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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 이란희 감독, 신운섭·김정연 배우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2. 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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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씨네토크

/2021.12.26.

 

이화정 영화저널리스트 진행

이란희 감독, 신운섭·김정연 배우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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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 오늘 이렇게 폭설이 내린 이후고 강릉이 너무 아름다운 시기가 아닐까 싶은데, 이 아름다운 시기에 <휴가>를 선택하고 봐주시는 관객분들에게 인사를 부탁드릴게요. 감독님 먼저

 

이란희 : ,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이제 들어오면서 관객분들 표정을 좀 싹 훑었는데 (웃음) 표정이 어두우셔서, 잘 보셨나 살짝 눈치가 보여서요. , 어쨌든 이렇게 추운 날씨에 여기까지 또, 일요일 내일 또 출근도 하셔야 하고, 학교도 가셔야 하고, , 학교는 아니겠구나, 출근도 하셔야 할 텐데 어쨌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지금 인천에서 오는 길입니다. 인천이 집이어서요.

 

이화정 : 알겠습니다. 박수 부탁드릴게요.

 

이란희 : , 감사합니다. 눈치가 안 보이려나요. (웃음)

 

이화정 : 표정이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감독님이 보신 표정이 맞는지 안 맞는지는 조금 있다가 마이크를 드리면서 감상평과 질문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옆에 또 배우님들이 오셨어요. 김정연 배우님 먼저 인사 부탁드릴게요.

 

김정연 : 안녕하세요. (웃음) 제가 영화보다 머리가 너무 많이 길어서, 누구지 하실 것 같은데. 첫째 딸 현희 역할 김정연입니다. 보러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화정 : 어떻게 오셨는지도 이야기해주세요.

 

김정연 : 저는 강원도 춘천 사람이여서, , 옆 동네에서 버스 타고 왔습니다. (웃음)

 

이화정 : 배우이자 또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그 '' 스태프라고 할 수 있죠. 프로듀서로 활약을 해주신 신운섭 배우님의 인사 말씀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운섭 : 하아, 저는 굉장히 홀가분하게 왔고요. 올해 눈 처음 봤고, 강원도 들어오면서, 강릉 쭉 돌아보면서 이야, 눈이 왔구나! 강릉이구나!’라는 생각이 있었고. 이번이 <휴가>의 공식적인 행사 마지막이라서 저는 굉장히 홀가분하게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일동 박수)

 

신운섭 : , 소개를 안 했나요?

 

이화정 : 제가 살짝 확인했지만 네, 소개 한번 해보세요.

 

신운섭 : 보기에 참 좋은 친구 우진이 신운섭입니다.

 

이화정 : 네 뭐, 스스로는 참 좋은 친구라고 하긴 했지만, 다 느끼는 바가 다를 거라는 생각이 있고요. 일단, 이 영화가 10월에 개봉을 했는데 개봉할 때 감독님과 배우분들을 만났었어요. 그런데 지금 이제 마지막 GV라는 말을 하니까 더 감개무량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피디님! 관객분들이 얼마나 있을 것으로 예상하셨어요? 들어오시기 전에.

 

신운섭 : 이렇게 훅 들어오시면, (웃음)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안 되잖아요. 그죠? (웃음)

 

이화정 : 아니, 아니, 솔직히.

 

신운섭 : 신영극장에서 막 이렇게 웹자보 홍보하잖아요? , 매진이라고 그래서. , 이게 연말부터 이런 거 하면 매진이구나 강릉은~ 저는 그런 생각을 막 했어요.

 

이화정 : .

 

신운섭 : 저 이렇게, 복도에 있는데, 문이 딱 열렸는데 너무 조용해서 어, , , 라고 살짝. (웃음) 그러나 저는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동 웃음)

 

이화정 : 아 네, 알겠습니다. (웃음) 오늘 혹시 <휴가>를 처음 보시는 분? 두 번 보신 분? 두 번 보신 분이 있는 걸로, 거의 처음 보시긴 했지만. 사실은 그간 감독님께서 계속 관객분들과 만나고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시는 시간을 보내셨는데 지금 마지막 GV라는 이 이름 앞에서 오늘 보시는 관객분들이 또 특별할 것 같은데 어떤 기분이 드시는지.

 

이란희 : 멋있는 척 말고 솔직한 대답들을 많이 들어야겠다는 이런 생각이. (웃음) 마지막이니까요. 가끔 대화를 좀 여러 번 하다 보면, 관객분들이 찾아주신 어떤 의미들이나 이런 게 되게 제가 동의가 되고, 너무 좋은 해석이다 싶은 것들은 마치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생각한 것처럼 어디 가서 얘기하게 될 때도 있더라고요. 해놓고 나서는 어, 이거 거짓말인데 (웃음)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 오늘은 잘 구분해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화정 : 관객분들이 말씀하신 거랑 이런 것들로 <휴가> 다음이 또 나오지 않을까 벌써 머릿속에 다음 작품 구상이 있지 않을까 하는 또 생각이 들어요.

 

이란희 : 관객분들을 만나면서 관객분들이 유난히 애정을 보이신 인물들이 좀 있어요.

 

이화정 : 재복이.

 

이란희 : 빼고요. , 만약에 재복이한테 너무 많은 애정을 보이셨다 해도, 중년 남성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고요. (웃음) 아 뭐, 요즘은.

 

이화정 : 오늘 진짜 솔직하신데. (웃음)

 

이란희 : 너무 오랫동안 그 중년 남성들에게 집중을 했기 때문에 그다음은 여성들 중 한 사람이 주인공이거나, 남성이 주인공이라면 젊거나 어린?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화정 : 일단, 신운섭 배우님은 주인공의 물망에서 영원히? (일동 웃음)

 

이란희 : . 그럴 것 같습니다. (웃음)

 

신운섭 : 뭐라도 있겠죠, . (일동 웃음)

 

이란희 : 신운섭 배우는 선생님이나 관리자 쪽을 많이 하시거든요.

 

이화정 : . (웃음)

 

신운섭 : 감사합니다. (웃음)

 

이화정 : , 이 영화가 그 다음 편,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하는 게 여러분들도 오늘 영화를 보셨지만 정말 실제로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이자, 또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재복이라는 인물이 친근감도 있지만, 정말 같이 만나서 한번 막걸리나 소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1,880일의 현장에서의 첫 장면부터 추운 겨울에도 전단지를 나눠주며 세월을 살았던 시간들이 감독님의 연출 속에 녹아있기 때문에 다음 이야기도 보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데, 다들 궁금하실 거예요. 감독님께서 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셨을까? 이 영화 제목이 <휴가>잖아요? 전혀 휴가 같지 않은, 하루도 쉬지 않는, 노동의 연장선상에서 열흘을 보내는 이야기를 그리셨어요. 어떤 데에서 착안을 하게 되셨을까? 그 얘기를 조금 들어보고, 배우님들께도 얘기를 더 이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란희 : 일단은 악기 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시나리오를 쓰다가, 너무 실화 위주로 쓰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 제기가 있었고요. 그리고 또 예산상의 문제도 있었어요. 그래서 더 좀 미니멀한 영화가 되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 있었고. 그리고 실화에서도 자유로운 방식으로 좀 내용을 채워야 하는 상황이 있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그 실화 위주의 시나리오를 쓸 때, 유난히 마음이 갔던 분이 계셨어요. 이제 그분이 주인공의 모티브가 되신 거고. 이제 그분이 겪었던 에피소드 중에 농성장을 세 번을 도망, 그러니까 도망치신 거예요. 동료들한테 내가 안하겠다.’ 그러고 나간 게 아니라, 그냥 사라지셨던 거예요. 그랬다가 이제 다시, 돌아오기를 세 번 반복하셨거든요. 그리고 이제 그분의 단식투쟁으로 투쟁이 정리가 됐어요. 그래서 이제 농성장을 이탈해서 사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제 상상으로 지어낸 방식의 영화를 만들게 되면서 도망치기보다는 휴가를 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휴가라는 설정을 들었고, 이러다 보니까 <휴가>가 됐습니다.

 

이화정 : 그게 사실은, 지금 이제 도망이라는 말을 쓰셨는데 이 농성을 하는 데에 있어서 이탈일 수도 있잖아요.

 

이란희 : 그렇죠.

 

이화정 : 같이 그 투쟁을 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는 좀 약간 눈엣가시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인데 휴가라는 말로 이 삶이 가지고 있는 어떤 아이러니함? 고단함?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싶은 막막함? 이런 모든 것들을 응축시켜놨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보통의 노동운동을 그린 영화나 투쟁을 하는 영화에서는 사실은 그려지지 않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가 보이는 부분들, 보여주고 싶은 부분들이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걸 정면으로 완전히 이 컨셉을 스토리로 발전시킨 데에는 이유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

 

이란희 : 일단 그 농성자들을 우리가 바라볼 때는, 덩어리로 보잖아요? ‘그 사람들을, 그들을이라는 이름으로 항상 글자를 붙여서 바라보고, 보통 뉴스나 신문 기사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그분들이 활동하시는 모습을 우리가 이미지로 보게 되는데. 그렇게 됐을 때는 오히려 좀 더 거리감이 있고. 그런데 그 거리감을 어떻게 좁힐까 생각을 해보면 그들 한 사람 한 사람 어떤 개인적인 삶이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그 좀 개인적인 삶을 보여주면 거리감이 좁혀질 것 같았고요. 그리고 사실 <휴가>를 만들면서 어떤 노동자들의 투쟁과 관련한 문제를 들어가기보다 어떤 개인적인 신념 같은 것들? 이제 그런 것들을 지키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보니 좀 사적인 영역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이화정 : 저는 진짜 이 작품을 보면서 다르덴 형제의 이름이, 제 기준에서는 그게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어떻게 보면 정말 재복이 내일을 위한 시간을 준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르덴 형제가 한국에 와서 지금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영화로 만든다면, 아마 <휴가> 같은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이 한국적인 상황에, 굉장히 토착화된 그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연대해서 붙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께서 <천막>이라는 작품을 2016년에 단편으로 만드셨어요. 어떻게 보면 <휴가>의 첫 부분이 단편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거기서 발전된 지점의 생각들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거는 제가 감독님한테 들어보겠지만, 피디님께서 처음 이 콘셉트를 들으셨을 때, 이 영화를 장편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얘기를 들으셨을 때 프로듀서로서의 입장은 또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처음 시작 지점에서의 <휴가>에 대한 생각이 어떠셨는지 얘기를 들어볼게요.

 

신운섭 : 너무 어려운 질문 하시면 안 되고요. 하하 (일동 웃음) , 저희가 어쨌든 간에 작업을 할 때,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었고 이것을 결정하는데 장고해서 결정한 사안은 아니어서. 이것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이야기 갈래들이 있었고, 그 갈래 중에서 가능한 게 뭘까 해서 휴가라는 갈래가 나왔던 거고, 사실 휴가라는 갈래의 다른 버전들이 있었었거든요. 있었기 때문에 계속 들어왔었기 때문에 계속 들어왔었던 입장에서는 뭐, 그것도 좋았고 이것도 좋았고 중요한 것은 할래? 말래? 결정하게 된 것이 11월 말쯤에 결정했나요?

 

이란희 : . 그러니까 11월 중순쯤 결정을 하고, 12월 말에서 1월 초까지 시나리오를 썼고요. 그리고 준비해서 촬영을 했죠. 그 전에 7일 동안 실화 기반으로 한 시나리오를 썼었고. 그래서 확 엎고 하고 한 한 달하고 일 주? 이 정도.

 

신운섭 : 그런 거는 있죠. 처음 했던 기획에는 스펙타클한 뭔가 있었던 거죠. 근데 거기서 확 축소했을 때 제작비 여건의 문제들도 있고 했었는데, 그동안 축적된 고민들이 있으니까. 그런 것에 대해 믿음이 있는 거고, 중요한 건 할래? 말래? 이거였던 것 같습니다. (웃음)

 

이화정 : 제가 말씀드렸던 <천막>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휴가>로 가는 과정 안에서 그 작품을 계속 구상하시면서, 계발하시면서 단편으로 만든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간적으로 봤을 때.

 

이란희 : 네 맞습니다.

 

이란희 : 장편 시나리오를 쓰러 천막에 가서 여러 인터뷰를 하다가 장편을 못 쓰고 <천막>을 만든 거죠. 그런 셈이 됐고, 천막을 만든 다음에 장편을 하기로 했으니까 또 써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좀 막막한 상황에서 <천막>을 농성장 앞에서 한 번 상영한 적이 있었는데. 물론 자신들이 겪은 일이고, 실제 해고노동자들이 해고노동자 역할을 연기하니까 되게 진짜처럼 열심히 보시긴 하셨는데, 여기서는 조금 더 시끄러운 영화가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날 결심한 건 <빌리 엘리어트> 같은 영화를 (웃음) 만들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을 했고. 그래서 악기 공장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이 밴드를 만들어서 투쟁하는 얘기를 매우 시끌시끌한 느낌으로 그렇게 만들려고 했던 거예요. 근데 스티븐 달드리처럼 안 나왔고, 바닥에 축 (웃음) 늘어진. 제가 두 분 다 되게 좋아하는 감독님들이라서 되게 아쉬운데,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화정 : , 알겠습니다. 감독님도 인정을 하셨어요. 다르덴 형제 영화처럼 나왔다는. 결국 그 악기 공장에서 여러 가지 변환이 되긴 했지만, 재복이라는, 우리가 영화를 보고 나면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노동자가 그려졌는데. 영화에 나온 사람들 중에 가장 자기주장이 없는 캐릭터예요. 어떻게 보면 이 시나리오를 쓰실 때도 영화를 끌고 나가실 때 쉽지 않았겠다 싶을 정도로 자기를 드러내는 데에도 좀 소극적이고, 자기 자신도 그 과정에서 많은 설득을 했어야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투쟁을 할 수 있었던 인물인데, 그 인물을 전면에 내세웠던 이유. 그리고 그럴 때 어떤 부분을 주의하시면서 시나리오를 쓰셨을지.

 

이란희 : 사실은 우리가 살면서 자기의 의견을 선명하게 주장하는 그런 시간들이 저는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근데 이제 극영화라는 것은 그것들을 이렇게 농축시켜서 보여줘야 하니까 각 인물의 입장이나 이런 것들을 직접적으로 대사로 드러내거나 아니면 과격한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드러내는 것 같아요. 근데 이거는 관객분들이 재복이라는 옆집 아저씨를 쭉 그냥 이렇게 보게 하는 형태? 이런 방식으로 연출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재복이가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이 보여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주장을 하거나 어떤 감정을 얼굴에 나타내거나 이런 방식이 좀 안 됐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고. 대신 이제 조연 같은 경우에는 자기들 입장을 충분히 좀 얘기할 수 있게끔 배치를 했습니다.

 

이화정 : 이 영화가 사실은 이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잖아요. 그리고 또 중요한 상 하나가 이 배우상을 수상했어요. 독립스타상을 수상을 했는데, 두 분도 사실은 이제 저는 이봉하 배우만큼이나, 정말 어디서 이런 배우들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까 지금 머리 길어서 못 알아보신다고 했지만 그전에도 알아보시기가 쉽지는 않았을 거예요. 김정연 배우를 휴가를 통해서 정말 주목하게 됐다는 생각이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캐스팅을 할 때 제가 진짜 쓸 만한 카드, 제가 이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쓸 만한 카드들을 다 일부러 좀 비켜나가서 캐스팅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자리에 안 계신 주연 배우 분을 비롯해서 어떻게 캐스팅을 하게 되셨는지 얘기를 감독님께 좀 먼저 들어보고 싶어요.

 

이란희 : 보통 오디션을 통해서 배우를 구하지 않는 편인데요. 근데 이제 휴가는 너무 빠르게 프리 프로덕션를 진행을 했어야 해서 불가피하게 오디션을 한 거예요. 그런데 김정연 배우가 지원한 역할 같은 경우에는 배우 분들이 꽤 많이 오셨어요. 왜냐하면 이제 20대 초반까지는 본인이 교복만 입으면 여고생 역할을 할 수 있다. (웃음) 이렇게 생각하시잖아요, 보통. 20대 중후반까지도 오시더라고요. 실제로 교복 입고 오디션장에 들어오신 분도 계셨는데 다들 머리가 기셨어요. 근데 이제 김정연 배우만 그때 공교롭게 커트를 한 상태더라고요. 근데 제가 생각하는 현희는 커트 머리에 바지 교복이었거든요. 근데 이 분이 딱 들어오는 순간 일단 첫 번째 든 생각은 이 영화 때문에 머리 잘라야 한다는 말을 안 해도 되겠구나. , 오늘 진짜 솔직하게 얘기하네요. 그런 생각이 맨 처음에 들었고, 그다음에 두 번째 든 생각은 어디서 많이 봤는데 누구지? , 맞아! 이러면서 제가 예전에 봤던 단편 영화 뭐였죠?

 

김정연 : <연지> (오정민, 2016)

 

이란희 : , <연지>.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 나오는 단편 영화인데 거기 나오셨었어요. 어렸을 때. 그 얼굴이 딱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자기 나이보다 더 어려 보이는 거죠, 제 입장에서는. 그런 점이 있었고. 그리고 이제 대사도 해보고 이렇게 해보니까, 뭐라 해야 되죠? 성적이 높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그런 똘똘한. , 그것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것과 무관하든 유관하든 좀 살아가는 데 있어서의 똑똑함? 똘똘함? 이런 것들이 좀 보이는 이미지? 그런 것들이 좀 있었습니다.

 

이화정 : 농성 현장을 그린 작품이 아니고, 재복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실제 삶을 보여준다고 했을 때는 재복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여기 나오신 배우분들이 얼마나 리얼한지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거기 그 부분을 역할을 해주신 두 배우분이 오늘 자리에 나오셨는데 지금 이제 일단은 헤어스타일로 합격을 하신 거였네요. (웃음) 지금 밝혀진 건가요? 알고 계셨나요?

 

김정연 : 알고 있었습니다. (웃음)

 

이화정 : 그럼 혹시 그때 그 머리는 원래는 좀 약간 긴 머리로 고수하시는데 그때 마침 짧은 머리셨던 건지, 아니면 휴가를 위해서 혹시 준비하고...

 

김정연 : 되게 운명처럼 제가 태어나서 한 번도 숏컷을 해본 적이 없는데, 1월 초에 딱 숏컷을 해서 숏컷 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오디션을 보러 갔었어요. 그래서 음, 뭔가 운명의 그런 계시가 저에게 1월 초에 숏컷을 하라고 하지 않았나. (웃음)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화정 : 머리 길이를 언제 어떻게 할지도 굉장히 중요한 그런 지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니까 사실 재복이 본인의 권리를 위해서 계속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것들이 있겠지만, 계속 얘기하는 게 나처럼 살지 마라는 게 저는 진짜 와닿았거든요. 딸들한테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버지의 역할을 못 한 지 너무 오래됐기 때문에 충분히 무시당할 수도 있고. 어떤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무시의 단계까지 왔겠죠. 그런 과정 안에서도 자기가 그걸 감내하고서라도 이 딸한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딸이 어떻게 앞으로 살았으면 좋겠지라는 게 있고 그 부분을 영화에서 보면 재복을 응원하게 되는데, 현희의 입장에서는 전혀 그럴 수가 없는 거죠. 그 울분을 가지고 있고 그 부분들이 실질적으로 나의 생활을 제약하고 있다는 게 이 현희가 가지고 있는 응축된 짜증에 묻어간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현희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좀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그 배우님께서는.

 

김정연 : 저도 이제 현희의 입장으로 대본을 보게 되니까 진짜 그런 게 컸던 것 같아요. 원망스럽고 조금 밉고. 그런 시각으로 항상 봐왔고 그렇게만 봤었는데, 이게 GV를 다니면서 영화를 계속 보다 보니까 관객의 입장에서 재복이라는 인물이 보이더라고요. 그러니까 뭔가 저런 어른이 세상에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래서 현희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원망스럽지만, 지금의 제 입장에서는 조금 많이 감사한? 이해가 가는? 그런 인물인 것 같아요.

 

이화정 : 연기하실 때 톤은 어쨌든 현희의 입장에서 최대한 매몰차게 해야 한다는 것을 감독님과 많이 말씀하셨는데요. 감독님이 헤어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캐스팅했다고 하지만, 정말 저런 딸이 있으면은 진짜 마음의 상처를 입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몰차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은 좀 어떻게 하셨는지. 어떻게 콘셉트 잡으셨는지. 약간 특화된 연기를 구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김정연 : 근데 이게 콘셉트를 잡았다, 이런 느낌보다는 그냥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만약에 내가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까. 근데 이게 오디션장에서도 즉흥 연기 같은 걸 시키셨어요. 이런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해봐라. 근데 이게 제가 생각했을 때 그 입장일 때 그렇게 말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현희라는 인물은 그 삶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고 있으니까.

 

이화정 : 실질적으로 가장이죠.

 

김정연 : 그런 감정을 가장 크게 느낄 인물인 것 같아서 생각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톤이 그렇게 나왔던 것 같아요.

 

이화정 : 감독님 배우에게 얘기하실 때 현희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라고 할 때 나눈 말씀이 있을까요.

 

이란희 : 사실 배우들이랑 작업을 하면 각 배우들한테 물리적으로 할애하는 시간들이 있잖아요. 근데 현희한테는 거의 할애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리허설 할 때 그냥 하는 데 좋더라고요. 특별히 뭘 디렉션 하거나 그럴 필요를 별로 못 느꼈고, 그래서 그냥 그렇게 갔던 것 같고. 이제 근데 이제 냉장고에서 대화하는 장면 같은 경우에 왜 그렇게 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조금 얘기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되게 오랜만에 만났고, 자기 혼자 고3이라는 시절의 후반기를 지금 겪었고 이런 상황에서 예치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고, 그런저런 걱정들 때문에 힘든 상황이고. 이럴 때 아빠가 왔다면, 서로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 냉장고 문짝을 가운데 두고 각자 자기에게 필요한 말들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 이 정도로 어떤 상황만 얘기를 좀 더 이해도를 높이려고 해 드렸던 것 같고 다른 배우들에 비해서 김정현 배우한테는 거의 디렉션을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이화정 : 그냥 헤어 스타일의 문제가. (웃음)

 

이란희 : 아니 아니요. (일동 웃음)

 

이화정 : 아니었던 걸로. (웃음)

 

이란희 : (김정연 배우가) 워낙 잘해서.

 

이화정 : 두 딸이 있는데 사실 이제 가장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큰딸과 롱패딩 하나에도 얼어 있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둘째 딸 현빈는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그 부분에 있어서 차이를 좀 극명하게 드러내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란희 : 그런 얘기는 좀 했던 것 같아요. 엄마 대신이라고. 보통의 영화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이제 아내가 등장해서 당신 애들 아버지라고 할 수 있어?’ 이렇게 시작하는 시리즈가 이제 있는 거죠. ‘애들이 몇 학년인 줄이나 알아?’ 이런 거. (웃음) 그런 시나리오 쓸 때 그거 진짜 많이 있었거든요. 그 장면을 (<천막>에서) 밴드 얘기로 쓸 때 아내랑 노조위원장이 싸우는 장면 진짜 많이 썼는데 아무리 독창적으로 써보려고 해도 그런 식이더라고요. 계속 그랬는데 이제 딸로 바뀐 거잖아요. 그런 얘기는 제가 좀 했던 것 같아요.

 

이화정 : 이게 어떻게 보면 좀 전형적인 캐릭터가 필요했는데 그 전형성 안에서도 아내가 아니라 딸로 가면서 조금 비트는 그런 시도를 하셨군요.

 

이란희 : . 사실 관객들 입장에서 아내가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아내가 저런 얘기 할 수 있지. 하지만 저건 아내가 감당해야 해. 그냥 이렇게 넘어가게 되잖아요. 근데 이제 딸이 그런 얘기를 할 때는 사실 그냥 넘어가기가 좀 힘들죠. 아내들 입장에서 좀 짜증 나는. (일동 웃음)

 

이란희 : . (신운섭 배우를 바라보며)

 

신운섭 : 아닙니다. 딴 생각 했습니다.

 

이란희 : 무슨 생각하셨어요?

 

신운섭 : 얘기해도 되나? 이런 얘기? 저희가 어제도 GV가 있었거든요. 어제 GV에 재밌었던 게 뭐냐면 청소년들이었어요. 현희, 현빈 또래의 청소년 아이들이 진행하는 GV였는데 거기서 이런 질문을 했던 거였어요. 내가 지금 현빈이라면, 이런 질문을 했는데 뭐라고 얘기했냐면, 참 청소년들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재복이가 빨리 재혼을 해가지고.. (일동 웃음)

 

이란희 :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그렇게 얘기했고요. 그리고 어르신 관객분 중에 한 분은 영화 잘 봤다 이러고 나가시면서 보통 남자들은 부인 없이 아무것도 못 하는데 저 사람은 그래도 혼자 잘 끓여 먹고 애들 건사도 잘하는구나. 기특하다 이렇게 말씀하고 나가셨더라고요. (일동 웃음)

 

이화정 : 이 영화를 보면 많은 것들이 생각나지만, 그 소시지볶음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굉장히 크게 작용을 하거든요. 재복이 만드는 소시지볶음은 특별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데 드셔보셨잖아요.

 

김정연 : 제가 이게 영화를 찍다 보면 되게 여러 컷을 찍다 보니까 한 신에 제가 연결을 쉽게 맞추려고 김치만 먹었습니다.

 

이화정 : 역시 타고난 배우십니다. (웃음) PD님으로서 계속 이제 질문드리기는 했지만, 지금 우진이라는 역할로 봤을 때. 저는 재복이 정도 나이대에 사람이 다른 선택을 했다면 우진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리고 여기서는 무슨 빌런이 있다는 생각이 안 들거든요. 실질적으로 농성까지 가게 된 데에 있어서 우리가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은 등장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 있어서 제일 다르게 행동해 주면 좋지 않을까 싶은 캐릭터가 우진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자기 건사라는 것을 하고 있고 좀 얄밉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왜 얄밉냐를 계속 생각을 해봤는데 저게 어쩌면 내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우진을 좀 더 보기 힘들었다는 생각이 있어요. 저 정도 선에서의 어떤 것들 판단을 하겠구나. 너무 지극히 일방적인 판단일 것 같고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서 발을 좀 빼고 싶어 하고. 내 귀찮은 일에는 별로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있겠구나. 그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우진이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그래서 먼저 감독님께 우진 캐릭터를 만들게 되신 배경을 좀 먼저 들어보고 배우님들께 이야기도 들어볼게요.

 

이란희 : 일단 우진이는 술집에서 농성 재복이가 농성한다는 얘기를 하니까 너네 회사 이름이 뭐야, 이러잖아요. 그러고 뒤져보고 이야 너무 고생한다, 이야 유명하다, 이러잖아요. 그거는 제가 밴드 시나리오 쓸 때 그분들이 탄원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때 우연히 옛날 고등학교 때 만나던 친구들이랑 술자리가 있어서 탄원서를 가져갔거든요. 그래서 애들한테 탄원서 주면서 사인 좀 해달라고 그랬더니 애들이 이렇게 사인을 하는 거죠. 사인을 하면서 별 관심도 없는데, 관심 있는 것처럼 물어보는 거예요. (웃음) 거기 뭐하는 데야? 기타 만드는 데. 너 기타 만드는 애들이랑 무슨 상관이야. 이러면서 관심도 없는데 관심 있는 척 물어보고. 너 되게 좋은 일 한다 이러는데, 뭔가 약간 내가 왜 얘네들한테 약간 이렇게 비치는 기분이 들어야 하는 거지. 그거 사인 하나 해주면서 별 유세를 다 떨더라. 약간 속으로 그런 생각을 조금 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살다 보면 그런 형식의 관심들을 접할 때가 많은 것 같고. 아마 재복이가 그런 식의 관심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을 것 같고 아마 그 사람들은 실제로 국민 청원 같은 거 동의합니다 이런 것도 엄청 해줬을지도 몰라요. 그걸 되게 가볍게 할 수 있잖아요, 인터넷 때문에. 이제 그런 식의 연대를 할 수 있는데, 사실 자기 시간을 약간 써서 뭔가를 조금 더 같이 참여를 한다거나 이런 정도까지는 아직 가지 않는? 근데 일단 자기가 그 정도의 교양 수준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이런 것에 대해서 어떤 호의를 갖고 있다라는 표현 정도는 하는 정도의 사람? 그 정도로 이제 생각을 한 거였고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자기가 일을 하는 곳에서 어떻게 할까. 학교 선생님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거든요.

 

이화정 : 오늘 진짜 다 말하네요. (웃음)

 

이란희 : 제가 학교에서 연극 수업을 하는데 교사들을 많이 만난단 말이에요. 그런데 되게 참담한 일들이 많이 일어났잖아요. N번방 사태부터 시작해서 엄청난 사태들이 일어났고 세월호도 겪었고. 근데 이제 그런 와중에서도 그냥 우리 학교 수학여행 안 가게 됐으면 됐어. 이 정도로 얘기하시는 선생님들도 너무 많이 봤고. 하여튼 뭐 교사들 보면서 그런 생각 되게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되게 교양 있게 얘기하는데 실제로 얘네들 지금 뭐 하고 사는 거지, 이런 생각들? 그런 것들이 다 집중된 인물이 바로 이 사람(우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이제 시상을 쓸 때 제작비도 아낄 겸, 제가 이분이 어떻게 연기하시는지 알기 때문에 그냥 이분이 이렇게 말을 하면 대사가 되겠다.

 

이화정 : 되게 여유 있겠다.

 

이란희 : . 이런 걸 생각해서.

 

이화정 : 사실 그 지점을 그러니까 사실 이제 대다수의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온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진이 가지고 있는 태도나 내뱉는 말들이나. 아까 이제 많은 교사분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드셨다고 했지만, 그 대상은 그거잖아요. 법대로 되냐? 네가 더 잘 알잖아. 저는 우진이의 펀치 라인이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순수함도 있었을 거고, 믿음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그 중년에 이르면서 이 사회에 대해서 냉소를 가지고 있고, 그 냉소 안에서 그냥 나의 밥그릇 정도를 챙기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 인물은 되게 이제 그 뻔뻔한 연기를 해야 됐었다는 말이죠. 근데 감독님께서 이 사람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연기를 하고 있을지도 견적이 나와서라는 말씀을 표현을 하셨습니다. 그러면 배우님께 캐릭터 이 캐릭터를 제안받으셨을 때 정말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다 우진이라는 이런 걸 어떻게 좀 생각하시면서 하셨는지.

 

신우섭 : 저는 이란희 감독이 뭐 시키면요. ‘잘할 수 있어요가 아니라 하고 싶어요’(라고 했어요). 잘할 수 있어서 했다기 보다는. 일단 이 배역 자체는 그런 것 같아요. 배우 입장에서 어떤 배역을 맡았을 때 되게 잘 되는 거면 좋은 거는 감독이 시나리오를 잘 썼죠.

 

이화정 : .

 

신우섭 : 잘 썼죠. 배우는 그 시나리오를 잘 따라가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걸 잘 만났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이제 그런 배역이라는 것을 계속 알고 있었고, 계속했던 얘기들이 있어서 어떤 걸 알고 있었고 저 역시 참 나한테 그런 면모가 있고 이걸 어떻게 해야 되겠구나. 지금 얘기했기 때문에 그 정도였던 거고, 저는 다른 것보다는 시나리오 잘 쓰셨으니까 그 위에 배우가 잘 따라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란희 : 아까 프로듀서로서 <휴가> 컨셉으로 시나리오가 정리됐을 때 어땠냐고 물어보셨잖아요. 지금 기억에 <휴가> 일고를 쓰고 시나리오를 보여줬을 때 첫 반응이 이거였던 것 같아요. 내가 할 건 우진이밖에 없잖아. 아니 이렇게 되면 제작비가 어떻게 되고 전체 콘셉트이 이런 거야 어떤 관객들이 올 거고 이런 얘기를 해야 되는데.

 

이화정 : 밖으로 챙기기에 급급하셨던 거잖아요.

 

이란희 : 그렇죠. 그럼 설마 네가 재복이를 할 거니? 이렇게 얘기했던 거 같아요.

 

이화정 : 그런 대화를 나눌 때만큼은 프로듀서와 감독 연출자의 입장을 떠나서... 이거 제가 그냥 밝힐까요. 두 분이 사실은 커플이세요. 부부세요. 그런 게 좀 작용을 하나요. 일과 혼돈돼요?

 

신운섭 : 제가 뭐라고 말을 해야 될까? (웃음) 오늘 이런 자리군요.

 

이화정 : 죄송합니다. (웃음) 그러면 약간 좀 수습하고. 우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배우님의 입장을 좀 들어보죠. 우진이 가지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지점들. 결국엔 재복이 갖고 있는 그 길에 대한 것들을 우진을 통해서 보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다른 선택을 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어떤 부분에서 내가 진짜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를 더 극명하게 드러내 줄 수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신운섭 : , 참 어려운 질문이네요. 정말 어렵네요. 이 질문? 뭐라고 해야 되나. 일단 제가 사실 연기할 때보다 이렇게 상영되고 반복해서 보게 되잖아요. 반복해서 보게 되면서 우진이를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우진이가 저런 애구나, 저런 애구나 보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사실 그렇게 시나리오상 보고 그럴 때는 그렇게 재수 없거나 얄밉거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반복해서 보게 되면서 이제 그런 걸 더 느끼게 됐던 것 같고. 저 우진이라는 사람은 같이 얘기했을 때 그랬던 것 같아요. 뭐라 그럴까 손해? 손해를 보지 않는 어떤 선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대표적으로 돈을 빌려준다고 했고. 아마 이체가 됐으면 빌려줬을 거예요. 아마 이체가 됐어야 빌렸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그다음에 마음이 바뀌는데 사실 우리한테도 그런 마음이 있잖아요?

 

이화정 : 이체가 안되면 굳이 또 이렇게 그렇잖아요?

 

신운섭 : 그런 것도 있고 근데 그다음 날 마침표가 생긴 거지. 마침 빈 자리가 생겼고 그러면 꽁돈 주자니 차라리 일 시키고 주자. 사실 이런 마음 비슷한 마음들 우리한테 조금씩 있지 않나요. 좀 그런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계속 쌓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개인적으로 이제 나중에 보면서 메모했던 것 중에 하나는 그런 게 하나 있었을 거예요. 저는 배우인 제 입장에서 어떤 지점이 있었냐면은 왜 재복이한테 마지막에 딱 마지막 다 정리하고 가잖아요. 아니 그쯤 되면 좀 이렇게 친구인데 밥이라도 한 끼 먹을 수 있잖아요. 좀 이렇게 좀 그런 게 없잖아요. 그런 게 없거든요. 보면? 그러고 가만히 보더니 입금했다그러고는 잘해서 가, 하고 나가잖아요. 그 순간 그때 살짝 이제 보면서 뭐 할 거 없냐고. 그때 이렇게 촬영할 때 뭐 할 거 없냐고 했었는데 사실 그 정도더라고요. 그 정도 그냥 입금했다그리고 잠깐 보다가 잘 챙기고 가그 정도였는데 그 순간의 배우인 제 입장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마 우진이는 굉장히 그 순간 간결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진이는) 복잡하지 않았겠구나, 이런. 근데 배우인 제 입장이 되게 복잡하더라고요. 그런 순간들 그런 게 좀 기억에 남는 것 같고 우진이에 대한 생각은 그렇습니다.

 

이화정 : 네 아마 이제 배우님이 밥 얘기도 하셨지만, 이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게 식사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재복과 우진을 나누는 기준도 저는 밥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거든요. 그러니까 재복은 되게 밥에 연연해요. 딸들에게도 같이 밥을 먹는 것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리고 자기처럼 이제 노동을 하는 청년 세대 젊은 세대들과도 밥을 먹으면서 같이 이야기를 하고.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터놓고 하면서 생각을 전하는 것들이 그냥 단순히 노동이 아니고 나로서의 어떤 것들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했다면, 우진은 그 부분에 대해서. 이제 그 캐릭터는 다른 시간에는 밥을 먹겠죠. 혼자나 가족들이랑. 그러나 굳이 재복과의 밥이나 다른 또 청년 노동자와 식사 이런 것들에 대해서 별로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래서 감독님께서 이 영화에서 밥이 얼마나 중요한 지점이었을까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죽하면 여기 포스터에 이렇게 반찬들이 있잖아요.

 

이란희 : . 그렇죠. 이 포스터를 보고 이런 영화인 줄 몰랐다. 어제 청소년 관객들한테 (들었어요).

 

이화정 : 지금 사실은 제가 서울독립영화제 얘기도 했지만 수상에 수상을 얹어서 굉장히 호평받은 작품으로 감독님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 정말 보석 같은 배우들의 발굴도 있지만 특히 이제 홍보마케팅상으로도 수상을 했어요. 여성영화인상에서 <휴가> (홍보 마케팅을 했던) 필앤플랜 대표님이 와주셨습니다. (박수) 그러나 영화의 본질을 자칫 왜곡할 수 있는, 그러나 이게 핵심적이기 때문이 이 홍보 마케팅을 수상할 정도의 전문가인 대표님도 이 부분을 내세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란희 : 왜 이 말씀을 드렸냐면 이렇게 포장을 (홍보 마케팅을) 하지 않았으면 관객분들이 더 안 오셨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해 주셨고 이거 보고 오셨고, 보고 나서 다른 영화네, 그래서 난 속았어, 이게 아니라 다른 영화네, 근데 괜찮네 볼 만하네, 이런 분들을 많이들 해주셔서 일단 극장까지 오시게 하는 데 굉장히 역할을 해 주셨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 되게 선의로 말씀을 드렸던 거예요. (웃음) 그리고 이제 밥과 관련해서는 사실은 분명히 이 휴가가 아무리 사적인 생활을 다룬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이걸 노동영화 장르에 포함시킬 것 같은데. 이제 그렇다면은 조금 다른 콘셉트로 갈 때 주인공을 어떤 캐릭터로 할 거냐고 했을 때 제 입장에서 되게 손쉽고 효과적인 콘셉트가 밥하는 남자였어요. 왜냐하면 이제 제가 실제로 취재했던 그 제목의 모티브가 된 그분도 농성장에서 밥을 담당하시던 분이셨고, 저희가 이렇게 취재하러 가면 라면이라도 꼭 끓여주시고 그러셨거든요. 거기다가 실제로도 두 딸을 키우시는 분이셨어요. 해고 전부터 아내가 없는 상태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을 혼자 키우셨기 때문에 집에서도 밥을 하시고 이제 농성장에서 월화수목금까지 계시다가 금요일 저녁에 이제 집에 가시면 가셔서 열무김치도 하시고 오이소박이도 하시고 이렇게 해가지고 또 반찬통 가지고 또 농성장 오시고 이런 생활하셨던 분이시거든요. 그래서 그분이 밥을 하는 거. 그런데 또 공교롭게 그분이 또 밥줄 끊긴 분이잖아요. 그런 것들도 또 아이러니하고 재밌겠다. 생각했고 그래서 휴가 전에 제가 과제로 적어놓은 건 밥줄이었어요. 그래서 계속 밥을 통해서 재복이가 만나는 사람들과 재복이의 관계를 관객분들이 읽어내실 수 있게. 그러니까 뭐냐면은 싫은 사람하고는 밥 잘 같이 안 먹잖아요. 어디 무슨 회의 같은 거 가면 끝나고 식사하고 가시죠, 그럼 지금 뒤에 약속이 있어서.

 

이화정 : 아니면 이제 배고픈데 밥 먹었는데요.

 

이란희 : 그렇죠, 그렇죠. 저는 약속 있어서요. 이제 화장실 나오면 전철역에서 오뎅 먹고 가는 사람이거든요. 제가 불편한 사람이랑은 별로 밥을 먹고 싶지 않아요. 왜냐면 그 얹혀요. (웃음) 좀 심한 거예요. 이분은 꼭 챙겨 드시는 분이시고요. 어쨌든 그래서 이 재복이가 차려주는 밥을 함께 먹는가 아니면 거부하는가. 이걸 통해서 상대의 인물들이 재복이를 받아들이는가 받아들이지 않는가. 그리고 재복이가 밥을 먹자고 하는 행위는 나한테 관심을 가져줘, 너랑 나랑 친구야이런 표현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밥 자리를 상대 인물과의 관계가 변형되는 지점 혹은 정보처럼 넣어야 하는 부분에 넣다 보니까 10번 이상의 식사가... 커피까지 포함하면 아마 더 될 건데 그렇게 돼버리고 말았죠. 그러다 보니까 밥의 이야기로 이제 읽어내 주시는 것 같아요. 이게 멋있는 척하지 않는 솔직한 답변이었습니다. (웃음)

 

이화정 : 아니 진짜 어떻게 보면 결국은 재복의 요구에 의해서 밥을 같이 먹게 된 준영과 달리 다른 인물들 같은 경우는 모두 거부하거나 아예 이제 처음부터 밥 자리를 하지 않는 인물들이기도 하죠. 앞으로 감독님께서 나 배 안 고파 하면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네요. (웃음) 배우님 어떤 같이 식사하시면서 느끼신 지점 없으신가요.

 

김정연 : 다행히 저는 이제 거절당해 본 적은 없고. 다행인 것 같습니다.

 

이란희 : 배우분들한테는 제가 항상 권하는 입장으로. (웃음)

 

이화정 : 저희 관객분들 질문을 조금 받아오면서 또 얘기를 더 진행을 해볼게요. 질문이나 아니면 영화 보시고 감상평 해 주셔도 좋을 것 같고 마이크를 드리겠습니다.

 

이란희 : 지금 말씀하시기 전에, 제가 아까 교사를 일반화해서 말씀드린 건 아니라는 걸 진심으로 말씀드릴게요.

 

이화정 : 그럼 질문을 조금 생각하시는 동안 제가 또 질문을 드릴게요. 아까 휴가 얘기의 제목이 밥줄이었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밥줄이 아닌 게 다행이었다는 생각도 드네요. 휴가가 훨씬 더 받아들이기에 조금은 다가가기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다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 영화를 보면 재복에게 휴가라는 말로 이름 붙여진 열흘간의 시간이죠. 이 시간이 어떤 의미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이 이 영화의 마지막을 어떻게 하고 제목의 결단을 어떻게 보여줄지가 굉장히 중요한. 연출에 있어서 어려운 지점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어떻게 그 마지막 장면이 나왔을까 궁금해요. 그러니까 결국은 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가죠. 집을 나가고 다시 그 농성장으로 돌아가는, 다시 또 매일 했던 1,882일간의 그 똑같은 행동을 반복을 한다는 게 재복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이 휴가의 의미이기도 할 것 같은데요.

 

이란희 : 농성을 하는 게 저도 사실 계속해서 취재를 하면서도 그게 얼마나 고생스러운 건지 사실 실감이 잘 안 나다가. 언젠가 연대 활동가 중에 한 분을 이제 인터뷰하는데 뭐라고 말씀하셨냐면, 뭐 때문에 3개월 동안 농성을 한번 해봤대요. 그랬는데 정말 죽겠더라고 얘기를 하는데 뭐라고 얘기를 하냐면, 잘 때 계속 땅이 꿀렁거리고, 새벽에 무슨 소리만 나도 천막으로 이상한 사람이 들어오는 거 아닐까 싶어서 화들짝 깨고, 실제로 취객들이 천막에 많이 들어오기도 하고, 그리고 이제 천막에서 잘 때 말고 바깥에 이제 낮에 나가서 집회를 하거나 이럴 때도 자기가 몇 마디 구호 외치지도 않았는데 경찰들이 자기를 막 한 20명이 둘러싸고. 그리고 어떨 때 소위 혐오 세력이라고 하나요. 하여튼 그런 분들이 또 엄청나게 방언을 쏟아내기도 하고. 실제로 제가 취재한 분들은 12년 투쟁하신 분들이니까 12년 동안 그런 생활을 했다고 생각을 해봐라 어떻게 살겠냐 사람이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근데 이제 또 그분들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그렇게 고생스럽고 해도 마음 편하게 그런 공간을 벗어나는 게 쉽지가 않잖아요. 재복한테에서의 시간은 뭐냐면 동료들을 배신했다는 죄책감, 그리고 자기 자신의 싸움을 자기가 끝냈다고 하는 그런 패배감 같은 거 그런 거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열흘 정도.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지. 합법화된 시간. 쉬어도 합법화된 시간. 투쟁을 하지 않아도 도덕적으로 괜찮은 시간. 그런 시간이라고 저는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 시간 동안은 농성과는 무관한 일상을 살기 때문에 아마 야근을 해도 행복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좀 들었어요. 제가 다닌 학교가. 좀 너무 솔직해지는 건데 저희 학교에서 누군가가 경찰 폭력 때문에 죽은 적이 있었거든요. 저 학교 다닐 때 열심히 데모를 하다가 어느 순간 너무 무서운 거예요. 집회에 나가는 게. 그래서 제가 하루 숨어 있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집에서 다른 핑계를 대고. 근데 그날 또 누군가가 죽었더라고요. 그게 엄청난 죄책감이었어요. 그리고 나서 어쩔 수 없이 그다음 날은 너무 무서워도 집회를 나가게 되더라고요. 제가 만약에 무서워서 집회를 나가지 않았던 그날 꼭 내가 거기 가면 안 되는 어떤 일이 있었다면 그런 죄책감 별로 없었을 것 같은데 그런 죄책감이 들더라는 거죠. 근데 저는 이 아저씨들이 너무 지친 모습을 보면서 좀 그렇게 부도덕하다는 스스로에 대한 비난 없이 온전히 그 투쟁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진짜 그런 시간을 좀 드리고 싶다. 그런 게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이화정 : 어떻게 보면 굉장히 상징적인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 많은, 지금도 농성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드리는 어떤 선물 같은 시간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니까 질문 혹시 더 있으시면 마이크를 드릴게요. 영화 보시고 감독님이 표정을 좀 궁금해 하셨는데 어떤 느낌이셨는지 말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관객1 : 안녕하세요. 영화 잘 봤고요. 영화를 보는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재복의 얼굴 표정이 일관성 있게 갔잖아요. 그래서 되게 무거운 마음이 되게 마지막까지 저는 계속 있었고요. 밥에 대한 거는 정말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이제 아까 잘 말씀을 주셨어요. 그래서 그 밥이라는 것이 되게 소통하고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컵라면 같은 것들을 먹는 모습과 직접 요리를 하면서 같이 밥을 나눴을 때. 마지막에도 딸들이 외면하다가 마음을 열었을 때 같이 밥을 먹잖아요. 근데 그 장면 같은 것들이 되게 좀 인상적이었고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는 그 현희한테 정말 너무 마음이 몰입되더라고요. 너무 몰입돼서, 재복의 마음도 이해를 하지만 현희의 마음에 너무 공감이 됐고. 특히 파스 붙여주는 장면이 너무 너무 인상적이었고. 현희가 소리 질렀잖아요. (파스) 그냥 달라고. 그게 진짜 제 마음인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현희가 아빠에 대한 미움과 안쓰러움 여러 가지 감정들을 가지고 있잖아요. 이제 그런 것들이 그 파스 장면에서 정말 다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 대목이 되게 인상적이었고. 그 마지막 그렇게 힘들게 식사 자리를 마련했는데, 또 그 자리에서 아빠가 서울 간다고 그랬을 때, 저라도 진짜 정말 뛰쳐나가겠더라고요. (웃음) 제가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저는 끝까지 그냥 아빠가 안 간다고 했으면 좋겠다. 계속 그 생각이 되게 간절했었어요. 근데 아빠가 이제 요리를 하셨잖아요. 요리를 하시고 마지막까지도 제가 끈을 못 놓은 게 저렇게 농성장 가서 그분들에게 밥을 따뜻하게 드리고 이제 나는 그만하겠습니다 하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진짜 그런 간절한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그 결말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들이 다 생각을 하는 것들이니까, 저는 좀 마지막까지 계속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 그런 마음이 좀 있었다는 걸 좀 말씀드리고 싶었고. 궁금한 건 전화벨 소리 보면 되게 외면하잖아요. 처음에는 그 딸의 그걸 보고 외면했지만, 나중에는 휴가를 즐길 때도 아예 전화가 누가 왔는지를 보지도 않고. 이렇게 전화벨 소리를 외면해서 몇 번이나 재복한테 전화 왔다고 이렇게 알려주잖아요. 근데 이제 그런 것들이 뭔가 감독님께서 의도하신 바가,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냥 뭐 그렇게 같이 투쟁 하시는 분들이 이제 전화할 거라... 그게 이렇게 단순한 건지 아니면 또 다른 또 의도가 있으신 건지 또 궁금합니다.

 

이란희 : 단순하게 농성장에 있을 때는 딸들 전화를 안 받고, 이제 휴가 중에는 농성장 전화를 안 받고. 왜냐하면 이제 농성장에서 딸들한테 전화가 왔을 때는 자기가 줄 수 있는 답이 없고. 사실 답은 회사가 줘야죠. 근데 계속 재복한테 답을 달라고 하는 거죠. 그리고 이제 휴가 중에는 농성장에서 오는 전화를 안 받죠.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렸듯이 나는 정말 도덕적으로 아무 문제 없이 농성장 전화를 안 받아도 되는 그런 시간이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휴가 기간에 회사에서 오는 전화를 안 받는 거랑 좀 비슷한 그런 거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계속 전화를 안 받는 걸로 제가 설정을 했는데, 보시면서는 거기에 감독이 어떤 의미 부여를 했나 보다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왜냐하면 딱 보고서 안 받는 게 아니라 아예 그냥 무심하게 전화벨 소리를 흘려버리니까 아마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화정 : 휴가 중에 진짜 어떤 전화도 받고 싶지 않은. 근데 어떤 것도 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게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들어요. 재복이 가지고 있는 그 지금 상황에 어떤 궁지에 내몰리는 장면을 감독님 말씀처럼 전화로 나타낸 게 아닐까 좋습니다. 질문 또 있으신가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받아볼게요.

 

관객 2 : 안녕하세요. 영화는 잘 봤고요. 감사합니다. 저는 신운섭 배우님. 덕분에 이렇게 보게 됐고요. 제가 드리고 싶은 질문은 제가 아무튼 인상 깊었던 장면은 재복이 그 비어 있는 TO를 메꾸기 위해. 결국에는 고등학생 또 실습이 오더라고요. 그전에는 외국인 노동자였는데 강제 추방된 자리, 그리고 기존에 일하고 있던 청년은 부모도 없고 다쳤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죄송하다고 넘어간 어떤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좀 설정하신 게 어떤 의미인지가 좀 궁금했고요. 그 장면들이 저한테는 지금은 제가 가장 인상이 남아서 감독님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 질문드렸습니다.

 

이란희 : 원래 그 자리는 계속 이주 노동자의 몫으로 시나리오를 쓸 때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이제 약간 영화를 드라마틱하게 만들어보려고 어떤 생각까지 했었냐면 이제 재복이가 거기서 직장에 계속 다니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근데 그런 와중에 이제 이주 노동자가 다시 돌아와요. 그런데 재복이가 그 자리를 계속 내주지 않고 그래서 이주 노동자가 매일 매일 한 곳에서 재복이를 째려보고 있어요. 이런 식으로도 한번 만든 적이 있었는데 이제 그렇게 하는 거는 너무 좀 억지 같기도 하고 영화 색깔에 맞는 것 같지도 않고, 고민을 하다가 어쨌든 그런. 말하자면 되게 저임금의 단기 계약직 이런 경우에 누가 올까 생각을 해봤을 때 그런 사람들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열거하신 그런 분들. 게다가 시나리오를 한창 쓸 때 현장 실습생들이 자살하거나 산재로 죽거나 이런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현장 실습 때만 꼭 등장을 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제 마지막 장면이 그 되는 것이죠.

 

신운섭 : 지금 현장을 보면은 구조가 그런 것 같아요. 예전처럼 이렇게 같이 모이고 이런 구조가 아니라 노동 유연화라고 그러나요. 쉽게 쉽게 하나 돌려서 계속하고. 제조업에서도 특히. 제조업도 사람이 몰려 있는 것 같지만 사람을 계속, 아웃소싱 회사라고 그러나요. 이 회사에서 계속 사람들을 3개월 시한부 계속 돌린다 그러더라고요. 이렇게 일종의 그런 어떤 산업 구조가 아닌가. 그걸 보여드리고 싶었던 게 아닌가.

 

이화정 : . 질문은 그러면은 여기까지 받도록 하고 아까 감독님이 보신 관객분들의 표정은 지금 관객분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전혀 아니었고, 많은 만족감을 얻으신 걸로. 제가 자체 정리를 좀 하도록 하겠습니다. 편안해지셨습니다. (웃음)

 

이란희 : , 많이 평온해졌습니다.

 

이화정 : 많이 웃어 주시기도 하셨고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요. 결국에는 마지막에 이 명예를 위해서 이 일을 한다는 플래카드도 있었지만, 누구도 이해를 못 할 거예요. 밥줄을 위해서 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 영화의 그 농성 안에는 이 밥줄 이상의 것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재복의 표정을 통해서 이 영화가 말해준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휴가>의 마지막 GV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마지막에 아니기를 바라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이 영화를 통해서 할 수 있는 자리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크리스마스가 지난 날 다 같이 이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반갑고 인사를 한마디씩 좀 하시면서 끝마치면 좋을 것 같거든요.

 

신운섭 : 끝나는 시간이 있군요. (웃음) 저희가 여기 오기 전에 인천에서 어떤 걸 진행했었냐면 12월에 시대담담 릴레이 토크, 21세기 삶의 풍경을 담다’. 그래서 사회 풍경들, <휴가>를 가지고서 21세기 삶의 풍경들을 계속 읽어보자 해서 진행을 한 게 있었는데 그게 이제 어제 청소년들하고 진행했었고요. 그저께. 그저께 현희, 현빈 입장에 있던 아이들과 이렇게 20대 초반에 사회 초년생들을 진행했었는데.

 

이란희 : 활동가 자녀로 큰 20대 초반 학생들과 얘기를 나눴어요.

 

신운섭 : 그 친구들이 그러더라고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그렇게 미웠다. 그렇게 어느 날 집에 갈 때 엄마가, 아버지가 삭발을 하고 있었다. 삭발을 거기서 하신 거죠. 지금 와서 또 가만히 보니까 자기도 계약서 쓰고, 영화 속 준영이라는 친구도 그렇고, 자기도 그런 용기는 잘 안 나지만 저런 게 어떤 건 줄 알 것 같고. 어쨌든 간에 지금에 와서는 아버지 어머니를 좀 이해한다. 자기들도 그런 어른들이 좀 많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제가 이번 강릉에서도 21세기 시대담담 릴레이 토크쇼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정연 : 저도 항상 이제 영화제 시사, GV만 다니다가 일반 관객분들을 마주하고 GV를 하는 경험이 되게 새롭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저도 되게 의미 있었고 추운 날에 영화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휴가> 많이 사랑해 주세요.

 

이란희 : 이제 <휴가> GV를 다니면서 계속 다음 작품을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요. 관객분들이 주시는 이야기들이 다 제 고민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추운 날 따뜻하게 저희를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강릉은 따뜻한 곳이군요.

 

이화정 : 감독님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면서, 신운섭 배우님한테 큰 역할은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걸 오늘 우리가 확인을 하면서 (웃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일동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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