칸 감독의 연출은 그런 조안나의 연기에 힘을 실어준다.

고민 끝에 메리가 'G'를 찾으러 배를 타고 집을 떠나는 장면에서 그는 항상 남편을 기다리던 도버의 백악 절벽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바라본다. 그러나 메리만이 동요하고 이명이 들리는 것으로 보아 그것은 메리가 보는 허상임을 알 수 있다. 꼭 지금껏 평화를 이루고 있던 사랑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칸 감독은 스쳐 지나가는 장면으로도 그의 작품 세계를 표현한다.

아메드의 또 다른 애인 'G', 쥬느비에브(나탈리 리차드)는 그들 사이에 아들 솔로몬이 있고, 아메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혼하지 않은 채 혼자 솔로몬을 키우며 살아온 여성이었다. 그에게 아내가 있었고 지금 자신의 사랑이 남들이 보기엔 정상이 아니라 할지언정 아메드를 사랑했기에 이 모든 것을 포기했다.

메리가 찾아갔을 무렵 쥬느는 이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언젠가 아메드가 메리에게 좋은 곳이 아니냐며 넌지시 말했던 칼레로 터전을 옮기려는 것이었다. 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려 했던 메리를 일용직 청소부로 착각한 쥬느는 그에게 일을 맡겼고, 메리가 이를 수락해 기묘한 이사가 시작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둘 사이의 이야기와 사랑이 끝난 후 두 사람이 각자 어떻게 이겨 내는지에 대해 묘사한다.

메리는 남편을 향한 그리움에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음성 메시지를 놓지 못하고, 슬픔과 고통을 못 이겨 파도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리고 쥬느와 솔로몬의 모습을 지켜보며 차츰 분노의 감정을 내려놓고 그들을 용서한다. 반면 쥬느는 끊임없이 연락이 닿지 않는 아메드에 초조해하고, 아메드의 본처인 메리의 정체를 깨닫고 미친 듯이 화를 낸다. 그러나 종래엔 아메드의 무덤과 메리의 집에 방문하며 사랑의 끝을 받아들였다.

감독은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분노와 경멸로 얼룩진 결말 대신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여 새로운 시작을 맞는 결말로 만들었다. 영국으로 돌아온 메리는 아메드의 무덤을 찾아온 쥬느와 솔로몬을 따뜻하게 반겨주고, 쥬느와 함께 자신의 집 침실에 누워 아메드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그동안 서로 가지고 있던 의문을 푼다. 조금은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둘은 서로가 건강한 이별을 맞이하도록 돕는 각자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며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사랑이 끝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이 사별이 되었든, 단순한 이별이 되었든 그동안 자신을 이루던 하나의 세계가 무너진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알림 칸 감독은 단순히 세계가 무너진다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세계를 다시 쌓아 올려 또 다른 출발을 응원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무너진 백악 절벽 위에 메리, 쥬느, 솔로몬이 나란히 섰을 때 절벽은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다. 그들은 사랑이 끝난 후에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삶을 다시 이어나갈 것이다.

 

-관객 리뷰단 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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