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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는 길> 리뷰 : 누구에게나 평등한 행복의 권리를!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2. 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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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가는 길>

누구에게나 평등한 행복의 권리를!

 

영화는 두 평범한 어머니가 성 소수자인 자녀를 이해하고 그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운동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자녀가 커밍아웃을 하는 상황에 보였던 어머니와 자녀 각각의 입장을 들어보고, 필연처럼 겪어야만 했던 반목과 갈등의 시기를 반추한다. 부모가 자녀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동안, 자녀는 어느 누구도 자신의 편이 아닌 세상에서 모든 것들과 힘겹고 외로운 싸움을 했다. 서로가 힘겨운 시간을 잘 이겨내고 다행히 자녀를 깊이 이해하게 되는 과정까지 지켜보노라면, 우리가 그간 가졌을 편견과 오해의 지점이 어디쯤이었는지에 대한 좌표와 문제의 해결책이 어렴풋이 보인다.

 

자녀의 커밍아웃을 접하기 전에는 그들도 대개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성 소수자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했다. 그만큼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치부했던 일이 자녀의 갑작스러운 고백으로 나의 현실로 닥치자, 공황에 가까운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무지와 혼란은 심지어 그들 스스로 자녀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 언행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그랬던 그들이 자녀의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이 결코 부모의 욕심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닌, 자녀의 행복과 존엄성에 관련될 만큼 절대적인 것임을 조금씩 이해해가는 과정은 관객 역시도 성 소수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길로 안내해준다.

 

트랜스젠더인 한결은 성기로 인해 지정받은 성별과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한 때부터 삶 자체가 고통이었다. 가슴이 생기는 게 역겹게 느껴지고 여성으로 죽는 것 자체가 싫어서 자살도 할 수 없었다. 어머니에게 고백했을 때 착각이 드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아와 비참하다고 느낄 만큼 상처를 입었다. 남성 동성애자인 예준은 어린 시절 타인의 시선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었으나 자신의 성적 지향을 인식한 후론 남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게 되었다. 자신이 어떻더라도 엄마, 아빠는 나를 사랑해줄 것이라는 확신으로 어머니에게 커밍아웃 편지를 썼으나 불행한 삶을 살게 낳아준 엄마가 미안하다는 절망의 말이 돌아왔다.

 

한결의 어머니 나비(정은애)와 예준의 어머니 비비안(강선화)이 숱한 시행착오와 갈등의 시기를 넘어 그들의 자녀에게 누구보다 굳건한 연대와 응원을 하게 된 것에는 성 소수자 부모들의 모임이 큰 역할을 했다. 다양한 성 소수자와 그들의 부모들을 만나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응원하는 것에서 자녀들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지식과 힘을 얻었다. 무엇보다 이 부모들은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이나 대체물이 아닌 독립된 개체이자 엄연한 성인으로 인식한다. 부모 자식 간에 평등한 관계가 형성됨으로써 자식의 입장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두 어머니가 드디어 자녀의 곁에서 사회의 편견과 맞서 함께 걷기 시작하자 우리 사회의 소수에 대한 다수의 혐오와 그 혐오에 기인한 감정의 표출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사회의 모든 시스템은 또 얼마나 잔혹하게 그들을 옭아매는지 경험하게 된다. 법은 다양성의 인정과 존중은커녕 둘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 강요하고,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성기 수술을 하지 않았다고 성별 정정을 기각하는 판사나, 성 소수자라고 마음대로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의 입장에서도 참담하고 절망적인 기분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적 고통을 오히려 부모 자식 간의 이해와 결속을 강화시키고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우는 원동력으로 삼는 그들의 모습에서, 언젠가는 우리 사회도 성 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합당한 권리를 보호받는 세상을 그려보게 된다. “성 소수자가 행복할 권리, 당신이 행복할 권리와 같습니다. 우리는 성 소수자 부모입니다. 나는 내 자식이 자랑스럽습니다는 그들의 힘찬 외침을 기억하며.

-관객 리뷰단 이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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