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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크라임> 리뷰 : 진한 향수와 진솔한 이야기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2. 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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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크라임>

진한 향수와 진솔한 이야기

 

쇼미더머니가 국힙을 지배하는 현재, 영화 <라임크라임>은 쇼미 이전 2000년대 초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감옥 간 이센스 이야기의 맥락상 2016년도로 추정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뉘앙스는 홍대를 기반으로 한 2000년대의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을 연상한다. 그때는 사운드클라우드 이전에 밀릭이 있었고, 믹스테이프와 CD를 통해 발매된 음악들을 찾아들었다. 다수의 힙합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국내 힙합 문화에 대한 리스펙과 장르의 이해가 전반적으로 깔린 힙합을 기반으로 한 성장 영화라는 호평이 자자하다. 영화의 공동 연출을 맡은 이승환, 유재욱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베이스임과 동시에 이들의 힙합을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이 영화를 통해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중학교 3학년 송주(이민우)의 랩으로 시작한다. 송주는 가창 시험에서 랩 금지, 가요 금지인 룰은 무시하고 보란 듯이 자신의 우상인 이센스의 랩을 뱉어낸다. 이를 계기로 같은 반 주연(장유상)과 송주가 친해지고 둘은 라임크라임(Lime Crime)이라는 팀을 결성한다. 서로 다른 환경을 가진 두 친구가 힙합을 매개로 미묘한 감정을 나누고 함께 성장한다. 송주는 다세대촌에 살고, 주연은 아파트 부촌에 산다. 두 사람의 다른 환경만큼이나 랩 스타일과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결핍 또한 대조된다. 하지만 결국 둘은 서로가 흔들릴 때 곁에서 손을 내밀어주는 친구가 된다.

 

이런 두 친구의 성장 서사와 우정은 2000년대 힙합 노래 가사를 떠오르게 한다. 친구들의 돈을 뜯고, 짭 슈프림 티셔츠로 비즈니스를 하고. 불량 친구들과 어울리던 송주는 자신과 다르게 부유하지만 또 다른 결핍을 가지고 있는 주연과 랩을 통해 만나게 된다. 두 친구는 함께 랩을 시작하면서 점점 진지하게 꿈을 좇는다. 둘은 약간의 고난과 역경을 겪게 되지만 자신의 우상을 만나게 되고 랩과 우정을 통해 이를 극복한다. 이를 표현하는 모습이 성글어서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뭔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진지하게 여기는 마음 하나만큼은 잘 전달된다.

 

나는 2000년대 초반 국힙 문화나 가리온, 소울컴퍼니, 홍대 놀이터, 공연 문화 같은 건 잘 모른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남몰래 재지팩트의 음악을 듣고 핫클립의 믹스테잎을 구해 들었던 중, 고등학생 시절이 떠올라서 웃음이 났다. 영화 자체가 진하게 향수에 절여진 이들이 그 시절을 진솔하게 회상하며 담아낸 이야기다 보니 옆에서 영화를 보던 나 또한 어떤 향수에 젖어든 것 같다. 영화는 만듦새가 투박하고 오그라드는 면면이 있지만 그 자체로 그 시절 올드스쿨 바이브를 마음껏 추억하는 뻔뻔함이 있다. 오그라들고 작위적이어도 꿈을 좇았던 우리가 힙합이라고. 그 어설픔 자체가 매력 있었다. 또한 트랩과 싱잉랩이 판치는 현재, 붐뱁으로 구성된 OST트랙과 꽤 괜찮은 비트들은 한 시절을 그려내는 힙합영화의 재미요소를 충분히 충족시켜준다.

 

-관객리뷰단 안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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