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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보리 | 김진유 감독, 김아송·이린하·황유림·허지나·곽진석 배우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0. 5. 3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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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보리>

/2020. 05. 24.

 

정지혜 영화평론가 진행

김진유 감독, 김아송 배우, 이린하 배우, 황유림 배우, 허지나 배우, 곽진석 배우 초청

 

정지혜 : 오늘 이 영화가 강릉 신영에서 관객 분들 만나는 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감독님께서 주문진에서 지금도 작업을 하고 있고 또 그곳이 배경인 영화를 만들고 본인이 어떤 이 공간, 이 지역에서 겪었던 여러 가지 어떤 고민들을 영화에 그대로 담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오늘 오신 관객분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제 짐작에는 가장 이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은 분들이 오늘 이 자리에 많이 오신 게 아닐까 짐작이 됩니다. 감독님께 먼저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진유 : 반갑습니다. 21일 날 개봉을 해서 전국 상영관을 돌고 있는데요, 강릉에 와서 마음이 정말 편하고요. (일동 웃음) 이렇게 같이 봐주셔서 감사하고, 어떤 지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극장도 많이 찾아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코로나 이 시기를 잘 이겨내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지혜 : 배우분들께 인사 말씀 청하기 전에요 오늘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영화에 자막이 들어가 있고 또 오늘 같이 수화통역을 함께해주십니다. 그래서 더 뜻깊은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배우분들도 한 분 한 분 인사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김아송 : 제가 예전에도 신영극장에 와서 이번이 두 번째인가 그런데, 저번에도 여기 왔을 때 너무 인상 깊어서 다시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왔을 때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그래서 너무 이렇게 코로나 시국에 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일동 웃음) 즐겁게 봐주셨는지 모르겠지만 <나는보리>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황유림 : , 저는 정말 간단하게 이렇게 극장 와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리고요. <나는보리>에서 은정 역을 맡은 황유림입니다.

 

이린하 : 안녕하세요. <나는보리>에서 나정우 역을 맡은 이린하입니다. 감사합니다.

 

곽진석 : 아빠 역의 곽진석입니다. 매진 만세! (일동 환호)

 

허지나 : 보리와 정우의 엄마 허지나입니다. 와주셔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강릉 만세. (일동 박수) 코코야 인사해. 반갑답니다. (웃음)

 

정지혜 : 제가 몇 가지 서두에 질문을 드리고요. 관객분들께서 아마 궁금한 게 아마 많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이크를 객석으로 넘기고자 합니다. 이 영화는 마지막 부분에서도 자막으로 감독님께서 이 작업을 어떤 분들에게 조금 더 보여주고 싶으셨는지 짧게 넣어두시기도 했는데요. 영화마다 어떤 그 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그때의 시기마다 자신의 어떤 고민들. 영화적 고민들을 영화에 아주 깊게 새겨 넣고는 하는 것 같은데, 어떤 영화들은 정말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시작하기도 하고, 다른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서 그 영화가 출발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 영화의 경우는 그런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뭐랄까요,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가 어려울 것 같은? 그런 아주 마음 깊이 오랫동안 생각하고 경험하고, 그리고 그것을 영화로 만들어낸 경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이 영화의 어떤 여러 가지 미덕과 장점 중에는 깊은 감독님의 시선이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울림을 만들어내는 지점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 그래서 더 담담하고 담백하게 이 영화가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 좀 이 영화에 어떤 시작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주시면 어떨까요?

 

김진유 : 많은 영화감독님들이 처음 작업하게 됐을 때 본인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잖아요. 그리고서 다음 상상하는 영역의 이야기들을 펼치는데, 저도 자연스럽게 제 이야기를 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뭐 특별하게 이 영화는 이렇게 보여야지, 저렇게 보여야지 하고 생각 했던 건 아니고요. 편안하게 제가 겪었던 이야기들을 보여드리고자 했던 거죠. 그리고 제 기억 속에 어떤 불편했던 지점들을 꺼내보자였던 거고. 그리고 여기 영화를 완성해서 극장에서 영화를 같이 볼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게 너무나 행복하고 좋습니다. 아 그리고 영화 속에 나온 배우들 중에 이린하 배우의 친형인데 보리 친구로 나왔던 배우가 있어요. 인사시켜드리고 싶어서요.

 

정지혜 : 반갑습니다. (일동 박수)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해주세요. 감독님. 사실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 농인인 부모 밑에서 청인인 자식이 겪는 이야기가 여러 갈래가 있을 수 있는데, 그 어떤 고민 혹은 편견? 다른 어려움 같은 것들을 이 영화에서도 물론 우리가 볼 수 있었으나, 그 지점보다는 보리를 중심으로 가족이 뭐랄까요. 서로가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다른 언어를 쓰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더 좀 주의 깊게 한 번쯤 봐달라라는 것이 더 강한 영화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실 여러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는 이 문제를 보리를 중심으로 한 같은 언어, 다른 언어를 쓰는 것에서 오는 차이, 고민, 외로움에 초점을 맞추셨던 이유가 분명히 있으실 것 같아요.

 

김진유 : . 제가 실제로 어머니 아버지가 청각장애인이세요. 그리고 농부모 아래서 태어난 자녀를 코다라고 하거든요. Children Of Deaf Adult라는 용어의 약자로 제가 코다로서 겪었던 경험들. 예를 들면 영화 속에서 버스 티켓을 끊을 때 제가 해야 하는 역할, 그리고 택시 안에서 어디서 내려달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저의 몫이었고 집에 전화가 오거나 전화를 하는 것이 제 몫이었던 거죠. 그런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꺼내고 싶었고요.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서 이제 청인들한테는 농인이 농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지점을 더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인공와우 수술도 물론 좋지만, 청인들의 기준에선 소리가 들리는 세상이 좋잖아요. 근데 농인으로 태어나신 분들은 농인인게 당연한 삶인 거잖아요. 그런 삶이 있다는 걸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던 측면이 더 있습니다.

 

정지혜 : 이 영화는 정말 배우분들이 열일하시고 다 만드셨다(웃음)는 생각이 드는데요 특히 아역배우분들도 정말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저도 자료를 좀 찾아보니까 이분들이 연기를 이번 영화를 통해서 세 분 모두 처음 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어땠나요? 사실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처음 오디션을 본 거였죠?

 

김아송 : 저는 오디션을 보면서 제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엄마가 통화를 딱 받았을 때 저보고 됐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저 그때 정말 실감이 안 나고 너무 기뻤어요. 제가 특히나 하고 싶었던 영화였거든요. <나는보리>가 특별한 소재잖아요. 그래서 저는 원래 특별한 소재를 정말 좋아하는데 <나는보리>가 그런 영화고, 제 첫 영화가 그런 특별한 영화라는 게 되게 기뻤어요.

 

정지혜 : 보리는 어떤 아이에요?

 

김아송 : 보리는 엄마랑 아빠랑 동생이 안 들리잖아요. 그래서 가족하고 바깥세상을 이어주니까 좀 생각이 많고 그런 아이인 것 같아요.

 

정지혜 : 저는 강릉 신영에서 <나는보리> GV가 두 번짼데 처음 할 때는 우리가 못 만났는데요. 오늘 딱 보니까 영화를 이번에 다시 보면서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보리와는 또 다른 야무진 면들이 있어서 놀랐는데요 현장에서 재미있었어요? 영화 처음 작업해 봤는데.

 

황유림 : 그럼요. 엄청나게 재밌었죠. (일동 웃음) 스태프분들하고 그리고 특히 보리하고 정우하고 가족분들 그리고 우리 감독님이 너무너무 재밌고 신나게 대해주셔서 정말 행복하게 촬영했고요. 제가 사실 현실 속에서 은정이랑 똑같다고 보시면 돼요. 정말 은정이처럼 친구들을 구해주기도 하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야무지거든요. (일동 웃음) 그래가지고 딱 아, 그냥 저건 나다. 이러고서는 오디션 보고 턱하고 합격해서 자석처럼 끌려갔어요. (일동 웃음) 한마디로 요약해서 정말 재밌었습니다.

 

정지혜 : 이린하 배우님은 어땠어요? 촬영하면서 정우라는 인물. 실제로 배우님이 축구를 굉장히 잘한다고 제가 알고 있습니다. 약간의 변화가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촬영은 어땠나요?

 

이린하 : 촬영은 너무 좋았고, 여기 은정이 누나랑 보리 누나랑 엄마, 아빠, 감독님이 너무 잘 챙겨주셔서 촬영은 너무 재미있게 했고, 재미있게 했습니다. (일동 웃음)

 

정지혜 : 모든 게 완벽했군요. (웃음) 축구는 어떻게 계속하고 있어요?

 

이린하 : 축구는 그때 이후로 발을 한번 다쳐서 축구는 지금 안 하고 있습니다.

 

정지혜 : 그때 만났을 때는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얘기했었는데.

 

이린하 : 축구선수랑 배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때는 고민을 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정지혜 : 지금은 결정했나요?

 

이린하 : , 배우요. (일동 박수)

 

정지혜 : 곽진석 배우님. 사실 감독님의 역할도 굉장히 크지만, 이 영화에서 배우분들의 합을 맞춰가는 데 있어서 이 두 분의 역할이 또 엄청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분이 실제로...

 

곽진석 : , 오래 알고 지내던 사이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김진유 감독의 첫 장편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첫 단편영화 만든 과정과 그전에 또 이미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던 어렸을 때 청년의 모습부터 지켜봐 왔던 친구여서 워낙 돈독하기도 했었는데. 요번에 같이, 이렇게 그 청년이 우리 감독님이 되기까지의 그 세월을 생각하면 저도 이 과정 자체가 감동스럽고 감개무량하죠. 저도.

 

정지혜 :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부담? 책임감? 이런 것도 있으셨을 테고, 또 역할을 준비해야 하는 과정도 감독님하고 조금 더 이야기를 좀 많이 나누지 않으셨을까 싶은데요?

 

곽진석 : 어렵지는 않았어요. 쉽지는 않죠. 근데 물론 쉽게 촬영을 하는 영화가 없잖아요. 다들 힘들게 촬영해서 만들어내는 자식 같은 작품들을 만들어내는데, 저희는 사실 그렇게 다 끝나고 나서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했을 때 자신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만큼 저희가 너무 행복하게 찍었고,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감독님이 잘 끄집어내 줬고 우리도 그만큼 믿고 촬영했기 때문에 굳이 힘들게 찍었으니 봐주세요, 라고 할 이유가 없겠더라고요. 너무 좋은 작품인 거 다들 알아봐 주시고 한 분도 안 나가신 것 같은데, 다 이유가 있는 거죠. 감사합니다. (일동 박수)

 

정지혜 : 허지나 배우님. 다른 언어를 배워야 했던 과정도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허지나 : 저희 가족이 함께 조희경 선생님께 수어 수업을 함께 받았었고, 그 후에 각자 대사 안에 있는 내용으로 수어를 숙지하거나 외웠고 그 외에 더 하고 싶은 것들은 따로 home sign이라고 해서 집에서 쓰는 언어를 연습해서 감독님께 허락을 맡아서 같이 사용을 하거나 아니면 촬영 현장에서 바로바로 수정해나가면서 감독님이랑 같이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촬영했던 것 같습니다.

 

정지혜 : 코코는 현장에서 어땠나요? 코코 배우님의 활약도 얘기를 좀 듣고 싶네요.

 

허지나 : 영화 보셨다시피 코코가 또 얌전하고 과묵한 아이에요. 코코 때문에 NG 난 적이 정말 한 번도 없고요. 그렇게 슛 들어가고 컷이 돼도 얌전하게 연결은 참 잘 맞추는 정말 코코한테 감사했습니다. (웃음)

 

정지혜 : 이렇게 영화에 등장한 적은 처음이죠?

 

허지나 : 코코는 처음이었고요. 뭐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요? 코코는 이제 보리가족으로 끝내려고요. (웃음)

 

정지혜 : 고생 많으셨습니다. (웃음) 사실 보리 역을 맡은 아송 배우에게 조금 더 물어보고 싶었어요. 이 영화에서 사실 굉장히 좀 외로운 역할이기도 하잖아요. 가족을 생각하는 깊은 마음도 있고 또 뭔가 아직은 어리기 때문에 더 애정을 받고 싶은 마음도 컸을 거 같고, 말 못 할 혼자 끙끙 앓아야 하는 순간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그런 게 좀 보리를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 보리에 대한 마음이 더 생겼을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이 보리라는 캐릭터가 와닿았을 것 같거든요.

 

김아송 : 원래 저는 보리랑 좀 안 맞는 성격이었는데 원래는 발랄하고 되게 활발하고 생각도 그렇게 보리처럼 많이 하지도 않고. (일동 웃음) 근데 이게 딱 들어왔을 때 맨 처음에 연기를 할 때는 그냥 좀 이걸 잘 못 잡아서 잘 못했는데 감독님께서 보리로 들어와, 이렇게 말씀하셔서 제가 보리라고 생각을 하고 몇 번 연기를 해보니까 그 연기를 할 때 말고도 제가 보리 같은 모습이 계속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연기를 했을 때 몰입도 잘 되고 제가 보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감독님께서 조금 얘기 좀 해주세요. 배우분들하고 어떻게 작업을 해 나가셨을까.

 

김진유 : 제가 특별하게 뭐 요구했던 디렉팅은 사실 없고요. 그리고 또 배우들이 준비한 연기를 보고 각자 해석한 연기를 보고 나서 큰 틀에서 거슬리지 않는 형태면 거의 연기를 다 믿어주는 형태로 더 할 수 있게끔 했거든요. 그래서 각자 다 열심히 해줬고 저는 특별한 디렉팅을 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어떤 집중을 못 한다거나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평소 아송이 배우의 모습이 엄청나게 에너지가 폭발하거든요. (웃음) 주변에 이제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했고 근데 이제 그런 모습을 하다가 이제 슛이 들어가면 약간의 기분이 남아있으니까 그 기분들을 약간 눌러주는 형태? 그래서 보리로 돌아와. 정도의 대화인 거죠. 그래서 그거를 다 잘해줘서 지금 이 영화가 탄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지혜 : 감독님께서 그러면 배우분들의 어떤 디렉팅이라기 보다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만들어가면서 내가 이렇게 해 나가려고 하는 계획 속에서 이런 방식으로는 찍지 말아야지, 아니면 이런 것들은 넣지 말아야지라고 스스로 좀 약속한 부분들이 있으셨을 거라고 생각이 돼요.

 

김진유 : 감정을 몰아가거나 어떤 한 배우가 드러나는 형태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게 어떤 영화가 이제 농인에 관한 이야기이고 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래서 약간 어느 정도의 거리 두기가 필요했던 거고. 그리고 이제 영화를 보실 때 어떤 농인 가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계속 바라보는 형태로 느꼈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어서 어떤 한 인물을 더 집중적으로 보여주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게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렇게 연출했습니다.

 

정지혜 : 전 조금 더 덧붙여서 여쭤보고 싶은 게 이 영화에는 정말 큰 사건이 있잖아요. 가족이 직면한. 그런데 이제 그게 스펙타클하게 갈 수도 있고 그걸 상투적으로 혹은 우리가 많이 다루는 어떤 영화에서 봤던 그런 장면들로도 갈 수 있을 법했는데 그런 것들을 다 거둬 내고 아주 담백하게 영화를 찍어내셨어요. 보리가 극단적인 선택들을 해 나갈 때 그리고 그것을 가족분들이 너무 그것에 혹은 친구들이 거기에 격하게 반응을 하거나 그러지 않고 그 순간들을 덤덤히 넘기거나 다른 방식으로 거기에 반응하는 모습이 이 영화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했고, 이 영화에서 조금 아주 안정적으로 이제 가족들의 변화를 우리가 따라갈 수 있게끔 하는 그런 미덕이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그런 선택 역시도 감독님께서 조금 이런 방식은 나와 맞지 않다거나 내가 생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촬영을 하셨을 것 같아요.

 

김진유 : 다 말씀해 주셔서 이 부분에 정말 많은 생각을 해서 연출을 했고요. 어떤 큰 사건이 있을 때 저는 평소에 어머니 아버지나 그리고 주변 분들이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그렇게 크게 반응하지 않았었거든요. 그래서 저한테는 큰 사건이었는데 주변에 있는 분들이 가족들이 크게 반응하지 않고 그런 모습 때문에 덤덤하게 지금 하나씩 하나씩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영화 속에서도 드러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들었습니다. (웃음)

 

정지혜 : , 관객분들께 질문을 받아볼게요. 혹시 궁금하거나 어떻게 영화를 보셨다 이야기를 해주셔도 좋고요. 손들어주시면 저희가 마이크를 전달하겠습니다.

 

관객1 : 안녕하세요 저는 <나는보리> 1년 동안 기다렸다가 드디어 개봉해서 너무 행복해요. (일동 웃음) 감독님께 여쭙고 싶은데요. 은정이랑 보리랑 공책에 써서 대화할 때 보면은 보리는 항상 파란색 색연필을 사용하고 은정이는 초록색 색연필을 사용하는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건지 궁금해요.

 

김진유 : 특별한 의도가 있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색깔을 선택할 때 제일 처음에 그 장면을 찍을 때 물어봤어요. 어떤 색깔을 좋아해? 그래서 서로 각자가 좋아하는 색깔로 하게 된 거거든요. 제가 특별히 빨간색 파란색을 요구했던 건 아니고 그때 촬영 당시에 어떤 색으로 쓸래 했을 때 각자가 좋아하는 색깔로 촬영하게 됐습니다.

 

정지혜 : 혹시 색연필에 비하인드 스토리 뭐 이런 게 있으면 얘기해줄 게 있나요?

 

김아송 : 색연필을 가지고 썼던 공책이 아직 있거든요. 그때 그걸로 계속 찍지 않았을 때는 그걸로 계속 대화하면서 흉내 내보면서 했던 기억도 나요. 거기에 다 이상한 것들도 다 적혀있고 우리가 했던 대화가 다 있더라고요. 그거를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보곤 합니다.

 

황유림 : 저는 생각나는 게 딱 한 가지 있는데 그 보리가 소리를 잃었다고 거짓말을 했을 때 제가 집에 아무도 없다고 손동작으로 막 표현을 했었잖아요. 그거를 보리가 이제 공책에 쓴 거고 근데 공책을 펴서 줘야 하는데 저희가 했던 대화들이 쫘르르 이렇게 나와 있는 거예요. 그거를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엄청나게 너무 힘들었어요. (웃음)

 

김진유 : 두 명이 풀샷에서 공책을 폈을 때 화면에서는 내용이 안 나오니까. 그 부분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관객2 : 김아송 배우님께 물어보고 싶은데요. 좀 인상 깊게 본 장면이 바다에 빠져들다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잖아요. 그때 좀 속이는 그런 행동을 했는데 그때 약간 좀 답답한 느낌이었어요. 그게 좀 영화를 몰입시키게 하는데 좀 표현을 하자면 고구마를 먹다가 사이다 없어가지고 물로 마셔서 넘긴 느낌이거든요. 좀 답답하지만 약간 설득된 느낌을 받았어요. 물어볼 질문은 거짓말을 하잖아요. 이렇게 행동하면서 자기 자신이 그걸 연기를 하면서 약간 답답한 느낌이 있었나요?

 

김아송 : 그 연기를 할 때 실제로는 들리고 안 들리는 척을 하는 건데 그때 그냥 너무 편하게 연기했던 거 같아요. 그냥 자다가 의식을 잃었다가 딱 깼을 때 그때 자기가 진짜 안 들린다고 생각을 하고 수화로 대화를 했을 때 답답한 느낌은 없었어요. 어차피 이야기는 통하는 거고 얘기를 이렇게 나눌 수 있으니까 답답한 느낌은 없었어요.

 

관객3 : 너무 잘 봤고요. 감독님께 이런 좋은 영화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실제 경험을 하셨는데 본인도 실제로 저런 고민을 하셨었는지 궁금하고요. 나도 안 들리고 싶다는 생각을 진짜 하셨는지도 궁금하고 사실은 본인은 남자 캐릭턴데 여자의 감성을 다루기로 결정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진유 : 제가 뭐 실제로 소리를 잃고 싶다, 까지 정도는 아니고요. 가볍게 어떤 예를 들어보자면 집에서 전화를 받거나 했을 때 부동산 전화를 받으면 뭐 전세는 얼마고 매매가는 얼만데 집을 파실래요? 이런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어요. 근데 그때 당시가 초등학교 1학년이거든요. 근데 제가 잘 모르는 영역이잖아요. 근데 이거를 어머니한테 설명을 해야 되고 집안의 모든 전화를 받는 스트레스? 일요일에 늦잠 자고 싶은데 일요일 아침에 누군가에게 전화가 오면 전 일어나서 받아야 하는 거잖아요. 그럴 때마다 약간 업무 스트레스였던 거죠. (일동 웃음) 소리가 안 들리면 나는 이걸 굳이 안 할 텐데 이런 가벼운 마음이었고요. 그리고 여자 주인공을 했던 거는 2014년도의 <높이뛰기>라는 단편영화가 있어요. 그때 남자아이가 나오는 영화를 찍었고 그때는 약간 아들과 엄마의 사랑 이야기가 중점이었고 이다음에 <나는보리>를 준비할 때는 아빠와 딸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근데 뭐 영화 속에서 이제 주인공이 남자냐 여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요. 지금 보리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자연스럽게 영화를 흘러가게 했으니까 그런 지점이 있습니다.

 

정지혜 : 그래서 아마 지나 배우님의 엄마 역할과 또 외할아버지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들어간 거겠죠? , 또 질문 있으신 분 있으실까요?

 

김진유 : 여기 농인 분들도 계시는데 질문해 주셔도 되거든요.

 

관객4 : 영화 잘 보고 감동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수화에서 중요한 게 얼굴 표정인데 연기를 하실 때 어떻게 수화를 하고 얼굴 표정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아송 :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몸짓으로 하는 거여서 표정이 저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수화를 하면서 표정을 그냥 내가 보리가 됐고 그래서 보리가 보리 가족하고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수화를 한다고 생각을 하고 편하게 해서 표정은 그냥 제가 생각하는 대로 잘 됐던 것 같아요.

 

곽진석 : 저희가 수어 선생님한테 교육받을 때도 표정이 중요하다고 인지를 시켜 주셨고, 그리고 실제로 선생님도 농인분이셨고 그리고 저희가 자료 조사하면서 농인분들을 봤을 때도 표정이 너무 좋으신 거예요. 사실 저희는 훈련받은 배우들인데도 저희 같은 경우에는 감정 표현 때문에 얼굴이 많이 쓰는 편인데도 농인 분들의 그 얼굴 근육 쓰임새를 못 따라가더라고요. 그래서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기도 했었고 사실 그거와 연결되어서 요즘 또 코로나 사태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계셔서 전에 한번 농인 커뮤니티 시사회에서도 그런 이야기들이 나왔어요. 농인 분들이 지금 마스크를 쓰고 계셔서 대화가 그래도 100% 전달이 잘 안되니까. 사실 청인분들도 답답한 생활을 하고 계신데 농인분들은 더 소통에 대한 불편함까지 더해지게 되는 거죠. 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어야 합니다.

 

관객5 : 안녕하세요. 영화 재밌게 봤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왜 하필 짜장면이었는지 그리고 제가 정확히 연기는 모르지만 사실 식사하시는 씬을 찍을 때 온전히 씹을 수가 없잖아요 이게 소리가 같이 들어가고 입에 되게 묻는 음식이고 그래서 왠지 NG도 좀 많이 났을 거 같고 사레도 좀 걸렸을 것 같고 되게 좀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을 거 같은데 또 혹시 짜장면이나 탕수육이 싫어지지는 않으셨는지.

 

이린하 : 짜장면 먹을 때는 짜장면을 먹어서 좋았고 탕수육을 먹을 때는 탕수육을 먹어서 좋았기 때문에 (일동 웃음) 탕수육이나 짜장면이 싫어진 적은 없습니다. (웃음)

 

김아송 : 저도 평소에 짜장면하고 짬뽕을 좋아해서 별로 질리지도 않았고 지금 생각해보니까 좀 신기하게 하나도 안 질리고 너무 맨날 먹을 때마다 맛있게 먹었던 거 같아요.

 

김진유 : 짜장면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 문제였고요. (일동 웃음) 테이크를 한 두세 번 가는데 두세 번 만에 짜장면이 없어지더라고요. (일동 웃음) 그래서 또 새로운 짜장면을 꺼내야 하고. 그리고 또 연출부가 더 시킬까요, 말까요를 물어봤던 적이 있어서. 근데 그때 아송이 혼자 3그릇 정도를 먹었어요. (웃음) 너무 맛있게 먹은 게 문제였고요. 짜장면은 어떤 제 무의식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영화 속에 들어가는 음식 자체가 약간 보편적이고 일상에 있는 음식들로 구성을 해야 됐고 이 영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보편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오고 일상적인 것에 대한 음식이 뭐가 있을까 해서 짜장면이었고요. 그리고 영화를 다 만들고 난 이후에 어머니 아버지랑 집에서 짜장면을 먹었는데 그때 들었던 생각이 가족들이랑 외식을 했던 경험이 없더라고요. 그러면서 아, 이게 우리 가족한테는 집안에서 배달시켜서 먹는 짜장면을 먹는 순간이 우리한테는 특별한 외식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정지혜 : 강릉이나 이쪽에 계신 분들은 잘 아실 거예요. 저도 어렸을 때 이쪽에 있어서 강릉에서 항상 그 이맘때쯤 되면 단오장에 가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래서 극 중에서 보리가 다른 곳으로 갈 때 안 되는데, 이런 마음이 들었었어요. 역시나 짧은 이별이 이 가족에게 찾아오는데요. 그 단오장 장면도 촬영하시기는 어려우셨을 것 같기도 하고 그 불꽃놀이 신도 그렇고 특히 그 장면 안에서 악마의 눈이라고 하는 그 소품이 등장하는 장면도 짧지만 이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조금 계속 우리가 다른 언어를 쓴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돼서 그런지 이번에 다시 보면서는 그 장면도 좀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감독님에게 단오장에서 촬영 하면서의 순간, 일화들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진유 : 단오장 신은 제가 실제로 어렸을 때 똑같은 상황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게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들어간 것 같고요. 그리고 이제 불꽃놀이가 나오는데 저한테 주어진 건 두 번의 기회였어요. 두 번의 폭죽놀이가 있었고 첫째 날에는 보리가 경찰서 앞에서 보리를 걸치고 폭죽놀이를 찍는 게 목표였고, 두 번째 폭죽놀이에서는 넓게 보이던 풀샷 있잖아요. 그게 다른 날이에요. 두 번의 폭죽놀이를 착오 없이 찍어야 해서 긴장을 되게 많이 했고요. 그리고 외국인 상점 같은 경우는 촬영 전날 촬영 장소를 섭외했던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촬영을 못 하겠다고 하신 거예요. 촬영이 내일 안될 것 같다, 그래서 새벽에 주변에 강릉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서 지금 당장 텐트를 설치하고 외국인 상점처럼 꾸며야 할 것 같은데 주변에 이제 텐트를 설치해 주실 분이 있는지. 그리고 여기 있는 박광수 국장님께서 해결해주셨죠. 그래서 그날 새벽에 설치하고 원래 없던 상점인데 저희가 미술팀과 함께 새벽에 만들어서 찍은 곳이거든요. 원래 없던 가게였고 그렇게 힘들게 촬영을 했죠. 어쨌든 영화 속에 나와서 다행인 것 같고요. 아마 그걸 못 해결했으면 그 장면은 아마 없었을 것 같아요. 제가 포기를 되게 잘하거든요. (일동 웃음) 상황이 안 되면 예산이 많지도 않고 다른 형태의 무언가를 생각해서 할 수 있는 걸로 바꿨을 거예요. 근데 다행히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 할 수 있었던 거죠. 악마의 눈은 제가 환경단체에서 운영하는 어떤 숙박업소가 있었어요. 근데 거기에 놀러 갔다가 그걸 지키시는 분이 선물로 주신 거거든요. 나자르 본주라는 걸 주시면서 이건 터키의 부적이고 이제 세상의 모든 시기와 질투를 막아주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하면서 전해 주시는 거예요. 근데 그게 저한테는 되게 어렸을 때 가지고 있었으면 되게 좋았겠다 단순하게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에서 그 물건이 생각이 나는 거예요. 그리고 실제로 단오장에서 많이 파는 물건이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걸 한번 넣어보자 해서 넣게 됐고. 그리고 보리한테도 어떤 의지하는 물건 혹은 의지할 수 있는 어떠한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나중에는 이걸 던지면서 이겨내는 마음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해서 마지막에 나자르 본주를 던지는 겁니다.

 

정지혜 : 곽진석, 허지나님께 코코 배우를 포함하여 실제로 가족이시잖아요. 그런데 가족이 같이 영화 출연을 할 때 어려움과 즐거움이 또 있으실 것 같아요. 그 특히 부부 역으로 같이 호흡을 맞춘다는 것이 그래서 또 잘 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또 서로가 조금 더 주의하거나 조심하거나 이것은 이렇게 현장에서 하지 말자, 라고 하는 서로의 합의 지점이 있지 않으셨을까 싶은데요. 코코 배우님을 포함하여.

 

곽진석 : 사실 그 불편한 점보다는 시너지 효과가 굉장히 컸던 부분들이 많아서 감독님이 캐스팅 제안을 했을 때도 저한테 먼저 이제 제안을 하고 그 얘기를 처음에 나눴는데 그때도 뭐랄까 패키지가 아닌 1+1이 아닌 필수조건이었어요. 허지나 배우랑 같이 하는 게 조건이었어요. 저만 아빠로 하는 게 아니라 허지나 배우가 있어야지 이게 완성된 형태라는 조건이 있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게 좀 부담스럽긴 했었거든요. 이렇게 누구 하나 때문에 가는 것은 아닌가, 뭐 이런 감독님이 혹시나 부담스러운 결정을 한 거 아닌가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런 시너지들이 계속 영화 속에서도 나타나고 하는 게 굉장히 영리한 판단이 아니었을까. (웃음) 저희가 캐스팅된 시기도 영화 촬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리고 연습해야 할 것들이 많은 상황이었는데 저희는 그 한 집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얻는 시간적인 유리한 지점들이 생기다 보니까 아침에 일어나서도 회의를 하고 점심때 밥 먹으면서도 회의를 하고 밤에 자기 전에도 생각나는 대로 그때그때 회의하면서 만들어가는 부분들이 컸어요. 그러다 보니까 또 어떻게 보면 코코도 저희가 출장을 가야 되니까 함께 한 건데 코코는 원래 시나리오상에는 없는 존재였어요. 없는 캐릭터였는데 저희가 오니까 당연한 듯이 왔는데 뭔가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 아이가 나오는 건 어떨까 살짝 제안을 하고 조심스러운 부분이었어요. 원래 아이들도 나오는데 개까지 나오는 건 영화인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꺼리는 상황이었거든요. 굉장히 조심스럽고 사실 스태프분들도 의심의 눈빛이 있었어요. 처음에 코코를 넣느냐 마느냐에 저희도 조심스러운 부분이었고 근데 다행히 코코가 NG가 없고 잘 따라줘서 제가 잘 때 옆에서 잘 자줘서 점점 스태프분들도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요. 코코가 오면 되게 기분 좋게 인사해주고 어떻게 보면 나중에는 코코가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을 하나로 결속하게 하는 완충작용도 해주는 것 같고 그래서 좀 현장 분위기를 말랑말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줬던 것 같아요.

 

정지혜 : 코코 배우가 모든 걸 다 지켜보고 있는듯한 느낌이. (웃음) 허지나 배우님도 말씀해 주세요.

 

허지나 : 앞에서 다 이야기했고요. 저도 똑같고, 저희 둘 다 배우이다 보니까 이 영화 아니고 또 다른 영화의 오디션을 뭐 진행을 해야 하거나 할 때 서로 이제 대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게 진짜 감사한 일이고. 그래서 같은 일을 하는 게 굉장히 편하고, 어떻게 보면 동료이자 친구의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굉장히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촬영도 그래서 더 편하게 잘 진행됐었고. 그리고 화면에서 코코가 얌전히 잘 있지만 한번 딱 뛰어오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거 찍을 때는 에피소드인데 바깥으로 나와야 할 때는 제가 앞에서 소리 없이 유도하거나 해서 코코랑 저랑 그렇게 호흡을 또 같이 맞췄던 것도 있었습니다.

 

정지혜 : 감독님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큰 그림. (일동 웃음)

 

김진유 : , 계획이 다 있었고요. (웃음) 곽진석 배우한테 제안을 했을 때 당시가 촬영이 한 달 반 정도 남았을 때였어요. 촬영을 목표했던 시기에 한 달 반 전이었던 거죠. 그때 곽진석 배우는 저의 상황을 모든 걸 다 알고 있었고 어떤 한 배우랑 하기로 했던 것도 알고 있었고. 근데 그 배우가 막바지에 스케쥴 문제로 못 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고 그때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배우들을 다 다시 보기 시작했던 거죠. 그러다가 이제 곽진석 배우가 생각이 났고, 근데 그런 게 있잖아요. 어쨌든 부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어떤 유명한 남자 배우가 됐어요. 근데 그 배우를 맞춰 줄 수 있는 또 여자 배우를 찾는다는 것이 되게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그리고 시나리오를 줬을 때 줬을 때 감사한 건 대부분의 배우들이 다 하겠다, 였어요. 다 하고 싶다의 긍정적인 반응이었는데 이 조합을 완성하는 게 되게 어려웠던 거죠. 그러는 과정에 곽진석 배우와 허지나 배우가 생각이 났고 이걸 연출부 친구들한테 이야기를 했죠. 내가 곽진석 배우랑 허지나 배우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진을 보여주면서 실제로 부부야 어떻게 생각하니 했을 때 연출부 친구들이 전혀 본 적이 없으니까 연기를 영화 속이나 아니면 다른 것에서 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유명한 배우가 해야 하지 않겠어요, 등등의 말들이었어요. 대부분. 근데 저는 어느 정도 마음의 결심이 선 상태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해)라고 하죠. (웃음) 암튼 답은 정해져 있는데 그래서 연출부 친구들한테 이거는 날 믿어 달라 이 캐스팅은 내가 책임지겠다, 하고 이들과 같이 하기로 얘기를 해서 전화를 했고. 다행히 하겠다고 결심해 줘서, 이제 의상 체크를 하는 날이 처음 만나는 날인데 그때 4명의 가족사진을 딱 찍었거든요. 근데 그때 다들 납득을 했죠. 어떤 조합의 완성, 가족의 완성이 된 모습을 보면서 조금 안심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지혜 : 포스터도 너무 좋아요. 저기 지금 큰 걸개로 되어있는 코코까지 함께. 황유림 배우님은 다른 가족이라서. (일동 웃음) 감독님께 조금 더 여쭤볼게요. <나는보리>라는 영화의 제가 처음 봤을 때는 지금 하단에 자막에 들어가 있지 않은 버전이었어요. 제가 오늘 다시 감독님 뵙고 그동안 개봉 준비하시면서 뭔가 편집을 좀 바꾸셨나요? 약간 뭔가 또 다른 느낌이 좀 들었거든요. 감독님께서 뭐 그때 그때마다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서 영화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자막을 다시 넣어서 그런 걸까요? 라는 이야기를 좀 하셨습니다. 아마 이 영화를 처음부터 기획하실 때부터 이 영화가 어떤 분들에게 더 많이 보였으면 하는 생각도 있으셨을 것 같고, 아니면 조금 이것이 더 완성형으로 가면서 감독님의 생각이 더 추가되는 부분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김진유 : , 처음에 제가 제일 목표했던 거는 자막에 아예 없는 거였어요. 그래서 수화가 나오는 것도 간단하게 다 구성을 했거든요. 근데 그 간단한 것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나름대로의 목표가 있었거든요. 근데 편집을 완성을 하고 주변에 피드백을 받을 때 자막 없는 버전으로 피드백을 이제 해 달라고 했을 때의 반응은 수화를 너무 몰라서 영화가 안 읽힌다는 거예요. 근데 저는 읽히니까 아, 그러면 수화만큼은 자막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화를 넣고 나서 이제 보여줬을 때 다들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겠다는 지점들이 생겨났거든요. 그렇게 해서 영화제를 돌았던 거죠. 수어만 있는 버전으로. 근데 개봉 시기가 다가왔고 이 영화를 농인 분들도 다 보시게 될 텐데에 대한 고민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한글 자막을 다 넣으면 어떨까 그냥 단순하게 생각을 했어요. 다 넣으면 어떨까. 그리고 이거를 청인들이 익숙하지 않으니까 이거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고민이 되게 많이 있었고요. 근데 이 고민을 배급사 진진과 한글 자막이 있으면 어떨지를 이야기를 했는데 흔쾌히 그건 감독님의 선택이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러면 해봐야겠다 해서 한글 자막을 넣게 됐거든요. 그리고 넣은 버전으로 전체적으로 개봉을 하고 있고. 그리고 이것에 대한 고민은 VIP 시사회 때 많은 분들이 봤잖아요. 근데 한글 자막 있는 게 불편하지 않다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영화 할 때도 한글 자막이 있는 형태로 무언가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만약에 한글 자막 있는 걸로 계획을 한다면 화면 구성 조금 달라지겠죠. , 그래서 다음에도 작업을 하게 되면 한글자막을 아예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지혜 : 장면에 대해서 조금 여쭤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처음에 영화가 시작할 때 보리가 등장하고 마지막에 또 보리가 그곳에 혼자 걸어가는. 먼저 김아송 배우님 마지막 장면 찍을 때 무섭지는 않았어요? 멀리서 보니까 보리의 어떤 뒷모습과 우리가 보리 가족의 이야기를 쭉 따라온 뒤라서 보리가 앞으로 이제 이렇게 또 가겠구나 하는 마음도 생겼지만 찍는 입장에서는 좀 무서웠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김아송 : 맨 처음에는 그 담을 저 혼자 올라가지를 못했어요. 그 담이 좀 높았고 제 키 기준에서는 되게 높아서 제가 올라갈 때마다 감독님이나 조감독님이 도와주셨거든요. 거기 위에 올라갔을 때 맨 처음에 너무 무서운 거예요. 옆에 가 바로 바단데 설마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계속 들었거든요. 근데 위에 딱 올라가서 옆을 보지 않고 그냥 여기 밑에만 보고 가거나 앞을 보고 가니까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거기를 보리가 계속 걷잖아요. 그래서 그걸 계속 촬영하면서 원래 올라갈 때 상처가 나고 그랬었는데 별로 무섭지는 않았어요. 계속 촬영을 하니까 익숙해져서 올라가는 게 무섭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좀 아쉬웠던 점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나자르 본주를 던지는 장면이 있었잖아요. 그때 딱 던졌을 때 그동안 힘든 그런 고난을 겪은 걸 다 아예 막 시원하게 던져 버리자는 그런 마음으로 하라고 하셔서 근데 그때는 옆쪽이 너무 무서운 거예요. 그리고 그때가 바다에다 실제로 던진 게 아니라 모래에다 던져서 던지면 조감독님이 주워서 가져오셔서 그렇게 해서 또 던지고 그렇게 했었어요. 저 멀리 날아갈 때도 있었고 그래서 정말 죄송했었는데. (일동 웃음) 근데 또 죄송한 거는 그때 무서운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던져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 던지는 장면이 너무 시원하지 않은 거예요. 그동안의 마음을 털어내고 일어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했었어야 했는데 무서워서 그냥 던져 버린 게 후회가 돼요. 그 마음을 실어서 딱 던졌으면 훨씬 예쁘게 잘 나왔을 텐데. (일동 웃음) 그게 조금 후회가 됩니다.

 

정지혜 : 어머 역시 배우님들은 감독님이 만족해도 배우님들은 생각이 좀 다르시죠 감독님은 만족하시죠?

 

김진유 : 저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고요. (일동 웃음) 그걸 찍으면서 저도 되게 후련했거든요. 그게 진짜 거의 마지막에 찍은 장면이고 일단 촬영이 끝났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숏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만족하고 있었는데 이런 마음이었는지 처음 들었습니다.

 

정지혜 : 다른 배우님들도 혹시 아쉬운 장면이 있으신가요? (웃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황유림 : 저는 그 영화 보시면 800년 된 나무 있잖아요. 그걸 찍으러 갔을 때 영화에서 보면 심각하게 코맹맹이 소리 나잖아요. 그게 제가 엄청나게 아파서 주사를 맞고 바로 온 거거든요. 그래서 그게 좀 아쉬웠는데 뭐 후회한다고 진짜 바뀌는 것도 아니고. (일동 웃음) 그래서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사람은 욕심이 많잖아요. 그래서 아, 저거 안 아팠으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런 느낌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어요.

 

이린하 : 저는 아쉬웠던 점이 수화할 때 손동작이 좀 아쉬웠던 것 같아요. 원래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일동 웃음)

 

곽진석 : 큰일 났네요, 이거 어린 친구들이 다 반성할 줄 아는 배우들이어서 그 틈에 이렇게 반성이 없는 배우가. (일동 웃음). 저는 사실 제가 준비했던 것보다 그 이상이 나온 거 같아서(일동 웃음) 숙소에 들어가서 야 오늘 또 하나 올렸어! 이런 소리를 하다가 옆에 있는 허지나 배우에게 많이 혼났거든요. 열심히 좀 하라고. (웃음) 저는 진짜 진심으로 감독님이 연기가 좋을 때까지 많이 기다려주시고 더 좋은 게 나올 때까지 끌어내 주시는 게 있어서 진짜 얻어걸린 게 많아요. 나 이제 딴 데 가서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웃음) 큰일 났네요. 이 친구들이 이렇게 반성을 많이 할 줄은. (웃음)

 

허지나 : 이 남자가 바로 제 남잡니다. (일동 웃음) 이런 사람이랑 같이 살고 있고요. 저희 촬영 현장이 굉장히 되게 재밌고 좋았어요. 특히 주문진이라는 곳이 바다가 앞에 껴 있기 때문에 촬영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도 바다가 있고 촬영장을 가는 길에도 있고, 아니면 바다에서도 찍고 그래서 늘 평온하고 좋았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좋은 촬영 현장을 또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한 달 동안 이렇게 좋은 곳에서 있을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있는 것 같아요.

 

곽진석 : 영화 잘 보셨겠지만 이렇게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악플을 달면 안 됩니다. (일동 웃음) 제가 다 떠안겠습니다. (웃음)

 

정지혜 : 오늘 배우분들, 감독님과 같이 얘기를 하니까 영화의 어떤 기운이 그대로 그냥 너무 느껴져요. 현장이 어땠을지 말씀하시는 것과 그곳에서의 어떤 생각을 나누셨던 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그래서 이 <나는보리>라는 영화가 이렇게 잘 나올 수 있었구나 생각이 듭니다. 정말 기운이 다 느껴집니다.

 

김진유 : 뭐 제가 만들었다기보다 이 배우들이 만들어준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고맙고 아까 코맹맹이 소리 이야기했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좋게 봤습니다. 잘하셨어요, 연기. (웃음)

 

정지혜 : 저희가 시간이 거의 다 된 것 같습니다. 허지나 배우님부터 관객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허지나 : 이렇게 정말 힘든 시기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저희 <나는보리> 영화는 농인과 청인이 함께 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와주셔서 너무 감사한데, 친구분들과 다시 한번 더 찾아주시고 소문 많이 내주세요. 고맙습니다.

 

곽진석 : 저희가 촬영할 때도 너무 좋은 공기와 그리고 좋은 환경을 보면서 진짜 여기 살고 계신 분들이 너무 부러웠고,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서울 가서 그 복작스러운 공간에서 아 이걸 떠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 다른 고민이 있었어요. 사실 지금도 많이 고민을 하고 있는 지점이고 집을 이사 가야 해서. (웃음) 저희가 이렇게 부러워하시는 분들을 앞에 모시고 영화를 상영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감사드리고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파이팅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린하 : <나는보리> 최고의 힐링. 여러분 많이 소문내주십시오. <나는보리> 파이팅!

 

황유림 : <나는보리> 지금 딱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햇살 같은 영화잖아요. 그쵸? (웃음) 은정이 많이 사랑해 주시고 <나는보리>도 더 많이 사랑해 주시고 저도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김아송 : 오늘 GV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고요. 끝까지 남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는보리> 즐겁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다음에 또 왔으면 좋겠습니다. 강릉 진짜 너무 좋아요. (일동 웃음)

 

김진유 : 저한테 되게 꿈같은 일들이 자꾸 벌어지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벌어졌으면 좋겠고요. (웃음) 지금 이 시국에 극장에 와달라고 하는 것도 약간 불편한 마음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에 한 번 더 찾아주시고요. 그리고 나중에 또 다른 독립영화들이 신영극장에서 많이 상영될 텐데 그것도 많이 관심 가져 주시고. 그래야 또 제가 영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또 생기는 것 같아요. 극장이 잘 돼야 창작자들도 더 힘 받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 많이 알아주시고 <나는보리> 주변에 많이, 그리고 강릉에 신영극장이 제일 많은 관객들이 왔다 갔다를 듣게끔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지혜 : 오늘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저도 오랜만에 코로나 이후로 극장에서 많은 분들과 이 영화를 깊이 마음으로 보게 되는 시간이어서 저도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뭔가 극장이라는 공간이 요즘 굉장히 여러모로 위기이고 위협을 받고 있는데요. 우리의 이런 어떤 일상의 공간으로써 극장이 주는 체험이라는 게 이렇게 귀하고 또 다른 영화들을 더 볼 수 있구나, 우리가 익숙했던 방식이 아니라 다른 소통? 대화의 방식을 영화가 줄 수 있다는 것을 <나는보리>라는 영화를 통해서 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극장에서 안전하게 뵙기를 저도 바라겠습니다.

 

김진유 : 그리고 수어통역사분께 박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지혜 :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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