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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는 길 | 변규리 감독, 나비ㆍ비비안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2. 6. 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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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는 길> 씨네토크 

21. 12. 27.

 

진행 : 한영희 감독

참석 : 변규리 감독, 나비ㆍ비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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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 안녕하세요. 저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비라고 합니다. 제 아이는 바이젠더, 팬로맨틱, 에이섹슈얼로서 트랜지션을 마치고 현재 FTM 남성으로 살아가고 있고요. 꼭 오고 싶었던 강릉에서 여러분을 뵙게 되어 너무 반갑습니다.

 

한영희 : 어제 강릉에 눈이 많이 왔다고 들었습니다. 극장에 오시느라 힘드셨을 것 같아요. 눈이 많이 와서 관객분들이 얼마나 찾아주셨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직접 눈 마주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참 요즘 들어 더 소중할 때인 것 같은데요. 우선 제가 질문을 먼저 드리고, 다음에 관객들의 질문을 받아볼까 합니다.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와 어떻게 두 인물을 주인공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변규리 : 연분홍치마라는 단체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드려야 될 것 같은데요. 저희는 인권 운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그리고 활동을 미디어로 기록합니다. 현장을 기록하면서 인권 활동가들과 함께 연대하다 보면 어떤 이야기들 혹은 소재들이 생겨요. 그것을 다큐멘터리로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3xFTM>(김일란, 2008)이나 <레즈비언 정치도전기>(한영희홍지유, 2009) 그리고 <종로의 기적>(이혁상, 2010)은 성소수자 당사자들에 관한 영화였고, <두 개의 문>(김일란홍지유, 2011)이나 <공동정범>(김일란이혁상, 2016)은 용산 참사 이야기를 다룬 작업이었어요. 그 이후에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안녕 히어로>(한영희, 2016) <플레이온>(변규리, 2017)을 만들었습니다. 다시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고 연분홍치마 내부에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마침 그때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에 앞서 단체 홍보 영상 제작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때 부모님들을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카메라 앞에 서서 이야기들을 해 주시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인상에 많이 남았던 것 같아요. 모임에 참석한 부모님들은 내가 내 자식이 성소수자인 줄 몰랐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던 혐오의 언어들 때문에 한편으로는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하셨어요. 또 이전과는 다르게 내가 성 소수자 부모라는 새로운 정체성이 생기니까 평소에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던 것들에 조금씩 의문을 품기 시작했던 거죠. 아들에게 여자친구가 있는지, 화장실 같은 것들을 보더라도 남녀로만 구분되어 있는 화장실에서 내 아이는 그동안 어떻게 화장실을 갔는지.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성소수자를 다룰 때 그 부모의 이야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분홍치마와 성소수자 부모모임이 함께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됐어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활동하시는 운영위원분들의 생애사 인터뷰를 다 했어요. 그때 나비님과 비비안님도 만나게 되었고, 두 분의 생애사 인터뷰에서 제가 좀 많은 영감을 받았고, 인상적인 순간들을 목격했던 것 같아요. 나비님의 경우는 젊었을 때부터 여성으로서 자신이 선택한 삶의 궤적이 되게 분명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 분이 자식의 성별 정정이나 트랜지션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할지 궁금했어요. 비비안님 같은 경우는 영화 안에서도 그렇게 보이지만 카메라 앞에서 검열 없이 자신을 되게 드러내는 것에 가감이 없으신 분이에요. 어떤 갈등이나 마음속의 혼란 같은 것은 거쳐야 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굉장히 솔직하셨고 자신을 보여주는 것에 담담하셨어요. 그 용기를 주목하면서 비비안님이 성장해가는 과정도 담아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 나비님과 비비안님을 영화의 주인공으로 택하고 촬영을 계속 이어나갔습니다.

 

한영희 : 두 분은 감독님이 영화에 같이 참여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떠셨어요?

 

비비안 : 촬영이 진행될 시기에 저는 모임에 나간 지 1년도 안 된 상태라, 두려움이 아직 남아 있던 상태였어요. 저를 온전히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활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을 때였어요. 저희 단체가 사람들한테 인식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걸 활동을 할수록 깨닫게 되었어요. 성 소수자나 그 부모를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느끼던 차였는데 영화를 찍으니까 구성원의 일부분으로 당연히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연분홍치마라는 단체에 대한 어떤 신뢰가 기본적으로 있었던 것 같아요. 소수자들의 문제에 귀 기울이는 단체고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그래서 아마 감독님의 작업에 대해 저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것 같고요. 카메라 앞에서 자꾸 제 얘기를 하다 보니까 그 경험들이 저는 참 좋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아까 얘기하셨지만 제가 카메라 앞에서 되게 솔직해지는 타입이라는 걸 저는 그때 알았어요. 그래서 정말 솔직하게 제 감정을 다 쏟아내고 나니까, 인터뷰를 하면서 스스로 생각이 정리되고. 또 제가 인터뷰를 계속 한 몇 년에 걸쳐서 했잖아요. 성장하는 저를 발견하는 거죠. 워딩도 달라지고 생각도 달라지고 똑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제가 하는 말들이 달라지는 게 저도 느껴져서, 내가 어쨌든 잘하고 있구나, 이렇게 사람이 점점 나아지고 있구나, 스스로 느꼈어요. 감독님이 나중에 제가 주인공이 되실 것 같다고 하셨을 때 저는 기뻤어요. 좋아하는 작업을 같이 하는데 주인공으로 나올 수 있다면 너무 감사한 얘기죠. 결과적으로 작품이 잘 나와서 관객분들한테 영화가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고, 보여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영화 홍보를 위해서라면 제가 어디든 가겠다, 내 한 몸 불사르리라 약간 이런 마인드로 열심히 쫓아다니고 있어요. 근데 아직 저희가 2만이 안 돼 가지고 요즘 약간 동정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웃음) 2만은 넘겨야 되지 않겠나. 감독님이 힘들게 만드셨고, 저희도 촬영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까 영화를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통해서 성소수자에 대해서 사람들이 생각을 다르게 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아이들은 살아가기 좀 편리한 세상이 될 거니까. 그래서 열심히 뛰고 오늘도 강릉까지 왔습니다. (일동 박수)

 

나비 : . 저 역시도. 성소수자 부모모임 활동가들이 모두 생애사 인터뷰를 했었고 가시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제 아이가 어렸을 때 레즈비언인 줄 알았어요. 아주 어릴 때 유치원 때부터 여자아이한테 자꾸 연애편지를 쓰길래 제가 초등학교 때 지나가는 척 물어봤죠. 레즈비언 같아. 그랬더니 그런 것 같대요. 의심도 하지 않고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중학교 때 다시 물어봤어요. 너 레즈비언 맞지. 그랬더니 바이에 가깝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제가 그게 불편하지 않았던 이유는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저희 반에 그런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이상하지 않았어요. 한편으로 예쁜 손녀를 못 본다거나 듬직한 사위를 못 보는 것이 아쉬울 법도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요즘 듬직한 사위가 어디 있습니까. 예쁜 손자를 내가 키워줄 것도 아니고 비혼자도 많아지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나갔더니 그 자리에서 아이가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얘기를 하길래 저는 그게 조금 의아했어요. 레즈비언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엄마한테 왜 트랜스젠더라고 말을 못 했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신호를 보냈다는 거예요. 어렸을 때 학교에 가서 남자아이하고 노는 걸 더 편하게 생각한 아이였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자라서는 가슴이 불편하면서 가슴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리고 남자애들이 입는 교복을 입으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이한테 여자로 사는 게 힘든 세상인 것은 이해를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되려고 하는 건 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얘기를 계속했었거든요. 그게 아이한테는 답답했던 거죠. 그래서 말을 못 했던 거고. 모임에 와서 공부를 하니까 선진국은 다르더라고요. 아이가 어렸을 때 젠더 표현이 남들과 뭔가 다르다고 하면, 부모들이 정신과 의사, 심리 상담가, 부인과 의사들을 찾아간대요. 아이는 아직 트랜스젠더나 성 정체성에 대해서 스스로는 잘 모를 때잖아요. 전문가들과 상담을 해서 아이한테 1차 성징이 나타날 때 여성호르몬 억제제를 투여하면서 꾸준히 지켜본대요. 그리고 2차 성징이 나타날 때, 본인이 트랜스젠더라고 몇 년 동안 정체화를 한다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전문가와 의논을 한대요. 남성 호르몬을 투여해서 윤곽이 더 커지기 전에 외과수술을 하지 않고도 본인이 정체화한 성별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와 국가가 그런 제도를 가지고 도와준다는 거예요. 그걸 몰라서 저는 아이한테 상처를 줬어요. 그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부모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아이를, 아니,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죠. 부모라는 이름으로. 트랜스젠더가 가시화되어 그런 것들을 미리 알았다면, 주변에 젠더 표현에 어려움을 겪거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가 있었을 때 어른이라면 부모라면 마땅히 도울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여러 인터뷰를 해왔지만, 영화가 가장 큰 커밍아웃이고요. 우리가 보통 커밍아웃할 때 <바비를 위한 기도>(러셀 멀케이, 2009)를 부모님들한테 많이 보여주는데 영화를 보면 너무 아프잖아요, 마음이. 조금 더 밝고 감동적인 영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n 분의 1 몫으로 한다는 의미로 적극적으로 촬영에 임했어요. 감독님께서 주인공이란 얘기는 촬영 시작되고 2년 후에 하셨지만, 저 역시도 n 분의 1 주인공이라고 생각을 했었고요. 제가 진짜 주인공인 줄 알았으면 저렇게 막말하고 욕하고 했겠습니까, 영화에서? 사회적 포지션이 있는데. (웃음) 어쨌든 솔직한 모습이 담긴 것 같고요. 영화가 나오고 나서 이렇게 많이 사랑해 주시니까. 저희가 오는 것을 보러 와주시고 인형도 주시고 꽃도 주시고 하니까 영화 하기 참 잘했다 싶어서 열심히 요즘 배우 놀이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음) (박수)

 

관객 1 : 사실 제가 지금 강릉에 혼자 여행 왔거든요. 우연히 이 영화를 봤는데 정말 선물 같은 영화라고 생각이 들고 이런 영화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퀴어 퍼레이드에서 비비안님이 우리가 행복해야 당신도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들 모두가 행복해져야,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 2 : 지인이 소개해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너무 감동적이었고요. 한 가지 궁금증이 들었는데요. 이 궁금증은 정말로 제가 어떻게 보면 실례가 될까 봐 너무 망설여졌던 부분인데요. 혹시나 실례가 된다면 무지함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일단 이 얘기를 먼저 드립니다. 세상이 여성성과 남성성 두 개로만 나누어져 생기는 편견들 때문에 성 소수자들이 정체성을 갖는 게 더 고통스럽지 않았는지 그런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두발이나 교복 같은 것들을 성별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하고, 사람들도 그런 선택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다면 한결님이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지는 않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비 : 성 소수자는 여러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어요. 일단 저희 아이는 트랜스젠더이면서 바이젠더예요. 자신이 생각하는 젠더는 여성이지만 남성처럼 입고 싶어 하는 크로스드레서도 있고. 실제로 태어날 때 외부 성기로 지정되는 성별과 다른 성으로 정체화한 젠더가 있어요. 트랜스젠더라고 하죠. 그렇지 않고 생물학적 성별과 심리적인 성별이 같다고 생각하면 시스젠더라고 하고. 여러분들이 처음 들어보실 수는 있겠지만 성소수자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요. 우리는 LGBTQIA라고 얘기하는데 세상에는 존재하는 사람의 숫자만큼 정체성이 있을 수 있죠. 그건 다른 사람들이 분류하고 파악하기 편해서 범주를 정하는 거지 나의 정체성은 누군가의 승인이 필요 없이 내가 정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정해진 젠더나 성적 지향이 다르면 그걸 이상하게 보는 거죠. 그래서 실은 어느 문화권이나 인구의 5~20%의 성소수자가 있다고 해요. 그러면 우리나라만 해도 250만 명 정도 되겠죠. 5천만 명이니까. 250만 명이 얼마나 많은 숫자냐면 제가 지금 공무원인데 우리나라 공무원이 120만 명이라고 얘기해요. 그리고 현역 군인이 60만 명이 안 돼요. 둘을 합한 180만 명보다 더 많은 숫자의 성소수자가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그런데 안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내 주변에 없다고 하는 건 내가 성소수자에게 안전하지 않은 사람일 수 있어요. 표현을 못 하는 거죠. 그 사람들이 다 본인을 드러내지 못하고 살거나 드러내서 눈총을 받거나 그러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이렇게 질문하실 때 잘 몰라서라고 말씀해주시면 저희는 정말 반가워요. 그리고 모르는 것에 대해 알려주고 싶고 고맙죠. 어떤 사람은 수군거리거나 이상하게 보거나 혹은 심지어는 대놓고 혐오하는 사람도 참 많거든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 낯설면 잘 모르고, 모르면 두려우니까 혐오하게 돼 있거든요. 이성애자한테 동성애가 대세고 넌 다르니까 그렇게 살라고 하면 살아집니까? 아니죠. 어느 하나의 잣대로 얘기를 하면 안 되고, 다양성을 존중하고 본인이 스스로 정체화하는 젠더나 본인이 갖고 있는 성적 지향이 무엇이든지 간에 나한테 크게 피해를 안 주면 존중한다 이렇게 큰 틀에서는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성소수자가 행복한 세상은 비성소수자도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니까 그것을 같이 해주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질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수)

 

한영희 : 어쨌든 젠더 이분법 사회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그래서 항상 두 개의 젠더만을 가정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고통은 사실은 누구나 다 겪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성소수자들도 젠더 이분법이 주는 어떤 강제적 규정이라고 하는 것들로부터 당연히 고통을 받는 수위들이 있고, 거기에서 우리가 연대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변규리 : 저도 관객분이 말씀한 부분을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의 스펙트럼 중에 내가 원하는 범주에 가깝게 살고 싶을 뿐인데 성별 정정을 하려면 자신이 남성 젠더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증명서 같은 것들을 써 내려가야 하잖아요. 내가 꼭 남자 교복만을 입어야만, 그리고 머리를 꼭 짧게 잘라야만 내가 남성으로 증명받을 수 있는가. 그런 상황에 대해서 한결님이 너무 답답하다고 많이 얘기해 주셨던 것 같아요. 어떤 날에는 치마를 입을 수도 있고, 머리가 짧은 것을 더 선호하지만 머리를 기르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사회에서는 하나의 고정된 모습으로 규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고 얘기를 해주셨을 때 저도 되게 공감이 갔어요. 한결님은 트랜스젠더 남성이기도 하지만 사실 바이젠더로서 여성과 남성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고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들을 들었을 때 남성 아니면 여성으로만 구분되어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이 폭력적이고 잔인하고 다양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면서 한결 님의 성별 정정이나 트랜지션 과정을 지켜봤던 것 같아요.

 

관객 3 : 트위터에 영화를 본 관객이 내가 이렇게 남의 엄마를 덕질할 줄이야라는 글이 굉장히 많이 올라와요. 이런 상황을 보는 한결님과 예준님은 어떤 심정인지 궁금하더라고요. 어떻게 얘기하시던가요?

 

비비안 : 예준이는 원래 본인이 굉장히 관심받는 걸 좋아해 가지고 성준님이랑 둘이 같이 쓰는 투준 커플 계정도 운영했었거든요. 열심히 했지만 별로 관심은 받지 못했어요. 그런데 엄마는 트위터 시작하자마자 팔로우 수가 막 늘고 하니까 되게 부러워하고 있어요. 저는 항상 예준이한테 감사하다는 얘기를 하거든요. “예준아 엄마가 이렇게 젊은 분들한테 덕질을 당해 보다니 이게 다 네 덕분이다. 너무 고맙다 이러면 예준이는 되게 뿌듯해하거든요. 근데 저희 딸도 트위터를 많이 하더라고요. 트위터 하다가 갑자기 엄마가 나와서 깜짝깜짝 놀란대요. 트위터에 자꾸 엄마 만나서 자기 너무 놀란다고. 그래서 안 놀라게 제 계정 블록 하라고 합니다. (웃음)

 

나비 :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비비안님과 저는 좀 대조적이잖아요. 비비안님은 쏘 스윗하고. 미디어에서 나오는 이상적인 모자 관계처럼 보이고. 저희는 맨날 티격태격하는 현실 모자이고. 트위터에 이런 글이 있었어요. 아드님, 댁의 어머님을 제게 주십시오. (관객 웃음) 이걸 한결한테 보여주면서 의기양양하게 물어보니까 !’ 한 마디 하더라고요. 질투인지 마음에 든다는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관객 웃음)

 

한영희 : 내가 내 부모님에게 존중이나 지지 받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에 온전히 이해해 주실 수 있을 것만 같은 두 분을 덕질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비 : 저희가 관객들을 만나면서 부모에게 지지 받고 응원받는 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인 것 같다고 느꼈어요. 그건 단순히 성소수자의 커밍아웃 뿐만 아니라, 비성소수자이신 분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저희 영화를 보고 어떤 분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커밍아웃이란 부모를 지레짐작하지 않고 자식이 넓은 세계로 초대하는 일. 그게 성소수자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쓰셨더라고요. 물론 저희도 자식을 처음부터 전적으로 지지를 한 건 아니었지만, 커밍아웃은 결론적으로 자식에게 받은 선물이었어요. 그 선물을 거부하면 그건 부모님의 몫인 거죠. 지나고 나니까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그전에는 몰랐지만 인생에 커밍아웃 같은 큰 이벤트가 있으니까 저희도 바뀐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적당히 타협하거나 아니면 포기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내 말을 따라라 이렇게 했을 거예요. 실은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꼭 커밍아웃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진로나 결혼과 같은 어떤 중요한 선택을 할 때 부모가 순순히 지지해 주는 경우가 많이 있을까 싶어요. 오히려 부모는 상대적으로 어른이라는 생각으로 자꾸 뭔가 간섭하려고 개입하려고 하니까 부모 자식 간에 불화가 생기는 것 같아요. 부모가 자식을 위해 전적으로 희생한다거나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라는 건 저희가 생각할 때는 순 거짓말인 것 같아요. 부모도 어떤 문제에 대해서는 잘 모를 때가 많거든요. 자식이 부모에게 문제를 얘기를 했을 때 부모가 그것에 대해서 엄중히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희한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성소수자로서 커밍아웃을 언제 하면 좋겠냐는 거예요. 그럴 때 이 말씀을 저희가 자주 드려요. 본인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때 하라고 권하고 있어요. 부모가 뭐라고 하건 내가 독립된 공간이 있을 때, 정서적·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 때가 안전한 때인 것 같아요. 그렇게 커밍아웃이라는 큰 세계로 초대했는데 부모가 그 선물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는 시간을 드리고 기회를 드려야죠. 정성을 다해서 초대를 했는데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해서 나는 가치가 없는 존재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부모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세요. 부모한테 버림받기 전에 내가 부모를 먼저 얼른 버리세요. 부모 뜻대로 억지로 자식이 따라 살면 결국은 자식도 불행하고 부모도 불행해요. 지금 당장 부모가 힘들더라도 그런 상황과 상관없이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이해하지 못하는 건 부모의 몫이니까 여러분 뜻대로 안전할 때 하시면 좋겠습니다.

 

한영희 : 질문이 혹시 더 있으실까요?

 

관객 4 : 이 다큐가 4년여에 걸쳐서 만들어졌잖아요. 개봉까지 포함하면 5년 이상 흐른 것 같은데요. 5년 전에 나비님, 비비안님에게 지금의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나비 : 저는 5년 전보다 제가 바뀐 것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실은 그전에는 제가 자식보다 오래 살았고 많은 경험을 했고 또 사회에서 관리직에 있는 직장인이니까 제가 아이보다 더 많이 알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이에게 내가 가장 좋은 걸 선택할 수 있게 할 거라고. 트랜스젠더라는 얘기를 듣고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와서 아이의 결정에 동의를 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을 해보면 아이를 믿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이를 믿지 못했던 건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미숙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런 생각 때문에 아이한테 많은 상처를 줬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파요. 부모라면 어떤 거든 본인 선택을 존중했어야 했는데. 그게 아무리 아이라도 하더라도. 아이는 자기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던 건데, 그게 혹시 조금 현명하지 못했거나 조금 불편하거나 불안한 거였어도 전적으로 지지를 해줬더라면 어땠을까. 혹시 그 결과가 실패하더라도 실패를 겪고 얼마나 훌륭하게 성장을 했을까. 그런데 그 시간을 주지 못했구나. 더더구나 정체성 같은 아주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아이를 믿지 못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 그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저는 모임에 나가기 전과 이후가 달라진 것 같아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나가면서 느낀 것은 아이의 선택이 무엇이든, 어떤 결과이든 무엇이든 존중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개별적인 한 존재로서 어떤 선택을 한다면 그것은 그 아이의 몫인데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사람의 결정을 전적으로 무조건 믿어주고 존중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게 우리가 살 수 있는 힘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전적으로 누군가의 결정과 선택을 믿고 존중할 수 있도록 그렇게 저는 바뀐 것 같아요.

 

비비안 : 저는 질문을 들으니까 제가 한 5년 전에 예준이가 커밍아웃 했을 때, 사실 충격적이고 되게 슬프고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아이한테 제가 상처 주는 말을 크게 많이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엄마가 힘든 인생 살게 낳아줘서 미안해라고 그 정도만 말했어요. 근데 그 말을 하고 나서도 사실 몇 년 동안 울긴 했거든요. 그때는 사실 저는 연기를 했어요. 어쨌든 처음에는 괜찮아진 척하면서 아이를 안심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나가면서 몰랐던 것을 공부를 하고 계속 저 자신을 성장시켜 나갔던 시간이 지난 뒤에 지금은 정말로 괜찮아졌어요. 나비님이 말씀하신 대로 존중이라는 게 제일 큰 사랑이라는 걸 배웠어요. 그래서 옛날에는 아이를 사랑한답시고 사실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행했던 말과 행동들 엄청 많았죠.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청 상처 받았을 일이었거든요. 부모들이 항상 그러잖아요. 내가 너를 걱정해서 내가 너를 사랑해서 그래서 간섭하고. 아이가 뭘 해보기도 전에 이건 안 돼 이렇게 해야 돼. 그러는 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해왔지만 그거는 존중이 아니잖아요. 커밍아웃 문제뿐만이 아니라 모든 부모들이 그런 게 있거든요. 근데 그 존중이 진짜 최고의 사랑이라는 걸 깨닫고 난 다음에는 아이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결정을 하든 다 존중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준이 밑에 동생이 있는데 걔가 고1 때인가 예준이가 커밍아웃을 했어요. 대학을 가고 진로를 정하고 과를 정하고 이런 것도 사실 다 전적으로 딸의 의견대로 했거든요. 제가 전혀 간섭하지 않고. 근데 그렇게 하게 되니까 저도 편안하고 아이도 되게 편안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예준이 덕분에 딸하고의 관계도 굉장히 좋아졌고, 엄마 아빠가 나를 존중해 준다는 걸 알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 인생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하고 탐구하더라고요. 그래서 5년 전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옛날에 커밍아웃을 들었을 때 당시에는 네가 연기를 했지만 지금은 괜찮아져서 다행이고, 그때 네가 아이들한테 함부로 상처 주지 않았던 거에 대해서 좀 칭찬을 해 주고 싶다입니다.

 

한영희 : 두 분 얘기 들으니까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존중이 가장 필요한 태도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존중을 제도적인 언어로 바꾸어 보면 차별금지법의 취지와 필요성과도 굉장히 크게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차별을 금지하고 우리 모두 다 평등하게 존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어떤 가치를 선언하는 법이기도 하니까요. 이제 곧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두 분 정도 이야기 듣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관객 5 : 안녕하세요. 저는 애인이랑 같이 영화를 보러 왔어요. 계속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마침 오늘 GV도 있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서 2시간 반 정도 걸려서 왔어요. 감상평이랑 질문을 같이 드리고 싶어요. 저희 애인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엄청 많이 울면서 봤습니다. 너무 감동적이고 너무 위로도 많이 돼서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저도 부모님이랑 같이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분께서는 처음 모임에 나가셨을 때 어떠셨는지 그리고 아직까지도 모임을 계속 활동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비비안 : 일단 멀리서 와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희 영화를 부모님께 커밍아웃할 때 함께 보는 영화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고 트위터에서 봤거든요. 커밍아웃 하기 전에 같이 보시기도 하고요. 예전에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했지만 그냥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부모님들은 대부분 회피하고 계시죠. 그렇게 지내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시면 마음을 다르게 바꾸신 부모님들도 꽤 있어요. 저도 5년 전에 처음으로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갔을 때는 사실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었죠. 영화에서도 나오잖아요. 나는 괜찮으니까 안 간다고. 그게 이제 대부분 부모님들 마음이에요. 자식이 커밍아웃을 하면 이게 이성적으로는 이해하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냥 이대로 살아야 된다. 대부분의 부모님들을 보니까 성소수자 부모모임까지 안 오시는 경우가 많고요. 본인이 책이나 영화 같은 걸 따로 보면서 공부를 하지 않으시면 회피하는 상태로 머무시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간 이유가 아들이 너무 함께 가주기를 원했어요. 내가 안 가면 본인의 결정이 무시당했거나 상처받을 것 같아서. 예준이에게 끌려가듯이 억지로 가긴 했었는데 거기 가서 사실 처음에 너무 어색했어요. 아까 트랜스젠더가 낯설다고 하는 분도 있었는데 저도 그랬어요. 제 아들이 게이라고는 하지만 여태껏 살면서 게이를 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니까 게이라는 단어도 입 밖으로 안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저 진짜 모임에 가서 한 1년 동안은 게이를 말하지 못해서 엄청 울었거든요. ‘게이라는 말이 저한테 너무 충격적인 단어였나 봐요. 그러니까 제가 편견을 많이 갖고 있었던 단어였던 거죠. 내 입으로 게이 소리를 낸다는 게 너무 익숙하지 않았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일을 하는 게 되게 힘든 나이였거든요. 근데 어쨌든 계속 한 달에 한 번씩 그들을 만나고, 트랜스젠더도 보고 게이도 보고 다양한 분들을 계속 접하다 보니까 저랑 전혀 다른 사람이 아닌 거예요.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웃일 뿐, 다 똑같은 사람인 거예요. 나랑 젠더 표현이 조금 다른 사람. 그게 이제 한 1~2년 있으니까 익숙해지고 괜찮아지더라고요. 만약에 부모님을 성소수자 부모모임에 모시고 오신다면 저희가 기초부터 다 교육을 해드려요. 성정체성, 젠더 표현부터 저희 피피티도 준비되어 있거든요. (웃음) 그래서 진짜 기초부터 잘 교육해드리고 사고가 유연하신 분이라면 배우면 분명히 달라집니다. 저희가 또 책도 냈거든요. 그러니까 책이나 영화를 같이 보면서 저희 모임에 대한 어떤 흥미를 좀 가질 수 있게 해드린 다음에 자연스럽게 모시고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한영희 : 시간이 많이 흐른 관계로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을 찾아주신 관객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마디씩 정리하는 것으로 오늘 시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변규리 : 오늘 거리에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 있는데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오시는 행위가 굉장히 소중하다는 생각을 매번 하는 것 같아요. 다른 지역에서도 버스를 2시간을 넘게 타고 오시기도 하시고 택시를 또 타고 오시기도 하시고.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저희들은 굉장히 힘이 납니다. 아까 잠깐 차별금지법 얘기가 나왔었는데, 연분홍치마나 성소수자 부모모임에서 이 영화를 만들 때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데 조금이라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여전히 지금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 24시간씩 교대를 해가면서 농성을 해 주시는 분들이 있고, 많은 분들이 연대하고 힘을 보태고 있어요. 하지만 연대하는 분들의 어떤 애씀보다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큰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들어요. 그래도 여기 계신 분들도 그렇고 저희도 그렇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상영도 열심히 할 테니까 여기 계신 관객분들도 함께 지켜봐 주시고 또 힘을 모아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만나 뵙게 되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비비안 : 저는 사실 이 영화를 개봉하고 나서 우리나라에 독립영화 극장이 이렇게 많은 줄 처음 알았거든요. 제가 독립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독립영화 극장을 지역마다 운영해 주시는 분들께 일단 너무 감사드리고요. 좋은 영화를 많이 상영한다는 것도 알았기 때문에 저도 앞으로 독립영화관을 많이 찾아가려고요. 저희 영화를 보시면 눈물이 많이 나지만 마음이 좀 따뜻해지는 영화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당사자들이 보면 위로를 받을 수 있고. 또 비당사자나 성소수자가 아닌 분들이더라도 사람은 누구나 되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잖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혹은 되고 싶다.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혐오는 사실 되게 말 한마디로 쉽게 할 수 있는 거지만 이해나 포용 같은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품도 많이 드는 일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노력을 해서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으면 너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어떤 기자분이 저희 영화 감상평을 써주셨더라고요. 저희 영화는 n 차 관람 꼭 하셔야 되는 영화입니다. 첫 번째는 퀴어 영화, 두 번째 여성 영화, 세 번째 가족 영화, 네 번째 보시면 인생 영화로 딱 마무리가 되는 영화니까 네 번째까지 n 차 관람 부탁드리고 추운 날씨에 여기까지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나비 : 혹시라도 이 자리에 성소수자 분이나 아니면 부모님께 중요한 결정을 알려드릴 분이 계신다면 실은 그런 문제들은 본인이 나빠서도 아니고 또 부모님의 학력 정도와 관계없이 유연성 그리고 친밀감 그리고 세계관에 따라서 부모님이 받아들이는지 못 받아들이는지가 결정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최선을 다해서 설명을 드려야 되겠지만, 혹시라도 그 결과가 기대했던 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건 당사자 본인의 탓이 아닙니다.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에서 있을 수 있는 충분한 일이니까 어떤 경우에도 부모나 가족 때문에 상처받지 마시고요. 부모나 가족 때문에 상처받고 힘들어하고 심지어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가족에게 기대를 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못난 내 탓이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면 좋겠고요. 최근의 어떤 연구 결과를 보면 악플을 다는 사람은 0.06%라고 해요. 1%도 안 되죠. 그런데 그 사람들 목소리가 전부인 것처럼 들리는 이유는 나머지 99%가 가만히 있기 때문에 그러거든요. 그래서 당사자든 당사자가 아니든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한 마디라도 해 주시는 것이 우리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에요. 지금 14년 동안 여기에 머물러 있지만 절대 가만히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제정이 아직 안 됐지만 그 임계점으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안 갈 수가 없을 겁니다. 그때가 될 때까지 여러분들이 조금 한 걸음씩만 더 힘을 보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한영희 감독 : 추운 날씨에 멀리서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관객 여러분들 때문에 강릉독립예술 극장 신영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고 저희도 찾아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속적으로 독립 영화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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