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찬실이는 복도 많지 | 김초희 감독, 강말금 배우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4. 9. 16:20

본문

<찬실이는 복도 많지> 씨네토크

/ 2020. 4. 3.

 

이화정 영화 저널리스트 진행

김초희 감독, 강말금 배우 초청

 

이화정 : 김초희 감독과 강말금 배우를 보면, 처음에는 영화에서만 보면서 저는 약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찬실이 보면서 김초희 감독 같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예전부터 봐왔던 김초희라는 사람의 특징이 찬실이라는 캐릭터에 녹아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보통 감독의 세계를 구현한 배우한테 페르소나라는 말을 붙여주잖아요? 그런데 이 두 분을 개봉 이후부터 쭉 지켜본 결과 페르소나라는 말로는 좀 설명이 안 되는 데칼코마니 같은 그런 쌍둥이? 아니면 험프티 덤프티? 약간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호흡이 잘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강말금 배우님이 굉장히 차분하고 유머가 없는 느낌이 드는데 요즘 약간 웃겨지셨어요.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으신 거 같아요.

 

강말금 : 옆에서 어떻게 하면 되는가, 이런 걸 많이 배우고 감이 좀 왔습니다.

 

이화정 : 혹시 감독님 주입하시거나 억지로 하신 건 아니죠?

 

김초희 : 제 생각에는 이 분 속에 원래 찬실이 같은 밝음이 분명히 내재 되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리고 사람마다 낯가림도 있고 수줍음도 있고 여러 가지 있잖아요? 그런데 작업할 때는 전혀 친분이 없다가 갑자기 확 작업에 돌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촬영 끝나고 지금도 시간이 꽤 많이 흘렀거든요? 그러면서 둘이 친해진 것도 있고 제가 생각할 때 이분의 어떤 밝음은 술을 마셨을 때만 나왔었던 거 같아요, 그전에는. 힘드니까 사는 게. 영화가 여러분들한테 사랑도 받고 우리가 좋은 평도 듣고, 사람이 사랑받는다는 거 진짜 중요한 거 같거든요. 우리가 하던 일에만큼은 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그게 받고 나서 보니까 그게 좋은 거예요. 그래서 이제 추운 마음이 봄 눈 녹듯 녹으니까 이 분도 속에 감춰졌던 술 마실 때만 나왔던 밝음이 술을 안 마시고도 나오는 거죠. 그런 사람들 못 봤습니까? 술만 먹으면 우는 사람들 있죠? 그게 주사라고 생각하잖아요 보통? 그런데 그런 사람이 개과천선해서 일이 좀 잘 풀리면 눈물샘이 쏙 들어가는 그런 주변 사람 본 적 없습니까?

 

강말금 : 반대인데요. 저는 술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가지고 까불고, 너무 과하게 까불어서 화를 불러일으키고(일동 웃음) 평소에는 너무 조용하고.

 

김초희 : 그러면 사람마다 다 다른가 봐요. 저 같은 케이스는 20대 초반에 영화를 하겠다고 결심하기 전에요, 저 술만 먹으면 맨날 울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진짜 술만 먹으면 울었어요. 그래서 사람들도 저 별로 안 좋아했고 저는 제 주사가 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영화를 하기로 결심하고 나서부터는 그때부터는 술을 먹으면 울지를 않았거든요, 지금까지. 그리고 술 먹고 우는 사람 보면 그렇게 짜증 나더라고요. 본질에 엄청 벗어난(웃음).

 

이화정 : 강말금 배우도 술을 마시지 않고도 굉장히 유쾌해지는 어떤 두 분의 환상의 복식조 같은 모습들이 보기 좋았고 점점 톤이 밝아진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는데, 얼마 전에 지금 이 코로나 바이러스 시기에 2만 명의 관객이 넘었다는 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극장 상황으로 봤을 때 그리고 이제 또 발걸음이 힘든 상황 속에서 한 분 한 분 진짜 스코어를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김초희 : 시네마 열사. (일동 웃음) 아 찾아봤습니다, 제가 사전을. 꼭 돌아가신 분들만 열사라고 하지 않더라고요. (일동 웃음)

 

이화정 : 사실 제가 아까 처음 이야기했을 때도 이 영화를 보고서 굉장히 힘을 얻는다고 이야기 했지만, 저는 이 자리에 관객분들이 계시니까 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같은데. 오히려 두 분께서 개봉을 하고 나서 관객분들과 만나면서 이 시기에 굉장히 힘을 얻었을 것 같고, 그런 모습들이 그런 감정들이 사실 이런 자리에서 나타나고, 더 많이 이렇게 드러난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열사님들한테 고마운 마음 같은 것들을 점점 느끼실 거 같은데 어떤 심정이세요, 요즘?

 

김초희 : 일단 개봉을 미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딱 고심해서 정해야 하는 시점이 2월 말 경이였는데요. 225일 날 거의 코로나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였거든요. 정말 암담했습니다. 왜냐하면, 엄청 이 순간을 기다려왔는데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렇다고 주저앉을 것입니까? 고민을 좀 했는데 찬실이는 개봉 시기도 찬실이 같네, 이러면서 그러면 이거 그냥 피하지 말자. 나는 그냥 이 위기를 또 통과하면 또 나에게 얻는 게 있겠지,그런 마음으로 제가 큰 결심을 했거든요? 그리고 이분한테도 전화해서 제가 뭐 어쩌던가요? (웃음) 개봉하기로 했다고 하면서.

 

강말금 : 속상한 말씀 하셨죠. 저야 제가 결정하는 사항은 아니었고 그 당시에 홍보가 많이 진행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영화를 개봉을 안 했다가 석 달 뒤에 개봉을 하려고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져 있을 것이고 그래서 입장이 이해가 갔죠.

 

김초희 : 그래서 저는 그냥 실패해도 괜찮다. 망해도 괜찮다. 이런 마음으로 개봉을 결심하고 했거든요. 이 영화를 만들려고 결심했을 때도 제가 그런 마음이었어요. 망해도 된다, 하지만 해보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랬는데 영화가 만들어졌어요. 제 의지에 보답을 받은 거죠. 그것만으로도 참 감사한 일인데 어쨌든 개봉도 이렇게 되니까 속이 상했지만, 한번 해보자고 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생각을 진짜 못했고. 그러면서 제가 느낀 건 어려운 상황 속에 와서 보시는 한 분이잖아요? 두 분도 같이 잘 안 오십니다(일동 웃음). 그러다 보니 영화에 대해서 평을 해주시는 반응이 있을 것 아니에요? 그게 훨씬 강합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제가 진심을 담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것이 전해질 것이라는 건 있었지만, 제 영화가 그렇게 허술한 곳도 있고 완벽하지 않다는 걸 저 자신도 알거든요. 그런데 그것에 비해서 너무 큰 사랑을 받았어요. 그러니까 아주 오랜 기간 먼 길을 돌아오면서 저만 아는 슬픔이 많이 꿰매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쁨의 눈물을 이불속에서 많이(일동 웃음 및 박수).

 

이화정 : (코로나19) 덕분에 오히려 기록을 많이 세운 것 같아요. <찬실이는 복도많지>는 개봉 첫날 한국 영화 중에 1위를 한다던가, 독립 영화 중에 이렇게 상영관을 이렇게 많이 가져간다던가 이런 것들이 뜻하지 않게 스코어로는 기록으로 남을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관객분들과 만나면서 너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런 말씀 하셨는데 제일 인상적인 평가 같은 것들? 지금도 마음에 남는 그런 것들이 있다면 어떤 거에 감동이 되었나요? 혹시 기억 남는 것 있으세요?

 

강말금 : 다른 데서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오늘같이 슬픈 날에 나에게도 장국영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왓챠에 어떤 분이 써주셨는데 그 마음을 너무 잘 알 수 있어서 그 평이 좋았고. 저희 언니가 부산국제영화제에 와서 보고 저한테 한 문자인데요. 저희 언니가 백수가 된지 한 달쯤 됐을 때였어요. 오랫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런데 워낙 TV드라마를 좋아하는 쪽이라 이 영화를 잘 볼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언니가 보낸 문자가 내가 찬실이 같더라. 아니 찬실이가 더 나은가? 난 하고 싶은 일이 없으니까이렇게 문자가 왔거든요. 우리 언니의 마음을 움직인 영화(일동웃음). 그래서 너무나 기억에 남습니다.

 

김초희 : 저는 너무 많아서 기억이 잘 안 납니다. 평들의 느낌이 비슷비슷했거든요. 읽는 동안 이분들의 진심이 느껴지잖아요? 말로 꽂히지가 않으니까 어떤 평이라고 할 만한 기억이 안 나네요.

 

이화정 : 저는 오늘 43일이긴 하지만 41일 특수도 있는 거 같아요. 그날 장국영의 이미지 때문에 스코어가 좀 올라가지 않았을까요?

 

김초희 : 그렇지는 않았고 그다음 날 CGV컬쳐데이라고 극장 요금 8천 원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확 올라갔습니다(일동 음), 역시 자본주의는 돈이구나.

 

이화정 : 관객분들도 자본의 유혹을 물리칠 수 없군요(웃음). 오늘은 이 영화에 모티브가 된, 주요한 캐릭터가 된 장국영의 투유 초콜릿을 질문하는 분들에게 드리려고 합니다.

 

김초희 : 제가 서울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이게 장국영이 옛날에 선전하던 투유 초콜릿인데 이게 유명을 달리하고 세월도 많이 흘러서 오리온이 투유 초콜릿은 그대로 남겨놨는데 우유 초콜릿으로 젖소 사진으로 바꿨거든요. 이 초콜릿을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요. 수입 초콜릿만큼 맛있어요. 질문하시는 분들 드리고 싶어서 가지고 왔어요.

 

이화정 : 장국영 이야기 나온 김에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장국영을 원래 감독님께서 좋아했고, 어떤 순간 본인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마음속에 있으니까 의지 삼는 캐릭터로 만들었겠지만, 장국영의 모습 중에 왜 <아비정전>의 모습을 등장시켰을까 라는 생각하다가 <패왕별희>를 하면 그 옷을 구하기가 너무 힘드니까. 그래서 아래위로 쉽게 입을 수 있는 그런 걸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김초희 :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상정해야 하는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누가 봐도 장국영이라는 어떤 시그니처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사실 <패왕별희>보다도 맘보춤을 추던 장국영의 모습이죠. 러닝셔츠 하나로도 (충분하지) 무슨 옷이 필요합니까, 그분에게. (일동 웃음)

 

이화정 : 두 분께서 러닝셔츠를 입고 얼마 전에 영상을 찍기도 한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김초희 : 진짜 추하더라고요. (일동 웃음) 2만 돌파 공약으로 장국영의 러닝셔츠를 입고 그 배급사 인스타(배급사 찬란)로 라이브 방송을 했었거든요. 다행히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아서. (일동 웃음)

 

강말금 : 그 러닝셔츠가 어떤 느낌이냐면 <보헤미안 랩소디>의 (일동 웃음) 그 러닝셔츠가 있잖아요? 입으니까 기분이 좋았어요. 저희는 기분이 좋아서 살짝만 보여드릴까 하다가 30분 동안 그걸 입고 진행을 했는데 나중에 캡처한 사진을 보니까(웃음).

 

김초희 : 계절이 이렇다 보니까 헐벗은 느낌도 있고 민망스럽긴 했어요.

 

이화정 : 영화에서는 추운 날씨에 김영민 배우가 그렇게 입고 나와서 웃음 효과가 상승하는 게 있던 거 같아요. 위안이 되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그리고 그걸 희화화해서 하는 것들이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싶은데 감독님은 생각할 때 2만이 넘은 이 영화에 핵심 포인트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벌써 올해 나온 영화 중에서 최고의 영화라는 말도 벌써 나오고 있고 본인 마음속에 올해의 영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거든요. 무슨 이유라고 생각하세요?

 

김초희 : 우리가 알려고 해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고, 꼭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신비롭게 저희 삶을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제가 굉장히 힘들 때, 정말 좋은 마음으로 이 영화가 잘되기를 바라면서 저를 도와줬던 분들이 굉장히 많으세요. 그리고 제가 보상받지 못했다고 착각했지만. 남들은 모르지만, 저 혼자서 되게 열심히 꿋꿋이 살았던 시간들이 있거든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결과는 아무도 모를 일이죠. 그런데 그런 걸 굳이 언어로 표현한다면 기운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 좋은 기운들이 모여졌어요. 모여졌다는 게 그냥 제가 느껴지거든요. 여러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이 영화가 완성됐다는 것 자체가 그런 기운들이 모여졌기 때문에 결국은 영화로 나왔다고 생각하고. 그런데 그것이 또 이런 어려운 시기에 개봉하게 되고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좋은 기운들이 모여서, 우연들이 모여서 그 결실을 지금 보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화정 :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개봉을 미루지 않고 극장에서 웃을 수 있고 희망찬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어떻게 보면 저 포함 관객분들에게도 굉장히 좋은 선물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두 분이 지금은 찰떡 호흡? 찬실이를 통해서 강말금 배우를 몰랐으면 어떡할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드는데 사실 적잖이 이제는 말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 전작 <우상>을 보면서 그때 캐스팅하셨다고 하고, 아무래도 캐스팅한 배우라고 하니까 눈여겨보긴 하는데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어떻게 하지(웃음), 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느낌이었냐면 <킹덤>을 보고 중전 역할을 하는 김혜준 배우를 보면서 1시즌 보면서, 미성년의 배우가 나온다고 하는데 잘했을까? 좀 걱정되는데? 이런 마음. 비슷한 마음이었어요. 둘 다 너무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감독님들은 이야기를 하시는데 보는 관객의 입장으로선 걱정이 되는 거예요. 이 배우가 진짜 잘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하셨고 그래서 그때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던 거 같아요. 감독님한테 진짜 잘해요? 라고. (웃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라고 해서 지금 이 자리에서는 과감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만큼 너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같이 작업하시면서 어떤 면을 보셨는지, 그리고 감독님이 평가하시는 강말금 배우는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시는지?

 

김초희 : 저는 이 영화가 예산이 7천만 원이었을 때 준비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중간에 운 좋게 큰 지원금을 받게 돼서 영화를 완성하게 됐지만. 사실 그때 처음 시작할 때 이 영화 프리 프로덕션이라고 하거든요? 영화 준비할 때 진짜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진짜 절박했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되게 많았고. 그런데 그때 강말금 배우가 제게 있었어요. 그 심정이 뭔지 감독은 알 수 있는. 감독한테 <찬실이는 복도 많지> 라는 영화에 강말금이라는 배우가 없으면 제가 써놓은 글에 날개를 해줄 사람이 없거든요. 그런데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제 옆에는 이 배우라는 사람이 하겠다고 옆에 있었어요. 저한테 일단 이 배우가 가진 힘이고 뭐고 떠나서 이 영화가 가능하게 하는데 가장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저는 이 배우에 대한 믿음은 그냥 연기자로서의 믿음이라기보다 저한테 그냥 운명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어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 이 문제가 아닌 거죠. 그냥 저한테 강말금이라는 사람이 온 거예요. 제가 정했지만. 그래서 저는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되게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점쳐보고 그래서 이게 제일 최선이라고 하는 선택도 인생에서 있죠. 되게 중요한 순간에, 하지만 또 어떤 인생에 큰 궤적을 만드는 어떤 것은 그냥 기적처럼 운명처럼 일어나기도 하잖아요? 저는 강말금이라는 배우가 저랑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캐스팅한 배우가 전혀 아니에요. 그냥 이 분의 어떤 모습, 제가 <82년생 김지영> 만드신 김도영 감독님의 단편영화 <자유연기>라는 단편을 보고 이분을 캐스팅하게 됐는데요. 거기서 봤던 이분이 연기한 진짜 진심이 담겨있고 진정성 있는 그 모습이, 결국은 이 영화를 해줄 거라는 믿음 하나가 여기까지 오게 했거든요?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그냥 이분을 만나보니까 이분은 그냥 찬실이었던거죠. 다 완성 시켜놓고 놔서 보니까. 이 정도 대답밖에는 못 하겠네요.

 

이화정 : 강말금 배우님한테도 사실 제 걱정이 약간...

 

강말금 : 사실 저는 <우상>이 개봉하고 비판을 많이 받아서 감독님께 전화했습니다. 나 때문에 그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안 보러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었는데(웃음) 그런 큰 영향력은 없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어디 인터뷰에서나 많이 이야기했었지만, 좀 늦게 시작했는데 재능이 있어서 시작한 게 아니었거든요? 30살에 시작해서 5년 정도를 캐스팅이 안 되고 연극을 시작했었는데 그런 일도 있었고. 하나하나 깨쳐나가는 재미로 살았지만, 또 동시에 고달프기도 하더라고요. 사업을 하는데 여유가 있어서 사업을 하는 거랑 (다르게) 자기가 가진 걸 전부 다 매번 거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몸을 던져서. 술도 아마 그래서 많이 먹은 거 같고. 뭐 하나 건지는 거예요. 능력을 하나 가지고 또 몸을 던져서 능력을 하나 가지고 그러니까 너무 고달프고, 아르바이트는 아르바이트대로 해야 하고. 그런 식으로 30대를 보내다 보니 같이 할 수 있는 힘이 저 자신한테 떨어지기도 하고. 그러던 시점에 단편은 쭉 찍어왔지만 <우상>에 오디션으로 캐스팅이 되긴 했는데, 영화라고 하는 것이 그런 식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죠. 지금 생각하기엔 어려운 방정식 같거든요, 영화가. 그 시사회를 갔을 때 정말 놀랍게도 10명 중 1명 정도 잘 봤다는 분이 계셔서 함부로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거 같고. 제가 본 것은 스크린은 거짓말을 안 한다. 거기서 제가 저의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한 것이 있어서 사실 가장 큰 가르침이다(웃음). 제가 사실 그 영화를 안 보신분들도 계시겠지만, 그 영화에서 비판을 많이 받아서 이런 이야기도 하게 되는 거 같은데. 어쨌든 <찬실이>는 이후에 찍은 영화긴 한데. 그렇게 해서 움츠러든 저를 사랑으로 또 받아들여 주셔서, 지금은 또 잘 배워서 아마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이화정 : 박수를 한번 부탁드릴게요. 이제 감독님께서도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 절박함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비치기도 하셨고, 그리고 사실은 강말금 배우도 굉장히 연기 활동을 오래 하면서도 본인한테 딱 맞는 역할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시간들을 어렵게 한 달 한 달 지내왔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은 그런 절박함 속에서 찬실이라는 캐릭터, <찬실이>라는 영화가 나온 거 같아요. 이런 많은 영화들이 어려움 속에서 누군가가 계속 앞으로 어떤 답을 찾기 위해서 나가는 영화들은 많은데 대부분 비장미가 있거나, 엄숙하거나 그리고 그 탈출구를 찾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모습들은 많이 봐왔는데. 참 신박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그 안에서 계속 좀 약간 웃기려고 하고 귀여우려고 하고 귀엽거나 혹은 미치거나 이런 이야기도 있지만 그런 느낌들이 저는 약간 김초희 감독이 가지고 있는 참기름 같은 것들이 있는 거 같아요. 약간 참기름 같은 영화? 이런 느낌이 들 정도로 뭔가 미끄덩하게, 재밌게 모든 것들을 극복하려는 느낌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게 이 영화에 핵심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절망 안에서도 계속 뭔가를 찾으려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게 그게 궁금해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그거에 대한 고민이 많으셨을 거 같아요. 이게 너무 또 하이톤으로 가면 같이 공감대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걸 누르는 게 제일 힘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톤을 어떻게 잡으셨는지.

 

김초희 : 이 영화 처음 시나리오 썼을 때 한 달 만에 초고를 완성했는데, 그때도 물론 유머 코드가 있긴 있었어요. 그런데 이거보다 훨씬 자기 연민이 심하고 인물에 대한 객관성이나 보편성이 떨어지는 시나리오였거든요? 그런데 그걸 1년 고쳤거든요. 일단 제가 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제가 위로받고 싶었고 제가 다시 일어나고 싶었던 마음이 제일 컸었고요, 그다음에는 저라는 사람이 위기를, 5년 전에 실직했는데 위기를 그때 처음 겪은 게 아니에요. 살면서 여러 번에 크고 작은 위기들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저를 깊은 슬픔에서 벗어나게 해주던 건 사람들하고 섞여 있을 때, 까르르 웃을 때였거든요. 그건 일종의 유머가 가진 힘인데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 잘 때 빼고 계속 힘든 건 아녜요. 인간이 그렇지 않아요. 인간은 약간 미친 사람처럼 어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었어도 오늘 실없이 웃을 수 있는 게 인간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제가 힘들었을 때 까르르 웃을 때 제가 혐오스러웠을 때도 있었어요. 20대에는, 제가 겪은 걸 생각하면 전 계속 슬퍼서 죽어야 마땅할 때(웃음), 그런데 제가 유머가 가진 힘이 뭔지 알았거든요. 유머가 모든 걸 다 해결해주진 않지만 적어도 그 짧은 순간에 그 사람이 못 견딜 정도로 강도 센 힘듦 속의 고통을 갑자기 확 순식간에 이렇게 만드는 힘이 사실 유머에요. 그래서 살아가면서 유머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이 영화를 만들기 전에도 알고는 있었는데, 아마 그 알고 있는 유머가 가진 힘 자체를 저 스스로 믿기 때문에 제가 이야기를 할 때도 꼭 유머는 있어 줘야 한다고. 힘든 이야기를 할 때는요. 만약에 제가 힘든 이야기가 아니고 굉장히 활기찬 이야기를 한다고 하면 사실 유머가 필요 없을 수 있어요. 그런데 고통을 이야기할 때 유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그거를 중점적으로 두고 조금 깊어지려고 그러면 빠져나오게끔 장치들을 계속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썼어요. 조금 말이 길어지지만 딱 한 마디만 더 하면 제가 깨달은 게 있거든요? 찰리 채플린이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을 했잖아요. 저는 그 말이 무슨 말인가, 제가 되게 힘들 때 생각을 해봤어요. 그런데 그 말이 무슨 말인고하니 그 힘든 일을 겪을 때 슬픔을 자기랑 동일시하면 비극이 되는 거죠. 하지만 자기가 겪은 걸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 그게 희극이 될 수도 있다는 그런 뜻을 품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좋은 코미디라는 것은, 진짜 코미디라는 것은 태생부터가 비극을 품고 있다는 말이죠. 그래서 저도 이왕 감독이 되기로 결심했고 뭔가 창작을 한다면 제가 글을 쓴다면, 그거를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결국은 슬픔을 품고 있는 그런 글 속에 웃음을 주려고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그거를 열심히 고쳐봤습니다. (일동웃음 및 박수)

 

이화정 : 확실히 전례 없는 영화가, 보통 영화들을 보면 이 영화는 어느 영화가 레퍼런스가 되었을 거 같다. 어느 감독의 작품이랑 비슷한 거 같다. 내가 봤던 영화랑 엮어서 이야기 할 수 있을 거 같다 싶은데 김초희 감독 영화는 단편부터 항상 도대체 이 영화는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해요. 그게 이런 사건들이나 굉장히 큰 절망에 빠졌을 때도 계속 이상한 웃음으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서 계속 웃게 되잖아요? 심지어 판타지 장면에서조차도 좋아하는 남자랑 껴안고 있는 황홀한 순간에도 너무 꼭 껴안지 말라고 한다던가, 이런 것들 다 계속 본인이 경험이기도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게 제일 힘든 게 감독은 이런 시나리오를 쓸 수 있죠. 그런데 그 톤을 어떻게 배우가 맞출 것인가, 찬실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라는 걸 생각했을 때는 이게 진짜 쉽지 않은 캐릭터 만들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디서 힌트를 얻으셨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감독님 모습에서도 끄집어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배우님이 판단하고 연구하시고 이런 부분에서 중점을 둔 건 어떤 거였는지.

 

강말금 : 시나리오 자체가 워낙 재밌었고 웃기고 유머 코드가 가득했고. 그런데 사실 시나리오의 감독님의 겹치는 게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원래 시나리오는 부산말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저랑 미팅을 하고 부산사람이라는 걸 확인하시고 그다음에 수정 때 고치셨거든요. 그 당시에 제가 연극을 해서 커트 머리를 쳤거든요. 그때 머리가 길었으면 긴 머리로 했을 텐데, 감독님은 지금 커트 머리고 어쩌다 보니까 감독님의 닮은 모습이 된 거 같고. 저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명대사가 많은데 제 얼굴을 계속 보고 저의 감정의 흐름을 관객분들이 보셔야 하는데, 제가 대사를 웃기게 하려고 하면 나중에는 힘들 것이다. 그리고 제가 웃기게 할 자신도 없더라고요. 그런데 몇 군데 알 수 있는 데가 있었어요. 꿈에 오늘 본 젊은 남자를(웃음) 안아달라고 할 수 있는 그 마음 너무나 잘 알겠다. 좋아 여기서부터 풀어보자, 라던지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을 어떻게 좋아할 수가 있냐. (일동 웃음) 이 마음 그런 부분은 일부러 웃기려고 한 부분은 아닌 거 같거든요? 그런 자신 있는 몇 개 장면이 있었고 장국영을 만난 장면은 “‘내가 미쳤나 보다이러다가 괄호 열고 기절한다, 괄호 닫고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웃음) 고민이 너무 많았는데 현장에서 김형민 선배님을 만나니까 그냥 됐던 거 같고. 그런데 제가 모르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길을 걷고 움직이는 것들 있잖아요? 그런 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팔을 더 크게 흔드세요팔을 크게 흔든 게 시그니처 모습이 됐는데.

 

이화정 : 해바라기 그려져 있는 벽에서 가는 씩씩한 모습?

 

강말금 : 씩씩하게 걸으려 한 게 아니라, “보폭을 크게 하고 팔을 크게 흔드세요. 기분 좋게 웃으세요”. 영화는 순서대로 안 찍으니까 길을 걷는 걸 계속 여러 번 찍은 거죠. 그건 시키는 대로 했고 많은 부분이 감독님께서 조금 더 귀엽게 해라, 사람이 귀여워야 오래본다 계속 볼 수 없다, 이 말씀을 해주시면서 계속 만들어주셨죠.

 

이화정 : (김초희 감독에게) 귀여워야 오래 본다, 이건 본인의 인생 철학인가요?

 

김초희 : 제 생각이기도 하고 몇 명이 그런 말을 하기도 했어요. 제가 윤여정 선생님과 가까운 편인데 선생님하고 같이 TV를 보고 수다 떨고 밥 먹고 그럴 때가 많았어요. 그럴 때마다 선생님이 연기가 뭔지 저한테 많이 가르쳐주셨거든요. 그때 선생님이 했던 말 중에 배우는 귀염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더라고요. 일단 연기를 잘하면 코가 못생기고 눈이 못생기고 이런 게 안 들어온대요. 그런데 못하면 들어온대요. 연기를 못하면 눈이 조금 짝짝이네(일동 웃음) 이런 게 이제 사람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면 사람들이 생각을 하게 된대요. 그런데 배우가 눈빛이 굉장히 좋거나 아니면 못났는데도 귀여운 맛이 있으면 무슨 역할을 맡겨도 보게 된다는 그런. 지금 말하고 제가 했던 워딩하곤 다른 말이지만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있거든요? 또 그 말이 무슨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진짜로 사람이 귀여우면 사실 미운 짓을 해도 못 버려요(웃음). 주변에 생각해보세요. 진짜 얄밉고 꼴 보기 싫고 다시는 안 보려고 해도 뭔가 사람이 귀염성이 있잖아요? 그럼 기가 차서 한 번 더 보게 돼요. 그런데 저는 강배우님이 사람들에게 알려진 얼굴의 배우가 아니잖아요? 그걸 제가 더 이 영화에서 용이하다고 생각해서 캐스팅을 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두 시간 정도 관객분들한테 선사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이 배우를 의식하지 않고. 연기를 못하면 눈코입 의식된다고 했잖아요. 사로잡게 하는 뭔가가 있어야 두 시간 동안 볼 것 아닙니까. 그게 뭘까? 그러면 귀여움이 있으면 계속 그 사람을 보게 되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배우를 최대한 귀엽고 사랑스럽게 만들면 사람들한테 알려지지 않은 배우이지만 계속 호감을 가지면서 비호감이 될 틈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일동 웃음). 그래서 이분 얼굴이 굉장히 좋은 얼굴이라는 믿음은 확실히 있었지만, 카메라라는 게 여러 방향에서 잡으면 순간 귀엽지 않게 보일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이분은 자기감정에 충실해서 연기하시니까 볼 수가 없잖아요. 그때마다 제가 무리한 디렉션을 많이 했어요. “안 귀엽습니다. 한 번만” “왜 다시 갑니까?”

 

강말금 : “못 생겨서 다시 갑시다” (일동 웃음) 여러분은 아마 최상의 것들을. 그 안에서도 편집하실 때 제일 이쁜 것만 하셨죠?

 

김초희 : 그런데 참 감사하게도 배우에겐 되게 폭력적인 디렉션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초반에는 예의와 격식을 차려서 감정에 대해서 설득을 많이 하고 했는데(웃음) 영화가 18회차,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촬영하게 된 영화고 오후 4시면 해가 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배우님을 잡고 감정 설명할 때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어느 순간부터는 배우님이 저를 믿어주셨어요. 저에게 기대주셨죠. 그래서 제가 그때부터는 앞뒤 안 가리고 빨리빨리 경제적으로 시간을 단축하면서 디렉팅을 했던 거 같아요.

 

이화정 : 보통 감독들이 본인 모습 신경 쓰지 말고 연기하라고 하는데 정반대의 디렉팅을 하셔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셨다는 생각이 들고. 진짜 <곡성> 이후에 현혹된 거 같아요. 크게 팔 흔들면서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지금 시그니처가 됐다고 하는데 그것만 보면 너무 기분이 좋아요. 영화를 보고 나서 오래 기억에 남고 찬실이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희망의 기운이 어떤 건지 알 수 있을 거 같은 굉장히 좋은 제스처가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의 방법이 윤여정 선생님께 받은 방법이 통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초희 : 그런데 늘 그런 디렉션만 줬던 건 아닙니다. 굉장히 섬세한 디렉션도 있었어요. (일동 웃음) 기억 안 납니까?

 

강말금 : 기억 안 납니다. (일동 웃음)

 

이화정 : 이 영화는 정말 용감한 영화라고 생각이 들고 전에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드는 게 40대 여성이 관계 안에서 본인의 아이를 생각한다던가, 남편 생각한다던가 이런 거 다 떨쳐버리고 내가 PD 하다가 그만뒀는데 나 앞으로 뭐 먹고 살지? 라고 오롯이 자기 생각만 하는 그런 캐릭터가 없었어요. 20대는 가끔 그런 생각을 많이 하죠. 40대 지나면 더 이상 꿈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해요. 그런데 그 40대 여성을 그것도 어떻게 보면 무명의 배우와 함께 작업해서 이렇게 대중이랑 호흡하겠다고 만들고 밀어붙이고. 이런 것들이 굉장히 과감한 감독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김초희 : 감사합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너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10원도 안 준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저희 아버지가 진짜 그러셨어요. 그래서 제가 되게 고생을 많이 했는데 20대 때 방황을 좀 하다가 영화를 하겠다고 결심하면서부터 사람 꼴을 하면서 열심히 살았거든요? 그런데 제가 32살 때 처음으로 영화 일이라는 것을 하게 됐고 10년 가까이 20대에 쭉 방황하면서 영화를 하고 싶다가 있었고 영화를 하기 위해 돈을 버는 시간이 10년이었어요. 그때 제가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게 얼마나 지옥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영화를 하는데 그걸로 돈을 번다는 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사실 제 꿈에 대해서 더 용감해지고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해봤어야 했는데, 영화라는 것이 혼자 만들 수 없고 여러 사람이 같이하는 직업이니까 제가 영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고 심지어 PD를 했을 때 작품도 제가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그랬으니 실직이 다른 사람들도 물론 실직하면 힘들겠죠. 실직이 힘든 건 당장 생계하고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막막해서 힘든 것도 있지만, 그거보다 힘들었던 건 제 꿈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걸 실직하고 알았거든요. 그러니까 그걸 포기할 수가 있겠습니까? 포기가 안 되죠. 저 아마 50대에 실직했어도 하긴 했을 거 같아요. 그런데 그때는 체력도 안 따라주고 사람들이 더 저를 못 믿고 그래서 힘들었겠죠. 그래서 완성이 안 됐을 수도 있겠죠.

 

이화정 : 작년부터 이런 이야기 하지만 <벌새> <메기> <아워 바디> 이런 작품들 여성들의 캐릭터, 욕망, 고민 이런 것들을 만드는 서사의 영화들이 많이 나오면서 <찬실이>도 마찬가지로 중년이 된 여성이 그냥 생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질문거리들을 던져주는 영화라 중요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질문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눠봤고 아까 잠깐 보여드린 장국영의 투유 초콜릿을. 질문하실 관객분들이 많으셔서 기분이 좋은데, 마이크를 지금부터 드릴게요. 노래방 커버도 씌웠으니까 안심하시고 마스크 착용하시고 질문해 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관객1 : <집시의 시간>으로 영화를 시작했다고 하잖아요? 홍상수 감독님 영화 계속하셨는데, 감독님하고 일하시면서 배운 점도 있을 테고 잃은 점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궁금한 건 모과 신이 3번 나오거든요. 그게 어떤 건지 궁금했어요.

 

김초희 : 여러분들이 아실지 모르지만 저는 홍상수 감독의 오랜 PD였던 게 맞지만 저는 그 감독님이 아니었어도 제가 PD로서 일을 열심히 했을 것이 분명하고 그 속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그분이 제게 준 것이라기보다 영화는 다 같이 만들잖아요. 그 속에서 얻고 잃은 것이 더 많았다고 이야기하는 게 답인 거 같아요. 두 번째 질문, 모과는. 제 영화가, 저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솔직하고 명쾌한 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은 되게 불친절하고 애매하고 모호한 영화들이에요. 근데 저라는 사람이 그렇게 생겨 먹으니까 이런 영화가 나오더라고요. 제가 만들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가 아니거든요. 이거보다 골치가 더 아파야 해요(웃음). 그런데 어쨌든 불친절하지 않고 명쾌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유독 모과 신 하나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죠? 제가 잘 못 만든 겁니다. (일동 웃음) 나름의 사연이 있는데 잠깐 풀어서 이야기하면 찬실이라는 이름이 빛날 찬열매 실, 빛나는 열매라는 뜻의 이름이거든요. 그렇게 지은 이유는 이 여자가 마흔이 되기까지 자기 꿈을 향해서 평생을 달렸는데도 결실을 맺지 못하는 안타까운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지어준 소망의 이름이거든요. 그렇다 보니 찬실이를 대변할만한 상징적인 무엇인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바로 모과나무입니다. 모과나무는 찬실인거죠. 그런데 외국인 여자가 등장하잖아요? 여기에 사연이 있어요. 소피라는 배우 집 내관은 이태원이에요. 그리고 소피 집 앞은 성남이에요. 성남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아서 영화를 촬영해서 성남 분량을 찍어야 하는 조항이 있었거든요. 사실 그러다 보니 공간의 안팎이 다르잖아요. 그런데 관객들은 사실 거의 모를 수 있는 거죠. 예민한 몇몇 관객분들, 성남에 사신다든지, 이태원에 사시는 분들은 그걸 알아차릴 수 있잖아요? 그것이 저한테 결벽증처럼 찝찝하고 불안했어요. 그래서 그걸 상쇄시킬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해봤더니 소피 집이 이태원이니까 이태원에 외국인들 많잖아요? 소피 집 앞 외국인을 한 명 세워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제가 외국인 보조출연자를 불렀거든요? 그런데 외국인 보조출연자가 한국인 보조출연자보다 가격이 3배 더 비싸요(탄식). 그래서 많이 못 불러요. 한 분만 섭외했어요. 그런데 촬영날짜가 다가올수록 이태원에 외국인 한 명 있다고 그게 이태원 같이 보입니까? 잘못 생각했다고 깨달았거든요. 그렇다고 불러놓은 사람을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그러면 이왕이면 제대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외국인은 이미지적으로 우리에게 낯선 존재잖아요, 그랬을 때 (찬실이가) 자기도 몰랐던 자기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깊은 내면의 고민으로 빠져드는 시간을 겪게 되잖아요? 그러면 자기도 몰랐던 자기의 낯선 존재를 마주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세히 보면 외국인이 입고 있는 옷이 찬실이가 입고 있는 옷하고 흡사하거든요. 찬실이가 찬실이를 만난 겁니다. 그래서 낯선 찬실이가 먼저 아는 척을 하거든요. 그러면 찬실이가 나무를 올려보면서 나하고 닮았나, 그런 말을 하잖아요. 그러면서 (카메라가) 열매로 들어가잖아요. , 사과, . 그게 찬실이, 찬실이, 찬실이. 그렇게 해서 구성된 신인데, 이걸 이렇게 길게 설명을 해야 고개를 끄덕이니(일동 웃음) 잘못 만든 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화정 : (강말금 배우에게) 그런 설명을 들으셨어요?

 

강말금 : 저는 GV를 다니면서 다섯 번째. 그 당시에는 그냥 시키는 대로(웃음).

 

이화정 :저는 여러 차례 보면서 저 나무가 뭐지? 모과나무라는 게 있다는 걸 처음 봤어요.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를 활용하잖아요? 대추나무, 감나무 이런 게 나올 줄 알았는데 설명을 들으면서 감독님의 결벽증 적인 성격이 드러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길게 설명을 해야 숨은 뜻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웃음). 질문을 이어갈게요. 질문 있으신 분 손 들어주세요.

 

관객2 : 이 영화를 많이 봤는데 장국영하고 대화하는 장면에서 혹시 감독님이 장국영이 나오는 꿈을 꾸셨는지 궁금하고, 꿈에서 장국영하고 대화하신 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초희 : 장국영님은 정말 매정하신 분입니다. 제 꿈에 한 번도 안 나왔어요. (일동 웃음) 그토록 보고 싶은데, 그리고 제가 이 인물을 만들게 된 이유는 제가 이 시나리오 쓸 때 영화 그만두려고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진짜 꺼져가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불씨를 저 스스로 지펴야 했습니다. 제가 안 지펴도 사람들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제가 영화를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얼마나 사랑했었는지에 대한 기억까지도 다 반추해봐야 했었거든요. 그때 스스로에게 어떻게 영화를 처음에 좋아하게 됐냐고 물어보니까, 저는 홍콩 영화를 보면서 열광하던 세대의 영화를 좋아하게 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영화는 정말 재밌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는데, 사는 게 녹록지 않고 방황하고 고민도 하다 보니 20대 초반에 예술 영화들을 좋아하게 되면서. 소위 말하는 시네필이 되면서, 홍콩 영화에 삶의 치열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를 보기 드물잖아요. 그렇다 보니 저 역시도 홍콩 영화를 멀리하고 잊고 지냈어요. 그런데 영화를 사랑하게 된 초심을 떠올려보니 진짜 천진난만하게 홍콩 영화를 좋아하던 사람이더라고요. 그걸 인정했어요. 나는 홍콩 영화를 제일 좋아했던 사람이구나, 그걸 떠올리니 초심 맨 앞줄에 장국영이 있었어요. 그 배우는 안타깝게 우리 곁을 일찍 떠난 배우이다 보니 저한테는 제 마음속에 빅 스타로 남아있던거죠. 그랬을 때 정말 그 배우가 수호천사, 요정처럼 제 옆에서 말을 걸어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면 다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불태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상상을 하면서 판타지적인 인물을 영화 속에 끌어오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장국영이 나오게 됐네요.

 

이화정 : 이후에 한 10만 관객 하면 장국영 배우님이 김초희 감독님 꿈에 나오셨으면 좋을 거 같고. 보통 김영민 꿈에 나와야 맞아요. 보통 그 역할을 한 배우에게 나오는데, 예전에 최민식 배우가 이순신 장군 연기하면서 한번 꿈에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한다고 했는데 안 나오죠. 아까 감독님 말씀하신 거처럼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고 우리한테는 영원하게 우상으로 남아있는 배우니까.

 

김초희 : 현빈은 그렇게 꿈에 자주 나오던데. (일동 웃음) 저는 진짜 왜 나오는지 모를 정도로 나올 때가 있었어요. <시크릿 가든> 할 때.

 

이화정 : 어쨌든 우리 모두에게 누군가에라도 장국영 배우님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질문을 하나만 더 받아볼까요? 두 분이 한꺼번에 드셨으니까, 이따가 드릴게요.

 

관객3 : 찬실이하고 저하고 동갑이더라고요.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재밌는 유머 코드로 좀 위안을 받고 이래서 좋고 유머 코드를 살린 감독님의 다음 영화가 기대가 되고. 배우님도 매력적이셔서 앞으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는 걸 보고 싶은데, 영화를 늦게 시작하셨다고 하셨잖아요. 시작하게 된 계기하고 찬실이처럼 힘든 시기도 있었을 거 같아요. 그럴 때 배우님은 어떻게 극복을 하셨는지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강말금 : 제가 이거 찍을 때 마흔 살이었거든요. 찬실이하고 동갑이었는데 동갑이라고 하시니 저보다 아래시네요. (일동 웃음) 저는 연극배우로 출발을 했고 연극극단에 스물아홉 살에 들어가서 지금 14년 차에요. 그런데 연극극단에 들어가서 제가 부산사람인데 서울에 있는 극단에 들어가니까 대사가 안 돼서 대사가 없었어요. 지금은 너무 이해가 가지만 그땐 너무 답답했거든요. 인형을 조종하는 극단이었는데, 인형만 맨날 깎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극단에서 아르바이트로 그 당시에 스펀지라는 예능프로의 범죄 노트라는 곳에 아르바이트를 간 거예요. 한 꼭지 주셨어요. 그래서 하고 왔는데 그다음에 부르실 때 주인공으로 부르시는 거예요. 재연 드라마이긴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구나 라고 처음 알게 됐고 그 이후에 극단을 나오게 됐는데 어디다 대사로 했던 배우가 아닌데 배우라고 하기에도 민망하고 연극을 어떻게 다시 시작하지 고민하다가, 필름 메이커스라는 영화인 구인 구직 사이트가 있는데 거기에 보면 처음 하시는 분도 괜찮습니다, 이런 분도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서 석 달 동안 프로필을 넣은 끝에 첫 영화를 찍었어요. 성균관대학교 졸업 영화였는데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해서 단편 영화들을 찍기 시작했는데 어느 시점에는 연극배우로 풀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렇게 풀리니까 단편영화를 더 이상 스케쥴이 안 맞아서 찍을 수가 없었고 그렇게 오다가 지금까지 오게 됐는데 저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적은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제일 힘들었던 때는 엄마가 아팠을 때. 그때가 제가 배우로 막 캐스팅이 되기 시작하던 때였어요. 그런데 엄마가 아프시고 재활병원에서 3년을 계셨는데 어느 기간에 한 6개월 정도 제가 부산에 내려가서, 그때 되니까 마음이 너무 괴로워서 연극이 재밌지가 않더라고요. MT를 가도 재미가 없고 연극을 해도 너무 무가치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재활병원에 엄마랑 같이 거기에 아프신 분들이랑 병원 생활을 같이 하면서, 개선이 될 여지가 없는데 매일 너무 열심히 하고. 거기 있던 분들 다 친절하셨거든요? 서로한테 배려도 많고. 이런 문화를 경험하고 나서는 예전과는 가치관이 좀 달라진 거 같아요. 그런데 어쨌든 이걸 밀고 나가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서른 살에 시작하기 전에는 10년 동안 하고 싶었고 이게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에 다른 걸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아마 이렇게 공격적으로 바꿔보자 하는 생각이 시작된 거 같은데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찬실이 여기에 좋은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공감 할 수 있는 건 큰 게 하나 잘못됐다고 해서 좌절을 하지만 오히려 황무지 같은 데 서 있다 나는 망했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좋은 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일단 찬실이가 인복이 있잖아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서 즐거움을 얻는 그런 부분들. 저도 이제 황무지라서 내 배우 일이 잘될지 안 될지 알 수도 없는 순간에도 봄에는 꽃이 피잖아요? 그리고 친구들은 이렇게 절 웃겨주기도 하고 맛있는 거 사주기도 하고. 오히려 그렇게 황무지에서 생각을 정리하면서 살아왔던 거 같아요. 어쩌다 보니 말이 길었습니다. (일동 박수)

 

김초희 : 어머니 아픈 건 알았지만, 듣기 좋았던 말이었던 거 같아요. 잘 들었습니다.

 

이화정 : 지금은 계속 이렇게 쭉 직진으로 활동하실 힘을 얻으신 거죠?

 

강말금 : . 어머니가 지금 못 걸으시는데 전동휠체어가 생기셔서 동네를 무법자처럼 돌아다니시고(웃음). 그러니까 약간 장애를 인정하게 됐죠. 그런데 사실 언니가 어머니를 혼자 돌보고 있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누구나 안고 있지 않습니까? 그 정도로 무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화정 : 오늘은 진짜 재킷을 입고 오셨고 머리도 찬실이 할 때보다 단정한 단발 길이로 길고, 이런 느낌을 보면서 들어오기 전에 여성 국회의원 역할 들어오면, (일동웃음) 얼굴 싹 바꾸고 찬실이처럼 웃기지 않고 너무 사투리 안 쓰고 되게 지적으로 나오면 너무 잘 어울리실 거 같아요. 찬실이 이후로 어떤 역할 할지 너무 궁금하고,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박수) 감독님의 다음 작품 지금 시나리오를 쓰시죠?

 

김초희 : 저는 다음 작품 만들고 싶고 만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세상에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전 제일 큰 두려움이 어릴 때도 그렇고 인생이 계획대로 안 된다고 하거든요. (강말금 배우를 보면서) 연기를 하려고 하는 그 순간에 어머니 아팠다고 하셨잖아요. 참 그게 이거 하겠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기도 하고 또 안다고 해서 달라질까 싶은데, 일단 전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으니까 용기가 생겨서 진짜 열심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열심히 그거대로 할 텐데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차기작이라는 걸 할 수 있더라고요. 거기에 맞춰서 가볼 것이고.

 

이화정 : 너무 변명하지 마시고(웃음). 영화에서 벌써 많이 쓰셨던데, 그렇게 시나리오 많이 나오는 장면 처음 봤어요.

 

김초희 :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보다 중요한 건 저한테 그때마다 주어진 삶의 조건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속에서 하루하루 잘 사는 겁니다. 그래야 제가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도 있고 위기를 겪게 되면 꿋꿋이 헤쳐나갈 수도 있을 것이고 열심히 할게요! (박수)

 

관객4 : (강말금 배우님께) 연기자로서의 삶이 행복한가요? 연기자가 아닌 보통 사람의 삶과 비교했을 때 더 행복하고 가치 있고 전 그게 되게 궁금해요. 연기자는 캐릭터나 감독의 디렉션의 조건에 맞춰야 하는 삶이고 보통의 삶도 마찬가지로 사회의 가치라던가 주변의 눈치, 제도권의 영향 그런 거에 맞춰야 하는 삶에서 비슷할 거 같은데 꼭 연기자의 삶이 행복한지 궁금합니다.

 

강말금 : 연기자의 삶이 사실 연기를 너무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아마 그 당시를 생각하면 안 하면 자살을 하겠다, 이런 의미가 아니고 안 하면 죽을 거 같아서 시작했을 텐데. 그건 연기가 어떤 건지 한 번도 이성적으로 생각해 본 적 없이 마음만 너무 크게 시작했기 때문에 아주 오랜 시간을 제 열망만 가득한 환상을 깨는데 시간을 썼던 거 같아요. 연기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별로 가치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서 너무 놀랐어요. 저는 인형극 극단에 들어갈 때 친구들한테 용돈도 받고 그랬어요. 그때 너네 결혼하면 너네 애기한테 좋은 연극 보여줄 거야, 스물세 살에 봐서 이 연극 너무 좋아서 들어왔거든 이렇게 말했지만, 막상 들어가니까 제 생각보다 출연하지 못하는 배우가 되게 많았고 그 배우들이 그 안에서 캐스팅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연기를 배우려고 하고 있었고. 그 극단에 대해서 감사한 마음 가지는 것과 별개로 그 안에 또 하나의 왕국이 있었거든요. 그 안에 들어갔고. 그리고 지금도 사실 훨씬 세상에 필요한 일이 많은 데 비해서 이 연기라는 일이 가치가 있지 않다고 정말 무가치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거든요. 다른 사람의 연기가 아니라 제 연기에 대해서요.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지만 요즘 약간 다른 쪽으로 생각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은 감독님이 저한테 해주시는 좋은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려주셔서요. 저한테 용기를 주시려고, 당신 얼굴이 좋고, 그리고 배우는 그 좋은 얼굴을, 어쩌면 제가 생명이 끝나고 난 후에도 그 얼굴이 스크린에 남아서 선물처럼, 마치 좋은 날씨가 우리한테 선물을 주는 것 같이 선물처럼 주는 사람이다. 이런 말씀을 해주셔서 그런 가치가 있구나. 내가 모르는 가치일 수도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이나 이 영화를 보고 힘을 얻으셨다는 분들을 통해서 제가 무가치하다고 생각한 건, 어머니가 아프신데 병원비를 전혀 낼 수도 없고 시간을 들일 수도 없고 창작은 생각보다 공이 많이 드는 데 비해서 그 결과가 좋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그런 일이 모든 창작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데 그래서 갖게 된 생각이었어요. 현재는 제가 마치 큰 산에 가고 싶어서 다가갔는데 숲속에 있어요. 그래서 이 일이 저한테 어떻다고 판단할 수 없이 저는 계속 가야하고 하지만 또 이렇게 좋은 말씀 해주신 분의 이야기가 생각나는데요. 너는 죽을 때까지 쥐고 있을 밧줄을 가지고 있다. 좋은 밧줄을 가지고 있구나,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거든요. 제 일이 찬실이처럼 좋은 작품을 만나서 잘 될 수도 있고, 혹은 좀 안 될 수도 있고 돈이 없을 수도 있고 벌 수도 있고 알 수 없지만. 일단 제가 배우라는 안경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그것이 내가 죽을 때까지 지루하진 않겠다, 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고. 그리고 사실은 굉장히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말은 이렇게 해도 열심히 할 겁니다. (박수 및 웃음)

 

이화정 : 올해의 영화. 앞으로 개봉할 영화들이 많기 때문에 올해 1등 영화인지 각자 다들 판단을 하시겠지만, 저는 이 영화에 마지막 장면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 거 같아요. 작은 손전등 빛이 정말 작지만, 어느 순간에는 굉장히 절실하고 유일한 빛이 될 수 있잖아요? 그게 영화로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이 주는 감동이 정말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영화를 비춰주셔서 두 분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오늘도 이렇게 질문받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관객과의 대화 나누었는데 인사를 좀 드리고 가야 될 거 같아요. 마지막 인사 한 말씀씩 하면서 끝내보도록 할게요.

 

김초희 : 우선 제가 생각했던 거보다 관객분들이 많아서 너무 기쁘고(웃음), 다시 한번 영화가 무언가에 대해서 생각을 했습니다. 늘 생각하지만 24시간 영화 생각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웃음). 그런데 여러분들 만나고 질문받고. 또 배우님 좋은 이야기 듣고 하니까 참 영화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질문해 주신 관객분의 말을 더 보태자면, 저는 배우라는 직업이 정말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그 배우가 멋진 역할을 해서 행복했냐고 물어보면 거기에는 답을 하기가 힘들어요. 왜냐면 배우라는 것이 무엇 때문에 멋진 직업인가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한 적이 있거든요? 그 이유는 얼굴이 좋고, 흔히 말하듯 외모가 잘생겼고 연기를 본능적으로 잘하고 그런 사람도 배우를 하기도 하지만 운명적으로 그걸 안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랬을 때 어떤 배우가 연기를 하는 건 되게 짧고, 대부분 많은 배우들이 연기를 하지 않는 시간들이 있잖아요. 그때 어떻게 사는가, 그 사람도 운명적으로 만났던 사건들이 있을 거 아니에요. 그때 겪었던 힘듦과 고통과 그런 것들이 다 응축되었다가 연기를 하는 그 순간에 카메라 앞에서 폭발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사람의 인생을 공짜로 사는 겁니다. 그것이 그렇게 물질화되어서 영화라는 매체에 각인이 되어서 이 사람이 죽어도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거든요. 저한테는 영화라는 것이 신비스럽고 사랑스러운 매체일 수밖에 없는 게, 어떤 삶이 수없이 아픔과 좌절과 그런 궤적을 그리다가 이 감독의 생각과 여러 사람의 팀워크로 이 배우를 통해서 나와서 물질적인 매체에 각인되는, 우리가 이것을 죽어서도 어떤 모르는 누군가 불 꺼진 객석에서 보고 감동받는 다는 거, 생각만 해도 너무 아름답지 않습니까? 제가 그래서 영화를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하겠습니다.

 

강말금 : 강릉에 와서 너무 좋고 가서 이런 자리 가지고 또 가서 회에 소주 먹으면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일동 웃음) 지금은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하는 공간이어서. 롤러장 같아요. (일동 웃음) 반갑고, 영화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해서 좋고 아까 제가 했지만 사실 호떡집 장사가 호떡 기름 뜨거워요, 이렇게 하는 거하고 별 차이는 없습니다. 그냥 호떡을 맛있게, 행복한 자리라고 생각을 하고 이런 눈빛을 받으면서 강릉에 와서 이런 좋은 극장에서 너무 좋은 밤인 거 같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화정 : 여러분 너무 감사합니다. 진짜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지 영화라는, 이거 너무 고색창연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더 와 닿는 말인 거 같아요. 그래서 이 공간 안에서 우리가 같이 만나서 너무 좋은 시간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다들 진짜 건강 조심하시길 바라면서 오늘 <찬실이는 복도 많지> GV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