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 박송열 감독, 원향라 배우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1. 11. 18:26

본문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씨네토크

/2021.12.21

 

정지혜 영화평론가 진행

박송열 감독, 원향라 배우 초청

 

-

정지혜 :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방금 소개받은 정지혜고요, 관객과의 대화 진행을 맡았습니다. 감독님, 그리고 배우분 모시고 이야기 나눌 텐데요. 오늘 강릉 신영극장에서 하는 마지막 특별전입니다. 아시겠지만, 올해를 잘 보내고 2022년을 새롭게 잘 맞이 하자 그런 취지로 6편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방금 상영한 이 작품이 특별전의 첫 번째 영화이고 아마 영화가 굉장히 묘하다라고 느끼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관객분들과 질문을 많이 가지면서 편안하게 연말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얘기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감독님 인사 먼저 부탁드릴게요.

 

박송열 : , 반갑습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연출과 영태를 연기한 박송열입니다. 반갑습니다.

 

원향라 : , 저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에서 정희 역할을 연기한 배우 원향라입니다. 반갑습니다.

 

정지혜 : 신영극장을 처음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극장 안에 기운이 어떤가요?

 

박송열 : , 뭐 항상 처음은 어딜 가나 긴장해서. (웃음) 한편으로 어떤 질문이 나올까 좀 두렵기도 하고요, 잘 부탁드립니다.

 

정지혜 : 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가 사실 올해 정말 아주 큰 상을 받기도 했고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은 작품입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서 처음 공개가 됐었고요, KBS독립영화상, 그리고 크리틱b상이라고 해서 많은 평론가들이 이 작품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상을 받기도 했고요. , 얼마 전에 폐막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장편경쟁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기분 좋은 연말을 맞이하실 것 같은데 일단 관객분들을 만나고 계신 최근의 근황과 수상 이후에 형편이 좀 나아지셨는지 (웃음) 궁금합니다.

 

박송열 : , 상금이 좀 뒤따라서 좀 마음에 어떤, 너무 그러면 또 안 되는데, 기쁜 마음으로 즐기고 있고요. 그리고 동시에 그거에 또 너무 들뜨면 자만하지 않을까 그런 것들을 경계도 하면서 둘이 마음가짐을 다짐하고 있고, 이 좋은 현재의 기운을 잘 유지하면서 다음 영화에 이어질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지혜 :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시네요. (웃음)

 

박송열 : 그래도 그러면서도 또, 즐기자. 이런 것들이 있어서 컨트롤을 좀 하고 있습니다.

 

원향라 : 저는 좀 즐기자 이쪽이 좀 더 큰 것 같고요. 아직 까지는, 올해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박송열 감독 비슷하게 내년에는 그래도 좀 너무 들뜨지 않게 그렇게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비슷하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정지혜 : 두 분이 연기도 직접 하셨고 또, 원향라 배우님의 경우는 이 영화의 프로듀서이기도 하시고, 또 각본 작업에도 같이 참여를 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사실 배우, 감독이라고 간단하게 말씀해주셨지만 이 영화의 지분으로 치면 거의 공동작업, 그리고 많은 부분을 두 분이 거의 다 짊어지고 만들어낸 작품인 것 같습니다. 아직 소개될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요. 두 분이 또 같이 작업하셨던, 연출은 박송열 감독님이 하셨지만, <가끔 구름>(2018)이라는 장편 데뷔작이 있어요. 그 영화도 같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으면 좋겠는데, 그때부터 이런 방식들을 계속 만들어 오신 것 같아요. 아까 잠깐 밖에서 저희가 대화를 나누다가 박송열, 원향라 두 분의 유니버스가 만들어진 것 같다 (웃음) 이런 이야기를 할 정도였고. 오늘 보신 영화가 그런 과정 중에 한편이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어떤 최종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일단은 두 분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해오고 있는가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이 영화의 경우로 두고 이야기를 하자면, 첫 번째 영화와 두 번째 영화의 사이에 3년 정도 텀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첫 번째 영화의 경우에는 두 분이 연인으로 등장하셨고 생활의 어려움, 그리고 영화를 만들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을 바탕으로 관계가 진척되는 그런 영화였다면, 이번 작품은 부부관계로 가면서 돈에 관련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셨습니다. 3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으셨나요? 이 영화를 만들기에 이르는?

 

박송열 : 첫 작품 <가끔 구름> 찍었을 때 어떤 계기? 영화를 찍어야겠다 하고 나섰던 어떤 그때의 분위기와 어떤 그때 당시에 어떤 저의 환경? 처지? 이런 것들이 3년 지나고 나서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찍을 때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가끔 구름> 찍었을 때의 방식과 거의 비슷하게 찍게 되었던 것 같고. 3년 사이에는 사실 <가끔 구름> 찍고 나서는 그게 거의 저희 둘이 스태프로 하고 가내수공업? 이렇게 말씀하시는 수준으로 작품을 완성했어요. 그 뒤로 저희 둘이 나름대로 <가끔 구름>을 찍었다면, 스태프도 좀 꾸릴 수 있고 제작지원이나 투자를 받는 그런 영화를 계속 시도했었거든요. 근데 그게 또 생각만큼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게 3년이 흘렀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사이에 그런 시간들을 보내다가 올해에 이 작업을 했었는데 올해 초부터 다시 한번 <가끔 구름> 어떻게 찍었는지 떠올려 보면서 굳이 제작지원과 투자를 받는 큰 규모에 있는 영화를 너무 고집하지 말고 한 번 더 해봐도 좋겠다. 나름 작업방식을, 좀 제한적인 방식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어서 올해도 올해 초에 작업을 하기 시작했고 다음에 <가끔 구름> 영화 자체도 촬영 기간만 처음과 끝이 2년에서 3년 정도였는데요. 이번에는 너무 그렇게 길게 찍지 말고 최대한 빠르게 작업을 해보자고 해서 이번 영화는 조금 빠르게 촬영만 한 3개월 정도? 그렇게 진행이 됐었던 것 같습니다.

 

정지혜 : 원향라 배우님께서 프로듀서랑 각본을 같이 하셨잖아요. , 새로운 방식이셨을 것 같아요. 처음 시도해보시는 게 아니었을까 싶은데.

 

원향라 : 일단 각본은 박송열 감독이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큰 틀은 박송열 감독이 전부 다 했고요, 그리고 신마다 들어가는 대사들을 둘이서 계속 연기를 해보면서 이 대사가 정말 이 상황에 좀 더 일상적일까? 이런 것들을 바꿔 가는 작업을 제가 같이 했다고 보면 될 것 같고, 프로듀서로서는 일단 캐스팅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박송열 감독이 할 게 너무 많아서 제가 거의 했던 것 같아요. 배우분들 섭외랑.

 

정지혜 : 그러셨구나. (웃음) 감독님께서 촬영도 하시고 편집도 하시고 워낙 또 오랫동안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동시녹음까지도 작업을 많이 해오셨던지라, 이번 영화에서도 크레딧 보시면 두 분의 이름이 거의 다 등장합니다. 아까 말씀하셨던, 가내수공업? 혹은 DIY? 라고 해도 좋을 방식이었는데. 사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의 생각을 해보면, 저 역시도 그렇고 가난한 젊은 연인 혹은 부부의 이야기는 굉장히 많기도 하잖아요.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서사이긴 한데 서사 때문이라기보다는 이 영화가 꾸리는 어떤 형식적인 태도, 그리고 어떤 뉘앙스? 두 분이 어떤 보여주는 좀 이상한 어떤 몸짓? 제스처라고 해야 할까요? 동작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를 들면 악수를 나눈다거나 눈빛을 주고받는다던가, 좁은 집 안에서 이동할 때 서로 냉랭한 어떤 마음의 상태를 엇갈린 동선으로 표현을 한다던가. 이런 형식미에 대한 이야기를 꽤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아마도 전작에서도 그러했는데 이번 영화에서 더 집중적으로 드러났다고 봤습니다. 서사적인 부분 역시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두 분이 이 부분, 특히 감독님께서 생각하는 영화에서 촬영이나 형식과 같은 부분들을 어떻게 구상하고 계시는지 들어보고 싶었어요.

 

박송열 : 처음에 어떤 이야기를 할까. 저희 같은 경우에는 제작 방식이 먼저 정해진 셈이었고. 그래서 이 제작 방식에 어울리는,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뭘까 생각해보니까 미니멀한 이야기면 좋겠다. 그렇다면은 또 우리한테 너무 멀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어떤 생활의 곤경에 처한 부부의 이야기를 생각했었는데요. 그래서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가난한 부부의 소재가 사실 말씀하셨다시피 흔한 소재이기도 하고, 또 너무 단순하게만 보면 뭐라고 해야 할까. 슬픈 이야기로만 비치면 안 되겠다. 라고 저는 생각을 했었고, 이 소재의 한계 같은 걸 돌파하거나 뭔가 다리를 넘어서는 형식의 영화가 되면 좋겠다고 저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 영화만이 가진 방식? 혹은 이 영화만이 그리는 리듬? 그런 것이 있어야 관객들이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이 되지 않을까 마음을 먹었었고, 그런 의도를 가지고 생각을 많이 했었고요.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그걸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구체적인 것은 생각하지 못했고. 예를 들어서 악수하는 장면이나 부부만이 가질 수 있는 서로 간의 제스처, 신호, 이런 것들은 저희가 그 장면 찍으면서 그때그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많이 (들였어요). 둘이서 찍는 거였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가질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았어요.

다른 프로덕션이었다면 그게 어려웠을 텐데. 저희 작업에 그런 장점이 있어서 그때그때 그런 것들을 많이 살릴 수 있는 저희 스스로의 기회가 되었던 것 같고요. 그 장면 하나하나 찍으면서 악수하는 장면도 사실 미리 생각했던 시나리오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찍으면서 작업 형태의 장점에서 나왔던 그런 장면이지 않은가 생각이 듭니다.

 

정지혜 : 오히려 두 분이 더 집중해서 두 분만의 어떤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악수 장면은 감독님께서 꽤 오랫동안 이거 내가 언젠가 써먹어야지 하고 그러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박송열 : 평소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처음 만났을 때, 오랜만에 만났을 때 악수를 하잖아요. 저는 그런 행위 자체가 인간의 멋? 같은 정이 있는 그런 모습이어서 저도 습관적으로 누굴 오랜만에 만나거나 할 때 제가 먼저 악수를 청하는 걸 좋아했던 습관이 있었고. 보통은 친구들끼리나 사회에 나가서 악수를 하는데 부부간에 서로 맨날 보는 얼굴인데도 악수를 하면, 영화 속에서 보면 그게 또 재밌을 것 같다. 평소에 이런 생각도 들었었고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도 부부가 어떤 일이 있을 때, 무언가를 하기로 할 때 악수를 하면 재밌겠다 하고 생각이 들어서 악수하는 장면을 넣게 되었습니다.

 

정지혜 : 정상회담을 보면서도 아이디어를 얻으셨다고 들었는데... (웃음)

 

박송열 : (웃음) . 맞습니다. 정상회담 최근에는 북한의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났을 때도 서로 정상회담에서 만나면 악수를 하잖아요. 그래서 최근에 그 악수 장면을 봤던 기억이 깊게 남아있어서 저 모습이 부부가 악수를 하는 장면으로 바꿔서 그림을 좀 만들면 재밌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넣었습니다.

 

정지혜 :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미덕이라고 할까요? 약간 저항의 방식이 좀 달랐던 것 같아요. 그니까 굉장히 가난하고 상황이 녹록지 않고 정말 더 화가 날 수도 있잖아요. 더 열을, 분통을 터뜨리면서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라며 카메라를 팔아치운 그 사람을 비롯해서 부부 사이의 어떤 거 격하게 갈등이 고조될 수도 있는데 그런 순간순간 오히려 이를테면 악수라든지, 눈짓으로 한다든지, 컷을 넘긴다든지 하면서 뭔가 인간의 어떤 기본적인 뭐랄까 어떤 도덕 혹은 품위를 잃지 않는 형식으로 계속해서 이 영화가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소극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면 뭔가 갖추고 있거나 갖추지 못한,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안되는 여건에서는 그런 소극적인 것이 오히려 가장 적극적인 방식의 저항처럼 보일 때가 있는데. 이를테면 난 하지 않겠다는 방식으로 저항을 하는 그런 느낌까지도 들어서 그러면서 이 영화의 어떤 품위라는 것이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좀 그렇게 느껴졌는데 그런 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조금 들으셨을 것 같아요. 이 영화에 관한, 아니면 인간에 대한 예의랄까? 더 과격하게 가지 않는 선에 대해서?

 

박송열 : 좀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부부가 갈등의 상황에서 저런 상황이라면 서로 많이 싸우고 할 텐데 왜 그렇지 않고 또 어떻게 금방 풀어지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거든요. 제가 생각했을 때는 바로 그 지점이 제가 처음에 의도를 했던 흔한 소재를 넘어서는 영화가 되는 지점이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만약에 어떤 갈등 상황에서 쉽게 예상이 되는 어떤 갈등의 이유에 상황으로 간다면 흔한 영화라는 소재를 넘어서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 거기서 이 부부의 어떤 흔한 부부와는 다른 모습을 그려야겠다. 그런 작정을 했었던 것 같고, 사실 그래서 심하게 싸우는 모습을 묘사하진 않았지만 갈등 상황에서의 어떤 부부의 심정, 감정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갈등의 골이 깊은 모습은 감정이 남아있었던 걸로 저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묘사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두 분이 실제로 연인에서 부부로 관계가 변모하셨잖아요. 어떠세요? 실제로도 영화처럼 그러하신지 아니면 영화와 현실은 또 다른 것인지. (웃음) 관련이 좀 있는 것인지.

 

원향라 : 살면서 부부가 다툼이 없지는 않지만, 감독이 약간 추구하는 부부상이 영태와 정희가 아닐까? 박송열 감독 자체가 추구하는 부부상. 부부관계가 그런 얘기를 자주 하거든요. 부부지만 제일 좋은 팀이자 제일 좋은 동료.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영태와 정희가 한 팀으로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박송열 감독이 평상시에 그리는 부부상이지 않을까.

 

정지혜 : 박송열 감독에게 갑자기 방점을 찍어주셨는데, 그럼 원향라 배우님의 생각은 좀 다르신가요? 영화적인 관계든.

 

원향라 : 저도 근데 비슷한 생각을 하거든요. 박송열 감독은 워낙 침착하고 좀 제가 봤을 때 좀 성인군자 성격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근데 제가 정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 제가 많이 갖고 있는 것 같고요. 욱하기도 하고. 근데 저기 영화에서 비쳤듯이 그거는 비슷한 것 같아요. 영태와 정희에게 있어서 돈보다 더 중요한 게 분명 있다. 그런 생각들을 저희가 일상에서도 그냥 평상시에도 좀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물들과 지금의 저희가 비슷한 것 같아요.

 

정지혜 : 정말 이 영화는 부부의 이야기? 생활사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처럼도 보이지만 정말 아주 재미나고 찰떡인 팀워크를 보이는 팀플레이? 뭔가 버디무비를 보는 듯한 그런 인상도 조금 들었어요. 말씀하신 어떤 동료애처럼? 그래서 사실 전작 <가끔 구름>에서는 조금 더 어떻게 보면 연인이기 때문에 스킨십? 혹은 뭔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꽤나 많이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본격 부부 (웃음) 드라마로 가면서 혹은 이들의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 때문에 그런 방식이라기보다는 정말 우정과 동료와 지켜봐 주는 어떤 든든한 후원자처럼 보이는 부분이 좀 강하게 느껴졌거든요? 혹시 그것에 대해서도 두 분이 만들어가면서도 얘기를 좀 나누셨을 것 같아요.

 

박송열 : . <가끔 구름>과 이 작품을 같이 보신 분들도 간혹 그런 말씀 있었어요. 근데 사실 저희 이번 작품 찍을 때는 그런 어떤 스킨십이나 애정신 흔히 말하는 배드신 이런 것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도 아니고 의식한 것도 아니고, 저희가 이 작품을 거의 촬영하는 순서대로 시나리오 순서대로 진행하면서 그때 만약에 이 장면을 찍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으면 찍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번 작업하면서 의외로 그 장면에 대해 그런 장면이 부부의 어떤 일상이 될 수도 있고 제 일상이 될 수도 있지만, 이번 작업을 하면서는 그거를 단순하게 못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처음의 의도는 굉장히 일상적인 영화를 강조하고 싶었고. 또 한편으로는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서 그래서 찍고 나서 보니 그런 장면이 자연스럽게 빠졌던 경우가 돼버린 셈이었어요. 다 찍고 나서 그런 장면들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닌데 뭐 그렇게 그런 장면까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정지혜 : 저는 오히려 그 자극성의 여부와는 전혀 무관했고 오히려 이들의 삶이 정말 에너지가 더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 뭔가 삶이 더 고단하고 강퍅해졌다고 해야 하나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좀 들었던 거예요. 그래서 뭔가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까, 이 부분이 정말 이 영화의 중요한 부분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뭔가 더 이제 더 어떻게 보면 갈 때까지 간, 뭔가 막다른 골목으로 더 가버리는 상태에서조차도 이들은 여전히 품위를 잃지 않는다. 잃지 않으려고 하고 있구나라는 그런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그렇습니다.

그 조금 다른 경향으로 얘기를 해보면 전작을 못 보신 분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오늘은 감독님 얘기를 조금 더 넓게 해보고 싶어서 제목으로 가지고 유추를 해주신다면 제목에서도 <가끔 구름>이라는 첫 번째 영화가 있었고 오늘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라는 제목의 영화입니다. 제목을 하나하나 왜 그렇게 지으셨는지 질문하기보다는, 이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들이 크게 어디를 바꾸고 크게 여행을 간다거나 도전하거나 그러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다행히도 전작에서는 조금 외부로 나가는 장면들이 있긴 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한정된 공간에서 살아가기 바쁜 그런 상황이긴 한데 그나마 조금 약간의 환기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면 옥상에 나간다거나 아니면 강변. 천이라고 해야 하나요? 천 근처에서 약간의 바람을 쐬고 들어가는? 그런 장면들이 인상이 깊고 또 중간중간 꽤 많은 인서트로 구름과 빛이 햇빛이 좀 비추는 장면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이게 그냥 단순히 어떤 중간에 이어가기 위한 브릿지 부분이라기보다는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어떤 장면처럼 좀 읽혔습니다. 산도 있었고 물이 조금 흐르는 공간에서 보이는 어떤 풍경이 약간의 환기 이상의 어떤 의미처럼 좀 보이기도 했는데요. 약간 굽어봐주는 듯한 느낌도 들었었고, 그래서 의외로 두 분의 영화가 약간 구름의 영화? 뭔가 빛의 영화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런 네이밍을 붙여보고 싶어지는. 혹시 그것에 대해서 제목과 연관해서든 공간, 특히 자연 풍경과 관련해서든 이야기해주실만한 게 있다면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송열 : 제목은 사실은 제목을 지을 때는 단순하게 생각을 하려고 했거든요. <가끔 구름> 때도 그렇고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도 인생의 어떤 처지를 빗댈 때 날씨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그런 의미에서 날씨 표현에서 극 중에 처한 인물들의 처지를 빗대서 제목을 지어보자 했던 게 <가끔 구름>도 그런 의도와 비슷했고요. 이번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도 처음에는 이 제목을 생각하지 못했었고 편집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되고 이름을 붙여줘야 할 때 이 주인공의 처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떤 처지에 빗대서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가 약간 환절기 시기에 낮에는 더웠다 밤에는 추우니까 옷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르는 그런 처지를 비슷하게 생각해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사실은 두 부부의 현재의 상태가 마땅한 일자리가 없고 가난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부가 멀리 나가지 못하는. 보통 돈이 없을 때 제일 먼저 외출이나 여행 이런 것들을 포기하는 측면이 있어서 이 부부 역시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고요. 실제로 저희 집이 앞에 개울이 있고 창문을 열면 그 개울이 보이는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생활하면서도 거기에 나가는 거를 (줄이는 등) 비슷한 시기가 있었거든요. 그때 산책을 많이 하면서 마음을 좀 다시 가다듬고 했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 개울에 앉아서 보면 북한산도 보이고 이런저런 풍경이 보여서 되게 좋다고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자연스럽게 영화도 그 앵글에 산이 보이고 앞에는 강물이 흐르는, 냇가가 흐르는 그런 앵글이 딱 들어오면 좋을 것 같다. 자연 안에 담긴 앵글. 그렇게 생각을 해서 그런 장면들을 들어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특히 비 오는 날 많이 촬영하신 것 같은데요. 안개 낀 듯한 느낌? 비가 내리는 듯한 그런 느낌? 그게 좀 많은 것 같은데 그 이유가 좀 있으실까요?

 

박송열 : 비도 사실 크게 의도를 했다기보다 저희가 한 장면을 찍고 비 오는 거는 계속 창문으로 바라볼 때만 비가 오는 그런 날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장면을 찍고 나서 두 부부의 현재 모습에서 창문을 바라볼 때 비가 내리는 연속성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창문을 바라볼 때 비가 오고 또 비가 오니까 오늘은 일 나가지 마라, 그런 감정 전달에도 좋을 것 같아서 비를 좀 유지를 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관객분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대화를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있으시거나 영화를 어떻게 보셨는지 피드백 같이 나눠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손을 들어주시면 저희가 마이크를 전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관객1 : 영화 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 어떤 영화일까 궁금해하면서 어떤 정보도 없이 본 영환데요. 기대 이상으로 너무 즐겁게 봤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말씀 꼭 전해드리고 싶었고 제가 궁금했던 건 정희란 인물이 급하게 일산이었나요? 일산 학교에서 근무를 하고 돌아와서 소파에 앉아서 하는 말이 있었잖아요? 돈 버는 게 무섭다. 결국에는 늦었다. 이런 말을 했을 때 저는 카메라 화면을 정면에 두고 얘기를 해서 혼잣말이거니 처음에 생각했는데 뭔가 말하는 말투는 마치 남편을 향해서, 영태를 향해서 말하는 듯이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그게 어떤 상황이었을까 되게 궁금했고 정말 되게 사소한 건데 체크무늬 셔츠가 좀 많이 나오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걸까? 라는 두 가지 질문드립니다.

 

원향라 : 체크무늬 셔츠 먼저 말씀을 드리면 집에 의상들이 일상적인 의상들이어야 하기에 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팔 티라든지 그런 것보다 어느 정도 갖춰져 있는 것을 박송열 감독이 원했고요. 너무 반팔 티 이런 것들은 또 싫고, 최소한 갖춰지면 좋겠다 해서 셔츠를 입었는데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체크무늬 셔츠가 계속 반복되게 나오긴 했는데, 셔츠는 사실 갖춰 입는, 그러니까 이게 일상적인 영화라고 해서 반팔 티에 목이 늘어난 잠옷을 입긴 하지만 그 외에 일상을 보내는 시간까지는 어느 정도 정제를 해야 한다고 박송열 감독이 판단해서 셔츠를 둘 다 셔츠를 입었었어요.

 

정지혜 : 셔츠는 따로 구매를 하신 건가요? 이번 영화를 위해서? 아니면 원래 가지고 계신 거였어요?

 

원향라 : 셔츠는 원래 가지고 있는 셔츠고, 그리고 박송열 감독이 입었던 셔츠도 원래 가지고 있는데 좀 아끼던 거. (웃음)

 

정지혜 : 이번에 꺼내셨군요. (웃음)

 

박송열 : 그리고 말씀 하신 장면은 원래 시나리오 그 장면 묘사를 했던 건 정희가 들어와서 그런 얘기를 남편한테 하는 말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얘기를 듣고 남편이 와서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이렇게 위로도 해주고 토닥토닥해주는 그런 장면을 묘사했었는데 그 장면을 그날 찍으면서 리허설을 한 번 해보면서 계획을 바꿨죠. 그러니까 들어보니 이 장면 안에는 뭐라 그럴까. 정희가 하는 이 연기가 카메라 밖으로 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불어서 이게 영화를 찍고 있는 거지만 그것조차, 한 번 그냥 그런 개념을 아예 없애고 진짜로 정희가 심정에 있던, 마음속에 있던 말을 내뱉는 말을 한 번 들어보자. 그게 누구던, 정희의 영화든 아니든.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 장면을 찍을 때 제가 카메라를 세워놓고 하던 방식대로 정희가 와서 대사하면 제가 들어가서 연결을 하려고 했었는데 제가 들어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그때는 들어서 그런 의도로 그 장면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정지혜 : 그 사이에 제가 잠깐 말씀해주신 거에 조금 더 덧붙이고 싶은 게 저도 그 장면이 굉장히 이상하고 또 다른 의미로 흥미롭게 보였는데, 이 영화에 아까 감독님께서 리듬 얘기를 하셨잖아요. 그 이상한 리듬감을 만들어 주는 데가 약간 그런 장면들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악수라든지 이런 동작도 동작이지만, 예를 들어 정희가 혼자 소파에 이렇게 팔을 강시처럼 앉아서 있는 장면, 그때는 물론 영태가 들어가서 말을 걸지만, 그 짧은 어떤 순간들이 일종의 정지 같은 약간 혼자 있는 그 순간들이 영화 곳곳에 있거든요. 그 정지 순간 때문에 오히려 영화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물꼬가 트이는 듯한 그런 인상이 좀 강하게 있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의도해서 나는 이렇게 쓸 거야.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하다 보니까 이 리듬들을 찾아가셨을 수도 있는데, 그런 장면 연출은 이전 작품에도 있었고 계속되었던 것 같아서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그 리듬이라는 게 도대체 뭘까.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리고 아마 그래서 감독님 영화를 보면서 이게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잘 모르겠다 같은 약간의 애매한 중간상태가 좀 있는 것 같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송열 : 그 리듬이라는 것이 사실 시나리오에 물론 그것까지 아주 정교하게 계산해서 하지는 당연히 못 했던 것 같고요. 찍으면서 이 작업방식의 장점이 둘이서 알아서 책임을 지면 되는 거기 때문에 다른 스태프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그 영화 밖에 있는 어떤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촬영하면서 저희가 계속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시간도 확보가 됐어요. 또 여차하면 그 장면을 다시 뭉개고 다시 또 새롭게 찍을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저희한테는 있어서 프로덕션의 장점에서 그런 기회가 있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고. 그렇게 하다 보니까 말씀하신 소파에서 널브러지듯 앉아있는 장면, 편하게 묘사가 됐던 장면이 (시나리오에서) 그렇게까지 묘사됐던 장면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저희 둘만 있는 거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데 누가 쳐다보는 눈이 있다면 아마 그런 것을 자신 있게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자유롭게 할 수 있었던 연기가 나왔던 것 같고요. 그런 제작 환경이 받쳐줬기 때문에. 저희가 작업하면서 고민이 됐던 이 장면이 과연 영화에 들어가는 게 좋은 장면이 될까? 아니면 전혀 엉뚱한 장면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자신 있게 했었던 것은 제작 환경이 받쳐줬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고요. 촬영 기간이 3개월 가까이 된 것도 그런 것조차도 저희가 여유 있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에 그러면서 저도 스스로 리듬을 찾았던 것 같고요. 그렇게 여유롭게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관객2 : 영화 너무 잘 봤고요. 저는 제일 마음에 들었던 신이 처음에 삼겹살을 맛있게 구워 먹는 것 (웃음) 그거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선배에 대한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제가 잘 캐치를 해가면서 본 건지 궁금해서. 마지막에 차를 확인하러 가잖아요. 그게 질투에서 그렇게 한 거고 번호 확인하고 그 차 앞에서 뭔가 액션을 취하려다가 가만히 있어서 그다음에 어떻게 움직이나? 차를 부수나?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그러지 않고 이제 영화가 마무리가 돼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 건 어떤 의도인지 제가 잘 캐치를 못 해서요.

 

박송열 : 제 의도대로 캐치를 잘하신 것 같아요. 여기서 영태는 카메라를 빌려줬던 선배에 대해서 계속해서 감정이 변하는 처음에는 영태의 처지는 선배의 처지와 비슷해서 약간 동병상련을 느끼고 서로의 일을 도움을 주고받고 해야 한다 이런 신념이 좀 있었고. 그런데 뒤통수를 맞으면서 그게 배신감으로 변했고. 근데 그거에 대해서 응징을 해서 300만 원이라는 돈을 받았는데 또 너무 과하게 받았다는 거에서 미안한. 계속 이렇게 감정을 타고 갔던 것 같아요. 미안해서 돈을 좀 돌려줬는데 그래서 동병상련을 느낄까 했는데 신분이 좀 새로운 자동차를 사면서 자기와 다른 처지에 대한 달라져 있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고 거기서 다시 말씀하신 대로 질투심 같은 어떤. 그래서 그런 감정을 갖고 야밤에 충동적으로 차를 부수러 가겠다 하고 나섰는데 제일 마지막 장면에서 돌아섰던 거는 그런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영태가 선배에 의해서 괴로웠을 그런 심정을 어떻게 보면 해꼬지를 하면서 자기가 풀면 오히려 차를 부수는 순간 돈 없는 영태한테는 오히려 자기 자신이 더 파괴적인 형태가 되어버리는, 그러니까 차를 부수는 순간 다시 또 없는 돈을 물어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생각했을 때는 그 괴로움에 맞서 싸우지 말고 피해서 스스로를 구원해라.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해서 그 장면을 물론 시나리오 묘사를 했을 때는 차를 최소한 빵꾸 정도 낸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장면을 찍으면서 그래서 감정까지 보여주고 돌아서는 게 엔딩이 되겠다 생각해서 이렇게 찍었습니다.

 

정지혜 : 시나리오상에는 빵꾸 정도는 내는 (웃음). 그것도 역시나 좀 바뀐 부분이 있네요. 말씀하신 첫 장면 삼겹살 굽는 장면 저도 너무 좋았어요. 먹고 싶고 막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먹는 게 참 중요하잖아요, 이 영화에서. 먹고 마시고 얘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송열 : 짧게 말씀드리면 첫 장면도 이 영화를 찍을 때마다 근사하게 첫 장면 어필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그걸 그렇게 찍은 것은 되게 특별한 이 부부의 이벤트가 아니면 영화의 시작은 가장 인간의 어떤 기초적인 모습으로 시작하자. 일상적인 영화이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평소에 삼겹살 먹는 것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일단 먹는 장면, 먹고 먹으면서 부부가 처해있는 처지에 대한 고민을 한마디 정도 나누며 장면을 시작하자 해서 했었고. 또 중간중간 술도 마시고 하는 것도 가난하다고 술도 못 먹냐 이런 오기가 좀 있었고. 그래서 장면을 이어갈 때 흘러갈 때 자연스럽게 술도 마시고 회도 사 먹고 그런 장면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원향라 : <가끔 구름> 때도 그렇고 지금 이번에도 그렇고 먹는 장면이나 이런 것들이 되게 많이 나오는데 실제로 저희가 찍고 모니터할 때 진짜 맛있게 먹고 있는지 이런 것도 모니터할 정도로 뭐라고 해야 할까. 가장 많은 분들이 가진 관심사도 먹는 거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욕구 식욕? 뭔가 그런 것들에 대해서 그게 어떻게 보면 가난한 이런 부부에게도 가난하다고 그 욕구가 없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더 디테일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술 좋아하세요? 실제로? (웃음) 저는 이 영화 보면서 너무 술을 맛있게 상황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두 분이 정말 서로가 서로에게 대작해주면서 친구처럼 마시는 게 참 좋더라고요. 실제로도 종종 한 잔씩 하시는지.

 

박송열 : . 제가 담배는 안 하는데 술은... 먹어야 합니다.

 

원향라 : 저는 그냥 한 두잔 씩 즐기는 수준에서는 마시고 있고요. 저 촬영에서는 사실 술을 실제로 먹지는 않았거든요. 한 번도. 그래서 보시는 분들께서 술 마시는 장면이 술을 안 드시는 분들도 술을 마시고 싶게끔 말씀을 하셔서 (웃음) 나름 만족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했던 것들이 결국은 연습이 됐던 거니까. 그렇습니다.

 

정지혜 : 좋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영화 두 분이 거의 다 하셨다고 했지만 또 숨은 공로자들이 많으시잖아요. 원향라 배우님의 가족분들이 총 출동하신 걸로 알고 있고, 이 영화 속 공간도 감독님 가족분들의 공간이기도 해서 전작에도 어느 정도 지분을 갖고 계시지만 이번에 정말 온전히 더 많은 부분들을 함께 하셨던 것 같아요. 특히 그 어머니를 비롯해서 가족분들이 일렬로 어머니 생일파티 하러 들어올 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잖아요. 그런 장면들 보면 그 가족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굉장히 연기 욕심이 많으실 것 같은데.

 

원향라 : 일단 언니 같은 경우에는 예술에 대한 관심이 정말 너무 많고요. 평상시에도 그렇고 예술에 대한 관심이나 이런 것들이 워낙 많아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어하고. 틈날 때마다 본인이 시나리오 쓰기도 하고 이럴 정도로 관심이 많고요. 저희 엄마 같은 경우는 원래 노래를 부르시는 것도 좋아하시고 원래 대외적이신 분이셔서 이런 걸 표현하고 하는 거에서 좀 재미있어하셨어요. 되게 재미있어 하시고 좋아하시고 뭔가 자꾸 표현을 하니까.

 

정지혜 : 감독님께 여쭤볼게요. 요즘 소위 비전문 배우분들하고 작업한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영화 작업하실 때. 어떻게 보면 연기 경력이 많지 않거나 처음 해보시는 분들하고 작업이셨을 텐데 어떻게 감독님 입장에선 어떠셨어요? 물론 가족이라서 조금 더 의지가 되고 편안한 부분도 있지만 또 뭔가 연출을 해야 하거나 디렉팅을 줘야 하는 부분에서는 조금 또 다르셨을 것 같은데.

 

박송열 : 일단 비전문 배우. 저조차도 약간 비전문 배우라서. 제가 연기를 거의 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편해야 하는 게 있어서, 만약에 전문 배우분이 제가 상대 배우로 연기를 해왔다면 저는 못 할 것 같아서 오히려 그런 장점을 저는 기대하고 있었고. 사실은 전 작품에 나왔던 분들이 거의 그대로 거의 다 똑같이 하시거든요. 역할만 살짝 다르고 그래서 오히려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 부담감보다는 자신감이 조금 있었던 상태였고. 그리고 저희 장모님이나 형제들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이 작업 이전에 <가끔 구름> 끝나고 나서도 또 다음 작품 언제 찍냐 뭐라도 해보고 싶다 그런 말씀을 들어서, 일단은 나름 마지막 카드로 저는 보고 있었거든요. 근데 결국 이렇게 하다 보니까 식구들을 먼저 찾게 됐었고요. 그대로 또 식구들, 가족이 등장하는 장면이어야 해서 시나리오상. 그래서 그대로 다 했고 또 연기 디렉팅이라고 할 것도 그렇게 부담되지 않는 상황이라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했었던 것 같습니다.

 

정지혜 : 제가 봤을 때 관객분들도 느끼셨을 텐데 박송열 감독님 너무 훌륭한 배우시라고 느끼셨을 것 같아요. 뭔가 정말 묘한 웃음과 눈물 포인트를 같이 주시는 배우인 것 같은데. (웃음) 오래 또 연기를 하신 입장에서 봤을 때는 어떻게 평가하실 수 있을까요? (웃음) 평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동료로서.

 

원향라 : 일단 가지고 있는 얼굴에서 나오는 게 웃어도 슬픈 웃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리고 가만히 있어도 슬프고. 눈도 사연이 있는 거 같고. 그런 것들이 일단은 설명이 되는 것 같긴 해요. 그런 부분들이 영태가 크게 있진 않았기 때문에 잘 좀 어울렸던 것 같아요.

 

정지혜 : 연기 계속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진짜로.

 

박송열 : . 하긴 할 텐데요. 좀 분량을 줄이고 싶어요. 사실.

 

관객3 : 저도 영화 잘 봤고요. 저는 엔딩 장면이라던가 아니면 대리운전을 하다가 중간에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는 장면이 나온다든가 아니면 어떤 궁지에 몰렸을 때 가까운 사람에게 화살을 돌릴 수도 있는데 그런 감정에 타고 가지 않고 멈추는 그런 부분에서 어떤 그런 절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인간에게. 그런 인간상을 갖고 그렇게 인물들을 그리신 건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사채업자 같은 경우에는 너무 부드럽게 그려지지 않았나. 의도적으로 그렇게 묘사를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박송열 : 어떤 갈등 상황에서 아까 말씀드렸던 엔딩 장면과 비슷하고 그게 결국엔 하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은데요. 갈등 상황에서 사람들이 욱하는 성격 그대로 갈등 상황을 계속 끌어가면, 저도 평소에 욱하는 것도 없잖아 있는데, 제가 느꼈을 때는 결국 그 결말이 자신이 다시 수습해야 하는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자기가 그 수습 하면서 다시 또 후회하는 그런 감정들을 제가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찍을 때 갈등에 어떤 심각해지기 전에 뭔가 다른 방향으로 나서는 인물을 보여줘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했었던 것 같고 그래서 전체적으로 이 영화에서도 그런 주제 의식을 넣었던 거 같고요. 사채업자 같은 경우에는 저는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이 영화에서 하고 싶은 주제나 메시지는 좀 리얼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였겠지만 그게 영화에서 그려지는 인물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제가 다 창조를 하고 싶었거든요. 이 사채업자도 흔히 보면 되게 험악하고 또 빌렸다가는 큰 곤욕을 치르고 굉장히 인생의 막장을 살게 될 수도 있었던 건데, 이 부부를 둘러싼 세계를 그리려면 이 사채업자도 좀 인간적인 인물들이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사채업자가 필요했던 것 같고 사채업자의 모습도 결국에는 이 문제를 압박하는 수준의. 제가 어떤 리서치를 해본 적도 있었는데 사채업자가 굉장히 결국 돈을 못 받을 것 같으면 포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사실을 바탕으로 거기에 근거를 해서 사채업자를 묘사했습니다.

 

정지혜 : 박송열 감독님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어떤 선함이 좀 더 작동할 수 있다. 그런 가능성을 조금 믿어보자는 쪽인 것 같습니다. 하나만 좀 더 여쭤보고 싶어요. 이 영화에 어떤 시간에 대해서 잠깐 얘기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가 사채업자 때문에 어머니 집에 갔잖아요. 어머니와 마주했을 때 그리고 나서 정희가 침대 위에 절하는 듯한 괴로워하는 듯한 그런 포즈를 취하고 다시 엄마를 만나잖아요. 옷이 바뀌기도 했지만 사실 그 순간 저는 좀 당황했거든요. 왜냐하면 너무 시간 점프가 빨라서. 어떻게 보면 엄마와 사채업자가 만났을 때와 그다음 정희가 누워있는 장면이 마치 저는 이게 꿈인가? 정희가 자다가 일어나서 꿈 화면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엄마 집으로 가는 장면이 되면서 그게 아니고 시간의 경과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시간을 그렇게 압축해놓은 장면은 그때가 가장 컸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거기에 뭔가 이유가 있으실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박송열 : 사실 그 장면 꿈이었습니다. 편집을 다 마치고 났을 때 그리고 그 장면을 편집을 붙였을 때 저희 둘은 그게 꿈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렇게 했었고 그런데 또다시 보고 다시 봐도 이게 꿈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저희가 이 영화를 틀고 또 다른 관객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저희 둘밖에 없었더라고요.

 

정지혜 : 약간 좀 충격인데요. 꿈이라니. (웃음)

 

박송열 : 그래서 편집까지 다시 해볼까 생각을 했었는데 저희도 다시 보니까 그게 꿈이 아니어도 이 드라마는 성립이 될 것 같다. 사채업자의 제가 애초에 그렸던 세계도 선한 사채업자의 모습이었고 그래서 결국에는 엄마한테 돈을 빌려서 사채업자의 빚을 갚는다는 거였기 때문에 그게 꿈이든 현실이든 드라마를 봤을 때 다음으로 넘어가는 거는 무리가 없겠다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영화를 진행시켰던 장면입니다.

 

정지혜 : 관객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각자 좀 다르실 수도 있겠네요. 전작에서는 사실 아주 명확하게 어떤 꿈 장면들이 대치되었던 것들이 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꿈에 장면이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 지나가려고 하다가 그 장면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껴졌었는데요. 감독님 답변은 일단 이러하지만 열려있다. (웃음)

오늘 저희가 좀 길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사실 특별전이라서 영화 보고 편하게 이야기 나눈 것도 있지만 제가 또 워낙 이 작품을 너무 좋은 작품 만났다고 생각을 해서 관객분들께 조금 더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극장에서도 또 그런 취지의 프로그램을 해주셨고. 두 분의 작업이 이후에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으면, 더 많은 분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또 기회가 되면, 아마도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개봉해서 또 극장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좋은 연말에 좋은 영화를 보셨으니 많은 생각거리 가지고 가셔서 다시 또 만나게 되는 날을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두 분 오늘 긴 시간을 함께해주셨는데 인사를 부탁드릴게요.

 

원향라 :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리고요. 너무 반갑고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연말도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송열 : 강릉 신영극장에 와서 처음 영화를 틀고 또 관객분들 처음 만나 뵈었는데요. 이렇게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왕이면 좋은 기억으로 남아주셨으면 하는 제 바람이 있고요. 연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지혜 : 하나만 더 얘기를 드리고 싶은데요, 제가 좀 말이 많죠? (웃음) <가끔 구름>이라는 영화에 마지막 장면에서 이분들이 우리 사랑 좀 하자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끝납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제작사 명이 사랑하자더라고요. 그 사이에 제작사를 하나 만드셨는데 그 이름이 사랑하자였어요. 사실 오늘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이들이 구원, 그리고 사랑을 하기 위해서 사랑을 구원하기 위해서 분투를 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기운을 많이 갖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씀을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인사드립니다.

 

 

정리 : 최예진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