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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 이우정 감독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1. 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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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 씨네토크

/2021.09.16

 

이화정 영화저널리스트 진행

이우정 감독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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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 안녕하세요, <최선의 삶> 으로 이렇게 다 같이 만나뵙게 되어 너무 반갑고요, 저는 영화 저널리스트 이화정이라고 합니다. , 오늘 이우정 감독님과 같이 왔는데, 일단 감독님도 인사를 한 번 드릴까요?

 

이우정 : , 안녕하세요. <최선의 삶>을 연출한 이우정입니다. 평일 저녁 시간에 이렇게 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화정 : 오늘 강릉 신영극장에 이렇게 <최선의 삶>, 장편 연출작을 들고 오셨어요. 지금 들어오시기 전에 깜짝 놀라셨어요. 카카오 채팅방이 아니라 직접 관객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니까 약간 충격받으신 것 같아요. 지금 계속 목소리를 한 번도 못 들어서 굉장히 아쉬워하고 있었던 차였는데, 신영극장이 가진 강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우정 : 그러게요, 너무 좋네요.

 

이화정 : , 오늘 오신 소감을 좀. 강릉까지 오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이우정 : 솔직히요?

 

이화정 : (웃음) 아 솔직히? 대외적인 것도 있고 좀 솔직히도 있어요? 그럼 두 가지 버전 다 들려주세요. 오늘 관객분들 만난 소감.

 

이우정 : 솔직히 강릉은 제가 영화를 찍지 못하던 시간들에 혼자 와서 우울해 있었던 곳이어서, 고향 같은 곳인데. 금의환향을 했어야 했는데 약간 좋지 못한 성적으로 온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웃음) 거기에 특히 기차에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를 들고 고향가는 사람들 틈에서 빈손으로 오는 기분이 별로 마음이 안 좋았답니다.

 

이화정 : 이게 첫 번째 버전, 솔직한 버전? 빈손으로 온 것 같은 기분. 그러면 원래 대외적으로는 어떻게 말씀하시려고 했어요?

 

이우정 : 대외적으로는 준비되어있지 않아요. (웃음)

 

이화정 : (웃음) 그러면 솔직한 마음만 드러내는 걸로. 그런데 여러분 <최선의 삶> 보시고 너무 만족하지 않으셨어요? . (웃음) 영화 어떻게 보셨는지 너무 궁금한데, 아마 이렇게 제가 툭 던지니까 말씀을 못 하신 거고, 다들 잘 보셨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혹시 오늘 감독님 오시는 이 회차 말고 <최선의 삶> 그전에도 보신 분들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다 오늘이 처음이신가요? 한 번 이상 보신 분 있으시면 손 한 번 들어주세요. , 알겠습니다. 박수 한 번 드릴게요. 좋지 못한 성적이라고 계속 말씀하셨지만, 또 이렇게 다시 보신 분도 있고, 오늘 보시고 또 다른 분들께도 <최선의 삶>을 최고의 영화라고 해 주실 분들도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감독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질문을 드리고 여러분들에게도 질문이랑 감상평 있으신 분들에게는 마이크를 드리도록 할게요. 그리고 오늘은 이 작품이 원래 원작이 있는 작품이에요. 그래서 선물도 가져왔어요, 저희가. 먼저 광고 한 번 하고 갈까요? (웃음) 판매는 아니지만, . 이 지금 임솔아 작가의 원래 원작이 되는 책을 가져왔는데, 오늘 감독님 혼자 오셨잖아요.

 

이우정 : , 이게 원작 책인데. 제가 GV올 때 늘 챙겨오거든요. 그런데 오늘 제가 기차에서 커피를 쏟아서. (웃음)

 

이화정 : (웃음) 아니, 감독님, 먼저 좋은 얘기하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 오늘 못 오셔가지고, 배우님들과 원작 작가님 사인과 감독님 사인까지 종합세트로 구성을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가지고 오시다가 가방 안에서 커피를 쏟으셔서. 약간 감독님 인장이 남아있어요. 그래서 이런 건 받기 싫다 하시는 분은 안 받으셔도 됩니다. (웃음) , 어쨌든 질문하시는 분 두 분께는 이렇게 선물도 드린다는 예고를 먼저 하면서 시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은 이 작품이 사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가 되면서 엄청난 화제를 모았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개봉을 하고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데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강릉 신영극장에 온 것 말고도 개봉하고 관객들과 만나시면서 감독님이 드시는 생각이 있을 것 같아요.

 

이우정 : 영화를 만들고 개봉이라는 것을 해보는 게 처음인데요, 매일매일 기분이 오락가락해요.

 

이화정 : , 오늘은 그럼 오락가락 중에?

 

이우정 : 오늘은 좀 괜찮은 마음이었어요. 이제는 이렇게 말해도 될까요?

 

이화정 : . 괜찮죠? 감독님 솔직하게 얘기하셔도. .

 

이우정 : 이제는 약간 기적이라는 것은 일어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앞으로 만나게 될 좋은 사람들, 좋은 이야기들을 잘 받아들이면서 잘 마무리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화정 : , 알겠습니다. 오늘 오신 한 분 한 분이 소중한, 기적 같은 관객분들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저는 이제 처음 공개되면서부터 이 작품을 일 년 이상 만나면서, 보고 나서 더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 영화를 거꾸로 뒤집으면 이강이가 칼을 들고, 저희는 영화를 다 보고 이야기하는 거니까, 그 마지막 장면에서의 사건? 이게 굉장히 강렬하잖아요. 강렬하고, 이게 사건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 정도의 충격적인 행위가 일어난 것인데. 이 작품은 그 사건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걸 사건으로 대하지 않는 태도에 대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고, 그런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성장영화 안에서도 많이 있었나를 생각해본다면 <최선의 삶>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관점이 있다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들에 대해서 더 얘기가 많이 되어야 할 것 같고. 제가 이 작품 보면서 사실 제일 먼저 생각난 작품은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였거든요. 총기 난사 사건이 미국에서 있었고, 어떻게 보면 정말 역사에 남을만한 기록적인 사건인데, 그걸 구스 반 산트 감독 같은 경우에는 총을 들었던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기보다 그 당시에 정황들을,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보여줌으로 인해서 우리가 거기에 도달하도록 만드는 화법을 구사했고, 거기서 제목이 <엘리펀트>잖아요. 그래서 결국에 전체 코끼리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우리가 판단하게 만드는데, 보통 이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 있을 때는, 일례로 비교를 해 봐도, <볼링 포 콜럼바인> 같은 그런 다큐멘터리를 보면, 아예 직선적으로 얘네는 왜 그랬어’, ‘이 애들은 무서운 데가 있어’, 그걸 캐려고 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최선의 삶이> 그 지점에 있어서 구스 반 산트와 <볼링 포 콜럼바인>의 차이를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사건이 아니라 이 아이들이 켜켜이 켜켜이 쌓인 그 레이어들을 지나서 왜 이렇게 행동하고, 성장하고, 그리고 이 과정 안에서 이런 비극적인 사건과 마주해야 했는지에 대한 것들. 그래서 감독님이 영화 만드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시면서 만드셨을까.

 

이우정 : 확실히 원작을 영화로 맨 처음 각색하는 과정에서 제일 기준이 되었다고 할까요. 그것은 이 원작 자체가 사건과 그 사건을 통과하는 인물의 감정이 정말 세세하게 쓰여있는 소설이에요. 그런데 이것을 두 시간 안의 영화로 만들 때 그것을 다 가져갈 수는 없겠다. 여기서 어떤 선택을 제가 하게 되었고, 저의 선택은 그렇다면 사건보다는 그냥 그렇게 생각했어요. 어떤 사건의 정확한 정황이라고 할까요, 시간의 순서대로는, 시간이 지나면 그 부분은 잊혀진다고 생각하는데, 그 사건을 겪은 후의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도 더 짙어지는 게 많다고 생각해서 저는 이 소설에 담겨있는 그 감정들을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감정들로 영화를 만들어보자, 그렇게 생각했어요.

 

이화정 : , 이게 사실 말이 감정들을 만들어보자이지, 그렇게 접근하고 영화를 만들면 영화가 잘 안 나와요. (웃음)

 

이우정 : (웃음) 맞아요, .

 

이화정 : 이걸 원작을, 원작에 있는 활자를 사건화하지 않으면 영화가 관객에게 최종 도달했을 때 제대로 보이는, 읽히는 영화가 되기가 쉽지 않고, 관객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영화의 자칫하면 맹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부분은 사실 계속 시나리오 쓰시면서 극복해야 할 지점이기도 했을 것 같아서. 마찬가지로 지금의 방식이 나오기까지 고민이 굉장히 많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어떤 부분이 제일 목에 탁 걸렸다고 해야 할까요. 해결이 안 되고 만들어지기까지 감독님이 가지고 갔던 쟁점이었는지?

 

이우정 : 그게 계속 다시 생각해보면, 저한테는, 이 원작 안에 정말 많은 게 담겨있거든요.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원작 안에 든 것이 100가지라면 영화는 계속 과정 과정을 넘어가면서 완성이 되는 건데, 100개를 맨 처음에 다라이에 넣고 (웃음) 머리에 이고 출발을 하면서, 계속해서 허들을 넘어서 완성까지 가는데. 걸리니까 계속 비워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각색부터 촬영부터 편집까지 저한테 가장 걸렸던 장면은 강이와 소영이가 싸우는 장면이었어요.

 

이화정 : . 그 코인노래방 장면이요?

 

이우정 : 아니요, 노래방 것은 들어갔고. 제가 영화에서 삭제를 했어요. 결국 그건 마지막에 삭제가 되었는데.

 

이화정 : 우리가 보지 못한 장면이군요.

 

이우정 : , 강이가 마대자루를 탕탕탕탕 하고, 공터에 있는 장면으로 점프가 되는데 원래 그 사이에는 싸움 신이 있었어요.

 

이화정 : 그쵸. 저희가 미루어 짐작하는 그 신.

 

이우정 : , 그 장면은, 다른 것들은 강이의 회고이기 때문에 계속 친절한 시간 순서대로가 아니라 점프하는 방식을 갖는데, 그 장면은 꼭 있어야 한다고 제가 붙잡고 있었어서 촬영까지 했던 거였고요. 그게 결국에는 편집 과정에서 빠졌죠. 그 고민이 제일 큰 고민이기는 했던 것 같아요. 이 과정 전체에서. 그런데 그 장면을 뺄 수 있었던 건, 일단 배우들의 연기로 감정이 다 전달된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고요. 그리고 다른 여러 가지 이유들로 갈팡질팡하면서 하는 결심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어떤 큰 확신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이유 중에는 누구나 예상 가능한 장면이기 때문에 그 장면을 내가 다시 보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특히 둘이 서로를 치고받는 그림들 자체가. 그래서 다른 곳에서 이미 빼 왔던 것처럼 아예 고집스럽게 빼 보자, 라고 결정을 해서 빼게 되었고요. 지금까지도 그 결정은 후회하지 않아요. 그런데 확실히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많이 그 부분이 걸리는구나, 같은 반응들은 느끼고 있긴 해요.

 

이화정 : , 아마 이제 그 장면은 우리에게도 보이지 않은, 어떻게 보면 완성된 영화로는 탄생하지 않은 장면이기 때문에 , 여기서 점프했네' 하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으실 거예요. 저 역시 그 장면은 다음 장면을 보고 유추가 되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제가 아까 감독님의 태도 이야기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이 아이들의 행동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것을 어떻게 담을지에 대한 것이 삭제된 장면의 결정에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사건을 모두 제거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정적으로 사실 아람이 폭행을 많이 당하잖아요. 자기만의 사랑의 방정식 안에서도 계속 그렇고, 가정 안에서도 폭력을 당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계속 제거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고. 그 제거하는 과정 안에서 사실 이 영화의 필연적인,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한 갑갑한 같은 것들은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예상을 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전체적으로 좀 고집스럽게 뺐다는 생각이 들었고, 감독님이 영화를 할 때도 그 태도가 계속, 이 많은 성장영화를 보면서 혹은 가출청소년들을 다룬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조금은 닮지 않으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 점은 다른 작품들이랑 비교했을 때 어떤 마음으로 쓰셨는지.

 

이우정 :, 그전 다른 작품들이요?

 

이화정 : 감독님 작품 말고, 사실 이제 비행 청소년, 그리고 거리에 내몰린 청소년들 이런 작품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이우정 : 특히 그런 가출하는 청소년들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영화로 한정해서 보더라도 특히 한국에서 10대의 일탈이라고 할까요? 그것은 정말 재료가 몇 개 없다고 생각을 해요. 우리나라가 이제 총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마약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정말 술, 담배, 싸움밖에. 도돌이표처럼 돌아간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많이 보여진 장면을 또 넣는 것. 그게 저한테는 민망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던 것. 그리고 영화 작업이 다른 스태프와 배우 분들의 동의를 얻어서 하나로 완성을 해 가야 하는 거잖아요. 그랬을 때 저는 항상 타협의 과정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다른 것들에 다 타협을 하더라도 제가 나중에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딱 한 가지만 지키면 안 무너지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는 그게 이거였어요. 이번에 이 영화에서는 무조건 감정 중심으로, 사건의 자세한 묘사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이것으로 얼마나 전달되는지 너무 궁금하고 해보고 싶다.

 

이화정 : . 진짜 어떻게 보면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 재료라는 이야기를 하니까 이해가 빨리 오고, 총기, 마약 이런 게 없고 남은 게 사실 욕설이나 폭행이잖아요. 이런 것들이 다 제거가 되었는데 우리가 정황상으로 알 수 있게 해 주고, 그 안에서 이 아이들의 심리를 계속 따라가는데, 거기서 오히려 이제 원작에서 가져오신 부분이기도 하고, 이 부분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들어간 게 어떻게 보면 강이의 나레이션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건 위험하기보다는 그게 어려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하면 굉장히 관념적인 언어들로 채워져 있고, 이 내레이션으로 우리가 충분히 설명을 듣는다기보다는 계속 이해하려고 귀 기울여야지 간신히 그 아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그런 정도, 수위의 언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감독님의 선택과 고민, 원작에서 가져오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것도 마찬가지로 고집스럽게.

 

이우정 : 그런데 그 방식이 강이한테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강이라는 인물이 가진 답답함, (강이는) 모든 결정이나 판단을 보류하는 사람이고 오히려 친구들을 자기의 의사와 상관없이 따를 때 더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그 방식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이화정 : 그런데 강이가 진짜, 사실 강이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그 내레이션이 유일하다라고 할 정도로 자기 자신의 주장을 하지 않는 친구예요. 그래서 굉장히 아슬아슬하고 먹먹한 느낌이 드는 것도 강이의 그 태도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고,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일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나오는 성장영화의 캐릭터 중 자아가 가장 약한 인물을, 캐릭터를 뽑아보자면 강이가 아닐까. 그런데 그 강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 강이가 말하는 것들을 계속 밖으로 끄집어내는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 강이라는 인물을 중심에 놓게 되신 데에도.

 

이우정 : 일단 맨 처음에 이 원작을 읽었을 때부터 저라는 사람이 강이와 너무 닮았다고 생각이 되었고, 이 마음을 너무 알 것 같아서 시작했고, 이것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분명히 많을 것이다라고, 이해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오히려 반대로 소영이랑 아람이 캐릭터 같은 경우는 저라는 사람이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인물들이었는데, 특히 강이의 입장으로 따라가다 보면 강이가 정말로 이들과 뭘 하고 싶어서, 이제야 말을 꺼낼 수 있을 때 이 사람들은 여기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소영이와 아람이는 각자, 얘네들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식이 너무 확실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다른 삶을 계속 살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어려웠는데 소영이랑 아람이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촬영을 하면서 그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가 이야기를 하게 되었던 캐릭터였어요.

 

이화정 : 그러니까 조금 더 그 친구들을 알아가는. 강이는 감독님과 비슷해서 오히려 좀 이해가 되는 인물이었고, 그럼 그들에 대한 이해의 폭이 조금 더 넓어졌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이우정 : , . 그냥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에 배우들을 만나서 이 이야기와 이 인물에 대해서 제가 설명을 해야 하잖아요. (웃음) 그리고 스태프들에게도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이화정 : 이 캐릭터는 이렇고, 이 세 명이 어떻게 다른 인물들인지.

 

이우정 : . 그런데 그냥 뒤돌아서, 이제 와서 생각해봤을 때 처음에 제가 그렇게 설명했던 말들은 그냥 최소한의 논리로 이 과정을 넘기는 수준밖에 안 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배우들을 만나서 배우들과 만들어가면서 그 인물이 진짜로 저한테 와 닿았다고 할까요? 그런 것을 느꼈습니다.

 

이화정 : , 우리가 줄여서 강소아라고 부르는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진짜 캐릭터의 물성화라고 해야 할까요? 정말 배우들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기록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이 배우들이. 그런데 그 안에서 감독님의 이런 끊임없는 대화와 협업의 과정들이 있었고 (웃음) 왜 웃으세요?

 

이우정 : (웃음)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계속 얘기, 평소에 저는 사람을 별로 안 만나는 사람이거든요. (웃음) 그런데 그때 당시에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던 게 배우들이 정말 싫었을 것 같아요. (웃음)

 

이화정 : ‘, 이 감독님 왜 자꾸 이렇게 대화의 물꼬를 틀려고 하나?’

 

이우정 : 계속 물어보고 이런 거.

 

이화정 : 방민아 배우님은 굉장히 대화했던 것 때문에 본인도 누르고 있던 감정들을 끄집어내고, 이런 것들이 캐릭터를 이끌어내는 데 좋았다라는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하셨어요. (웃음) 인터뷰용이 따로 있나?

 

이우정 : (웃음) 그런데 결과적으로 다 너무 좋고, 사이도 여전히 좋고 고맙죠.

 

이화정 : , 이런 과정들이 캐릭터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원작에서 가지고 오시면서 꼭 이 부분은 놓치지 말아야지하는 부분도 있으셨을 테고 조금은 설정을 바꾸셨던 것도 있으셨을 텐데 저는 그 두 가지의 선택을 감독님께서 어떻게 하셨을까도 궁금했어요. 일단 연령대의 변화. 그리고 지금 현재가 아니라, 사실은 지금도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이긴 한데, 2000년대 초반의 설정을 가지고 오셨잖아요. 그 두 가지의 설정에 대해서는 어떤 선택이셨는지?

 

이우정 : 일단 원작의 중학생을 고등학생으로 올린 것은 중학생으로 설정했을 때, 특히 푸른 밤 장면은 제가 찍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이화정 : (웃음) 어렵네요.

 

이우정 : , 저는 절대로 그것은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나이대를 올리고, 그 나이대에 맞는 소영이의 목적들. 에꼴 모델 같은 것들을 넣었구요.

 

이화정 : , 2000년대 초반이어야만 가능한 잡지 모델.

 

이우정 : .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했던 것은 확실히 이 원작을 처음 읽었을 때 저한테 가장 와닿았던 지점이 제가 계속 덮어두었던 감정을 정확히 건드리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것은 과거여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찍을 때에도 여기 나오는 인물들한테 다 지나간 이야기여야 한다. 그게 정확하게 관객들한테도 인지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하게 생각했어요.

 

이화정 : 영화를 보면, 저는 캐릭터들이 있는 공간에 대해서 계속,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공간이 어딘지에 대해서 유심하게 살펴보게 되고, 그런 설정 자체에 대해서도 계속 유심하게 보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사실 집을 나오기 전에 갈 수 있는 곳들이 한국에서 말하는 밤문화밖에 없더라고요. 이제는 노래방도 아니고, 멀티방이라고 하죠? 오락실도 있고.

 

이우정 : 한 때. 2000년대 초반에 있었죠.

 

이화정 : 맞아요, . 진짜 그런 곳. 아니면 모텔방에 가서 그들끼리 있다든가. 밤이 아니고는 건전하게 갈 수 있는 곳들이 사실 크게 없고, ‘여기가 싫어, 여기가 너무 지긋지긋해하는 각자의 집의 문제점들에서 이제는 나왔는데.

 

이우정 : (웃음) 실내에 들어가 있죠.

 

이화정 : (웃음) 그래서 이 공간성에 대해서 자꾸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갈 곳이 없고, 갈 수 있는 곳들은 다 막혀 있구나. 그런데 더 나갔을 때, 소영이가 계속 그 이야기를 하잖아요, ‘구질구질해같은 표현을 쓰는데. 주워 온 매트리스에, 계단에서 살거나. 아니면 돈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지만, 돈이 있어도 갈 수 있는 곳은 햇빛이 안 들어오는 반지하. 이런 공간성에 대해서, 10대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 어떻게 보면 막다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공간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이우정 : 그 부분은 맨 처음에는 얘네들이 아무튼 집을 벗어날 때는 들뜬 마음일 텐데, 그런 순간들을 담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시나리오에 그런 몽타주 장면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 역시 편집이 되긴 했는데, 도식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집 나왔을 때의 해방감. 그런데 여기 있는 인물들이 그 당시에 서울로 갔을 때 진짜로 어떤 것들을 보고 느낄까로 생각했을 때에는, 신나는 건 정말 찰나일 것이고, 그 다음에는 집보다 못한 곳들에서 약간의 두려움과 누군가가 먼저 가자고 할때까지 버티는 시간들. 그리고 이렇게 함께 떠나왔으니 서로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서로 다른 지점들을 마주하게 되는 시간들만 보내겠구나 해서 그런 답답한 공간들로. 저는 그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넣었어요.

 

이화정 : 공간이 갈수록 좋지 않아지고 환경이 좋지 않아지는 것들을 보면서 굉장히 갑갑한, 죄여오는 느낌이 들었는데, 결국에는 그런 것 같아요. 집을 나가서 마주하는 세상에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기보다는 그 문제점들이 극대화되고 강화된다는게 어떻게 보면 이 가출이 가지고 있는 맹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을 때. 저는 그 부분도 중요했던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이제 몇 명의 어른들이 나오죠, 각자의 역할에서 나오는데, 사실 부모님으로서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강이의 엄마, 아빠잖아요. 그 강이 엄마, 아빠의 태도에 대해서도. 어떻게 설정하셨을지 고심하셨을 것 같은데.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셨는지.

 

이우정 : 강이의 집 장면은 사실 되게 건조하고, 거리감이 많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부모와 심리적으로 가장 멀 때가 10대 후반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화정 : 이후에는 다시 가까워질 수도 있으니?

 

이우정 : , 가장 처음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때? 그래서 거리감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다만 여기서 강이의 엄마, 아빠는 그들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 그러나 그 최선이 강이한테는 가닿을 수 없는. 그렇게 설정했어요.

 

이화정 : , 아마 최선이라는 말 때문에 맹점이 생기는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저는. 만약에 최고의 삶이라고 했으면 이 문제가 조금은 간단명료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고라는 말을 붙이는 건 굉장히 객관적인 지표나 수치 같은 것들을 나타내서, 예를 들면 강이가 소영이처럼 공부를 잘하게 된다던가. 뭔가 목표지점이 확실한데, ‘최선이라는 게 너무 주관적이라는 거죠. 강이의 엄마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기도하시잖아요. 강이의 아빠? 최선을 다해서 그 말을 골랐을 거예요. 쓰는 말들이 너무 조심스럽고, 꽃도 최선을 다해서, 어떤 꽃을 줘야지 얘가 집을 나가기까지 마음먹었던 것들이 가라앉을까? 그 모두가. 강이도 최선을 다하고, 소영이도 최선을 다하고. 그 미래라는 전제 아래 아이들이 너무너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이 최선이라는 선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죠. 그래서 이것을 통과하는 지점이 모두에게 고통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품을 보면서 최선의 어떤 선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들이 단순히 10대여서가 아니라,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어쩌면 나도 어떤 순간에는 그런 고통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들이, 정확히 이렇게 문자로 정의를 내리지 않아도, 곱씹어보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감독님께 제가 먼저 좀 질문을 드렸는데, 예고해드렸던 것처럼 (웃음) 커피 자국이 좀 있는 <최선의 삶>, 세상에 두 권밖에 없는 책을 드리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할게요. 질문이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시면 마이크 드릴게요.

 

관객1 : 영화 되게 잘 봤고요. 이 과거를 보여주는 거라고 했는데 저는 그렇게 안 보고 그냥 순서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생각하고 봤습니다. 강이가 처음에 이야기했던, 두려워한 것이 뭔지 궁금하고, 고양이가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그것이 상징성이 있는지.

 

이화정 : , 아람이가 데려온 고양이.

 

관객1 : , 그리고 아버지의 직업.

 

이화정 : 아버지의 직업이요? (웃음) .

 

이우정 : 강이의 두려움은 평범함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가 아무것도 특별할 것이 없는. 소영이만큼 특출난 것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아람이만큼 아픔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닌 그 사이에서 그냥 평범한 애라고만 보이는 두려움이 되게 크지 않았을까? 거기서 가장 도망가고 싶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고요.

 

이화정 : , 두 번째는 아람이의 고양이.

 

이우정 : , 그게 그런데 의미를 말하는데 제가 참 어려운데, 제가 말하는 게 정답도 아니고 다르게 느끼셨다고 그게 틀린 것도 아니어서 그냥 그 고양이를 보셨을 때 느껴졌던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람이한테 고양이는 제가 생각할 때는, 아람이는 보살핌과 사랑이 아주 필요한 사람이라 그것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대로 자기가 그것을 쏟아부을 대상들을 찾고 있는 인물이라고 많이 생각했어요, 납작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래서 고양이는 아람이한테 그런 존재죠.

 

이화정 : 어떻게 보면 본인의 그런 처지를, 제가 생각하기에는 고양이에게 빗대어서. 우리가 길고양이라고 하잖아요? 케어를 받고 싶지만 받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이 아람이도 굉장히 크다고 생각되었어요. 굉장히 자기 혼자 뭐든 잘하는 것처럼 큰소리치는 스타일인데

 

이우정 : 은근히 나서죠. 뒤가 항상 희미하죠. (웃음)

 

이화정 : , 그리고 누군가 기댈 곳이 필요해요. 아람이는 나가서 자기가 사랑받는다고 믿고 있던 어떤 남자한테 기대고 있잖아요. 그 사람은 우리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전혀 좋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결국에는 이 나머지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결핍을 가지고 있는 거고, 그 고양이를 그래서 어떻게든, 내가 케어를 못 받기 때문에 나는 이 어리고 연약한 존재를 케어해주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계속 가지고 있는 것 같고. 고양이한테 계속 연민을 투영하는데, 소영이는 여기에 짜증이 나는 거죠. ‘쟤 왜 저래?’ 그런데 그 아슬아슬한 것을 중간에서 보고 있는 강이는 너무 불안한 거예요, 이 둘이 깨질까 봐. 왜냐면 이 둘이 깨지면 세 명이 같이 했던 그 세계가 깨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게 얘네들한테는 제일 큰.

 

이우정 : 강이한테는.

 

이화정 : 강이한테는 제일 큰 고통이죠. 셋이어서 완전했던 순간이 가출을 통해서 약점들이 강화되면서 둘이 되는 순간에서 관계성이 완전히 바뀌고, 자기들이 살았던 10, 땡땡이나 치고 같이 화장실 가고 했던 그 행복했던 시절이 끝나간다는 불안감이 이 둘의 관계성이 되면서 생기는 것 같아요. 이 모든 파국들이 결국 32의 싸움. 그런데 그건,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32의 싸움이, 이 영화가 여성 주인공이잖아요. 여자들 사이에, 10대 여자아이들의 감정선 안에서 제일 중요한 숫자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우정 : 3이요?

 

이화정 : , 그렇죠. 3이 되게 중요해요.

 

이우정 : (웃음) 드라마가 생기죠.

 

이화정 : 이제 그 안에서 2가 되면서 생기는 비극이 저는 이 <최선의 삶>의 모든 파국을 일으키는 되게 중요한 숫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양이 얘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네? 세 번째는, 아버지의 직업을 어떻게 설정하셨는지.

 

이우정 : 제가 계속 GV를 하면서 느낀 건데, 어떤 단계들에서 저에게 해결이 된게, 해결을 하고 나면 머릿속에서 지워지거든요? 아버지 직업도 제가 분명히 설정을 하고 그것을 배우님에게 다 말씀을 드렸는데 지금은 아무 기억이 안 나요.

 

이화정 : 그거는 배우님 오셔야지. (웃음) 그런데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되게 안정적인 집안이라는 생각은 조금 들었던 것 같아요.

 

이우정 : 그렇죠.

 

이화정 : 평범한. 강이의 불만은, 자기도 평범한데 부모님도 평범하다는 것에 대한. 이 모든 것들이 우리집은 왜 이렇게 평범하지?’ 이게 좀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우정 : 엄마는 약간 아슬아슬할 수는 있다고 생각을 해요. 평범함에 있어서.

 

이화정 : (웃음) 너무 또 빠져계시니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강이 아버지의 직업은 다음에 배우님이 오시면 조금 더 파보는 걸로 하고 또 다른 질문을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맨 뒷줄에 계신 관객분.

 

관객2 : 일단 제가 같은 10대로서.

 

이우정/이화정 : 아아 (웃음)

 

이화정 : 우리가 왜 이렇게 감탄을? .

 

관객2 : 극 중 강이가 18살 설정 맞나요?

 

이우정 : , .

 

관객2 : 저도 18살이고, 같은 나이로 살고 있고 그리고 저도 성장하고 있는 과정에서 지켜보면서 되게 여러 감정들을 많이 받았고. 또 보면서 받은 감정들이랑, 말씀해주신 것들을 들으면서 느낀 감정들이랑 되게 많아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하고 싶고요. 그리고 궁금한 것은 어떻게 보면 강이랑 소영이 사이가 멀어지게 된 게 그 밤이 있고 난 뒤잖아요. 그래서 이게 제가 생각했을 때 의문이 드는 게, 소영이가 자기의 감정을 부정하면서 그 부정하는 감정에 대한 악 받치는 감정을 강이에게 푼 건지, 아니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이 생겨서 그것을 강이한테 풀어버린 건지 궁금해요.

 

이화정 : ,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 강이에 대해서 왜 이렇게까지 지독하게 했을까.

 

이우정 : 제가 그 장면들을 찍을 때 소영 역을 한 성민 배우랑 이야기를 나눴던 것은 이 일이 있고 나서 소영이가 강이한테 느낄 감정들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 나누고 촬영을 이어나갔는데요, 그 감정을 딱 하나, ‘충동적으로 그랬던 나 자신이 미워서라거나, 아니면 그 순간 내 눈앞에 있어서 이걸 다 알아버리는 강이 너 때문이렇게 가르고 싶지는 않았었어요. 왜냐면 제가 생각했을 때 그 시절에 처음 경험하는 순간들은 그렇게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을 해서, 그래서 소영 배우가 느꼈던 여러 가지를 다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다 끌어안고 촬영을 하자, 이렇게 했었어요. 그런데 저는 계속 그 생각이 들어요. 그냥 우리가 성인이 되고 나서 절망감, 무력함, 슬픔 이런 감정들도 그냥 더 다양한 감정들을 뭉뚱그려서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해서 간단히 정리해버리는 느낌? 그래서 그 감정들을 처음 느꼈을 때는 훨씬 더 뭉개진 큰 감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최선의 삶>은 조금 더 감정을 규정짓지 않고 하고 싶었어요.

 

이화정 : , 질문 하나 더.

 

관객2 : 강이랑 강이 어머니가 절에 가서 꽃 따면서 강이 어머니가 엄청 우시는 장면이 나왔잖아요. 거기서 어머니가 왜 우신 건지.

 

이화정 : 어머니 왜 열폭하셨는지? (웃음)

 

이우정 : 그 순간은 엄마도 계속해서 버텨왔던 어떤 게 끊어지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도 정말 최선을 다해서 강이를 생각하고, 이 가정을 지키고, 그 가정을 꾸리는 것에 엄마가 아주 수고가 클 것 아니에요. 그 모든 것을 짊어지고 계속해서 버티고 있는데 그 순간은 그냥 무너져내렸다?

 

이화정 : 강이가 가출을 n차로 하잖아요, n차로. (웃음) 그런데 n차로 했을 때 엄마와 아빠의 반응의 차이를 보게 됐을 때, 이 엄마가 정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어떻게 보면 일단 살아서 돌아왔으니 너무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었다가, 이 때려죽일 년 (웃음) 하는 반응도 있었던 거죠. 그 안에서 생략된 장면 안에서 이 엄마가 얼마나 고군분투했을지가 마구마구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 관객분이 말씀하셨던 그 장면에서 열폭할 때, ‘, 저 엄마 속도 속은 아니겠다’ (웃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질문을 조금 더 받아볼까요?

 

관객3 : 영화 잘 봤습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저는 소설을 먼저 읽었는데, 소설에서는 강이가 찌른 다음에 강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적혀있는데 영화에는 안 나와 있어서 어떤 의도로 삭제를 하셨는지.

 

이우정 : 원작에서는 뒷이야기가 조금 더 있어요. 그래서 강이가 어디로 가고, 스포일러니까 말씀은 안 드릴게요, 짧게 정리되는 그 뒷이야기들이 있는데 저한테는 맨 처음에 각색을 하면서 엔딩 장면이 딱 여기였고, 거기에 대해서는 사실 아무도 왜 여기서 끝내라고 물어보지도 않았고 저도 더 의심할 여지 없이 여기라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자면 그것이 서로의 최선을 다했을 끝이기 때문에 거기까지만 했던 것 같아요.

 

이화정 : 감독님의 최선의 선택. (웃음)

 

이우정 : . 저 그런데 계속 너무 프로 같다고 느끼고 있어요.

 

이화정 : (웃음) 갑자기 왜 저한테 지금. 또 질문, 영화 보시고, 사실은 정말 관객분한테 마이크를 드린 게 강릉이 처음이에요, 신영극장이. 그래서 질문이 아니어도 영화 보시고 감독님께 하시고 싶은 말씀 해주셔도 좋으니까. 한 분께 더 받아볼게요. 마이크를 가지고 나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하시는 분. , 책이 없어서 안 하시는 걸 수도 있어요. 포스터도 드릴 거예요. (웃음) 포스터 약한가 보다. 혹시 생각나실 기회를 드리기 위해서 제가. 저는 한 영화가 사실 이렇게 만들어지기까지 감독님이 이 영화를, 아무것도 없는 순간부터 지금 완벽하게 관객이랑 만나기까지 너무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거라고 보고, 그런 시간들이 물리적으로도 당연히 필요하죠. 그런데 그 과정 안에서 이 영화가 남기는 것들이 많잖아요. 저는 이우정 감독님의 최선의 것을 남기기도 했지만, 저는 방민아 배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진짜 방민아 배우는 이우정 감독이 발탁한 선물 같은 존재에요, 한국영화에 있어서. 이렇게 좋은. 이 정도로 파워를. 가장 평범한 얼굴에서 가장 파워풀한 지점을 끌어낼 수 있는 배우가 많이 있을까 생각했을 때, 어떻게 보면 새로운 발견 같은 배우여서, 오늘 배우님은 못 오시기는 했지만 감독님이 옆에서 작업하시면서 본 방민아라는 배우의 가능성? 어떤 것들을 발견하셨고, 축복의 말을 하셔도 좋고. (웃음) 방민아 배우가 사실은, 저희가 임솔아 작가의 이 책을, 워낙 유명해서 보면서도, 선뜻 구체화시키지 못했던 이강이의 얼굴을 만들어줬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방민아 배우에 대해서 조금 다른 선입견이 있었죠. 아이돌 출신이기도 했었고, 그 전에 연기를 아주 꾸준히 막. 그런데 여기서 완전히 배우로. 방민아라는 사람한테 배우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 더이상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는 인장을 확실하게 박아 주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우정 : 개봉하고 나서 받는 질문 중에 그런 질문이 꽤 있더라고요. 아이돌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나. 그런데 그때 제가 다시 생각이 들었는데, 민아 씨가 활동하던 그 시절에 제가 정확하게 TV를 아예 안 봤던 시절이라서, 제가 몰랐어요. 그래서 선입견이 있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그냥 예전에 가수를 하셨다, 그런데 편하게 맘 먹었으면 좋겠다 해서 미팅을 하게 되었던 거고요. 그런데 그 부분이 있었어요. 혼자 글로 인물을 설정하고 만들어나가지만, 그게 진짜 사람이 캐스팅되어서 그 사람과 합쳐지고, 아니면 그 사람이 가진 것으로 바꾸어서 더 좋아지는 게 있을 텐데, <최선의 삶>에서 강이 같은 경우에는 저 혼자서 책상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때, ‘강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야, 느린 사람이야. 애들의 주는 눈치를 둔해서 눈치채지 못해.’ 이런 인물로 생각하면서 썼는데, 방민아 배우를 실제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어봤을 때

 

이화정 : 느리고 둔하고 그랬어요?

 

이우정 : (웃음) 아주 눈치가 빠르더라고요. 눈치가 정말 정말 빠삭한 사람이라서, 이걸 다 알고도 못하는 강이가 더 좋겠다. 그렇게 생각을 해서 고쳤어요. 그 부분이 사람을 만나서 더 좋아지는 경우?

 

이화정 : 배우를 만나서 오히려 더 강이의 캐릭터가.

 

이우정 : , .

 

이화정 : 그런데 저는 이 영화의 먹먹함은 거기서 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세 명의 관계망 안에서 계속 어찌할 바 모르는. 불안불안해하는 그 모습 자체의 그 얼굴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것에 이 영화의 힘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걸 완성해 준 배우의 힘인 거죠. 그래서 방민아 배우 예찬론을 방민아 배우가 안 들리는데 제가 (웃음) 했습니다. 내 얘기를 좀 들어야 할텐데. 많은 분들이 사실은 굉장히 호응해 주셨고 그래서 수상도 했어요, 그 방민아 배우가 뉴욕아시안영화제에서 귀한 상 받았죠. 그래서 멀리서나마, 강릉에서, 서울에 계실 것 같은데 박수를 드리고요. 마지막으로 관객분 하실 말씀 있거나 질문 있으시면.

 

관객4 : 영화 잘 봤습니다. 영화에서 처음에 시작할 때 계속 기차가 지나가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처음에는 기차 바로 아래에서 세 친구가 들어가다가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강이는 더 이상 귀를 막지 않는데, 아람이는 귀를 끝까지 막더라고요. 그런 장면들을 연출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우정 : 일단 촬영을 한 곳이 대전의 읍내동이라는 동네고요. 원작에도 정확하게 명시되어있는 공간이에요. 그리고 제가 그 공간을 헌팅을 다니면서, 강이한테는 이곳이 정말 떠나고 싶은, 어떨 때는 지옥같이 느껴지는 곳일 텐데, 그것을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강이가 아주 싫어하겠지만 계속해서 보게 되는 이 동네의 무언가가 상징적으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한빛탑 같은데도 가보고 했는데. (웃음) 읍내동에 실제로 기차가 지나다니고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서는 강이라면 매일매일 저 기차 소리가 너무너무 지겹고 싫겠다, 그리고 이 기차 소리를 강이의 마음이 지옥이 되었을 때는 이 기차 소리가 귀에 들리지도 않겠구나, 그런 때에 효과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넣었어요.

 

이화정 : , 그러면 질문은 여기까지 받도록 하구요. 책을 받아가실 분들은 나중에 받으시면 될 것 같고, 포스터도 드리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웃음) 오늘 이렇게 전국에서 유일하게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우정 : 너무 좋네요.

 

이화정 : 저도 너무 좋아요. 저도 계속 지금 극장에서 관객들은 만나는데, 관객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어요, 들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직접 이야기를 하시고, 저의 이 목소리를 잃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지금 채팅방이 안 열려서 너무 기분이 좋고요. 처음에 이 영화 보면서 태도에 관한, 태도의 접근 이런 것들이 다르다고 했는데, 결국에는 이 영화. ‘왜 강이가 찔렀지?’라고 묻지 않아요. 질문의 방향이 완전히 다른 영화이기 때문에, 저는 이 영화의 시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소중하다고 생각을 해서. 진짜 이우정 감독님의 최선의 영화를 봤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면서. 너무 어깨 안 처져있어도 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관객분들 이번 영화로 이우정 감독님 아신 분들은 지금 또 어떻게 최선을 다하고 있을까 궁금하실 거예요. 그래서 앞으로 계획도 이야기해주시면서 오늘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우정 : 일단 시월 첫째, 둘째 주까지는 계속해서 <최선의 삶> 관련된 행사를 다녀야 할 것 같아요. 관이 점점 줄고 있어서. (웃음) 그래도 저희 함께 하시는 분들과 작은 관에서라도 관객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행사를 잡자, 했기 때문에. 아마 첫째, 둘째 주까지는 그렇게 보낼 것 같고요. 이게 다 끝나야 좀 실감이 들고,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하고 싶은지, 어떤 영화가 만들고 싶은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다음에 할 영화 같은 건 지금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이화정 : 일단 좀 느리신 분으로.

 

이우정 : (웃음) 그런데 <최선의 삶> 만큼 오래 걸리면 안 되긴 해요.

 

이화정 : 그렇죠, 큰일나죠. 좀 빨리하라고 제가 옆에서 얘기하고, 그러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어떠셨어요, 좀 궁금증이 해결이 되셨나요? 대답을 안 하셔도 고개를 많이 끄덕여주셔서. 끝까지 오늘 같이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희 오늘 박수 한 번 치고 끝낼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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