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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아름 결혼하다 | 박강아름 감독 초청

CINE TALK 씨네 토크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1. 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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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아름 결혼하다> 씨네토크

/2021.09.05

 

정지혜 영화평론가 진행

박강아름 감독, 정성만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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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 :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지혜입니다. 관객분들이 많이 와 주셔서요, 너무 즐거운 대화의 시간이 예상됩니다. 감독님, 특별한 손님이 같이 오셔서 더 좋아요. 소개 좀 부탁드립니다.

 

박강아름 : , 안녕하세요. 저는 <박강아름 결혼하다>의 박강아름입니다. 그리고 오늘 저희 함께 정지혜 평론가님과 함께 얘기를 나눌 <박강아름 결혼하다>의 출연자 정성만입니다.

 

정성만 : , 출연자. (웃음) 반갑습니다.

 

정지혜 : , 그리고 또 한 분의 출연자.

 

박강아름 : 보리입니다. 보리 소개해 드릴게요.

 

보리 : 보리입니다.

 

정지혜 : 같이 앉아서 이야기 나눌게요.

 

박강아름 : 저희 김문경 프로듀서님하고 허성 촬영감독님도 오셨습니다.

 

정지혜 :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김문경 프로듀서님이시고요, 인사를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허성 촬영감독님.

 

박강아름 : 저희 총출동했습니다. (웃음)

 

정지혜 : 인사를 부탁드릴게요.

 

허성 : 촬영감독으로 참여했던 허성입니다. (환호) 감사합니다. 오늘 GV 하는 것도 기록하고 있어서요.

 

김문경 : 안녕하세요, 프로듀서인 김문경입니다. 신영극장 너무 오고 싶어서 저희가 다 같이 오게 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정지혜 : 저희 그러면 이따가 중간중간 여쭤봐야 할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자리에 앉아서 진행을 해보겠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두 분이 같이 또 GV를 같이 한 적이 있으세요, 그전에도?

 

박강아름 : 가능한 저희 부부가 같이 다니고 있습니다.

 

정지혜 : 아까 박광수 프로그래머님께서 이 영화의 <박강아름 결혼하다>도 좋지만, “정성만 유럽가다" (웃음) 이 버전도 너무 기대되고 좋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오늘 출연하시고 또 이 영화에 굉장한, 혁혁한 공을 세우신 성만 씨와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오늘 즐거운 대화가 예상됩니다. 사실 이제 감독님께서는 이 영화를 완성하기 전에 굉장히 긴 고난의 시간을 가졌다고 제가 알고 있는데. 이유인즉슨 사실 이렇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감독님께서 처음에 영화를 만들 때만 해도 좀 뭐랄까요? 약간 업신여김? 뭔가 이렇게 저평가되거나 평가하기를 꺼리거나 이런 방식에 대한 우를 먼저 표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또 오늘 이렇게 돌이켜보니까 한참 이 영화, 그러니까 2014, 15, 16년 이때에 한국에서도 사적 다큐멘터리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굉장히 좀 막 터져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 당시에 아까 처음 만드셨다는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가 공개가 되었었고, 그리고서 이제 한국에서도 뭔가 비슷한 어떤 문제의식과 주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들이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 어떤 시간들을 통과하면서 오늘 이 작품이 관객들과 만나게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요. 먼저 감독님께서 그렇게 어려움 속에서도 내 이야기를 다시 해야겠다 하고 생각하신 이유가 분명 있으실 것 같습니다.

 

박강아름 : 처음에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만들었을 때 그런 시기가 있었던 거는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면 저를 단단하게 해주었던 시기였던 것 같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만들고 나서는 자전 다큐멘터리는 별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김문경 프로듀서에게도 그렇게 말을 했었고. 나는 좀 더 큰 이야기를 해서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만들었을 때의 어떤, 저 혼자 느꼈던 설움을 좀 씻어내고 싶다는 마음을 좀 가졌었는데요. 그런데 이제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같이 작업했던 김문경 프로듀서가 아니다, 이 작업물은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리고 박강아름이 굉장히 잘하는 작업이므로 계속 해야 한다고 얘기를 해 주셨어요. 그리고 이제 처음에는 이 작품이 외길식당이라는 주제로 시작을 했었다가 내 안의 가부장제라는 주제로 바꾸게 되면서, 나를 좀 더 알고 싶다는 욕망이 커져서 다음 작업도 자전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 같아요.

 

정지혜 : 그 과정에서 사실 내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유학의 길에 함께했던 성만 씨와의 어떤 작업이기도 하고. 또 보리 양을 포함한 이 가족을, 내 사적 공간들을 아주 직접적으로, 못난 내 모습까지도 때때로는 아주 많은 부분을 보여줘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 부분이 사실 사적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굉장한 고민의 지점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성만 씨와의 어떤 촬영을 하는 방식, 어디까지 어떻게 좀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감독님께서는 어떤 고민들을 하셨을까요?

 

박강아름 : 일단 <박강아름 가장무도회>랑은 굉장히 좀 다른 경험, 방식이어서 저도 이번에 새로 배우고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은데요. 전작에서는 계속 저만 찍으면 됐어요. 저는 저 자신을 찍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아니어서, 그냥 그 부분은 계속하면 됐어요. 그렇게 계속 찍어가는 과정 중에 사적 공간에 카메라를 두는 것에 같이 사는 파트너에 대한 합의가 어디서부터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갈등하면서 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이제 영화에서 보면, ‘찍지 마!’ 뭐 이런 장면이 나오죠. 저는 처음부터 합의하자거나 어떻게 촬영해야 할까 고민하거나 같이 이야기하면서 풀어나가는 성숙함은 좀 없었고요. (웃음) 이런 갈등의 과정에서 이렇게 계속 싸우면 너무 힘드니까. 그러면 좀 합의를 해보자 해서 이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성만 씨를 촬영하지 않기. 그리고 성만 씨는 연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터치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내 주방이 너무 지저분할 때 찍는 거라던가, 또 나의 사생활, 원치 않을 때는 찍고 싶지 않다거나 나의 어떤 피지컬한 외설. (웃음)

 

정지혜 : 중요하죠. .

 

박강아름 : 그런 거를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는 찍고 싶지 않다. 다시 말하면 극영화에서 레디, 액션!’ 같은 그런 상태에서만 찍고 싶다고 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오케이 하고 있습니다.

 

정지혜 : 성만 씨의 이야기도 들어봐야죠. (웃음) 어떻게, 괜찮으셨습니까, 그 과정이?

 

정성만 : 그 과정, 물론 괜찮았고요. (웃음) 그게 사실은 저는 제가 결혼을 하기 전에, 그러니까 박강아름 감독님과 연인 관계였을 때 전작에 작업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봐왔어요. 이 분이 다큐를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를 이미 익히 알고 있었고. 예를 들어, 이 분은 자기가 남자친구한테 차여서 방에서 혼자 울고 있는 순간에 카메라를 설치해서 그거를 찍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서 우는 걸 마저 하는. (웃음) 그러니까 맨 처음에 저희가 가벼운 마음으로 기획을 했었던 그 외국에서의 원테이블 식당 이야기들은 뭔가 이야기가 정해져 있었을 거 아니예요. 처음 찍는 순간과 끝내는 순간이 정해져 있었는데, 이게 나중에 어느 순간 이야기가 진행되고 나서 PD님하고 충분히 상의를 한 끝에 이런 이야기를 전하는 게 어떨까, 그러면 이렇게 저렇게 촬영방식이 바뀌어야 될 거다 하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좀 알고 있었죠. 쉽지 않겠구나. 그런데 두 분이 저를 잘 설득해 주셨던 것 같아요. (웃음) 그러니까, 새롭게 만들어질 이 영화가 어떤 방향, 어떤 이야기를 담게 될 것이고 그게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지에 대해서 저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바가 있었기 때문에.

 

정지혜 : 납득이 되셨다.

 

정성만 : , 납득이 되었고. 사실 납득이 되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잖아요. 쉽지는 않았었던 것 같아요. 되게 오랜 시간 동안 합의가 필요했었다고 기억을 합니다.

 

정지혜 : 합의를 하고 간다, 라기보다는 정말 만들면서, 찍으면서 계속 얘기를 하실 수밖에 없었겠다 싶어요. 아까 감독님께서 잠깐 내 안의 가부장제'라는 말씀을 꺼내주셔서. 또 성만 씨께서도 이 영화가 애초 잡았던 방향, ‘외길식당에 좀 주목해서 가자는 것에서 방향을 좀 틀어서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되었을 때는 지금 말씀하신 그 부분이 아마 좀 많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그 방향을 선회했다, 혹은 방향을 틀었다, 확장했다고 한다면 그게 어떤 것이었을까요?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내 안의 가부장제?

 

박강아름 : 처음에는 외길식당'이라고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했었어요. 처음에 프랑스에 가고 한 3개월 정도 지나니까 성만 씨가 우울감을 가지게 되어서. 왜냐하면 한참 한국에서 보조요리사로서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저로 인해서 경력단절이 되고 끝난 상황이라서. 요리는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죽는대요.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어학원. 프랑스 어학원 수업시간에 어떤 뉴스를 수업시간에 접하고 나서 프랑스에는 에어비앤비 같은 게 식당 버전으로도 있대. 그럼 집에서 우리가 그걸 한 번 해보는 게 어떨까? 해서, 나도 그거 수업시간에 봤다. 나도 그거 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이왕 하는 김에 영화로 만들어보자. (웃음) 그래서 프랑스의 <카모메 식당> 의 다큐멘터리 버전. 당신이 주인공이야. (웃음) 식당에 온 사람들을 통해서 관계하는 이야기.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해서 SNS에 홍보를 하고. 성만 씨는 메뉴를 정하고. 이름을 이제 외길식당이라고 정하고. 그렇게 손님을 일주일에 한 테이블 정도 받고 찍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이걸로 제작지원을 좀 받아야겠다 싶어서 트레일러를 만들었고, 그걸 이제 전작 <박강아름 가장무도회>의 프로듀서이기도 했던, 친구였던 김문경 PD님에게 보여줬어요. 그냥 친구한테 보여주듯이. 그랬는데 외길식당에 대한 스토리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김문경 프로듀서님은 , 박강아름이 하는 말과 행동이 되게 아빠 같고, 성만 씨가 하는 말과 행동이 되게 엄마 같다.’(웃음) 되게 흥미롭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 부분을 못 봤거든요. 그래서 어 그렇네' 하고서. 저는 제 모습에 대해서 놀라기도 하고. 제 관심 주제가 더 이상 성만 씨가 아니었죠. 저로 바뀌었어요. (웃음) 나를 좀 알아야겠다. 그래서 확 바꿨어요. 주제를. (웃음)

 

정지혜 : 아까도 잠깐 말씀을 해 주셨지만 그때 어떤 방향이 딱 잡혔을 때, 성만 씨께서 감당해야 할 부분들. 혹은 사실 원래는 주인공, <카모메 식당>의 다큐 버전을 예상하셨다가 전혀 다른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는데 그때 당혹감이 상당하셨을 것 같습니다.

 

정성만 : 어차피 첫 번째로 계획을 잡았었던 것들도 사실 조금의 부담은 있었어요. ‘,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요리가 아직 숙련이 덜 되고 아직 완성도 안 되어 있고. 나는 이제 막 공부를 하고 배워가는 사람인데.’ 다른 음식 영화들은 이미 많은 것들이 완성되어 있는 상태의 것들을 짠하고 보여주는 것이어서. 원래 기획을 했던 그 작품도 저한테 꽤 큰 도전일 거라고 생각했고, 부담이 없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걸 떠나서 주제가 되게 깊어지고 무거워졌다고 생각했고. 이거는 작업시간 꽤 들겠는데 (웃음) 그게 저한테는 좀 중요했어요. 이거는 간단하게 촬영하고 짠! 이게 아니라, 굉장히 오랜 작업시간이 필요하고 또 오랫동안 고민을 하고 공부를 해야 하는 문제겠구나. 사실 저희는 이 작품은 원래 아름 씨가 기획하고 있었던 다음 작품의 브릿지 정도의 느낌이었거든요. 그랬습니다.

 

정지혜 : 작업시간이 제가 알기로는 삼 년 정도 걸리셨다고 들었는데, 그러면서 임신과 출산, 육아 그리고 학업, 진학도 하시고. 작업도 하시고. 영화 속에서 보니까 정말 치열하다 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두 분 다. 멀리서 보면 정말 인생이 희극이라고 하는데, 그 안은 정말 전쟁터 같은. 어디에 앉아서든 그냥 빨리 작업할 수 있으면 작업하고 먹을 수 있을 때 먹자. (웃음) 이런 다급하고 치열함이 느껴지는 현장이었는데. ‘체험 삶의 현장처럼. 그것의 어떤 온전한 가족판을 다큐멘터리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 영화 안에서 보면 박강아름 감독님의 인생의 한 통과, 아주 중요한 시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그 안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출산 육아, 이 일련의 과정에서 겪는 나의 변화, 내 몸의 변화. 그리고 제도의 문제. 그리고 가족 안의, 성만 씨와의 관계의 문제. 이런 것들이 경계의 구분을 두지 않고 내가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하면 바로 그 주제로 가볼 수 있는. 뭔가 용기를 상당히 요하는 장면들이었던 것 같은데요. 거기에 대한 감독님의 구성의 묘랄까요? 어떤 방향으로 방대한 이야기를 담아낼 것인가. 구성의 묘를 좀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박강아름 : 덤덤할 수 없는 작업이었고요. 왜냐하면 저를 찍는 작업에서는 저 안에 한 명일 수도 있는 그런 부분도 있었고, 그래서 한국에 와서 구성이나 주제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 주고받으면서 발전시키는 과정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김문경 PD님하고 그런 부분들을 계속 발전시키면서 후반작업까지 갔던 거고요. 촬영하면서 계속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이 이야기를 그냥 단순히 정말 부부의 이야기만이 아닌 임신, 출산의 이야기. 여성의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직접 했던 사람의 목소리로 전달할 것인지. 또 이 둘의 성역할이 전복되는 부분들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계속해서 메인 제작진, PD님과 계속 이야기하면서 피드백을 받으면서 이어나갔던 것 같아요. 그 와중에 계속 제가 경계해야 했던 감정들은, 저를 계속 비하하려고 하는 마음이나 성만 씨를 굉장히 불편하게 보려고 하는 마음들에 빠지기 쉬웠어요. 그래서 러프 컷을 만들 때마다 제가 계속 그렇게 편집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PD님이 옆에서 잡아주었고, ‘이거 부부클리닉처럼 편집하면 안 된다.’ (웃음) 그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그렇게 작업했던 것 같아요.

 

정지혜 : 실제로는 감독님도 일을 하시면서, 공부를 하시면서 나름 지금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보다 훨씬 더 많은 가사의 부분들이 있으셨을 것도 같고. 보리와 교감을 나누거나 성만 씨와 더 대화를, 이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런 부분들을 좀 더 많이 걷어내지 않으셨을까. 오히려 아까 말씀하신 그런 이유 때문에. 걷어낸 부분들이 혹시 있을까요?

 

박강아름 : 의도적으로 걷어낸 부분이고요. 제가 이 영화의 구성에서 가사노동을 하고, 제가 괴물은 아니니까 손 하나 까딱 안 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웃음) 저도 밥은 차리고. 어쨌든 전적인 책임은 성만 씨가 훨씬 많이 부담하고 있는 부분이고. 어찌 됐건 제가 하는 부분들을 계속 많이 촬영을 했어요. 저도 찍고 싶은 거예요. (웃음) 항상 카메라를 켜놓고 청소기 돌리고. 저도 남기고 싶었어요.

 

정지혜 : (웃음) 증거를.

 

박강아름 : . 이게 피칭을 할 때부터 이런 순간이 있다는 걸 저도 느끼니까. 그런데 그런 장면들을 보여주면 현실에서 여성이 훨씬 더 많은 가사노동과 육아 노동을 하는데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이고, 가려지잖아요. 그런데 성만 씨가 그걸 하면. 남자인 성만 씨가 그걸 하면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에. 거기에다가 제가 하는 노동은 도드라져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고요. 그리고 또 제가 느끼기에 한국의 지금 현재 TV 예능에서 남편분이 주말에 가끔 아이랑 놀아주고 가사 조금 하는 거 가지고 되게 칭찬받는 문화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장면을 보면 그런 남자들이랑 뭐가 다를까. (웃음)

 

정지혜 : 성만 씨의 어떤 독특한, 온전한 성만 씨만의 장점과 캐릭터를 보존하기 위한 선택이셨던 것 같은데 출연하신 입장에서는 어떠셨어요, 전체적인 구성들을 보시면서는? 피드백을 또 주지 않으셨을까요, 이 과정에서 PD님과 마찬가지로?

 

정성만 : 영화를 만들면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저는 보정에 손대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이것은 어느 순간 온전히 아름 씨의 자기 성찰, 반성 그런 것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전작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에서는 제가 작가, 구성을 같이 참여를 했었고, 하는 과정을 굉장히 즐거워했었는데, 이번 영화는 아예 제가 편집과 구성에는 관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고, 안 하기로 했고. 제가 이야기를 하나 보니까 질문을 까먹어서.

 

정지혜 : 편집과정에서 의도적으로 걷어냈던 장면들, 한국의 남성들이 가사노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성역할이 바뀌어서 보여지는 것에 대해서 너무 뭐랄까요? 적은 가사노동을 하는 것이 크게 부각되는 부분이 우려돼서 걷어냈던 부분들?

 

정성만 : 그것은 아름씨가 이야기한 것에 아주 동의를 합니다. 다만 제가 요리와 주방에 관련된 것들은 아름 씨가 손을 안 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좀 강해서. 왜냐햐면 더 힘들게 만드는 결과가 되고 자꾸 (웃음) 하루에 우리가 외식도 잘 못 하고 뭔가 재미있는 것들은 잘 못 하는데, 적어도 식사 시간은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그렇습니다. (웃음)

 

정지혜 : 나의 영역이다. 본인의 영역이다. , 촬영에 있어서 궁금했던 지점들 중의 하나가, 아까도 감독님 스스로를 찍는 것에 대해서 낯설지 않고 전작에서도 그런 작업들을 해 오셨으니까 계속해서 내 공간을 찍는 것이 이 영화에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었으니까. 한편으로는 촬영감독님, 아까 허성 촬영감독님도 계셨고, 이 영화에서도 중간에 약간 인지가 가능해질 때가 있어요. 아 누군가 다른 촬영감독님이 계시구나. 성만 씨도 찍어주셨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게 결정적으로 도드라질 때가 덩케르크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여행을 둘러싸고 굉장히 갈등이 있었을 것 같고, 영화에서 사실 이 가족이 온전히 이들만의 여행을 떠난 것.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가서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동을 한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중요한 장면이었을 것 같은데, 그때 감독님의 목소리도 등장을 하면서, 박강아름 감독님의 이유. 왜 거기까지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장면이 꽤 흥미롭고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그 전에 돌이켜보면 감독님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는 있었는데, 또 다른 방식으로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아서 그 장면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그때만큼은 직접적으로 촬영감독님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또 이 영화에 오디오가 틈 없이 계속해서 전개되었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침묵으로 멀리 가족분들을 지켜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장면의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박강아름 : 제작 중간과정에서 계속 들었던 피드백 중의 하나가 전작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에서는 박강아름이 박강아름을 찍는 장면만 나오는데 <박강아름 결혼하다>에서는 박강아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고, 박강아름이 학교에서 어떻게 하는지도 보여주어야 하고, 프랑스 풍경도 나와야 하는데, 박강아름이 계속 찍으면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 촬영감독님이 계시는 게 어떻겠냐는 피드백이 있었고, 저희가 되게 좋은 생각이라고 받아들여서 진행했었는데요. 그래서 허성 촬영감독님께서 저희와 같이, 프랑스에 한 달 좀 넘게 계시면서 압축적으로. 제작비가 그렇게 넉넉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촬영 기회가 없으니까. 한 달 동안에 박강아름의 학교생활, 성만 씨의 학교생활, 저의 집 안에서의 생활. 제가 저를 찍으면 계속 카메라를 세워놓고 찍을 수 없으니까 카메라를 민첩하게 이동하면서 움직일 수 없는 거예요. 그래서 오셔서 진행을 했고. 저의 생각으로는 갈등 장면이 너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당시에. 저는 좀 더 갈등이 폭발적으로 있었으면 했는데, 갈등을 찍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갈등 순간에 카메라를 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러면 우리가 갈등을 좀 재현해 보는 건 어떨까. 저희는 반복적인 문제로 반복적으로 싸웠고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 가면 서로의 대사를 제작진들 앞에서 그냥 우스갯소리로 역할 바꿔서 이야기해보고. 너무 잘 알고 있는 거예요, 사랑과 전쟁의 대사처럼. 그런 걸 했었을 때 너무 재미있다고 하는 피드백도 좋았고. 그러면 덩케르크의 해변으로 가서. 여기서 제가 덩케르크를 찍었던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냥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였어요. (웃음)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서 그냥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바닷가. 기차로 한 시간 거리에 바닷가가 있었고, 그럼 거기에 가서 해변을 무대로 해서 성만 씨와 내가 설정을 두지 않고 즉흥적으로 서로의 대사를 한번 재현 해보면 어떨까? 갈등을. 그렇게 갔는데 막상 가니까 비바람이 너무 심해서 그 생각했던 갈등을 찍을 수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가는 장면, 뭐 게스트하우스에서 있는 장면, 이런 것들을 감독님께서 많이 찍어 주셨어요. 뭐 이 정도면 됐고, 이제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서 제가 전날에 김밥을 좀 싸라고 했거든요. (웃음) 저는 그냥 다만 해변에서, 식당에서 먹으면 돈이 좀 드니까, 한 끼는 해변에서 김밥이랑 먹자 했는데.

 

정지혜 : 피크닉. 가족 피크닉.

 

박강아름 : (웃음) 피크닉. 그런데 해변에 또다른 커플이 또 유모차를 가지고 갔네. 해서 우리도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서 김밥을 먹고. 그런데 비가 너무 많이 왔어요. 그러면 사진이라도 찍고 오자. 저는 그런 마음이었고 허성 촬영감독님께서 뒤에서 그렇게 찍고 계신지 몰랐어요. 저는 그냥 사진 한 장 찍고 오고 싶어서.

 

정지혜 : 그런데 그때 몸이 아프셨던 거예요? 컨디션이 안 좋으셨던 것 같은데.

 

정성만 : 비를 계속 맞고 다녀서 몸살 기운이 있었고, 아주 아프다기보다 여기에서 비를 더 맞으면 몸살 기운이 오래 가겠구나, 하는 직감 같은 게 있잖아요. 왜냐면 저는 다음날, 다음날을 생각해야 하니까. 그 당시에 여러 가지 촬영들도 있었지만 어쨌거나 이분들에게 보리를 맡길 수는 없잖아요. (웃음) 제가 보리를 봐야 하는데, 저는 계속 다음날, 다음날이 생각났었어요. 내가 몸이 아프면 내일 너무 힘들 것 같은데? 하는 것들 때문에 계속 그랬었죠. 그리고 정말 비가 엄청 많이 왔어요. 그걸 카메라가 다 못 담더라고요. (웃음) 비보다 그 추위. 아름답지도 않아요. (웃음) 색깔도 되게 우중충하고요. 아무튼 추위가 조금.

 

정지혜 : 힘들었다.

 

정성만 : .

 

정지혜 : (웃음) 힘들었다로 정리하겠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의 아주 인상적인 엔딩을 만들어주셨는데요, 어쨌든 촬영과 관련해서는 중간중간 감독님의 모습을 담는 방식이나 집 안에서 촬영했을 때 어떻게 세팅했는가 이런 것들도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그런 부분은 또 관객분들이 질문해주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질문이 있으시거나 오늘 영화 재미있게 보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중간중간 웃음도 같이 나누고. 피드백을 주셔도 좋습니다. 어떻게 관람하셨는지, 손들어주시면 저희가 마이크를 전달해드릴게요.

 

관객1 : 안녕하십니까. 영화 너무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제가 궁금했었던 게, 박강아름 감독님은 신체에 대한 아픔이랑 고통에 대해서 계속 나오고, 성만 님은 감정과 마음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더라고요. 사실 저는 덩케르크에서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가 뭐가 문제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으니까 마음이 아팠다, 난 지금 아픈 상태야. 이걸 이야기하시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어서, 그걸 좀 여쭤보고 싶었어요. 어떤 영화를 하면서, 출연진으로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뭔가 나도 똑같은 경험을 했지만 그 사이에 좀 괜찮아지셨는지. 박강아름 감독님도, 성만 님도 좀 마음이, 신체가 영화를 겪어내면서 달라졌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괜찮아지셨나요?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박강아름 : 영화를 완성한 지 한 2년 정도 지나서요, 말씀드리면 영화를 완성한 직후에도 영화를 완성했다고 해서 몸이 막 좋아졌다거나 이러지는 않았고요, 지금은 개봉하고 좀 시간이 지났고, 그래서 지금은 좀 많이 가시긴 했는데 이제는 또 다른 개봉 일정도 있고 알바도 계속하고 (웃음) 영화 속에서 나오는 건 임신과 출산에 대한 어떤 몸에 남는 그런 것은 많이 회복이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급하게 뛰어갈 때 소변이 찔끔 나온다던가 (웃음) 손목이 출산 직후에 좀 아팠었는데 지금은 괜찮거든요? 그런데 그것에 대한 몸에 트라우마가 있나 봐요. 그래서 무거운 것을 들 때 스트레스를 받아요. 아픈 느낌이 들어요. 안 아프거든요 하나도? 근데 그래서 무거운 거 들기 싫어하는 그런 게 좀 있는데 그 외에는 영화를 완성하는 것에 대한 인과관계는 아닌 것 같고, 시간이 흘러서. 자연스럽게 옅어지기도 하고 짙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문제? 나이가 한두 살 또 들고 (웃음) 그걸로 몸의 변화는 계속 있는 것 같아요.

 

정성만 : 외국에서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 것 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감정은 지금도 여전하고 앞으로도 여전하겠죠? 그런데 그것들을 이제는 조금이라도 건강한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노력 같은 것이 좀 생긴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아름 씨하고 프랑스 생활 때문에 받았었던 안 좋은 상황? 다툼? 이런 것들은 시간이 해결했다고 하기에도 그렇고 저희 둘 다 조금 더 건강하게 다투는 방식을 조금 배웠다고 할까요? 그런 것들이 조금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약간 회전근개파열 의심이 강해서. (웃음) 정형외과를 가야 하는지 어디를 가야 하는지 그건 좀 고민 중에 있습니다. 얘기가 좀 무거워요. (웃음)

 

정지혜 : 그런데 관객분께서 아프다라는 성만 씨의 말에 마음이 아픈 것 같다고 하셨던 것은 이 영화에서 또 어떤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입? 이 영화가 해줄 수 있는 여러 미덕 중에 이입을 해서, 이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보신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그런 연장에서 질문을 해주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관객2 : 안녕하세요. 영화 다큐멘터리 재미있게 봤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저 스스로 좀 놀랬던 게 마지막 덩케르크 가셨을 때 두 분이서 식당에 들어가서 대화를 나누시잖아요. 저는 그 순간 너무 성만 님께 이입이 되는 거예요. 왜냐면 저희 엄마 아빠의 패턴을 보는 것 같아서. (웃음) 항상 시작은 한쪽이 원해서 가요,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시는데, 다른 한쪽은 처음에는 에이, 재미있게 갔다 와야지하시다가 분명히 항상 사고가 생기잖아요. 그래서 아프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너무 감정이입이 되면서, 처음에도 기획의도를 말씀하셨잖아요, 자신의, 그러니까 박강아름 감독님의 노동은 오히려 빼고 조금 더 성만 님의 그것을 살리려고 했다. 그게 쌓여가면서 저도 모르게 갑자기 박강아름 감독님이 얄미운 거예요, 저희 엄마 아빠가 생각이 나면서. 그래서 놀랐던 게, 여성이 직업을 가지고 이렇게 할 수도 있고, 남성이 조력자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놀랐고요, 오히려 그런 지점이. 성만님이 힘들게 일을 하고 계신데 밥 안먹어했을때의 침묵. 그런 게 와닿았고. 그리고 놀랐던 게 엄마는 여성, 아빠는 남편' 이렇게 보는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역할로서 저희가 받아들이는 부분도 재미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기획의도 말씀하셨을 때 그 부분이 잘 살아났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궁금했던 게 결국 프랑스에서 좀 맛있는 곳에서 외식을 하셨는지 궁금하고. 그리고 회전근개는 정형외과 쪽으로 (웃음) 가시는 게 좋을 것 같고. 진짜 재미있었어요. 박강아름 감독님을 지지하는 마음과 동시에 엄마 아빠 역할을 봤을 때의 그런 마음들. 내가 엄마를 떠올렸을 때의 마음들이 와닿아서 재미있었습니다.

 

정지혜 : 답을 주시죠, 맛있는 것을 드셨는지 (웃음)

 

정상만 : 맛있는 거를 먹긴 했죠. 1년에 두 번 정도는 꽤 맛있는 곳에서 밥을 먹었는데, 저희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그래도 프랑스에서는 세 번째 정도로 큰 도시 옆에 붙어 있는 위성도시인데도 불구하고 딱히 그렇게 아주 맛있는 집이 없어요. 그랬고 또 코로나 때문에 거기는 가게를 다 문을 닫게 해서. (웃음)

 

박강아름 : 저희가 사는 동네에 영화 촬영 끝날 때 쯤에 아시안 뷔페 집이 생겼어요. 근데 저희가 사는 도시는 릴이라는 큰 도시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인 소도시여서 작은 규모의 더 저렴한, 대부분 성인이 점심을 먹으면 그냥 한 접시 15유로 정도 하거든요, 거기에 앙트레랑 디저트까지 먹으면 25유로, 3~4만원. 도저히 저희는 외식을 할 수가 없는 경제적 조건이었는데, 일단 외식의 가장 큰 장점은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고 어찌되었 건 남이 차려준 음식을 편안하게 먹는 거잖아요. (웃음) 근데 그것을 저희는 프랑스에서 거의 하지 않았고, 거의 삼시세끼 성만 씨가 다 해서 먹다가. 스시를 파는 식당이 있는데 한 사람당 9.9유로 정도 하는데 보리가 36개월이었을 때 보리 밥값을 안 받아주시는 거예요, 사장님께서. (웃음) 그래서 거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둘이서 가면 20유로에 셋이서 먹을 수 있고 그때 연어랑 잔뜩 먹을 수 있으니까 (웃음) 거기는 갔었는데 아쉽게 코로나 때문에 못 갔고. 근데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맛있는 피자집? 이 정도. 거의 저희 프랑스 생활에 외식은 그거 외에는 제로였어요. (웃음)

 

정지혜 : 근데 아까 말씀해주신 것 중에서 그런 피드백도 좀 받지 않으셨어요, 감독님? 오히려 감독님이 좀 얄미워요, 이를테면. 그러면서 성만 씨에 감정이입을 한다거나. 그런 피드백도 좀 받으셨을 것 같고. 또 거기에 대해서도 연출하시면서 굉장히 그 부분을 공을 들이셨을 것 같아요.

 

박강아름 : 저는 의도한 편집이었고 당연히 그렇게 느낄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그렇게 얄밉고 성만 씨에게 감정 이입하는 순간에 안에서 복잡한 감정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편집을 했어요. 그래서 GV에서는 차마 저한테 격하게는 말씀을 못 하시나 SNS를 보면 그런 평이 많아서, 어 재미있다, 이러면서. (웃음)

 

정지혜 : 성공적이다?

 

박강아름 : , 성공적이다. 저희가 모여서 깔깔댔던 댓글 중에, ‘아 말세다.’ (웃음)

 

정지혜 : 내가 이런 영화를 볼 줄이야, 이런 글들이요?

 

박강아름 : , 어떻게 하고 싶은 걸 다 하냐. 너무 이기적이다. 성만 씨가 너무 불쌍하다. 그래서 저희가 깔깔대고 웃었었는데, 그런 피드백, 봅니다.

 

정지혜 : 이 영화의 포스터도 보면, 감독님이 팔을 쫙 펴고, 자세히 보시면 독불장군이라고 적혀 있어요. 그 장면도 이 영화의 맥락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자 이런 카피를 뽑으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박강아름 : 카피는 제 영향은 아니었고요.

 

정지혜 : 그런 설정이.

 

관객3 : 영화 너무 재미있네요. 다큐멘터리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즐겁게 감상하였습니다. 저는 영상 속에서 영화 제작지원하는 행사에서 감독님이 하셨던 말씀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표현했다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개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서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다는 식의 답변을 하셨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그러면 이 감독님께서 만들게 될 차기작은 어떤 사회적인 이야기를 관통하실까가 굉장히 궁금했고요. 두 번째는 영화 안에서 흐르고 있는 삽입곡들이 너무 가사가 정말 생각하게 되고 곱씹게 되는 내용들로 구성이 되어 있더라고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보니까 저는 감독님이나 혹은 정성만 님께서 참여하실거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작가/작곡진은 다른 분들이셨더라고요. 그래서 이 삽입곡 작업은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제가 첫 번째 질문했던, 차기작은 어떤 작품일지 좀 스포일러가 가능하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박강아름 : 차기작은 두 가지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첫 번째는 보리와 슈슈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보리는 지금 만으로 다섯 살이고 슈슈는 만으로 여덟 살 된 저희 반려견인데, 보리는 성장해 가는데 슈슈는 나이 들어가잖아요. 보리와 슈슈의 우정과 관계,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제가 생각하기에 관계나 사랑은 이별과 죽음이랑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보리와 슈슈의 관계를 통해서 제가 죽음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나 그런 마음들이 들어갈 것 같아요. 촬영은 3~4개월 전부터 시작했는데, 마지막 촬영은 슈슈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날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두 번째는 나혜석에 대한 다큐멘터리인데요. 제가 <박강아름 가장무도회>를 만든 이후로 나혜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고 공공연하게 말을 하고 다녔었어요. 그런데 그게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내가 왜 나혜석에게 끌리고 좋아하는가에 대한 답변이 아직 잘 안되어있어서, 지금 이 답변에 대해 질문하면서 한국에서 자료조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음악 작업은 저도 되게 공감하고요. 음악은 이랑 뮤지션님께서 작업을 해 주셨는데 저는 처음에 이 영화 작업을 할 때 음악에 어떤 좋은 내레이션의 느낌이 한 꼭지로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전작 <박강아름 가장무도회>때는 이랑 님의 1집에 있는 노래를 수록곡으로 삽입을 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음악을 이랑 님께 직접 작사/작곡을 의뢰 드려보자는 생각으로 제안을 드렸는데, 이랑 님께서 흔쾌히 같이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 제작 과정에서는 저랑 성만 씨가 각각 A4 한 장 내외의 에세이를 써서 드렸고요. 다섯 시간 내외의 푸티지를 드렸어요. 러프 컷도 아닌 저희 그냥 촬영한 것을 드렸어요. 그거 보시고 작업을 하셨는데, 특히 박강아름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곡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냐면요, 처음에는 이랑 님께서 이 영화에서 음악 작업을 하겠다고 하셨을 때는 <박강아름 가장무도회>를 굉장히 좋아하셨고 거기에 나오는 박강아름을 응원하기 때문에, 창작자로서의 박강아름을 응원하기 때문에 이 작업에서도 그런 맥락에서 박강아름 화이팅이런 곡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셨대요. 근데 막상 에세이와 푸티지를 받고 보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하고 생각을 하셨고 그러면 박강아름의 시선도, 정성만의 시선도 아닌, 3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고 하셨고 저는 너무 좋은 생각이라고 해서 이렇게 어떤, 제 생각에 이랑 님은 천재 같아요. 제가 러프 컷을 드린 것도 아니고 이런 대화와 설정만을 드렸는데 주제가를 만들어주셨고, 1절과 2절을, 1절은 박강아름의 일상', 2절은 '정성만의 일상' 이렇게 구성을 해서 주셔서 그 곡을 받고 영상 작업을, 거꾸로, 편집작업을 했습니다.

 

정지혜 : ‘박강아름은 어떤 사람일까그 음악이 나오는데, 그 장면 중에 성만 씨와 보리가 같이 있는 장면 위에 그 음악이 흘러가는 그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나는 이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건 어떻게 봐야 할까 하는 고민들이 영화를 보면 계속 생겨나는데, 음악을 통해서 영화에 대한 질문이 더 샘솟는, 가지를 치는 듯한 장면들 중 하나였습니다.

 

관객4 : 영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중간에 어린 시절과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현재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 것도 어렵지만 어린 시절의 이야기, 특히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정말 담기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 장면을 연출을 하시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박강아름 : 어쨌든 제가 이 영화를 통해 계속 묻잖아요, 나는 왜 결혼을 했을까. 결혼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하면서, 저는 잘 몰랐는데 성만 씨가 제가 연애 시절에 결혼을 하고 싶단 얘기를 하면서 아빠 얘기를 많이 했대요. 아빠의 부재가 나한테 영향을 주었고, 그래서 나는 결혼을 하고 싶고. 그래서 좀 알고 싶다 생각해서. 저는 참고로 아빠의 부재가 저의 삶에 영향을 끼치기는 했지만 그게 한국 사회에서 아빠가 사라진, 이를테면 결손가정이라고 하잖아요. 초등학교 5학년 때 돌아가셨는데, 항상 가정실태조사나, 아빠가 없는 아이를 담임선생님께서 항상 쯧쯧' 이런 느낌으로 보시는 게, 그런 시선들이 저를 정상 가족에 대한 원망을 가지게 했나, 이런 마음이 들었었어요. 반대로 아빠의 부재를 사회적인 시선으로 이루어진 결핍으로만 느꼈지, 아빠의 사랑을 못 받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거든요. 그래서 집에 좀 비디오테이프들이 많았었어요, 아빠가 캠코더로 찍었던 것들이. 그런데 많은 것들이 유실이 되었고, 그거 하나 남았다고 해서, 영화에 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집에 있는 모든 테이프들을 디지털로 변환해 달라고 한국에 있는 어머니께 부탁을 드렸어요. 그래서 변환된 것을 받았는데 그런 게 있었던 거죠. 그래서 보니까 , 아빠가 이랬네.’ 그러니까 제 나이 또래의 아빠가 저를 잘 보지를 않는 거예요. (웃음) 아빠는 남동생한테만. 저는 아빠 앞에서 춤추고 그러는데. 저는 그거 보고 조금 충격이었어요. (웃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아빠랑은 다른 거예요. 그래서 그 장면을 보고 저의 어린 시절을 좀 대면했던 것 같고, , 이랬구나. 그래서 그런 것들이 어렵다기보다는 뿌옇던 것들이 선명해진 느낌? , 내가 이래서 결혼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정상 가족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던게 아닐까, 하고 선명해졌던 것 같아요.

 

관객5 : 감독님 영화 엄청 잘 봤고요. 영화를 보면서 기존의 상식으로 살아가는 것도 어렵지만, 새로운 상식으로서 살아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되게 공감했던 게 저도 애인이랑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채식을 한다거나, 페미니스트이거나 하는 것들이 서로의 갈등 상황을 만드는 주제이더라고요. 이 관계를 끝내야 하나 하는 고민들이 많았고, 영화에서 감독님도 크게 갈등 상황을 느끼면서 결혼을 끝낼 수도 있겠다 하는 갈등 고조의 상황들이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어떻게 갈등을 해결하셨는지 궁금하고, 또 앞으로도 이런 갈등이나 가치관의 마찰이 있을 텐데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 거지? 어떻게 서로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거지? 하는 마음이나 용기가 궁금했었어요.

 

박강아름 : 저희는 영화를 완성한 이후에도 계속 싸웠고, 계속 화해하고 또 이혼도 여러 번 저희 입에서 나왔고. 저희는 아직 모르는 것 같아요, 어떻게 될지 (웃음) 결혼은 계약이고, 계약은 깰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까도 성만 씨가 말한 것처럼 정말 너무 많이, 지긋지긋하게 싸우고 지긋지긋하게 화해해서 이제는 좀 덜 상처받는 식으로 싸워야 하지 않을까 하고 노력하죠. 정말 많이 싸웠거든요. (웃음) 그래서 그런 것을 좀 노력하면서,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기보다, 저는 그런 것 같아요. ‘이렇게 안 맞는데 살아야 돼?’ 저는 항상 그게 끝이었거든요. ‘이렇게 고통스러운데도 서로 살아야 할까?’ 그런데 그 끝은 항상, 저는 계속 그랬어요. 그런데 아직 나는 너를 사랑한다. 사랑이 식으면 끝나겠죠? 힘든데, 좋아하는 감정까지 없으면 살아야 할 이유가 없거든요. 그런데 사랑하기 때문에. 여전히 많이 싸우고. 그렇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아직 계약을 파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 것 같아요. (웃음)

 

정성만 : 말을 더 덧붙이면 사족이라고 생각할 만큼 비슷한 생각이에요. 그런데 저희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그냥 결혼을 해서 같이 사는 연인의 관계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약간 다른 영역이지만 뭔가 작업을 열심히 해나가려고 하는 동료 같은 느낌도 있었고, 연인이 되기 이전에는 그런 사이였고. 정말 한국에서 계산을 해봐도 1퍼센트 정도가 되는 정치적인 신념을 가지는 그런 동지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그 외에는 정말 맞는 게 하나도 없거든요. (웃음) 너무 서로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행동하는 패턴도 너무 다르고 심지어 싸울 때의 기술들도 다르고. (웃음) 그런데 저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야기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여러 차례 싸우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상대를 상처 입히려고 싸웠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는 그 싸우는 목적이 자기주장을 관철하는, 협상의 카드 같은 것들로서 싸움이 진행되었던 것 같아서. 그건 일이 되려고 만드는 협상 같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파멸이 아니라. 저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최근에 이야기하면서.

 

정지혜 : , 뭔가 박강아름은 어떤 사람일까. 정성만은 어떤 사람일까. 이것은 답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니까요. 두 분이 찾아가고 있는 거겠죠? 저희도 각자의 길들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는 거라 모르겠습니다마는 그것을 잘 가 보자, 이런 마음으로 영화를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저희 마무리하겠습니다. 감독님 마지막 인사 짧게나마 부탁드릴게요.

 

박강아름 : 서울의 많은 극장에서는 GV가 금지되고 짧은 무대인사만 겨우 해야 하는데, 이곳 강릉에 와서 신영에서 마이크로 마스크를 썼지만 너머의 눈빛으로 많이 소통이 된 것 같고, 애정을 전달받은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 있는 극장 풍경은 오랜만이라 너무 황홀감이 (웃음) 너무 감사드리고, 정지혜 평론가님도, 써 주신 글 잘 봤는데 이렇게 뵙게 되어서 감사드리고. 제작진이 다 같이 강릉에 와서 바닷바람을 쐴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이렇게 여러 가지 기회를 다 주셔서. 관객분들께서 마련해주셨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정성만 : 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더더욱 감사드리고요. 재미있게 봐주셨으니까 저녁에 재미있었다고 한마디씩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정지혜 :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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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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