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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 | 조민재 감독, 곽진무·변중희 배우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2. 1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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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 씨네토크

/ 2020. 2. 7.

 

이화정 기자 진행

조민재 감독, 곽진무·변중희 배우 초청

 

 

이화정 : 많은 분들이 소중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영화가 사실주의다라는 얘기가 붙고 있는데, 저는 초극세사실주의같습니다. 제가 스크린이라는 장벽을 통과해서 보고 있는 건지, 어떤 가족의 이야기를 앞에서 보고 있는 건지를 모를 정도로, 생생하게 가족의 역사와 증오 같은 게 전달되었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영화의 탄생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습니다. 영화를 연출하신 조민재 감독님과 보석 같은 배우 두 분을 모시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강릉의 관객과 만났는데요, 감독님부터 인사 부탁드립니다.

 

조민재 : 안녕하세요. <작은 빛>을 연출한 조민재입니다. 제가 어제 여기 오기 전에 관객이 없는 꿈을 꿨는데,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곽진무 : 글로만 많이 읽었는데 (이화정 기자님) 뵙게 돼서 영광이고요. 너무 강릉은 처음인데, 너무 좋네요. 떨리고. 반갑습니다.

 

변중희 : 저는 지난해에 강릉에 잠깐 올 일이 있어서, 강릉이 이렇게 좋은지 많이 느끼고 갔습니다. 사실 저희 집은 서울이 아니고 충청남도 아산이거든요. 아주 기쁜 마음으로 달려왔습니다. 반갑습니다.

 

이화정 : 오늘은 팬클럽에서도 나오셔서. 빛나는 배우 변중희님(플래카드 문구). 벌써 팬덤이 형성된 배우를 못 알아봐서(웃음). 오늘 영화를 다시 함께 보셨으니 어떠셨는지, 변중희 배우님 감상평을 들어볼까요?

 

변중희 : 저는 한 일곱 번 정도 봤어요. 볼 때마다 제 연기의 구멍이 보여서 첫째 아쉬웠고(웃음), 둘째로는 처음엔 뭣 모르고 스크린 흐르듯이 봤는데, 다시 보니 우리 감독님 너무 무섭다. 너무 치밀하고 섬세하게 만드신 걸 볼수록 느껴요.

 

이화정 : 치밀하고 섬세해서 무섭다는 평가를 주연 배우님로부터 들으셨는데. 감독님, 이 얘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조민재 : 왜 그랬을까요(웃음). 어머니(변중희 배우)가 이 영화에서 본인의 연기를 만족하지 못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는 정말 만족합니다. 연기는 객관적인 게 아니라 어느 누구나 장르를 타고 주관적인 면이 있어요. 어머니는 저의 영화에 딱 맞는 연기를 해주셨고요. 테크닉적인 면도 굉장히 뛰어나시고, 어머니 연기를 볼 때마다 정말 놀라고 있습니다.

 

이화정 : 어머니라고 호칭을 쓰시는군요. 바로 너무 옆에서 칭찬을 하시니까 어머니 표정이 힘들어 보이네요(웃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초극세사실주의라고, 제가 붙여본 이 영화에 대한 평가였는데. 이 이야기가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오는 데는 감독님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모티브여서 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처음 감독님이 이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게 되셨는지 어떻게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했는지, 여러 가지 구상의 동기를 한 번 들어볼게요.

 

조민재 : 제가 직장생활을 하다가 노동과 관련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가장 가까이 있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휴식 차원에서 고향 제주도를 갔었는데요. 거기서 제가 아버지 산소에 8년 만에 갔어요. 문득 아버지 산소를 8년 만에 보고 느낀 건, 내가 아버지를 왜 이렇게까지 미워했을까 하는 거였어요. 지금 당장 저한테 질문이 많은 영화를 찍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작은 빛>으로 아버지에 관한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화정 : 8년 동안 산소에 가지 않았던 반목의 세월이 있으셨어요?

 

조민재 : . 아버지를 되게 미워했던, 지금의 상황에 대한 적군이 필요했고요. 그게 아버지였기 때문에. 만약 그때도 사촌 형이 무조건 가라고 끌고 가지 않았으면 평생 안 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화정 : 어떻게 보면 영화 속에 있는 상황들이 감독님이 겪으신 게 에피소드로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삼촌 얘기도 나오는 걸 보니까.

 

조민재 : 산소에 관한 얘기가 제일 처음 나왔었고요. 내가 이 산소를 어떻게 들여다볼 수 있지, 아버지를?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가족들을 인터뷰하는.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지를 떠올리려면 가족들의 기억들이 필수적으로 필요했었어요. 그래서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과정과 제가 문득 아버지가 저한테 했던 얘기들이 떠오르고. 그런 과정들이 영화의 과정과 같거든요. 최대한 제가 한 행위와 영화의 형식을 맞춰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화정 :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영화가 프로덕션 상으로 어렵다, 이런 걸 떠나서,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본인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그걸 어떤 방식으로든 영화적으로 만든다는 게. 어떻게 덜어내고 어떻게 나의 감정을 더 드러내고를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되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감독이 기억하시는 가장 힘들었던 지점은 어떤 것인지.

 

조민재 :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인터뷰 장면이 가장 힘들었고요. 가족들의 내밀한 것을 영화로 표현해내는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고요. 제가 직장을 그만두고 나온 게 저에게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거든요. 근데 지금 이 시기가 아니면 아버지에 관한 고민, 제가 가지고 있는 저라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할 시간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럼 고민을 해보자부터 시작을 했었어요. 진무 형이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영화는 준비해도 찍을지 안 찍을지 모르거든요. 과정만 잘 밟아보자, 이런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화정 : (조민재 감독, 곽진무 배우를 향해) 한 작품 했을 뿐인데, 페르소나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감독님의 어떤 모습들을 많이 반영한 배우의 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분이 느낌이 좀 닮았죠? (일동 웃음) 감독님이 이런 작품을 만들겠다, 이런 얘기를 먼저 나누신 건지. 완성된 시나리오 이전에. 어떻게 두 분이 인연이 닿으셨나요?

 

곽진무 : 영화 분석 모임에서 2013, 2014년도쯤 처음 만났고. 조민재 감독은 친하지 않았다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관심도 없었고요(웃음). 그러다가 어느 순간, 시나리오 썼는데 봐줄 수 있겠냐고 얘기가 나왔고. 몇 주 뒤에 제 이름이 주인공인 시나리오를 받게 됐어요. 사적으로 알고 지냈지만 사실 영화는 굉장한 노동력이 필요하거든요. 미안하지만 시나리오 읽고 결정하고 싶다고 얘기했고, 조민재 감독도 자기에게 소중한 영화니까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때 결정해 달라고 말을 했었습니다. 읽어보니 글이 너무 깊었고 좋아서 감사하다고, 같이 하자고 얘기가 됐죠.

 

이화정 : 아마 감독님의 모든 것들을 투영했기 때문에 하면서 진무라는 역할이 부담스럽기도 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시나리오 보셨을 때, 이 힘든 과정을 덥석 하겠다고 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떤 부분이 가장 와닿던가요?

 

곽진무 : 글 처음부터 끝까지 관조적이면서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시나리오가 좋았고요. 일정 부분 저하고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글이 섬세했고 깊이가 있었어요. 그래서 직접 물어보기도 했었어요. 어떻게 이런 글이 나왔는지 궁금했거든요. 가족들은 인터뷰하고 조사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심도 있는 글이 나왔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화정 : 감독님께도 여쭤볼게요. 곽진무 배우가 이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에는 감독님이 생각하는 자신의 내면이랑 비슷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영화 공부하면서 이 배우의 진가를 먼저 알아보신 것 같은데. 어떻게 꼭 같이해야 된다고 말씀하셨나요?

 

조민재 : 진무 형과는 항상 거리감이 있었고요(웃음). 영화모임을 하면 각자 좋아하는 영화가 달라요. 진무 형 같은 경우는 명작, 지아장커 감독님이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작품을 가져왔었고. 저는 B급 영화들, 존 카펜터 같은 사람들의 영화를 가져왔었고. 서로 당연히 안 맞았었고요. 진무 형이 우연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의 <환상의 빛>이라는 작품을 가져왔었어요. 그 작품의 주제와 본인의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같이 이야기하면서 영화를 발제해나갔었거든요. 그때는 되게 마음에 안 들었었어요(웃음). 진지하게 얘기할까, 저걸. 즐거운 금요일인데, 하면서. 그 후에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글을 썼을 때, 과연 누가 이해해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왜냐면 저 스스로 보기에도 자기 연민에 갇힌 글 같았거든요. 근데 그 글을 진무 형한테 보여줬을 때, 진무 형이 그동안 생각했던 본인 아버지에 대한 고민을 저에게 들려주셨어요. 저 혼자 창작했다는 느낌보단 진무 형과 같이 영화를 만들어나갔다는 생각이 있어요.

 

이화정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가교 역할을 하신 것 같네요. 존 카펜터와 지아장커 감독 사이의 간극을 메워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작은 빛>이 탄생하게 해준 주역이란 생각이 드는데. 신영극장에도 오셨잖아요? 감사하단 말을 일본에 전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고요(웃음). 저는 변중희 배우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너무 훌륭한 연기를 해주셨고. (곽진무 배우에게) 마찬가지로 너무 훌륭한 연기와 동시에 두 분은 모든 영화계가 주목을 하고, 캐스팅콜이 들어올 거라고 많은 영화인들이 예상을 하고 있는데. 변중희 배우님, 그다지 그렇게 연기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에 깜짝 놀랐었어요. 그런데 간간이 작품을 하셨고, 이게 장편 첫 작품이잖아요. 어떻게 이 영화에 함께 출연을 하셨고, 감독님과 만나게 되셨는지?

 

변중희 : 제가 마흔여덟 살쯤. 저는 이과 출신이에요. 근데 막연히 연극이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교사 동호회처럼 하는 연극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거기 문을 두드려서 연기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대사만 안 까먹으려고 1년에 한 번씩 공연하다 보니까. 13년쯤 했을 땐가, 교육극단 푸른숲이라는 모임의 영화 <파스카>를 만드신 안선경 감독님한테 저희 배우들 단역 우정 출연 섭외가 왔어요. 제가 농담처럼 지금 영화 안 하면 언제 하겠습니까, 합시다 해서 시작한 게 <파스카>의 단역이었어요. 산부인과 의사였습니다. 근데 그다음에, 한두 달 뒤엔가. 또 전화가 왔어요. <김군> 연출하신 강상우 감독님이 누군가를 섭외했는데 그 사람이 펑크를 냈대요. 저희 집 근처에서 촬영하는데 도와줄 수 있냐고. 뭔데요 했더니. 1톤 트럭 운전기사래요. 제가 마침 면허증 바꿨어요, 해볼게요 그러고 1톤 트럭으로 골목 두 바퀴 도는 단역을 했거든요. 그러고나서 한 4, 5, 6년까지는 이게 그냥 작은 헤프닝이라고 생각했는데. 2014년에 교직 생활 39년 퇴직을 했어요. 뭘 배우러 열심히 2년 동안 다니는데, 졸업할 쯤에 조민재 감독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근데 사실은 제가 얼굴만 보여주고 떨어질 뻔했어요(웃음). 누군가 서너 달 전부터 내정된 어머니가 있었어요. 그런데 안선경 감독님이 저를 만나보라고 했다가, 첨엔 아니야(웃음) 했다가 생애 첫 장편영화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이화정 : 박수 한 번 부탁드릴게요. 제가 강상우 감독님께 한 번 여쭤봤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발견을 하셨냐. 저도 배우들 많이 만나고 보는데, 저만 몰랐나보다 했더니 <파스카>에서 보시고 배우가 아니라 진짜 산부인과 의사가 특별출연한 줄 알았대요. 그 정도로 연기가 정말 리얼하셨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원래 내정된 어머니 역할 다른 배우가 있으셨던 거에요?

 

조민재 : 네, 원래 있었는데요. 연기적인 면에서 타협이 잘 안 됐었어요. 어머니를 만나고 가장 좋았던 것은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얘기를 계속 들어주셨어요. 사실 연기나 연출이나 소통하는 작업인데 본인의 것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으면 소통이 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차에 어머니를 만나 뵀고. 영화를 찍고 문득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우리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제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이런 생각 많이 했습니다.

 

이화정 : 모두가 어떤 가족사를 그리는 영화를 만들 때는 일상을 포착하겠다는 얘기를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상을 포착한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이 영화에서 굉장히 많은, 밥 먹는 장면과 아무렇지 않게 목욕탕 가는 장면들. 이런 몇 가지 장면 만으로도 이 가족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지난 역사를 다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이 그걸 쓰실 때 어떻게 이런 디테일을 포착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큰 사건 없이 어떻게 큰 역사를 담는 방식을 취했을까. 시나리오 쓰실 때 중점적으로 쓰신 부분인지 어떤 건지 여쭤볼게요.

 

조민재 : 가장 중요하게 봤던 건,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카메라의 위치였어요. 어려운 얘기일 수 있는데, 카메라가 (무엇을) 담을 때 태도들이 있거든요. 카메라가 무엇을 담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부터 했는데. 그 사람들의 공간을 잘 담아내자는 생각을 했거든요. 간혹가다 카메라가 절대자의 위치에서 인물들에게 죄의식이나 구원을 마치 강요하듯 애쓰는 카메라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철저하게 분리시켜놓았던 것 같아요. 이 공간을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부지런히 보여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했거든요. 왜냐면 이게 이야기 속 인물들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 이야기기 때문에 거기에 중심을 잡고 시나리오를 써나갔던 것 같아요.

 

이화정 : 아마 그 시나리오가 반영된 곳이 어머니가 사는 집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제대로 방수가 안 돼서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했을 벽지에서 이미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 가족이 어떤 얘기를 나누었을지 전달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배우들한텐 그 공간으로 들어갔을 때 시나리오로 봤을 때 보다 훨씬 더 자신이 가진 캐릭터와 역할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게 생겼을 것 같아요. 변중희 배우님은 영화에서 소주 광고 모델을 보고 젊었을 때 내 얼굴 같다는 말씀도 하셨잖아요. 어떤 느낌으로 신숙녀라는 여성을 연기했는지, 공간과 상관관계 말씀 부탁드릴게요.

 

변중희 : 저는 감독님이 어렵게 얘기하는 걸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영화 연기에 문외한이에요. 작품을 처음 대할 때는 처음 밥 먹는 장면은 NG가 여러 번 나왔어요. 제가 선생질을 해서 누구한테 지적당하는 걸 굉장히 거북해하는데. 저 때문에 7, 8번을 컷컷하는데, 미치겠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내가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지, 사진이 걸리고 소주 광고가 나오고 이런 건 눈에 하나도 안 들어왔어요. 제가 아주 반복해서 얘기하지만 레디, 액션 해서 바로 (연기)했더니, 어머니 5초만 쉬었다 해주세요 그러기에 아 영화는 5초 쉬었다 하는 거구나. 왜 그런지도 몰랐어요. 그게 편집 때 필요하다고 나중에 알았어요. 두 번째 액션 해서 5초 쉬고 했더니 카메라 감독님이, 잊을 수가 없어요 그 목소리를. -! 그러더니 어머니 카메라 보지마요! 보통 연극 할 때는 관객을 보고 했거든요. , 그러면 안되는구나. 어머니 발음이 너무 정확해요. 너무 착해요. 어머니 여기서 이렇게 하면 안 돼요. 계속 컷컷하는데, 속에서 진땀이 나는 느낌? 그것이 저를 조금씩 편안하게 해줬던 것 같아요. 소주 광고, 뭐 대본에 젊었을 때 나 닮지 않았냐? 저도 웃었어요. 제가 그렇게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으니까(웃음). 그렇긴 했지만, 그 벽지와 꼬질꼬질한 이부자리와 쓰레기봉투가 걸려있는 싱크대 같은 걸 보면서 내가 신숙녀는 이렇게 사는 거지, 변중희가 아니다라는 생각? 그래서 제가 느낀걸 한줄 쓴 것이. 이 영화를 하면서 나이면서 내가 아닌 나를 발견한, 그런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이화정 : 사실은 어머니가 가꾸어놓은 공간에 들어오는, 잠깐 잠깐 오긴 했었지만 계속 있게 되는 사건을 맞이하게 된 거는 아들한테는 굉장히 큰 사건이잖아요. 자신의 기억을 몽땅 잃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이 공간에 들어왔고, 거기서 일상을 공유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는 연기를 하셨어요. 진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그때의 심경 상태는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연기를 하셨는지. 그리고 되게 덤덤한 연기. 힘을 뺀 연기가 인상적이었거든요. 그 부분의 톤을 어떻게 잡아나가셨는지.

 

곽진무 : 시나리오 받고 나서 조민재 감독과 연기톤, 영화톤에 대해 얘기를 했었고요. 아까도 잠깐 언급했지만, 관조적인 시나리오였어요. 어떤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정서를 드러내는 연기가 필요했었고요.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장판을 떼었다 하는 오래된 집의 질감이 시나리오에 있었고. 거기서부터 시작을 했죠. 캐릭터의 존재감도 좀 참고해서, 일찍 가족의 해체를 맛보고 이른 나이에 노동시장에 뛰어들어서 관계가 단절되고 감정이 고립되고. 그러면서 점차 사회로부터 고립된 한 남자가 병을 얻으면서 가족을 만나게 되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열리는 시나리오에 나온 그대로 기본적인 캐릭터 구축이 되어 있었어요. 말 그대로 정서를 더 표현하기 위해, 시골의 아랫목 정서 같은 거 있잖아요. 온돌을 느낀다던지. 그런 정서적인 연기. 삼촌이 조카 과자 뺏어먹는 그런. 가족들만이 느낄 수 있는 호흡들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감정을 절제했었습니다.

 

이화정 : 구들장의 연기라고 하면 되나요(웃음). 저는 이 영화가 뛰어난 지점 중의 하나가 그거 같아요. 보통 어떤 현재가 있다고 하면 과거를 분리해서 표현을 많이 해요. 이 사람이 현재에 이렇게 반목이라 할 수도 있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으면, 영화에서 플래시백을 분리해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요. 과거에 아버지와 이런 기억이 있었지. 난 현재 이렇게 됐어. 그런데 이 영화는 그 경계가 거의 없는 연출 기법을 써요. 그래서 불쑥불쑥. 우리도 옛날 기억을 정리해서 떠올리는 게 아니잖아요. 불쑥불쑥 가족한테, 이 사람에게 아버지의 존재가 있다는 것과 거기서 더 나아가서 뛰어난 지점 중 하나는 지금 만나서 같이 있고 캠코더를 찍는 순간. 그리고 캠코더를 누나랑 동생이 바라보는 순간도 가족의 또 다른 역사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과거와 현재가 이렇게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건 감독님이 굉장히 고안을 많이 하셨을 것 같고, 어떻게 이렇게 연출을 해야겠다, 계획을 세우셨을까를 듣고 싶습니다.

 

조민재 : 제가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가족들한테 들으러 다닐 때, 당연히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상처가 많이 사라졌을 줄 알았어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고 오래전에 아버지의 영향권 아래에서 벗어났으니까 안전해, 이런 생각으로 가족들을 만나러 다녔을 때가 있었는데. 그런데 상처는 고여있더라고요. 사라지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어쩌면 내 영화가 이 고여있는 시간, 멈춰있는 시간에 운동성을 부여하는 것이 될 수 있겠다. 내 영화가 그런 영화고. 그러면 내 영화가 운동성을 부여했을 때 어떻게 해야 이걸 감싸 안을 수 있을까, 내 스스로가 짊어질 수 있을까를 고민으로 설계를 시작했거든요. 지금 보시면 카메라를 다루는 방식, 캠코더를 나눠보는 게 될 수 있지만. 저와 제 가족들에게는 이 영화를 나눠보는 게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어요. 실제 가족들과. 그런 과정이 저에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이화정 : 혹시 실제 가족들 중에 영화를 보고 어떤 소회를 전했는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조민재 : 조금 더 정확하게는 저희 가족들만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이 있고요. 간단하게는 너 영화로 돈 못 벌겠다. (일동 웃음) , 누나가 뭘 안다고 그래~

 

이화정 : 누나 캐릭터가 영화 속 캐릭터와 좀 비슷하겠다 싶은 게, 한마디로 전달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가족을 감싸고 있는, 관 속에 있는 아버지를 감싸고 있는 뿌리가 결국엔 가부장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부장제 안에서 각자의 역할과 짐이 크다고 생각이 드는데. 특히 아들의 경우에는 자기가 어떻게든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있고.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남자잖아요. 그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영향이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지. 가부장제에서 아들로서의 부담감. 저는 양복을 입고 캠코더 촬영을 할 때 조금의 화해를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갈등과 반목에 관해서 고민하신 부분들을 얘기해주신다면.

 

곽진무 : 제가 선택한 것은 가족과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듯 생활했던 노동자였어요. 그 무게를 짊어진다는 것보다는 오로지 혼자 사는 인물로 다가갔고요. 가족과의 관계에 거리를 둔다는 게 개인적으로 불편한 일이었을 것 같아요.

 

이화정 : 엄마 역시, 여성으로서의 부담감 같은 것들은 세월이 지나면서 스스로 자조적으로 떨쳐내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수녀님 얘기할 때도 본인의 역사를 희화화해서 얘기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사람이 이미 폭력과 가부장제 억압에 대해 체념과 자기만의 극복방식, 해결책을 가져갔다고 생각이 들어요. 마찬가지로 그 상황 안의 여성을 많이 생각했을 텐데, 어떤 부분이 크게 와닿았고,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셨는지.

 

변중희 : 제가 누차 말씀드리지만, 새내기 배우라. 감독님이 저에게 좋은 기회를 주셨어요. 실제로 감독님의 어머니와 데이트를 했어요.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그러면서 어머니 살아오신 얘기를 쭉 들었어요. 자녀를 기르고, 아버지와의 관계. 정말로 수녀님이 중매 서신 거예요.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제가 어머니를 뵈니까 다는 몰라도 어머니의 삶이 어땠겠다는 형성이 되는 것 같았어요. 젊어서는 단순하게 삶을 생각하면 싫을 수도 있고 실패도 있지만, 자식을 낳으면서 자식들에 대한 사명감이 누구보다도 높고 깊은. 그러면서 자식들을 통해서 현명해진 엄마라는 설정을 했어요 제가 느낀 바로는. 그런 엄마가 어떤 전문적인 일을 하지는 않고 식당에서 일을 하지만, 강인한 뿌리 같음을 가지고 내색하지 않는, 그렇지만 정말로 자식들이 어머니 삶의 근원이라는 것. 말은 무뚝뚝하게 하고 욕설을 해도 사랑하고 있는 자식들이 이 어머니를 살게 해주는 거구나. 그런 보이지 않는 열정 같은 걸 느낀 게 이 연기를 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이화정 : 감독님 왜 이렇게 멋쩍은 웃음을 지으시나요(웃음).

 

조민재 : 변중희 배우님이 제 시나리오를 받고, 글을 정리해주셨어요.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인가. 그게 도움이 많이 됐었거든요. 예를 들어 남성의 심리상태와 어머니 심리상태. 어머니(변중희 배우)가 심리 쪽을 잘 아세요. 그 정리해주신 글이 생각나서.

 

이화정 :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다면?

 

조민재 : 이 집은 빈 둥지 같다. 가족들이 떠난. 그게 너무 와닿았거든요. 이 집엔 가족들의 역사가 있고 실제 거기 보면 역사를 만들어냈던 가족들이 빠져나간 다음, 그 역사를 온전히 혼자 힘으로 버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생각했었는데. 빈 둥지 같은 집에서 살고 있네, 하는 말에 그럼 그렇게 미술을 해야지, 생각도 하고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이화정 : 변중희 배우님이 처음으로 영화를 한다고 계속 얘기하시지만, 사실 감독님도 영화를 이렇게 긴 호흡으로 하긴 처음이셔서 배우분들이 같이 작업하시면서 감독님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의구심이 들 때도 많았을 거 같아요. 영화가 불과 12회차로 장편을 만든 거예요. 12회차에 어떻게 이런 서사를 다 만들어낼 수 있었을지. 그 놀라운 지점에는 같이 작업한 배우분들의 고충도 컸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곽진무 배우님한테 촬영 현장 때 가장 힘들었던 신이어도 좋고, 어떤 순간이 기억이 나신다면 얘기를 들어보면 좋겠습니다.

 

곽진무 : 기억은 다 많이 나고요. 현장에서 경험이 좀 있던 터라. 저 스스로가 저를 보호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었습니다. 오토바이 장면도 저를 놓고 언제 버리고 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점심시간에 낯선 지역을 마스터했었고요. 역시나 촬영 끝나고 역시 버려졌었고, 30분 후에 숙소를 찾을 수 있었죠. 이런 일들이 많아요. 저는 스스로 보호했었기 때문에 힘든 점은 딱히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기억에 나는 장면은, 아까 껄끄러운 듯했던 장면 중 하나가 인터뷰 장면이었는데요. 저는 그 장면이 너무 부담스러웠어요. 변중희 선배님하고 대기하면서 수다 떨고 있었는데. 저는 그 한 시간이 수다를 떨고 있었지만, 그다음 신이 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너무 덜덜덜 떨면서. 얘기는 나누고 있었지만 사실 고민하고 있었고. 딱 호출이 되는 순간, 아, 끌려가는구나. 느낌으로 가장 불안했고 저 자신도 못 믿는 상태에서 그 장면을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이화정 : 그렇게 떨고 있는 거 아셨어요?

 

조민재 : 저도 떨고 있었기 때문에(웃음). 이걸 내가 찍을 수 있을까. 곽진무, 변중희 배우님께 모두 죄송한데. 저도 촬영 들어가기 전에 나름대로 현장에서 감독의 모습.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을 잘 다독이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현장에서 한 2회차쯤 됐을 때 저 스스로 저를 지켜내야겠다. 이건 생존이다. 각자도생이다(웃음). 귀를 닫기 시작했네요. 죄송한 현장이었습니다.

 

이화정 : 각자도생을 하며 각자 살길 찾으셨다기에는 연출과 두 배우님의 하모니가 너무 좋았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특히 염색할 때 두 분의 호흡이 좋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두 분이서 연습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해요. 실제로 슛이 들어가기 전에 혼자 오토바이 연습하셨던 것처럼. 어떤 방법을 찾아서 리얼하게 연기가 나왔는지.

 

곽진무 : 저는 촬영 전에도 이 역할에 몰입한다고 꼴에 센치해 있었어요(웃음). 변중희 선배한테 곰살맞게 굴지도 못했고 제가 많이 옆에서 거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못했어요. 반대로 저를 잘 이끌어주셨고 편안하게 해주셨고 모든 많은 좋은 연기를 나눴던 건 진심으로 변중희 선배님이 잘 이끌어주어서 나왔다고 자부합니다.

 

변중희 : 제가 너무 밝아서, 감독님하고 짰대요. 대응하지 말자. 밝게 자신을 드러내는 걸 덧칠하자고 나중에 들었고요. 촬영 중엔 진무 배우님 만나서는 숨이 여까지 찼어요. 물먹은 솜 같았어요. 뭔 말을 해도 반응이. 이렇게 짠 줄 모르고 혼자 옴빡 쓴 거죠. 그래서 맞춰본 게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제 것만 열심히 본 거 같고, 진무 배우님은 배우님 거 열심히 본 거 같고. 다행히 제가 사람을 좋아해요. 제가 속으로는 거북하고 남의 옷 걸친 것 같고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은데. 막상 또 자리를 펴놓으면 그런 게 없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는 부족하니까 다 배워야 되잖아요. 거기에 온 신경을 써서. 현이 배우님을 보고 대사를 저렇게 편하게 하는구나, 많이 배웠거든요. 진무 배우님을 보면, 이 영화를 보며 느끼는 게 그때는 감정을 2단계 3단계 (하라고) 이렇게 얘기해요. 저걸 어떻게 해, 이랬는데 막상 보면 그렇게 하시더라고요. 배우려고 정신이 없어서 투정부릴 틈이 없었어요. 늙었지만 제가 막내잖아요. 막내의 겸손함을 강조했죠. 힘든 거는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없어요. 배웠어요. 운전은 하지만 오토바이는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시속 5km밖에 안 되는데, 머리카락이 날리는데, 금방 고꾸라질 것 같은. 그런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거기서 배운 건, 제가 남자 중학교 선생님이었거든요. 남자애들이 2-3학년만 되면 오토바이에 미쳐요. 쓸개빠진 놈들 이랬는데, 그 마음을 알았어요. 너희들이 이 바람 때문에 그렇구나. 바람이 얼굴 스치고 지나가는데 세상을 가르고 가는 기분이에요. 시속 5km인데도 내가 막 세상의 중요한 과녁을 향해 가는 느낌? 그래서 내가 욕했던 애들한테 미안했어요. (일동 웃음)

 

이화정 : , 다음 역할은 폭주족 역할로(웃음). 아니 머리도 지금은 단단하게 묶으셨는데 그때 굉장히 짧은 커트 머리잖아요.

 

변중희 : 그거보다 더 짧게 하고 학교를 다녔는데, 감독님 때문에 고만큼 기른 거에요.

 

이화정 : 저는 일부러 영화 때문에 머리를 잘랐다고 생각했었는데. 감독님 긴 머리의 어머니 모습을 원하셨나요?

 

조민재 : 아뇨. 딱 중희 어머니의 모습이 좋았어요.

 

이화정 : 중희 배우님의 오토바이에 대한 애정을 심어준 촬영 현장이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관객분들에게도 질문을 받아보면서 진행해볼까 하는데요.

 

관객1 : 영화 재밌게 잘 봤습니다. 감독님이랑 배우분들께 궁금한 게 있는데요. 감독님께는 관객들한테 궁금한 점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고요. 배우님들께 여쭙고 싶은 거는, 최종고 나온 다음에 프리 프로덕션과 연습 기간이 얼마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조민재 : 이 영화는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유머를 심어놨거든요.

 

이화정 : 네, 웃긴 장면들이 많았어요. (일동 웃음)

 

조민재 : 극장 가서 가장 유심히 보는 게, 여기 터지나 안 터지나. 괜찮았나 유머가?

 

이화정 : 어느 장면이 감독님은 심어놨다고 하시는지. 스스로.

 

조민재 : 몇 군데 있는데. 형광등을 진무 형이 뺄 때랑. 아니 저만. 안 웃으실 것 같아서. 수건 덮을 때라든지. 춤출 때라든지.

 

이화정 : 춤출 때. . 춤출 때 슬펐습니다. (일동 웃음) 그럼 관객분들께 물어보고 싶은 건 어느 장면에서 웃으셨는지? 어느 분이 대답해주실래요? 나는 이 장면에서 되게 크게 웃었다. 정말 감독님 유머 감각이 있으신 거 같다 느낀 장면이 있으신 분. 질문 주신 분이 대답해주실래요?

 

관객1 : 저는 뭐가 궁금했는지 여쭙고 싶었어요.

 

이화정 : 아, 그 질문만 그냥? 너무 하신 거 아니에요? (일동 웃음) 감독님이 그게 궁금하시대요. 답변을없으신 거 같아요. (일동 웃음)

 

관객1 :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잘 봤어요.

 

이화정 : . (일동 웃음) 어디가 웃겼는지!

 

관객1 : 춤추는 장면이 웃겼습니다.

 

이화정 : 네 알겠습니다. 굉장히 뭔가 억지로 받아낸 답변 같다는 느낌이 드는데요(웃음). 저는 분명히 이 영화에 유머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 유머가 영화의 작은 숨통을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었으면 너무 우울할 수도 있었을 텐데. 수건 덮는 장면, 춤추는 장면 모두 좋았습니다. 배우님들의 프리 프로덕션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곽진무 : 제가 제일 먼저 시나리오를 받았으니까. 제가 2월에 시나리오를 받아서 11월 초에 촬영이 들어갔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한 7개월 정도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거친 것 같고요. 그 외의 배우분들 경우에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교체가 된 분도 있고 각자 개월 수는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민재 : 어머니(변중희 배우)는 1개월 정도 작업을 했었고요. 가족을 만들어 놨는데 그걸 교체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기존 배우들이 4월에 확정이 됐었거든요. , 누나, 진무 역할 그렇게 가족을 만들어놨는데. 3개월 같이 연기를 했었는데, 연기의 지향점이 달라서 교체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그때가 제일 힘들었고. 누나가 4개월, 형이 2개월 정도 됐습니다.

 

곽진무 : 첨언하자면, 교체되었을 때. 연기자의 톤이 이 영화의 장르를 만들 수 있었는데요. 좀 더 관조적인 영화가 되기 위해서 테크닉적인 것을 빼려고 했는데 그런 부분에 어려움을 겪어서 교체가 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 것 때문에 프리가 길어졌던 것 같습니다.

 

이화정 : 저는 계속 웃긴 장면이 어디였을까 계속 생각하고 있었네요. 저는 이 영화에서 웃음을 지었던 부분이 1차원적으로 웃기다기보다는. 예를 들면, 목욕탕 갈 때 그런 얘기 하잖아요. 목욕탕 가면 다 팔아, 하면. 돈 아깝게 그걸 왜 사냐, 하고 엄마가 흘리듯이 얘기하는 게. 이게 정말 많이 들어본 얘기라서 웃기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구나 하는 얘기고 너무 가족들 얘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특별히 웃기는데 재주는 없는 것 같고 일상의 것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리얼-웃음으로 정리를 하자.

 

관객2 : 웃긴 거 기억났어요. 변중희 배우님 인터뷰할 때. 그 지난 삶에 대한 대답을 하시잖아요. 사실상 굉장히 깊고 상처가 많은 삶이었을 텐데, 너무 가볍게 표현하는 게 웃음이 났어요. 그 인터뷰할 때가 제일 재밌었어요.

 

이화정 : 박수 좀 부탁드려요. 너무 웃긴 장면이었어요! (일동 웃음) 제가 질문 하나 더 드려볼까요. 저는 이 영화에서 진무에게 캠코더를 들려줬다는 게 굉장히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 사람이 기억을 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을 텐데, 왜 하필 캠코더였을지 궁금했어요.

 

조민재 : 스마트폰과 사진기를 들려보기도 했거든요. 휴대폰은 기능들이 너무 복잡해서 제가 완전히 소화를 못하더라고요. 이 기능이 정확히 영화 형식에 잘 들어와야 하는데 어려웠어요. 캠코더는 피사체가 있고 나를 통해서 담아내면 바로 발광하는 그런 원리가 영화의 원리와 비슷하거든요. (이화정 : 단순하게 행위를 기록할 수 있는) 제가 하는 행위 자체를 어떻게 영화적 형식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할 때 가장 단순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장치를 사용했습니다.

 

이화정 : 계속 (곽진무) 배우님을 바라보시는 건 첨언해주시기를 바라는 거죠?

 

조민재 : 이게 굉장히 어려운 게. 저는 카메라를 들고 있고, 캠코더는 진무 형만의 영역이라.

 

곽진무 : 저는 단순하게 기억을 하고 싶고 소중하기 때문에 가장 큰 클로즈업으로 가족이 손사래 칠 때까지 찍을 감정이었어요. 모든 시퀀스를 보면 얼굴 사이즈가 크고 손사래 치는 컷에서 편집이 되는데, 그런 장면이 제 감정선에 드러난 거죠.

 

이화정 : 저도 영화 보면서 그렇게 인터뷰를 해봐야겠다. 저도 직업으로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는데 정작 내 가족은 한 번도 안 했구나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통해서 가족들이 굉장히 객관적으로, 자기를 낯설게 하면서 가족 간에도 그런 대화를 나오는 걸 보면서 정말로 가족들 깊숙이 들어가는 매개, 도구가 되었구나 했습니다. 캠코더 한 번 구해봐야겠어요. 빛나는 배우 변중희플래카드 만들어오신 관객분.

 

관객3 : 재밌는 장면이 생각이 났어요. 재밌는 장면은 마당에서 뭐 먹고 있을 때, 상했으니까 먹지 말라고. 저희 아버지가 항상 상한 거를 드시거든요. 되게 공감이 돼서 좋았고요. 질문은, 중간에 형광등 깜빡하면서 가족들 모습이 나오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장면이 특이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뒤에 카메라로 플래시 터뜨리는 장면을 보고. , 그럼 이 연출이 그렇게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걸 뜻하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받아들여도 될지가 첫 번째 질문이고요. 영화 제목도 작은 빛이고, 영화 내에 빛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특히 빛과 어둠의 경계가 나오는 장면이 많았다. 어떤 걸 뜻하는지가 궁금합니다.

 

조민재 : 다음 작품은 코미디 장르가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화정 : 안 될 것 같아요. (일동 웃음)

 

조민재 : 영화를 처음 만든다고 했을 때 어떤 영화가 될까를 많이 고민했었거든요. 그중에 하나 키워드를 잡은 게. 강원도 정선에서 촬영했는데, 강둑에 올라서 마을 풍경을 보면 집들마다 창문으로 빛이 새어 나와요. 그 네모난 빛들이 영화 스크린 같았거든요. 아, 저 집들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겠다. 나는 그중 하나의 빛으로 내 영화를 만들면 되겠구나 싶었거든요. 그것을 발단으로 해서 시퀀스, 몽타주를 만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이 공간의 형광등이 새로운 빛으로 교체가 되고, 그 따뜻한 빛이 가족들에게 스며들면 좋겠다고 생각에서 스위치 되는 장면을 만들어나갔었거든요. 제가 생각했을 때 어떤 빛을 만들어나가는 건데, 제가 만든 그 빛이 가족들에게 어떤 걸 줄 수 있을까 하면. 새로운 밝은 등 같은 것이, 따뜻한 것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잘 정리해서 몽타주를 만들어낸 것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 플래시를 터지는 건 아버지의 빛이거든요. 진무가 터뜨리는 게 아니라. 과거의 아버지가 가족들을 위해 터뜨렸던 빛이 지금에서야 오는 듯한 느낌이 되게끔. 플래시백을 이용했어요. 영화의 유일한 플래시백이죠. 가족 이야기면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플래시백이 남용될 때가 있어요. 최대한 섬세하게 영화에 플래시백을 담아야겠다 해서 그런 이미지들이 나왔던 거 같습니다.

 

이화정 : 영화 속에서도 진무가 아버지랑 빛을 통해서 일종의 화해를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감독님도 이 영화를 통해서 그런 과정을 가지셨을 것 같다는 생각, 조금은 편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완성하고 관객들과 만나면서 어떤 마음이 드시는지 끝으로 여쭤볼까요.

 

조민재 : 영화를 첨 시작할 때는 내가 뭘 불편해하고 있는지, 왜 증오하고 있는지는 제가 마주 보자, 까지는 생각을 하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끝나고 최종편집을 해나갈 때쯤은 결국은 이걸 마주 보는 게 아니라 짊어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결국 제가 기억을 하지 않는다고. 만약 영화를 찍지 않았으면 아버지에 대해 그냥 잊혀졌겠죠. 그렇지만 영화를 찍었고, 계속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가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화정 : 배우분들께도 오늘 강릉에 오셔서 관객과 만나셨는데요. 오늘 이야기 나누신 소감도 들어보면서 얘기를 마무리해볼까 합니다.

 

변중희 : 플래카드 만들어오신 분이 여름에 강릉에서 <문지방>이라는 영화를 만드신 감독님이세요. 문지방의 의미를 갖고 사는 역할을 했는데. 감독님과 작업했던 분들이에요. 이런 걸 해온다는 걸 상상도 못 했는데, 너무 놀랐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강릉이 제게는 따뜻하고 낭만이 있는 마을 같아요. 도시 같지 않고 우리 마을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고.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들지 않고. 이렇게 열심히 얘기해주시고 들어주시는 게 너무 감사합니다. 나중에 또 좋은 작품으로 뵙겠습니다.

 

이화정 : (관객에게) 감독님 어떻게 배우님을 알아보고 캐스팅을 하셨어요? 역으로 질문을.

 

관객4 : <그 언덕을 지나는 시간>에서 보고.

 

이화정 : <문지방>이라는 작품 제목도 기억해주시고. 같이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플래카드) 예쁘게 잘 만드셨어요.

 

곽진무 : 극장을 다니면서 이렇게 설레는 극장은 처음 만난 것 같아요. 오면서 낯선 풍경이고 친숙하고 뭔가 자주 오고 싶다는 느낌 처음 받아 본 거 같아요. 잊히지 않을 거 같고요. <작은 빛>이 많이 어렵다고 하시는데 컷과 컷을 면밀히 보면 유머도 많이 숨어있고. (일동 웃음) 영화적으로, 감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되시면 한 번 더 봐주시면 좋을 거 같고요.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화정 : 저는 마지막으로 이 세 분의 작품을, 연출가로서의 감독님의 작품도 물론이거니와 (<문지방>) 단편도 기다리게 되겠지만. 앞으로 많은 작품을 같이 하셔서 저희가 더 많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 작품 어떻게 계획하고 계시는지, 얘기 좀 들어봐도 될까요?

 

조민재 : 제가 가지고 있는 시나리오는 제작 지원해서 잘해서 하고 있고. 단편 작업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이화정 : 두 분(조민재 감독, 곽진무 배우)이 같이 작업하시나요?

 

곽진무 :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희 그런 관계는 아닙니다. (일동 웃음) 다만 사적으로 작업하지 않기로 처음부터 얘기했고. 인연으로, 인맥으로 작업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혀 다음 작품은 생각지도 않습니다.

 

이화정 : 왜 이렇게 강하게 거부를 하세요(웃음). 오늘 (여러분이) 어려운 발걸음 해주셨어요. 극장이든 어디든 사람 모이는 게 어려운 시기인데, 한분 한분 너무 소중하단 생각이 들고요. 이 영화에서 보면 가족이 떠나고 나서야 집의 공간을 비추는 장면이 많은데, 아까 감독님이 한 집의 작은 빛을 잡아내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이 가족을 통해서 저도 제 가족을 생각하게 됐고, 여러분들의 집에 있는 그 빛을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 굉장히 소중한 작은 빛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배우님 얘기해주시면 한 번 더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이 봐주시고 소문 많이 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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