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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최동원> 리뷰 : 우리가 영원한 에이스를 기억하는 방법

REVIEW 리뷰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1. 11. 2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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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최동원>

우리가 영원한 에이스를 기억하는 방법

 

대한민국이 매년 여름밤이 뜨거워지는 이유는 열대야보다도 야구. 한국시리즈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름에서 가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풍경은 아마 여섯시 반, 야구장에, 텔레비전 앞에 모여 힘껏 소리쳐 응원하는 관중들의 모습이리라.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이제 마음껏 즐길 수 없게 되어버린 그 풍경을, <1984 최동원>은 한국 야구 최고의 스타 최동원의 발자취와 함께 가득 담았다.

 

대한민국이 가장 아프지만 뜨거웠던' 80년대의 짧은 몽타주들로 영화는 시작한다. 미사일, 올림픽, 민주화운동. 분노와 어지러움 속에서 그만큼 뜨거웠던 일상. 광화문을 빼곡히 채운 시위대의 인파에 오버랩 되는 꽉 찬 구장의 관객석은 그 일상 한가운데에는 야구가 있었다고 외치는 듯하다.

 

영화는 최동원이라는 야구 스타의 생애에 집중하기 보다는 1984년 한국시리즈인 롯데와 삼성의 경기에 초점을 맞춘다. 당시 안정적인 강팀이었던 삼성을 상대하는 롯데. 모두가 우승은 삼성이리라 짐작하는 그 중심에 서 있는 롯데의 무쇠팔 최동원’. 그가 이끌어낸 기적의 우승. 당시 삼성 라이온즈 포수였던 이만수 감독의 말대로 만화보다 더 만화같은" 당시의 경기를 당시의 실황 영상과 관객 인터뷰로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현장감 있게 전한다.

 

짧고 굵게 당시의 열정을 담은 오프닝 시퀀스를 지나, 까만 배경과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것은 1984년 한국시리즈 당시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였던 김시진 전 감독의 회고이다. 고등학교 시절, 예비 엔트리로 들어가게 된 당시 동대문 야구장에서의 그와의 일화를 담담히 털어놓는 그를 카메라는 클로즈업으로 가까이 담는다. 그 후 이어지는 이만수, 강병철, 김용철 등. 한국 야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들의 인터뷰 역시 카메라는, 까만 배경과 클로즈업이라는 일관된 시선으로 비춘다.

 

지금까지 우리가 보았던 최동원을 다룬 다른 다큐멘터리와 <1984 최동원>의 차이는 이 시선이 아닐까. 야구팬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그의 생애와 투혼을 그 기록 자체보다는 그를 추억하는 주변 인물들의 말에 집중해 전한다. 열기 가득한 당시의 실황과 대비되는 까만 배경. 그 앞에서 그때의 일화들을 털어놓는 그들의 담담하지만 아직 희열이 느껴지는 표정을 스크린 가득 담아내는 카메라의 클로즈업. 그 시선으로 이해하게 되는 최동원이라는 인물과 1984년의 한국시리즈는, 지금 회자되는 어떤 수식어보다도 깊게 와닿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그라운드의 이방인>(김명준, 2013), <나는 고양이로소이다>(2017), <시민 노무현>(백재호, 2019) 등의 제작에 참여해 야구에 대한 사랑과 함께 사람따뜻함을 담아온 조은성 감독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에 담긴 수많은 최동원의 인터뷰에서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이다. 어수룩하지만 어딘가 날카로워 보이는 그의 웃음에서 여유로운 영웅의 아우라 역시 느껴지는 듯하다. 우리는 모두 모여 야구를 본다는 오랜 즐거움을 잠시 빼앗겼으나, 이 가을 야구 시즌, 들끓는 80년대 대한민국의 일상 속에 있던 영웅을 떠올리는 것도 코로나 시대, 또 다른 방법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상을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관객 리뷰단 최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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