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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아워> 리뷰 : 중심(重心)을 찾아서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2. 1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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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아워>

중심(重心)을 찾아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인물들에게 행복한 시간(happy hour)은 대체 언제 어떻게 존재했던 걸까 되새겨 보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이미 파탄 난 결혼 생활 혹은 결국에는 파탄이 나고야 마는 결혼 생활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긴 영화의 말미,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기에 즐거웠던 걸 수도 있다는, 낭독회를 마치고 나서 소설가 노세가 후미의 남편 타쿠야에게 하는 말은 의미심장하다. 영화 속 네 친구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드러내는데, 그것은 이상하게도 더 나아지는 방향이 아니라 더 괴롭고 고통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화의 주인공인 네 명은 대칭적인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아카리(다나카 사치에)는 이미 배우자의 불륜으로 일면 쿨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혼을 마친 상태고, (가와무라 리라)은 본인이 바람이 나서 단호한 태도로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후미(미하라 마이코)는 타쿠야를 사랑하지만, 소설가에게 떠나보내며, 사쿠라코(기쿠치 하즈미)는 화목한 가정을 이룬 것 같지만, 결국엔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다. 이혼했거나, 이혼 중이거나, 이혼하려고 하거나, 이혼 생각은 없거나. 사랑이 끝났거나, 아직도 사랑하거나. 감독이 결혼 생활의 종착을 다양하게 구성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 결혼 생활이라는 것이 사실은 어떻게든 괴로움을 동반한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남는 것은 결국 우리에겐 이미 수많은 기회가 있었다는 뒤늦은 깨달음이다. 사쿠라코의 시어머니가 한 말처럼 결혼이란 게 앞으로 가도 지옥, 뒤로 가도 지옥이라면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결혼 생활이 지옥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결혼 생활에는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의 어려움이 있고, 이 영화는 불운하게도 어쩔 수 없이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주변에서 그리 흔하게 들을 만한 사연이 아닌 만큼, 동시에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그 심정을 헤아리기 어려운 만큼, 이 영화는 인물과 관객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쓴다. 인물들의 대화는 생략되지 않으며, 영화 속 인물이 체험하는 것은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라도 관객도 체험하게 만든다. , 사쿠라코, 후미 배우자의 사소하지만 누적되는 어떤 말과 태도들. 특히 영화 초반, 정체를 알 수 없는 중심(重心) 워크숍 시퀀스와 영화의 마지막 소설가 노세의 낭독회 시퀀스는 영화가 전하고 싶은 거의 모든 것을 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크숍 시퀀스는 흔들리는 과정이 사실은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전하며, 이것은 네 친구가 흔들리면서 자기의 중심을 찾아가는 전체의 서사와도 맞닿아 있다. 또한, 낭독회에서 소설가가 여성의 시점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그 자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객은 바로 소설 속의 그 인물, 영화 속 여성들의 시점을 겪게 된다. 긴 시간 동안 아주 미묘한 균열과 섬세한 감정을 함께 통과하고 나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이후다.

 

어떻게 이들의 나중이 처음과 같을 수 있겠는가. 러닝 타임 대부분 주변부 인물로 그려진 준의 남편 코헤이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혼 소송 기간 준이 단호했던 만큼 그도 단호해졌다. 그는 법정에서 처음으로 준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로봇 같은 사람이었지만, 진정한 대화를 하려 애쓰고, 본인이 쫓으면 준이 도망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쫓기로 한다. 몹시 이성적인 인물로 그려졌던 그의 변화가 놀라운데, 그는 자신의 새로운 태도에 확신이 있다. 말하자면 그는 흔들리다가 결국엔 자신의 중심을 찾은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네 친구의 모습 또한 그렇다. 그들은 영화 내내 계속해서 흔들리는 상태였다. 믿음의 기반이 없어져서 작은 소요에도 크게 동요하는 아카리, 어떻게든 이혼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 거짓말과 모진 말을 쏘아붙이던 준, 불안감에 휩싸여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던 후미, 배우자에게 자꾸만 실망하게 되는 사쿠라코. 영화의 마지막에서 이들은 얼마나 유효할지 모를 잠깐의 중심을 찾는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외부의 힘에 맞추어 나가야 하는 중심 말이다.

 

-송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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